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이버-CJ 6000억원대 지분 교환으로 전략적 동맹, 콘텐츠 물류 시장 공략… 한국판 넷플릭스 꿈꾼다

    2020년 12월 제 123호

  • 네이버가 쿠팡처럼 당일배송 시스템을 안착시키면 압도적인 e커머스 1위로 우뚝 설 수 있을까. 네이버가 CJ대한통운의 지분을 취득하면서 네이버-쿠팡의 국내 쇼핑 양강 체제에 균열이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가 사실상 온라인 쇼핑 세계에서 왕관을 거머쥐고 있는데, 쇼핑의 마지막 남은 퍼즐인 물류 인프라를 확보하게 되면 모든 쇼핑 수요를 빨아들이는 최상위 포식자로 거듭날 것이라는 얘기다. CJ와의 전격적인 지분 교환이 몰고 올 쇼핑 시장 후폭풍에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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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J대한통운 곤지암 풀필먼트 센터에서 작업자가 LG생활건강 제품을 주문에 맞게 선별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10월 말 CJ그룹과 ‘공동지분교환 협약식’을 갖고, 6000억원 규모의 지분 교환을 합의했다.

    네이버는 이로써 CJ대한통운 주식 약 3000억원어치(179만1044주)와 CJ ENM 주식 1500억원어치(109만5690주), CJ ENM 계열사인 스튜디오드래곤 주식 1500억원어치(187만7345주)를 취득하게 됐다. 지분으로 따지면 CJ대한통운 지분의 7.85%, CJ ENM 지분 4.996%, 스튜디오드래곤 지분 6.26%를 갖게 된 것이다. 이로써 네이버는 CJ대한통운과 CJ ENM의 3대 주주, 스튜디오드래곤의 2대 주주가 된다.

    CJ대한통운은 네이버 주식 3000억원어치(104만7120주)를 취득한다. CJ대한통운의 네이버 지분율은 0.64%가 된다. CJ ENM과 스튜디오드래곤도 네이버 지분을 각각 0.32%씩 보유하게 된다. 네이버와 CJ대한통운·CJ ENM은 자사주를 매각했고, 스튜디오드래곤은 3자 배정 유상증자(신주 발행) 방식을 택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협약식에서 “콘텐츠·물류에서 독보적인 역량을 가진 CJ그룹과 협업으로 국내외 사용자에게 새로운 경험과 편의를 제공하고자 한다.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은석 CJ주식회사 경영전략총괄은 “앞으로도 다양한 형태의 개방적 협력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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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2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호텔에서 한성숙 네이버 대표(왼쪽)와 최은석 CJ주식회사 경영전략 부사장이 CJ-NAVER 사업제휴 합의서 체결식을 가졌다.
    ▶네이버, 24시간 당일배송 체계 구축 포석

    네이버의 이번 협력 키워드는 ‘물류배송’ ‘스마트스토어’ ‘브랜드스토어’로 분석된다. 네이버는 그간 약점으로 지적돼 온 배송 시스템을 개선해 24시간 당일배송 체계를 구축하고, 자체 물류를 구축하기 어려운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들에게 편의성이 높은 물류 배송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CJ대한통운의 물류 시스템을 싼 가격에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면 네이버의 쇼핑 시장 지배력은 더욱 강화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중소상공인인 스마트스토어 셀러뿐만 아니라 규모가 큰 대형 브랜드인 브랜드스토어까지 확장해 커머스 사업의 1인자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다.

    지난 2분기 기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는 35만 개로 확대됐고, 연매출 1억원을 넘어서는 판매자만 2만6000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그동안은 자체 물류 시스템을 확보하지 않아 물류 협력사에 대한 투자를 기반으로 스마트스토어 지원책을 고민해왔다.

    지난 3월에 위킵(투자액 55억원), 두손컴퍼니(네이버 포함 누적 투자금 64억5000만원) 등 풀필먼트(Fulfillment·물류 일괄 대행 서비스) 기업에 투자했으며, 2017년에는 IT 기반 종합 물류 플랫폼 기업 메쉬코리아에도 350억원을 투자했다. 풀필먼트는 온라인에서 상품을 주문한 뒤 배송할 때까지 모든 물류 과정을 대행해주는 서비스다. 물류창고에 재고를 보관해주고 주문이 들어오면 물건을 바로 포장해 배송한다.

    네이버의 풀필먼트 구축 전략은 네이버가 직접 물류를 수행하지는 않는 방식으로 구현된다. 수많은 물류 파트너의 서비스를 플랫폼에 모아서 물류가 필요한 입점 판매자들의 니즈에 맞춰 제공하는 형태다. 네이버는 CJ대한통운의 풀필먼트 서비스를 스마트스토어와 연계하는 방향으로 협력 관계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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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J대한통운은 지난 8월 온라인 쇼핑몰을 대상으로 물류 배송을 대행하는 ‘e-풀필먼트 서비스’를 본격화한다고 밝힌 바 있다. 쇼핑몰 입점 업체가 상품을 물류센터로 보내면 창고 입고에서부터 배송까지 모든 절차를 CJ대한통운이 대행한다. 입점수수료 등이 부과되지만 쿠팡, 마켓컬리, SSG닷컴 등처럼 자체 물류망을 구축하는 데 드는 직접투자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CJ대한통운은 아시아 최대 규모의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2018년 경기 광주시 곤지암에 완공한 ‘메가허브터미널’은 축구장 16개를 합친 규모(11만5500㎡)다. CJ오쇼핑, 일부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등이 입주했지만 아직 여유 공간이 넓다. 곤지암 풀필먼트 센터 구축에 3800억원을 투자한 CJ대한통운은 네이버 쇼핑 입점사들을 잠재 고객으로 확보하게 돼 양측이 서로 윈윈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풀필먼트 시장 규모가 올해 약 1조8800억원에서 2022년 2조3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네이버는 이처럼 CJ대한통운의 풀필먼트 대행으로 24시간 배송 체계를 구축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네이버는 24시간 배송 체계에 대한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혀왔는데, 이번 CJ대한통운 지분인수는 구체적인 행동을 명확히 보여준 것이라는 얘기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스마트스토어 상품 특성, 기업 규모에 따라 다양한 배송 체계를 제공할 계획이다. 단순히 빠른 것 외에도 정확한 배송, 고급 배송 등 원하는 형태가 다양할 것이고 협력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자체 물류를 구축하기 어려운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들이 보다 저렴하고 편리하게 물류 서비스를 이용하게 하기 위함이다.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로 스몰 비즈니스를 확대하는 동시에 대형 브랜드를 직접 끌어들이는 ‘브랜드스토어’도 올해 200개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패션과 뷰티, 생필품 등 각 분야를 선도하는 대형 브랜드가 네이버 안에서 판매 채널로 구축되는 것이다. 이미 지난 상반기에만 95개의 생필품, 뷰티, 가전 등 국내외 브랜드들이 브랜드스토어로 입점했다. 대표적인 예는 LG생활건강이다. LG생활건강은 지난 4월부터 네이버 브랜드스토어에 입점한 뒤 CJ대한통운의 풀필먼트 시스템을 통해 오후 11시 30분까지 주문한 상품을 24시간 이내 배송하는 서비스를 이미 시작했다. 이에 당일·익일배송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아울러 양사는 물류 관련 기술개발에도 상호 협력할 방침이다. 수요 예측, 물류 자동화, 재고배치 최적화, 자율주행, 물류 로봇 등의 디지털 물류 시스템을 한층 정교화해 스마트 물류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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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웹툰·웹소설의 영상화 시너지 ‘한국판 마블’ 도약하나

    네이버의 스튜디오드래곤·CJ ENM과의 협력은 크게 ‘콘텐츠 경쟁력 확보’ ‘라이브 커머스 대비’ 등 두 가지 측면으로 분석된다.

    먼저 콘텐츠 협력 측면에서는 네이버의 웹툰·웹소설 IP(지적재산권) 기반 드라마 제작이 용이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CJ ENM의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돼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쌉니다 천리마마트> <타인은 지옥이다>는 네이버웹툰이 원작이었다. 이미 스튜디오드래곤은 네이버웹툰 <유미의 세포들>을 원작으로 드라마를 만들고 있다. 네이버는 “네이버, CJ ENM, 스튜디오드래곤의 IP, 플랫폼, 제작 역량을 결합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콘텐츠를 시장에 선보일 방침”이라고 예고했다.

    웹툰이나 웹소설은 소재가 참신하고, 화제성이 높은 덕분에 드라마로 제작되기 쉽다. <미생> <타인은 지옥이다> 등도 웹툰으로 시작해 드라마로 꽃 피운 대표 콘텐츠다. CJ ENM과 스튜디오드래곤은 드라마나 영화 소재 확보 창구를 마련하고, 네이버는 웹툰·웹소설의 2차 콘텐츠 확대에 통로를 확보하는 등 양사가 시너지를 낼 전망이다.

    네이버는 특히 네이버웹툰에 누적 투자 자금만 4300억원이 넘을 정도로 공을 들이고 있고, 그 결과 지난 8월 기준 전 세계 월간 순사용자(MAU)가 6700만 명을 돌파했다. 작년 말 기준 100개 국가 구글플레이 앱마켓에서 만화 분야 수익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네이버웹툰 플랫폼은 한 지역의 콘텐츠가 각 국가로 연결되는 ‘크로스 보더’ 플랫폼으로서 작동하고 있다. 전 세계 웹툰 유통의 창구 역할을 하는 셈이다. 예를 들어 한국 작품 <여신강림>은 미국, 일본, 태국, 프랑스 등 글로벌 각국에서 인기 순위 상위에 올라있고, 최근 글로벌에서 연재를 시작한 한국 작품 <더 복서>도 미국, 태국 등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미 알려진 웹툰·웹소설을 드라마화할 시 전 세계로 파급효과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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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CT DREAM ‘Beyond LIVE’ 공연 장면


    CJ ENM은 이미 영화 <기생충>, 드라마 <도깨비>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콘텐츠 기획력을 이미 검증받았다. 스튜디오드래곤도 <도깨비> <비밀의 숲> <사이코지만 괜찮아> <사랑의 불시착> 등을 제작하며 한국 대표 제작사로 꼽힌다. 탁월한 제작능력을 인정받아 CJ ENM 드라마 사업부문에서 독립회사로 분할한 뒤, 2017년 11월에는 주식회사 상장에 성공했다.

    카카오가 카카오M을 통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해 카카오TV로 송출하는 것처럼, 방송 채널을 가진 CJ ENM과 드라마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이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한 뒤 네이버를 통해 송출한다면 파급효과가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CJ ENM은 네이버와의 협업 덕에 해외매출 비중을 적잖이 끌어 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네이버가 국내뿐 아니라 라인을 통해 일본과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주요 플랫폼 사업자라는 점에서 CJ ENM의 유통 플랫폼 부재라는 단점을 없앨 수 있게 됐다. 네이버 관계자는 “양사가 공동으로 투자한 프리미엄 IP 중 일부를 CJ가 우선적으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고(高)부가가치 영상 콘텐츠로 제작하는 방식으로 협업이 진행될 것이다. 이를 위해 양사는 공동 콘텐츠 투자 펀드 조성을 포함해 앞으로 3년간 총 3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콘텐츠 측면에서 ‘K팝’도 두 그룹의 시너지가 기대되는 대표적 분야다. CJ ENM은 음악전문채널 엠넷을 주축으로 K팝 콘텐츠 제작에 정평이 나 있다. 해외 대표 한류 행사인 ‘케이콘’은 누적 관객이 100만 명에 달할 정도다. 빅히트와 합작해 만든 아이돌 육성프로그램 <아이랜드>는 글로벌 팬덤의 이목을 끌었다. CJ ENM의 K팝 콘텐츠 제작능력에 네이버 플랫폼이 더해져 세계적 주요 장르로 떠오른 K팝의 확장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콘서트의 온라인화(化)도 기대된다. 네이버는 이미 SM과 손잡고 지난 4월 세계 최초 유료 온라인 콘서트 ‘비욘드 라이브’ 시리즈를 성공시켰다. 기존 공연 실황을 중계하는 걸 넘어서, 증강현실·가상현실 등 첨단기술을 구현해 온라인 공연의 새 지평을 열었다. ‘케이콘’ 온라인 공연이 ‘비욘드 라이브’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네이버는 이미 한국 대표 엔터테인먼트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SM에 1000억원 규모 투자를 단행했고, 앞서 YG엔터테인먼트에도 1000억원 규모를 투자하며 관련 경쟁력을 키운 바 있다. 아울러 가상현실(VR)·증강현실(AR)을 적용한 실감형 콘텐츠 제작도 탄력을 받을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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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튜디오드래곤 제작 드라마 포스터


    한편 이 같은 콘텐츠 경쟁력 확보 차원과 더불어 ‘라이브 커머스 대비’ 차원의 인수라는 분석도 있다. 네이버는 지난 3월 라이브 커머스 서비스인 셀렉티브를 론칭했고 7월에는 이를 쇼핑 라이브로 명칭을 바꿔 힘 있는 라이브 커머스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자회사 스노우가 운영하는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 ‘잼라이브’까지 인수했다.

    CJ그룹 차원에서는 실시간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인 ‘티빙(TVING)’의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 OTT 후발주자인 티빙은 네이버와 손잡고 번들링(묶음판매) 서비스 등을 진행해 신규 고객 확보의 기회가 열렸다. 이로 인해 멤버십 결합 상품 등도 출시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를 비롯한 글로벌 OTT 서비스에 맞설 수 있게 힘을 모으겠다는 계획이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OTT 시장 규모는 2014년 1926억원에서 연평균 26.3%씩 성장해 올해 7801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모바일을 통한 동영상 시청이 대중화되고,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OTT를 활용한 다시보기·몰아보기도 증가하는 추세다. 5G 보급으로 VR·AR 영상 콘텐츠 부문도 성장이 기대되는 등 OTT 시장 확대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버와 CJ의 결합이 파급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얘기”라고 분석했다.

    [홍성용 매일경제 모바일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3호 (2020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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