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산업화 과정 따라가는 아세안은 기회의 땅” LS그룹이 현지 도시화 사업에 공들이는 이유

    2021년 07월 제 130호

  • 지난 4월 구자열 LS회장은 주한 아세안 국가 대사 10명을 LS용산타워로 초청해 LS그룹의 사업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주한 아세안 국가 대사들은 ‘아세안 커미티 인 서울(ASEAN Committee in Seoul, ACS)’이란 모임을 만들어 오랫동안 한·아세안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해왔는데, 주로 정부나 기관들을 상대로 모임을 가져왔다. 특정 대기업과의 단독 만남은 그리 흔하지 않은 모양새다.

    신남방정책 추진 이후 국내 기업들의 아세안 진출이 크게 늘고 있는 가운데 LS그룹의 이 같은 행보는 단연 눈에 띈다. 대기업 집단 중에서도 앞서 아세안에 진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식지 않는 현지 시장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LS의 아세안에 사업에 대한 의지가 선언적 의미에 그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그룹 총수가 ACS 모임을 주재했다는 데서도 이를 단적으로 엿볼 수 있다. 또 양측의 만남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점도 LS가 그룹차원에서 얼마나 아세안에 공을 들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LS그룹의 계열사인 LS일렉트릭은 5월 ACS와 따로 자리를 만들어 함께했는데, 4월 양측 만남의 연장선상이었다. LS일렉트릭은 ACS 소속 대사들을 청주사업장으로 초청해 스마트팩토리 생산라인을 소개했다. 이 같은 LS그룹과 ACS의 만남이 관심을 끄는 것은 보통 이런 종류의 모임은 비공식적으로 진행되고 잘 알려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때문에 양측의 만남이 공개된 것은 양측 사이에 그럴 만한 요인이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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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열 LS그룹 회장과 ‘아세안 커미티 인 서울’ 주한 아세안 대사 10명이 LS용산타워를 방문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이에 대해 LS그룹 측은 “큰 배경은 없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양측이 서로를 필요로 하는 존재라는 점은 이견이 없어 보인다. 전선, 동관 등을 생산하는 LS의 사업 구조는 현지 밀착형이 될 수밖에 없고, 아세안 입장에서는 LS그룹으로부터 자국 발전에 필요한 것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구자열 회장은 ACS와의 만남 당시 “아세안은 LS를 포함한 한국 기업에게 매우 중요한 시장이며, 아세안의 무궁무진한 성장가능성으로 인해 그 중요성은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한 뒤, �캪S가 대한민국의 산업화 초기 인프라 발전에 기여해 왔듯 아세안 국가의 경제 발전에도 기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세안은 2015년 경제공동체를 출범시키면서 단일 경제 권역으로서 발전을 꾀하면서 세계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정체 상태에 있지만 성장 잠재력은 세계 어느 지역보다도 크다. 이 과정에서도 사업적 기회는 많이 발생하지만, LS가 수혜를 더 받을 수 있는 공간은 아세안이 노력 중인 10개국 간의 ‘빈부 격차 해소’에 있다. 아세안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세안 연계성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핵심 요지는 각국의 인프라 사정을 개선시켜 아세안을 단일 경제 영토로 쓰자는 것이다. 아세안이 현재 가장 주력하는 사업 분야이기도 하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아세안의 연계성 사업이 각국의 도시화 사업으로까지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통계업체인 스타티스타에 따르면 아세안 10개국 중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브루나이를 제외하곤 나머지 국가들의 도시화율은 60% 미만에 그친다. 2025년까지 아세안서 앞선 경제력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받는 태국과 인도네시아조차 60%를 겨우 웃도는 도시화율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성장이 가장 빠른 베트남의 도시화는 더 더디다. 2025년이 되어서도 약 40%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이 같은 아세안 도시화는 인프라 사업보다 더 밀접한 사업 환경을 LS그룹에 제공할 수 있다. 도시화는 건물 현대화, 각국 내 도로망 개선 등을 필수적으로 수반해 LS의 주력 품목들의 수요가 크게 늘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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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S일렉트릭에서 아세안 대사들을 청주사업장으로 초청해 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LS가 대한민국 발전 초기 인프라 시장 장악을 통해 발전해 왔듯이 똑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아세안인 것이다. 그래서 LS는 이를 염두에 두고 전선, 동관, 배전반 등 도시화가 필요한 품목들을 현지에서 생산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현재 LS가 아세안 내에서 가장 주력하고 있는 국가는 베트남이다. 도시화가 2025년이 돼도 50%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베트남 정부의 인프라에 대한 투자도 계속 이뤄지고 있다. 매년 GDP의 5.7%를 인프라 개선에 투자한다는 것이 베트남 정부의 구상이다.

    베트남은 LS그룹이 가장 먼저 진출한 아세안 국가이기도 하다. 1996년 LS전선이 하이퐁에 법인을 세우며 베트남에 첫 진출한 뒤, 2006년 경제수도 호찌민에 추가로 생산공장을 지었다. 현지 내수용 초고압·배전용 케이블을 생산하고 있는데, 양측 현지 고용 인원만 해도 1000명 가까이 된다. 베트남에는 LS전선 외에도 LS일렉트릭(1997년), LS엠트론(2014년)이 진출해 있고, 동관을 생산하는 LS 메탈도 지난해 둥지를 틀었다. 현재 LS그룹이 아세안 전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법인은 총 12곳으로, 베트남을 포함해 미얀마,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4개국에 진출해 있다.

    이들 아세안 진출 LS그룹 계열사들의 실적은 성장세를 구가하다가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을 맞아 잠시 꺾였다. 아세안에서도 코로나19가 퍼지면서 글로벌 투자가 줄었고 이에 따라 인프라, 도시화 사업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LS그룹 측에 따르면 올해는 다시 예년 수준으로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S그룹의 아세안 매출이 가장 큰 것이 동 제련 분야다. 지난해 3억7000만달러를 현지에 팔았다. 그 다음은 전선으로, 2억달러 규모의 매출을 일으켰다. 전력기기, 전선시스템 등 일렉트릭 분야의 매출도 1억달러나 됐다. 글로벌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열풍에 뜨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분야가 아세안서 성장하고 있는 것도 LS그룹의 추가 실적 향상에 보탬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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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S그룹의 베트남 법인 전경


    신재생에너지 분야 중 아세안서 새롭게 주목 받고 있는 분야는 해상 풍력이다. 특히 베트남에서 관심이 뜨겁다. 2030년까지 5.2GW의 신규 풍력 단지가 설치될 전망이어서 LS전선이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별개로 LS그룹도 아세안에 적극적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LS 측은 “향후 아세안 내 기존 공장 확장 투자 및 신규 공장 설립 등 약 1억달러(약 1100원)를 추가로 투자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현지 네트워크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베트남 전력청, 싱가포르의 SP그룹 등 현지 대표 기업들 20여 개사와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다.

    LS는 기업 외적인 분야에서도 아세안과의 관계 형성에 애쓰고 있다. 2020년부터 베트남 프로축구 1부 리그의 공식 후원하고 있으며, 2007년부터 베트남, 인도,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등지에 LS 임직원과 대학생으로 구성된 LS 대학생해외봉사단을 파견하고 있다. 또 베트남 하이퐁·하이즈엉·호찌민·동나이 등에 총 16개의 초등학교 교실을 준공해 현지 교육 인프라 개선에도 힘쓰고 있다.

    구자열 LS그룹 회장은 개인적으로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주한 베트남 명예영사직을 맡아 양국 간 관계 개선에 앞장서는 민간외교관 역할을 한 바 있다.

    [문수인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0호 (2021년 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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