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해 글로벌 IT 기업 화두는 ‘테크핀’ 구글·페이스북·애플까지 뛰어든 ‘新금융 시대’

    2020년 01월 제 112호

  • 2019년 글로벌 대형 IT 기업들의 화두는 단연 ‘테크핀’이었다. 전 세계 빅테크(Big-Tech) 기업들이 금융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세계 최대 포털 기업인 구글은 미국 내 금융기업과 손잡고 은행계좌 서비스를 2020년부터 내놓겠다고 공언했다.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공룡인 페이스북은 앱에서 사용이 가능한 간편 결제 서비스 ‘페이스북 페이’를 출시할 예정이다. 게다가 스마트폰 혁신의 아이콘인 애플마저 골드만삭스와 함께 ‘애플카드’를 직접 출시했다. 바야흐로 ‘핀테크’의 시대가 가고 ‘테크핀’의 시대에 살고 있다.

    테크핀이라는 용어는 중국 알리바바 창업자인 마윈이 처음 썼다. 그는 은행, 증권, 카드 등 전통적인 금융회사들이 IT를 접목하는 방식이 ‘핀테크’인 반면, ‘테크핀’은 태생부터 IT 사업으로 시장에 뛰어든 기업들이 주도해서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내놓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핀테크와는 시작점부터가 정반대로 차별화된다.

    그럼 2020년엔 어떨까? 단언컨대 ‘테크핀’의 시대가 가속화될 예정이다. 세계 최대 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가장 오래된 은행 중 하나인 JP모건과 함께 당좌예금 계좌 서비스 개시를 논의 중이다. 국내에서도 네이버가 만든 금융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의 활약이 예고된다. 2019년 11월 금융 자회사로 분사한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달인 12월 국내 최대 투자전문 그룹 미래에셋으로부터 8000억여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하반기에는 미래에셋과 함께 일명 ‘네이버 통장’도 출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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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급 데이터 확보 위해

    당좌계좌 내놓은 구글

    먼저 구글은 글로벌 대형 은행 씨티그룹과 스탠퍼드연방신용조합과 손잡고 ‘구글페이’ 앱에서 예금계좌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시저 셍굽다 구글 부사장은 2019년 11월 ‘캐시(Cache)’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2020년부터 당좌예금 계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당좌예금은 이자가 붙는 저축예금과 달리 개인 수표를 발급하거나, 체크카드 대금 결제를 위한 계좌다. 이 계좌를 통해 간편하게 수표를 발행하고, 지출 내역을 정리해 가계부처럼 볼 수 있다. 구글은 금융업에 진출하기 위해 직접 금융업 라이선스를 취득하는 대신 기존 금융권과의 협력 전략을 택했다. 별도의 인증 없이도 쉽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다. 미국에서는 기업이 소비자 은행 계좌를 개설하려면,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와 국가신용조합청(NCUA) 등 금융당국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구글은 이미 인증을 받은 씨티은행과 공동 투자하기 때문에 별도의 허가를 취득하지 않아도 된다. 구글 계좌는 씨티은행 이름으로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구글은 왜 굳이 금융업 시장에 진출하려고 할까? 가장 큰 이유는 오프라인에서도 금융과 관련한 개인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신용카드나 인터넷뱅킹이 활발하게 사용되는 국내에서는 주로 기업들이 수표나 어음을 발행한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개인이 수표를 사용하는 비율이 여전히 높다. 개인 간 거래를 할 때 한국에서 온라인 뱅킹을 사용하는 것처럼 수표를 발행한다. 예를 들어 월세 등을 지급할 때 수표를 발행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구글페이에 매달 특정 날짜에 특정 금액을 지속해서 발행한다는 내용이 누적되면 월세 데이터가 된다.

    소비 패턴 파악보다 중요한 것은 ‘예금 계좌’를 개설한다는 지점이다. 소비를 넘어 월급 등 개인의 수입이 얼마인지의 데이터 측정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수입과 소비 등 재무 정보가 사용자의 위치 및 주소, 이동 정보, 스마트폰 활용 패턴, 웹브라우저 방문 기록 등과 모두 결합되면 거대 빅데이터 체계가 구축된다. 셍굽타 부사장은 “구글 광고처럼 광고주에게 정보를 공유하겠다”고 공언했으나, 빅데이터가 어떤 방식으로 활용될지는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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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이스북 페이


    ▶‘페이스북 페이’ 내놓고 리브라 국면 전환하는 페이스북

    페이스북도 지난 11월에 페이스북과 페이스북 메신저, 인스타그램, 왓츠앱에서 모두 사용 가능한 통합 결제수단 ‘페이스북 페이’를 출시했다. 페이스북 페이를 통해 페이스북 및 메신저에서 기금 모금, 게임 내 (아이템) 구매, 이벤트 티켓, 개인 간 송금,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 상품 구매 등을 할 수 있다. 페이스북 페이는 별도의 앱을 다운 받지 않고 페이스북 앱으로 이용할 수 있다. 페이스북 앱 혹은 웹사이트의 설정 페이지를 통해 페이스북 페이를 누른 뒤 지급 방식을 고르면 된다. 최초로 결제 정보를 입력한 뒤에는 재이용 시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결제할 수 있다.

    페이스북 페이는 페이팔뿐 아니라 대부분 주요 신용 카드와 직불 카드를 지원하게 된다. 지급 처리는 미국 온라인 결제 서비스 회사인 ‘페이팔’과 ‘스트라이프’가 맡는다. 페이스북 측은 “이용자의 금융정보(카드, 은행 계좌 등)를 암호화해 안전하게 관리하기 때문에 보안 이슈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신 페이스북은 이용자가 페이스북 페이로 어떤 상품을 결제했는지 정보를 수집해 사용자가 관심을 둘 만한 광고를 제공하는 데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사용자의 결제 수단, 거래일 그리고 상품 배송에 필요한 연락처를 수집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페이를 사용하는 다른 이용자는 내가 무엇을 샀는지 확인할 수 없다. 거래내역은 당사자만 확인할 수 있고, 페이스북 프로필과 피드에는 공유되지 않도록 했다. 페이스북 측은 “카드와 계좌번호는 암호화해 저장하고, 맞춤형 광고를 띄우는 데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현재 페이스북 페이는 미국 전역에서 이용할 수 있다. 데보라 리우 페이스북 마켓플레이스&커머스 부사장은 작년 출시 당시 “우리는 오랜 기간 페이스북 페이를 인스타그램, 왓츠앱 이용자를 넘어 더 많은 사람, 장소로 확장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강조했다. 다만 미국을 제외한 국가에서는 해당 서비스 운영 계획이 아직까지는 없다. 페이스북코리아 측은 “페이스북 페이 국내 출시 계획은 아직 미정이다. 여신전문금융업법 등 국내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국내 출시에는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전 세계 24억 명 이상이 사용하는 SNS 페이스북에서 간단한 동작만으로 결제나 송금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거대 금융 생태계가 구축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때문에 페이스북이 미국 정부가 반대하는 리브라 대신 법정통화를 기반으로 한 페이 시스템을 우선 구축한 뒤 글로벌 결제망을 확보하려는 시도라고 관측한다.

    즉 리브라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파트너들의 이탈과 미국 정부, EU 등의 반대에 직면해 리브라의 출시가 쉽지 않자 페이 시장 진출을 통해 우회적으로 리브라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 SFOX 보고서는 “페이스북 리브라가 각종 규제 압박에 시달리는 가운데, 최근 발표된 페이스북 페이가 리브라 개발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법정통화 기반에서 페이스북의 글로벌 결제 서비스 저력을 확인시킨 뒤 리브라에 집중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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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플은 ‘실물 카드’로 오프라인 공략

    애플은 2019년 8월 실물 신용카드를 미국에서 출시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마스터카드와 손잡고 내놓은 카드다. 애플카드는 애플이 앞서 내놓은 간편결제 서비스 애플페이와 긴밀히 연동돼 있다. 결제를 애플의 생태계 안으로 끌어들이는 게 목표다.

    아이폰 이용자만 발급받을 수 있는 이 카드는 흰색 디자인이 눈길을 끈다. 바탕에 회원 이름과 IC칩, 애플 특유의 사과 로고가 박혀있다. 아이폰을 처음 만났을 때처럼 디자인적으로 구미가 당긴다. 일반적으로 신용카드에서 볼 수 있는 신용카드 번호, CVC 번호, 유효기간, 서명 등도 없다.

    신용카드의 복잡함을 없애고 소비자에게 새로운 사용자경험(UX)을 주겠다는 게 애플의 목표다. 애플은 “돈을 더 많이 쓰게 하는 게 아니라 건전한 재무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연회비나 수수료 등 없이도 아이폰 이용자에 한해서는 누구나 애플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다. 애플카드는 아이폰에 있는 지갑 앱을 이용해 신청할 수 있고, 승인이 난 직후부터 애플페이를 통해 온·오프라인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선 아이폰을 결제 단말기에 갖다 대는 ‘애플페이를 통한 결제’와 실물 카드인 ‘애플카드’를 이용하는 두 가지 방법으로 결제가 가능해졌다.

    애플카드는 NFC로 휴대폰과 연동된 자체 보안시스템을 활용한다. 결제 시에는 단말과 교신만 할 뿐 망을 통해 결제 정보를 보내는 절차를 없애 카드 복제와 무단 사용 등으로부터 자유롭다. 지금은 미국에서만 애플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지만, 현재 30여 개인 애플페이 사용 국가에서 애플카드를 사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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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플카드


    ▶미래에셋에게 8000억원 투자받은

    네이버파이낸셜

    그렇다면 국내 테크핀 기업들 현황은 어떨까?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달인 12월 13일 미래에셋으로부터 약 800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하면서 본격 금융 기업으로서의 첫발을 뗐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의 사내독립기업(CIC)으로 운영되던 네이버페이를 분사시켜 2019년 11월 만든 회사다. 미래에셋과 네이버는 2017년 6월 상호 지분투자를 통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한 이후 금융 서비스를 추진해왔다.

    미래에셋 측은 “8000억원은 국내 핀테크 스타트업 사상 최대 투자 규모”라며 “과감한 투자를 단행한 이유는 네이버파이낸셜의 미래 성장성과 잠재적 가치를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라며 “네이버파이낸셜의 핵심 플랫폼인 네이버페이의 잠재력과 향후 금융업으로의 확장성 등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가 2015년 6월 서비스를 시작한 네이버페이는 현재 가입자 수가 3000만 명이 넘는 국내 최대 간편결제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정보기술(IT)업계에서는 네이버페이 강점으로 결제의 편리함을 꼽는다. 네이버페이는 전자상거래, 결제, 포인트 적립 등의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스마트폰 사용자 중 상당수가 자동으로 로그인된 상태로 네이버를 이용하는 점을 고려해볼 때 네이버 플랫폼에 사용자를 지속적으로 묶어두는 ‘록인 효과’가 뛰어나다. 네이버파이낸셜 측은 “양사가 보유한 핵심 역량을 효과적으로 융합해 테크핀 시장에서 금융 혁신을 주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 커퍼스 플랫폼 판매자와 구매자를 자연스럽게 금융 서비스로 유도하고, 손쉬운 금융 서비스로 인지도와 경험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2020년 상반기 금융기관과 제휴한 일명 ‘네이버 통장’을 출시해 금융 사업 확장 교두보를 마련할 예정이다. 일반 이용자도 소액으로 쉽게 체험할 수 있는 주식, 보험 금융 상품을 내놓기로 했다. 아직 구체적인 로드맵은 공개되지 않았다.

    네이버 통장은 구글의 캐시 프로젝트와 유사한 형태일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버가 자체 발급하는 게 아닌 제휴사의 통장과 연계하는 상품이다. 예를 들어 미래에셋대우의 CMS통장과 연계해 체크카드, 후불결제 등 서비스를 제휴하는 것이다. 네이버파이낸셜 관계자는 “네이버가 은행이 아니기 때문에 직접 계좌를 개설할 수는 없다”면서 “제3인터넷은행 사업 진출 등 직접 금융업 라이선스를 취득하는 대신 제휴사와 함께하는 상품에 이전보다 더 많은 혜택을 주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네이버는 이미 간편결제 ‘네이버페이’와 연계한 통장을 출시하기도 했다. 네이버는 신한은행·삼성증권과 협업하는 방식으로 금융회사에 통장 계좌를 개설해 제휴를 맺어 상품을 내놓았다. 다만 네이버파이낸셜로 본격적인 금융 사업에 뛰어든 ‘기대주’로서 기존의 형태와는 차별화를 보이는 혁신 서비스를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증권·보험 시장까지 석권 노리는 카카오

    한편 카카오는 네이버보다 먼저 금융에 진출해 은행·증권·보험·핀테크 등으로 사업 다각화에 힘을 쏟고 있다. 2014년 국내 최초의 모바일 간편결제 ‘카카오페이’를 출시했고, 2017년 분사해 간편결제·송금뿐 아니라 투자·미니보험·인증 등으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현재 금융당국이 심사 중인 바로투자증권 인수가 마무리되면 직접 투자 상품 개발과 판매, 투자자문 등이 가능한 증권사로 거듭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카카오 금융 자회사의 또 다른 축인 카카오뱅크 역시 2017년 7월 출범 이후 2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는 각각 2020~2021년께 기업공개(IPO)를 하겠다는 목표다. 아울러 카카오페이는 삼성화재와 조인트벤처 형식으로 손잡고 신규 모바일 보험사 ‘카카오보험’(가칭) 설립을 추진 중인데 2021년 하반기께 서비스를 시작하겠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홍성용 매일경제 모바일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2호 (2020년 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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