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디즈니’ OTT 시장 왕좌의 게임, 네이버·카카오·쿠팡·웨이브 등 토종세력의 반격

    2020년 12월 제 123호

  • 올해 코로나19가 거의 모든 산업을 사납게 할퀴고 간 이후 조금씩 상처가 아물어가며 조금씩 억눌렸던 업황이 살아나고 있는 듯 보인다. 영화산업은 예외에 속한다. 지난 10월 영화관 누적 관객 수와 매출액은 전년 대비 71.0%, 70.7% 감소했다. 2005년 이후 역대 최저 기록이다. 그나마 <반도> <강철비2>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담보> 등의 효과로 주말 관객 수는 일시적으로 100만 명을 상회하기도 했으나 여전히 50만 명대를 지속하며 부진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잡힐 듯하면 자꾸 터지는 코로나 확산세에 극장개봉을 기다리던 제작사, 배급사들은 제작비 회수를 위해 OTT(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개봉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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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콘텐츠 업계에서 입김 커진 OTT

    넷플릭스 독주… 디즈니·아마존 상륙임박


    북미 영화 시장은 이미 디지털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었다. 코로나19로 최대 극장 체인 ‘AMC’가 휘청이고 세계 2위 영화관 체인 ‘시네월드’까지 영업을 잠정 중단하며 줄줄이 OTT행을 선택하고 있다. OTT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을 거듭해 왔다. 해외의 대작들도 극장을 패스하고 OTT 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최근 디즈니는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뮬란>을 공개했고, 미국 MGM의 ‘<007> 시리즈’ 신작도 OTT 개봉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도 OTT의 성장세는 거세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올해 한국 OTT 시장 규모가 7801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2014년(1926억원)부터 연평균 성장률은 약 26.3%로 지속적으로 시장이 커지고 있다. 국내 역시 코로나로 인한 대작들의 OTT 개봉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3월 개봉 예정이었던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 <콜>은 11월 27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단독 공개됐다. 한국 영화가 넷플릭스를 통해 독점 공개된 것은 올해 4월 <사냥의 시간> 이후 두 번째다. <콜> 외에도 베니스국제영화제 초청작인 <낙원의 밤>과 제작비 240억원이 투입된 국내 최초 SF 대작 영화인 <승리호>도 넷플릭스로 직행할 예정이다.

    국내 OTT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넷플릭스의 한국 유료 구독 회원 수는 330만 명에 이르고 있다. 올해 3분기까지 무려 220만 명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산업 관계자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이러한 미래를 예측했던 것일까? 최근 몇 년간 넷플릭스를 비롯한 대형 OTT 업체들은 오리지널 영화콘텐츠를 제작해왔지만 주류 영화산업계 종사자들은 이를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넷플릭스의 투자를 받아 제작한 봉준호 감독의 <옥자>는 2017년 개봉 당시 멀티플렉스 3사의 반발로 전국 100여 개의 개인 영화관에서만 상영했다. 이듬해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도 마찬가지였다.

    영화관을 소유한 기업들과 OTT 기업들 간의 홀드백(영화 개봉 이후 OTT에 콘텐츠를 제공하기까지의 공백) 기간을 두고 기싸움을 벌이는 경우도 많았다. 권위 있는 영화제에서는 OTT 전용 영화를 수상작에서 제외시키는 일도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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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에서의 OTT 업체의 입지도 격세지감이라 할 수 있다. 지난 2016년 넷플릭스가 처음 한국에 상륙했을 때만 해도, 콘텐츠업계에서 넷플릭스의 위상은 크지 않았다. OTT에 대한 이해도 낮았을 뿐더러 콘텐츠도 소수의 미국 드라마 마니아들이 주로 이용하는 서비스라는 인식이 강했다. 4년이 지난 지금 넷플릭스의 성공사례를 확인한 후 국내 업체들도 본격적으로 OTT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KT ‘시즌’, SK텔레콤 ‘웨이브’, CJ ENM ‘티빙’ ‘왓챠’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디즈니, 아마존 등 글로벌 공룡이라 불리는 기업들마저 한국 시장을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2021년부터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에 OTT 춘추전국시대가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디즈니플러스, 아마존 프라임 등의 국내 진출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아마존은 최근 SK텔레콤과 손을 잡고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SKT는 지난 11월 16일 이커머스 사업 혁신을 위해 아마존과 협력을 추진하고 11번가에서 고객들이 아마존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분 참여 약정도 체결하며 아마존은 11번가의 IPO 등 한국 시장에서의 사업성과에 따라 일정 조건이 충족되는 경우 신주인수권리를 부여받을 수 있다.

    명목상의 혈맹 이유로는 이커머스 분야의 협력이지만 양사 간의 협력은 다양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클라우드 부문 협력은 물론 아마존 프라임 동영상 서비스도 협업 물망에 오를 가능성도 있다. 아마존 프라임은 넷플릭스, 훌루 등과 OTT 3대 업체로 꼽힌다. SKT가 넷플릭스 견제와 신규 이용자 확보 측면에서 아마존 프라임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있다.

    현재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와 손을 잡고 있는 상황 속에서 SK텔레콤은 유일하게 자회사 SK브로드밴드를 통해 망사용료를 둘러싸고 넷플릭스와 대립하고 있어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넷플릭스를 견제할 외국계 OTT 서비스로 아마존을 선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국내 시장 진출이 다소 지연된 디즈니의 OTT 서비스 디즈니플러스 역시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 OTT업계에 따르면 디즈니플러스 독점 제휴를 위해 KT와 LG유플러스가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LG유플러스의 경우 이미 넷플릭스 독점 제휴를 통해 IPTV 점유율을 크게 늘린 경험을 갖고 있는 만큼, 이번 디즈니플러스 제휴에도 상당한 공을 들일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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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장 개봉을 패스하고 OTT 개봉을 결정한 SF영화 <승리호>
    ▶발등에 불 떨어진 쿠팡 OTT 반격

    한국판 아마존을 꿈꾸는 쿠팡을 비롯해 기존 유통사들도 OTT 시장 참여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먼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쿠팡은 지난 1월 박대준 전 정책담당 부사장을 신사업부문 대표이사로 선임한 뒤 전방위적 사업 다각화를 추진해왔다.

    음식 배달 서비스인 ‘쿠팡이츠’와 핀테크 사업인 쿠팡페이(쿠페이)가 대표적이다. 쿠팡은 내년 OTT 서비스 출시를 목표로 최근 프로젝트팀을 꾸린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최근 정관에 ‘온라인 음악 서비스 제공업’과 ‘기타 부가통신 서비스(온라인 VOD 콘텐츠 서비스)’를 사업 목적으로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10월 17일부터 지난 11월 7일까지 ‘쿠팡와우 플레이’와 ‘로켓와우 플레이’ ‘쿠팡스트리밍’ ‘쿠팡플레이’ ‘쿠팡오리지널’ ‘쿠팡 티비’ ‘쿠팡플러스’ ‘쿠팡비디오’ ‘쿠팡라이브’ 상표권을 잇달아 출원했다. 쿠팡은 앞서 지난 7월 싱가포르의 OTT 업체 ‘훅(Hooq)’을 인수하기도 했다. 쿠팡의 이런 행보들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사업 진출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라이브 커머스 분야 경력직원 채용에 나서는 등 방송 관련 인력을 모집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OTT 서비스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은 내지 않고 있다.

    쿠팡 외에 기존 유통 강자들은 쿠팡과 네이버 같은 신흥 플랫폼의 성장에 위협받는 처지에 놓여 연합전선 구축이 시급해졌다. 자체 인력을 키워 디지털 전환 작업을 진행해서는 변화하는 시장의 속도를 쫓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로켓배송’으로 유통의 판을 바꾼 쿠팡은 OTT 서비스 외에 중고차 거래(쿠릉) 사업까지 준비하고 있다.

    이에 대항해 신세계그룹도 미디어콘텐츠 자회사 마인드마크를 통해 지난 6월 드라마 제작사 실크우드를 인수한 데 이어 10월에는 스튜디오329 지분 55.13%를 45억원에 사들인 상태다. 스튜디오329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의 제작사다.

    네이버는 온라인 거래액 20조원으로 단숨에 1위를 꿰찬 데 이어 약점이었던 배송을 CJ 대한통운과의 주식 맞교환을 통해 해결하고, 콘텐츠 사업 확대까지 노린다. 이에 맞서 롯데쇼핑과 신세계 등 유통 공룡들은 온라인과 배송을 강화하고 특화매장 등 차별화 전략으로 생존을 위한 변신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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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극장과 동시 개봉한 <뮬란>
    ▶기존 업체들은 활발한 혈맹

    단점 보완하고 시너지 노림수


    기존 OTT IT·콘텐츠 대기업들 간의 ‘합종연횡’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또한 이들은 기존 넷플릭스 등 OTT 기업들의 전략이었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10월 26일 네이버와 CJ그룹은 6000억원 규모의 상호 지분투자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콘텐츠를 발굴하고, 이커머스 시장에서 혁신적인 물류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양사가 교환하는 상호 지분 6000억원 중 절반인 3000억원은 콘텐츠 역량을 갖춘 CJ ENM(1500억원)과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1500억원)에 투입된다. 이외 네이버는 CJ ENM으로부터 분사해 JTBC와 합작법인(JV)으로 새로 출범하는 OTT 티빙의 지분 투자에도 참여한 바 있다.

    네이버 측은 CJ와의 제휴를 발표하며 “CJ ENM, 스튜디오드래곤과 보유한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하겠다”며 “다변화되고 있는 콘텐츠 소비 패턴에 부합하는 가상현실(VR)·증강현실(AR)을 적용한 실감형·숏폼 콘텐츠 등을 제작할 예정”이라며 콘텐츠 시장에서도 공격적으로 나설 거라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에 앞서 SK텔레콤과 카카오는 지난해 10월 3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교환하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SK텔레콤이 자사주를 카카오에 매각하고 카카오는 신주를 발행해 SK텔레콤에 배정하는 방식이었다. 당시 커머스, 모빌리티, 콘텐츠 등 전방위적 협업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이후 마땅한 결과물이 없었다. 1년이 지난후 카카오와 SK텔레콤이 ‘웨이브’에 카카오M의 콘텐츠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웨이브에서는 카카오TV의 오리지널 콘텐츠인 <연애혁명>과 <아만자>가 제공되고 있다. 향후 <며느라기> <아직 낫서른>까지 총 4개의 카카오M 오리지널 콘텐츠 작품이 오는 2021년 1월까지 순차적으로 웨이브에서도 함께 방영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SK텔레콤과 카카오 간의 ‘초협력’을 계기로 국내 콘텐츠 업계에 진출한 대기업들 간의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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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종 OTT 업체인 왓챠는 지난 9월 16일 일본에서 정식 서비스를 개시했다. 한국 OTT 업체 최초 해외 진출이다. 2011년 영화 추천 서비스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왓챠는 2016년 영화 중심의 OTT 플랫폼 왓챠플레이를 내놨다. 해외 진출을 앞두고 왓챠플레이를 왓챠로, 기존 영화 추천 서비스 왓챠는 왓챠피디아로 이름을 바꿨다. 왓챠가 영화 큐레이팅 서비스보다 OTT에 무게를 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왓챠는 최근 국내 오프라인 영화업계 1위 업체인 CJ-CGV와 전략적 제휴를 맺기도 했다. 양사는 데이터 및 플랫폼 연계를 통한 온·오프라인 상호 협력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지난 11월 9일 최병환 CGV 대표는 지난 9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 박태훈 왓챠 대표를 만나 포괄적 업무 협약(MOU)을 체결했다. 영화관과 OTT가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플랫폼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건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처음이다. 양사는 해외에서도 협력을 추진한다. CJ CGV가 이미 진출한 국가에 한국에서의 양사 협력 모델을 소개하고, 공동 서비스를 내놓는 방안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최 대표는 “20여 년간 극장 플랫폼을 운영해 온 CGV와 개인 사용자 경험에 특화된 OTT 서비스의 왓챠가 상호 협력함으로써 시너지효과를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극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끌어 나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번 업무 협약으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며 “왓챠만의 노하우와 데이터 관련 기술력을 통해 고객들에게 새롭고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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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종 OTT가 넷플릭스 제쳤다?

    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의 평균 이용시간이 넷플릭스보다 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글로벌 앱 분석 업체 앱애니는 올해 3분기 국내 동영상 스트리밍 상위 10개 앱의 사용자당 평균 이용시간을 조사한 결과 유튜브가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2위는 아프리카TV, 3위는 트위치가 각각 차지했고, 웨이브는 4위로 넷플릭스보다 한 계단 높았다.

    실사용자 규모나 총 사용시간에서는 넷플릭스가 높지만, 평균 이용시간에서는 웨이브가 앞서며 국내 OTT 플랫폼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됐다. 앱애니는 측은 “최근 웨이브는 콘텐츠에 공격적인 투자를 하며 토종 OTT 플랫폼을 넘어 글로벌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드라마·예능·콘서트 등 오리지널 시리즈를 제작하고 해외 시리즈의 독점 및 최초 공개에 나서는 등 콘텐츠 경쟁력을 높여 국내 시청자들의 이탈률을 최소화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한편 국내 상위 10개 동영상 스트리밍 앱의 사용시간은 1년 전보다 13%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3호 (2020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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