• 연말·연시 재계 인사 트렌드 들여다보니… 세대교체·쇄신 바람, 안정보다 변화 선택

    2020년 01월 제 112호

  • 안정보다는 변화와 혁신이었다. 2020년 재계의 임원 인사를 관통하는 트렌드는 ‘변화’ 그리고 ‘혁신’으로 모아지고 있다. 내수 시장 둔화와 일본 수출 규제, 미중 무역 분쟁 등 안팎의 상황이 불안정한 가운데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 변화와 혁신에 매달리고 있다. 기존 글로벌 경기 악화와 경쟁 격화에 대응하기 위한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기존 방식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함이 묻어난다. 2019년 연말 재계 인사 키워드를 되짚어 본다.

     기사의 0번째 이미지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세대교체’였다. 지난 11월 말 4대 그룹 중 가장 먼저 연말 인사를 단행한 LG그룹의 경우 ‘고졸 신화’의 주인공이자 LG의 상징적인 인물로 통했던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 용퇴했다. GS그룹은 수장이 교체됐다. 허창수 회장이 2019년 12월 3일 전격 용퇴를 발표했고, 허 회장의 후임으로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이 추대됐다.

    경영능력을 인정받은 젊은 오너 3~4세가 경영 전면에 모습을 드러내며 조직의 변화를 꾀한 그룹도 눈에 띈다. 김승현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경영 전반에 존재감을 드러냈으며, GS그룹 4세로 허창수 회장 장남인 허윤홍 GS건설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했다.

    2020년 주요 그룹 정기 임원 인사에서 허창수 회장과 조성진 부회장의 사퇴는 단연 눈길을 끌었다. 2004년 LG그룹과 분리 뒤 초대 회장을 맡아 15년 동안 GS그룹을 이끌었던 허창수 회장은 “혁신적 신기술의 발전이 기업의 경영환경 변화를 가속화시키고 있고 이런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면 우리도 언제 도태될지 모른다는 절박함 속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아야 할 적기로 판단하게 됐다”며 임기 2년을 앞두고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지난 15년 동안 지주회사 중심의 지배구조를 갖추고 에너지와 유통, 건설 등 각 사업 영역에서 안정화를 이뤘다면 이제는 그룹의 혁신과 재도약을 이뤄내야 할 시점에 도달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LG는 가전 신화를 쓰며 LG전자를 이끌어 왔던 조성진 부회장을 교체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LG전자는 이번 인사에 대해 “고객과 시장 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한 최고경영진의 변화와 사업 리더에 젊은 인재 지속 발탁을 통한 미래 준비 가속화를 위한 쇄신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조 부회장의 은퇴와 함께 권봉석 사장이 최고경영자(CEO)로 선임됐다. 권 사장은 2000년 이후 임명된 LG전자의 CEO 중 최연소로 꼽힌다.

    GS와 LG그룹의 인사에서는 장수 CEO의 퇴진과 함께 ‘혁신형’ CEO가 부상하면서 기업의 변화를 이끌어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GS그룹 신임 회장으로 추대된 허태수 부회장은 2007년 GS홈쇼핑 대표이사에 부임한 후 내수산업에 머물던 홈쇼핑의 해외 진출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면서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룹 내에서는 ‘글로벌 센서’이자 ‘디지털 혁신의 전도사’로 유명하다. GS그룹이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실리콘밸리에 벤처투자법인을 설립하기로 한 것도 허 부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GS가 해외에 벤처투자회사를 세우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세부안을 마련해 새해 상반기께 법인 설립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기사의 1번째 이미지

    허태수 GS그룹 회장, 허윤홍 GS건설 부사장, 권봉석 LG전자 CEO


    LG전자의 새로운 수장이 된 권봉석 사장은 1987년 LG전자에 입사해 IT·디스플레이 부문을 두루 거치며 TV 사업 전문가로 불린다. 2013년 차세대 TV로 떠오르던 커브드 TV가 주력 제품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하고 과감하게 올레드 TV에 주력해 성과를 이끌어낸 것은 권 사장의 유명한 일화로 남아있다. 또한 권 사장은 5G 듀얼스크린 스마트폰 ‘LG V50씽큐’를 통한 제품 혁신으로 적자를 면치 못했던 MC사업부문의 적자를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취임 후 첫 정기 인사를 진행한 한진그룹도 혁신에 무게를 실었다. 무엇보다 고(故) 조양호 회장의 핵심 측근이자 그룹 2인자로 불린 석태수 대한항공 부회장이 대한항공에서 물러났으며 역시나 조양호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서용원 한진 대표, 강영식 한국공항 대표가 퇴임하면서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갑질 논란’을 비롯해 조양호 회장의 사망 등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안정적으로 조직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은 우기홍 대한항공 부사장은 3년 만에 사장의 자리에 올랐으며 노삼석 대한항공 화물사업본부장과 유종석 대한항공 전무가 각각 서용원 사장과 강영식 사장의 자리를 꿰찼다.

    SK그룹의 인사 키워드는 안정 속의 변화로 요약된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장동현 SK(주) 사장 등 ‘빅3’가 모두 유임되면서 안정적인 리더십 기반 속에서 젊은 차세대 인재들을 대거 임원으로 발탁해 변화를 꾀했다.

    한화그룹에서는 김동관 전무의 부사장 승진과 함께 3세 경영이 닻을 올렸다. 김동관 부사장은 태양광 부문 사업을 성장시킨 공로를 인정받았다. 김 부사장은 1월 출범하는 한화케미칼과 한화큐셀의 합병법인 한화솔루션의 전략부문장을 맡게 된다. 태양광·석유화학·소재를 아우르는 핵심 직책이다. 이번 승진으로 김 부사장이 한화그룹 화학 계열사 전반을 맡는다는 재계의 시나리오가 구체화됐다. 김승현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는 금융 부문 디지털전략을 맡고 있다. 이밖에 고(故)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의 장남 구본혁 LS니꼬동제련 부사장도 LS그룹 3세로는 처음으로 계열사인 예스코홀딩스의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다.

     기사의 2번째 이미지


    세대교체 바람은 롯데에도 불었다. 지속 가능한 미래 성장을 위해 성과 평가에 기반한 인사를 진행했고, 50대 중반의 최고경영자(CEO)를 대거 선임, 젊은 대표와 신임 임원을 적극 발탁하는 등 인사 쇄신을 통한 롯데의 체질 개선에 나섰다.

    먼저 롯데지주가 황각규 부회장과 송용덕 부회장의 ‘투톱’ 체제로 전환된다. 또 롯데그룹의 유통 BU는 강희태 대표가, 호텔&서비스 BU는 이봉철 대표가 맡는다. 롯데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갈 사령탑인 롯데지주는 주요 역량 집중 및 빠른 의사결정을 위해 두 명의 대표이사가 각각의 업무 권한을 갖는 체제로 조직을 개편했다.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변화에 휩쓸리지 않고 생존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시장의 틀을 바꾸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돼야 한다는 신동빈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신임 유통BU장으로는 롯데백화점 강희태 대표이사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 후 임명됐다. 강희태 부회장은 롯데백화점에 입사해 본점장과 상품본부장을 거쳤으며,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중국사업부문장으로 글로벌사업을 이끌었다. 2017년부터 롯데백화점 대표를 맡아왔다. 그간의 다양한 경험을 살려 롯데 유통부문의 미래 성장 전략을 모색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기사의 3번째 이미지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 송용덕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


    롯데케미칼은 새해 1월 1일로 예정된 롯데첨단소재와의 합병을 통해 통합 케미칼 대표이사 아래 기초소재사업 대표와 첨단소재사업 대표체제로 개편된다. 고객과 비즈니스 특성을 고려하여 양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통합 케미칼의 대표이사는 김교현 화학BU장이 겸임한다.

    유통가 쇄신 인사의 시작은 신세계그룹의 이마트 부문이었다. 매년 12월 초에 이뤄지던 인사를 한 달 이상 앞당긴 2019년 10월 대규모 인적 쇄신에 나섰다. 실적 부진 타개를 위해 창립 후 처음으로 외부 인사를 대표이사로 영입했다. 공무원 출신으로 글로벌 컨설팅 회사 베인앤드컴퍼니를 거친 강희석 대표가 이마트의 새 수장이 됐다. 파격 인사와 함께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뒤이어 현대백화점그룹도 세대교체를 골자로 한 사장단 인사를 실시했다. 현대백화점 수장에 선임된 김형종 한섬 사장을 비롯해 1960년대생 김민덕·윤기철 대표이사가 한섬, 현대리바트를 이끌게 됐다. 2018년보다 2주가량 빨리 단행한 인사로 이동호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과 박동운 현대백화점 사장, 김화응 현대리바트·현대렌탈케어 대표가 물러났다.

     기사의 4번째 이미지

    강희태 롯데그룹 유통BU장 부회장, 강희석 이마트 대표


    ▶젊음으로 불확실성 극복 나서 ‘X세대 임원’ 전면에

    세대교체와 더불어 지난 연말인사에서 가장 두드러졌던 키워드는 1970년대생들의 대거 임원 승진이다. 기존 임원진 주역이었던 586세대(1960년대생, 1980년대 학번)가 퇴조하고 ‘X세대’로 불리는 1970년대생이 새로운 주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산업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 기존 방식으로는 위기를 넘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 새로운 지식과 가치관으로 무장한 인재를 적극 발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표적인 예가 LG그룹과 한화그룹이다.

    LG그룹은 신규 임원 승진자의 69%를 1970년대생으로 채웠다. 1980년대생 승진자(3%)를 포함하면 70% 이상이 1970년대 이후 출생자다. 전년도 신규 임원 승진자 중 1970년대생 비율은 55%였다. LG이노텍이 7명의 임원 승진자 중 4명을 1970년대생으로 발탁하는 등 그룹 전반적으로 젊은 임원진의 부상이 두드러졌다. LG유플러스도 44세의 김남수 IMC전략담당과 42세의 손민선 5G신규서비스담당을 상무로 임명했다. LG상사 역시 올해 43세의 박태준 석탄영업1팀장을 상무로 발탁했다. LG생활건강이 1985년생(34세)인 심미진 헤어·바디케어 마케팅부문장을 상무로 발탁하는 등 파격도 잇따랐다.

    한화그룹의 경우 신임 상무보 74명 가운데 1970년대생이 42명으로 전체 승진자의 56%를 차지했다. 한화에 따르면 승진자 가운데 8명은 40대 초반으로 1975년 이후 출생자다. 승진자 평균 연령은 48.1세로 전년 49.2세에 비교해 1.1년 젊어졌다. 한화그룹의 주력 사업이 젊은 직원이 깜짝 성과를 내기 힘든 기업 간 거래(B2B) 분야에 몰려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라는 게 재계 시각이다.

    최연소 승진자는 한화큐셀 김강세·이준우 상무보다. 두 사람 모두 40세(1979년생)로, 이번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김동관 전무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한화갤러리아와 한화호텔엔리조트에서도 41세(1978년생) 임원이 나왔다. 김은희 한화갤러리아 경영기획팀장과 최난주 한화호텔앤드리조트 개발전략TFT장이 주인공이다.

    GS그룹은 전년 대비 상무 승진자가 줄어든 가운데(23명→21명), 1970년대생 승진자 수는 6명에서 10명으로 대폭 늘었다. 이번 상무 승진자 중 1970년대생 비율은 47.6%로, 2018년(26.1%) 대비 21.5%포인트 높아졌다.

     기사의 5번째 이미지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 김형종 현대백화점 대표이사 사장,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CEO, 김동관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 부사장
    ▶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LS그룹은 신규 임원 승진자 중 1970년대 이후 출생자가 기존 3명(11%)에서 5명(17%)으로 늘었다. 특히 창립 이래 처음으로 1970년대생 40대 여성 임원(이유미 LS 사업전략부문장)을 배출했다. 대한항공도 2명에 불과했던 1970년대생 임원 승진자가 4명으로 늘었다.

    SK그룹의 경우 지난 8월부터 임원 직급이 폐지되면서 전체 임원인사 규모는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줄었지만 1980년대생인 이수범 수펙스추구협의회 신규사업팀 담당을 발탁하는 등 적극적인 차세대 리더 발굴에 나섰다. SK그룹은 임원 승진자들의 평균 나이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젊고 혁신적인 임원들이 대거 전진 배치되면서 세대교체의 속도가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재계 관계자는 “AI(인공지능)·자율주행 등 4차 산업혁명 패러다임에 따라 대기업 사업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며 “젊은 인재를 사업 리더로 발탁해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빠르고 과감하게 혁신을 이뤄내려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외부 전문가 영입도 활발… “신성장동력 강화 차원”

    외부 인재 영입도 두드러졌다.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연계해 신성장동력을 모색하고 있는 만큼 업계 최고 전문가들을 채용해 관련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GS그룹은 이번 인사에서만 총 5명의 임원을 외부에서 영입했다. 전년도 외부 영입 임원이 단 1명도 없었던 점과 비교하면 이례적인 변화다.

    그룹 주력 계열사인 GS칼텍스는 김정수 경영기획실장(전무)과 임범상 법무부문장(전무)을 영입했다. 김 전무는 산업통상자원부 행정사무관 출신으로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베인앤컴퍼니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를 거쳤다. GS칼텍스에서는 미래 에너지사업에 대한 전략업무를 담당한다. 임 전무는 행정고시 합격 뒤 재정경제부에서 근무하다 사법고시에 합격한 후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율촌에서 금융전문 변호사로 활동했다. GS그룹은 이밖에 GS홈쇼핑 뉴테크본부장 이종혁 상무와 GS에너지 신사업개발부문장 강동호 상무, ㈜GS 사업지원팀 곽원철 상무 등 3명도 새롭게 영입했다. 이로써 그룹 내 외부 출신 임원은 총 12명으로 늘어났다.

    LG그룹도 외부 영입을 확대하고 있다. 2020년 임원인사에서 14명의 임원을 영입했다. 정기 임원인사와 별도로 LG생활건강 에이본(AVON) 법인장(부사장)으로 한국코카콜라 이창엽 대표를 영입했다. LG CNS 커스터머 데이터 앤 애널리틱스 사업부장(부사장)으로는 한국 델 이엠씨 컨설팅서비스 김은생 총괄을 채용했다. LG그룹은 2019년 임원 인사에서도 다국적 기업 3M의 신학철 수석부회장을 LG화학 신임 대표로 선임한 바 있다.

    SK그룹은 연말 정기 임원인사에서 SK텔레콤 에릭 데이비스 글로벌 AI개발그룹장 겸 엔터프라이즈 AI 솔루션그룹장을 임원으로 신규 선임했다. 그는 AI의 핵심 요소인 음성인식, 자연어 처리 기술 전문가로 불린다. 미국 UCLA에서 언어심리학을 전공하고 카네기멜론대학교에서 석사 과정을 마친 뒤 2008년 NHN에 매니저로 입사했다. 이후 애플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근무했고 2019년 SK텔레콤에 테크프로타이핑그룹 팀장으로 합류했다.

    이에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9월 도심용 항공 모빌리티 핵심기술 개발을 담당할 ‘UAM(Urban Air Mobility) 사업부’를 신설하고 미국항공우주국(NASA) 출신 신재원 박사를 채용했다.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미국 프리스턴대 세바스찬 승 교수와 펜실베이니아대 다니엘 리 교수를 영입했다. 김준동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많은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 등 신사업에 중점을 둔 인사를 내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사의 6번째 이미지


    ▶“30대 최연소” “역대 최대 규모”… 임원인사 휩쓴 ‘女風’

    여성 임원들의 약진도 두드러졌다. 30대 최연소 임원이 탄생하거나 역대 최대 규모로 신규 선임하는 사례도 잇따랐다.

    LG그룹의 경우 총 11명의 여성 임원 승진자를 배출했다. 전년(6명)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이에 따라 그룹 내 전체 여성 임원 수도 전년(29명)보다 27% 증가한 37명을 기록하게 됐다. 특히 이번 인사에선 30대 여성 상무 3명이 동시에 발탁됐다. LG생활건강 심미진·임이란 상무와 LG전자 김수연 상무가 주인공이다. 심 상무는 1985년생으로 LG생활건강 생활용품 헤어·바디케어 마케팅 담당을 맡고 있다. 미국 UC버클리대학에서 경영학 석사 과정을 마친 뒤 2007년 입사해 12년 만에 최연소 임원에 올랐다. 같은 회사 임 상무는 1981년생이다. 서울대 사회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2007년 입사한 뒤 화장품 ‘오휘’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 김 상무는 시그니처키친 스위트 태스크리더(수석전문위원)를 맡았다.

    기업 임원들의 연령대가 낮아지는 추세이지만, 이번 LG그룹 인사를 두고 재계에선 상당히 이례적이란 평가를 내놓고 있다. 실제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가 연말 임원인사 시즌을 앞두고 발표한 ‘2019년 국내 100대 기업 여성 임원 현황 조사’에 따르면 올해 100대 기업의 여성 임원은 244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기업당 평균 2.4명에 불과한 수치다. 이를 감안하면 이번 LG그룹 인사는 상당히 파격적인 셈이다.

    SK그룹은 역대 최대인 7명의 여성 임원을 신규 선임했다. 그룹 내 전체 여성 임원도 27명으로 늘어났다. 이에 대해 SK그룹은 “안정적 기조를 유지하면서 신성장 사업 분야의 임원과 여성 임원 규모를 확대했다”고 전했다. 이어 “젊고 혁신적인 임원들이 대거 주요 포지션에 전진 배치됐다”고 설명했다.

     기사의 7번째 이미지

    심미진 LG생활건강 상무, 임이란 LG생활건강 상무


    롯데 역시 그룹 쇄신을 위해 그룹 전체 임원의 규모를 소폭 축소하는 상황에서도 여성 신임 임원 3명을 늘리는 등 여성 임원 확대 기조를 유지했다. 롯데칠성음료 진은선 디자인센터장, 롯데슈퍼 조수경 온라인사업부문장, 롯데홈쇼핑 유혜승 OneTV부문장, 롯데첨단소재 강수경 선행디자인부문장이 승진했다. 대홍기획㈜ 양수경 전략솔루션1팀장, ㈜호텔롯데 장여진 마케팅부문장, 롯데월드 박미숙 서울스카이 운영팀장은 새롭게 여성 임원으로 신임됐다.

    한화그룹도 3명의 여성 임원을 승진시켰다. 이에 따라 그룹 내 전체 여성 임원은 9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특히 3명 중 2명은 신규 임원으로 발탁됐다. 한화갤러리아 김은희 상무보와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최난주 상무보가 주인공이다. 두 사람은 모두 1978년생으로 입사 17년 만에 임원을 달았다. 김 상무보는 리테일 경영환경 변화에 대응해 사업 구조 체질 개선 및 경영 효율화 등의 성과를 인정받았다. 최 상무보는 프리미엄 리조트 사업과 호텔 경쟁력 강화 프로젝트 등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한다.

    이처럼 여성 임원들을 대거 등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점에 대해 한 재계 관계자는 “경제나 시장 상황을 가늠하기 어려워지면서 많은 기업들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지금 당장 필요한 인재를 발탁해 임원으로 승진시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국내 주요 기업 내 ‘유리천장’은 여전히 높은 편”이라며 “이번 인사가 유리천장을 보다 개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노현 매일경제 산업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2호 (2020년 1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경제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