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터리 전쟁 2라운드 키워드는 반값 미국 차세대

    2021년 09월 제 132호

  • 2020년을 기점으로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내자 배터리 업계는 재빠르게 움직였다. 완성차 업체와 함께 배터리 합작사를 설립하고 조 단위의 투자와 증설로 대응했다. 전기차 스타트업부터 대형 완성차는 물론 전기 오토바이 등 가리지 않고 배터리를 공급하며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자동차 전지의 연장선이라 할 수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도 확대했다. 업계에서는 “쉬지 않고 배터리 공장을 돌렸다. 만드는 순간 사라졌다”는 말이 나왔다.

    예상치 못했던 전기차 시장의 확대에 대응한 지 1년이 지났다. 이제 배터리 업계의 화두는 크게 세 가지로 귀결되고 있다. 바이든 정부 출범 후 중국, 유럽보다 빠른 성장이 예고되고 있는 미국 시장 공략과 배터리 가격을 지금의 절반으로 낮추는 ‘반값 경쟁’, 마지막으로 기존 설비 공장을 그대로 활용하면서 성능은 극대화한 ‘차세대 리튬이차전지’ 출시다. 먼저 달성하는 자가 시장을 장악한다. 전기차 배터리 업계의 2차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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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월 워싱턴DC 백악관 뜰에서 무공해차 생산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전기차 빅뱅의 중심으로 떠오른 미국

    지난 4월 11일 오전(한국시간).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를 놓고 미국에서 소송을 벌이던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미국 대통령의 국제무역위원회(ITC) 판결에 대한 거부권 행사 시한을 하루 앞두고 극적으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양사의 합의로 한국 배터리 기업들이 CATL과 BYD 등 중국 기업들의 빠른 성장세에 대응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넓은 내수 시장과 정부 지원책을 등에 업고 빠른 성장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를 토대로 제2의 전기차 시장으로 급부상한 유럽 진출을 모색하며 한국 기업들을 위협했다. 한국 기업들은 일찌감치 유럽에 생산기지를 마련하고 시장 확보에 나섰지만 중국의 공세는 거셌다. 지난해 초 LG에너지솔루션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1위에 올랐지만 잠시뿐이었다. CATL의 점유율은 2020년 18%에서 2021 상반기 27%로 급등하며 LG에너지솔루션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유럽 전기차 시장에 중국 기업들이 진출하면서 한국 입장에서는 중국의 추격에 맞설 새로운 시장이 필요했다. 미국 시장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친환경 정책을 강조하면서 북미 시장 전기차 보급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기 때문이다. 반면 미·중 갈등에 따라 중국 기업들이 미국 현지에 배터리 공장을 짓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골드만삭스는 바이든 대통령 당선 이후인 지난해 12월 미국 전기차 시장 전망을 상향 조정하며 전기차 보급 대수가 지난해 30만 대에서 2025년 240만 대, 2030년 480만 대, 2035년 800만 대 등 연평균 25% 이상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8월 6일(현지시간), 연평균 25%라는 성장률은 재차 수정됐다. 바이든 대통령이 주요 완성차 업체와 2030년 신차 기준 전기차 판매 비중을 50%로 확대하겠다는 행정명령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업계에서 추정하는 2030년 미국 완성차 시장의 신차 기준 전기차 비중은 38%선. 이를 50%로 확대하려면 미국 전기차 시장은 앞으로 연평균 40% 이상의 고성장을 이어가야 한다. 이는 현재 전기차 시장 1, 2위인 중국, 유럽을 앞지르는 성장률이다. 이에 따라 미국 시장 배터리 수급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미국은 전기차 배터리 상당수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2020년 한 해 미국의 리튬 배터리 수입 규모는 47억달러, 이 중 중국(43.4%), 한국(19.5%), 일본(13.2%)이 전체의 76%를 담당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국이 자국 내에서 생산된 배터리에 무관세 혜택을 부여하기로 한 만큼 현재 미국에 생산기지를 확보한 파나소닉과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 미국 진출을 예고한 삼성SDI 등 한·일 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한국이 유리하다. 미국 현지에 설치된 배터리 공장은 2020년 기준 파나소닉이 80%로 압도적이지만 추가 투자에 망설이던 사이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잇따라 GM, 포드와 합작사를 설립하면서 2022년에는 한국 기업 점유율이 55%로 파나소닉(42%)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삼성SDI까지 가세하면 미국 배터리 시장의 약 70%를 한국이 점령할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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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00만원 넘는 배터리 가격을 400만원으로?

    전기차 전환 바람에 그동안 꿈쩍도 하지 않던 도요타와 파나소닉도 움직이고 있다. 이제껏 내연기관과 전기차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차량에 ‘올인’하던 도요타는 올해 3월 미국 인디애나주 공장에 8억300만달러(약 8900억원)를 투자해 기존 생산 설비를 전기차 설비로 교체했다. 또한 올해 배터리 사업 투자액을 전년도의 두 배 수준인 1600억엔(약 1조6229억원)으로 확대했다. 테슬라에 배터리를 공급하며 한때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1위를 달리던 파나소닉도 최근 각형 배터리 기술 확보에 나서며 공급처 확대를 꾀하는 모양새다.

    전기차 전환에 늦었다는 평가를 받는 도요타. 테슬라에 올인하며 보수적인 투자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3위까지 떨어진 파나소닉. 이들이 합작한 배터리사 프라임 플래닛 에너지&솔루션(프라임 플래닛)은 최근 ‘반값 배터리’ 출시를 언급했다. 업계 관계자는 “판을 뒤집기 위한 전략”이라며 “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 코다 히로아키 프라임 플래닛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내년까지 배터리 생산비용을 현재의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나아가 2025년까지 70%까지 절감해 나간다는 전략을 세웠다고 한다. 코다 CEO는 “전략이 성공한다면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을 추월할 수 있다”며 “기반은 거의 구축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도요타와 파나소닉이 합작해 만든 프라임 플래닛은 주로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차량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생산한다. 도요타가 전 세계 하이브리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만큼 프라임 플래닛은 하이브리드 배터리 시장에서 점유율 25%로 독보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도요타가 2030년 전기차 생산량을 현재의 4배인 800만 대로 확대하겠다고 밝히면서 프라임 플래닛은 전기차 배터리 경쟁력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도요타는 전기차 경쟁에서 뒤처졌고, 파나소닉은 테슬라에 집중하다 한국과 중국 기업에게 시장을 내주고 있는 상황”이라며 “반값 배터리 출시로 경쟁사 잡기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코다 CEO는 “배터리 재료에서 60%, 생산 및 설비 투자에서 가격의 40%를 절감할 수 있다”며 “일본과 중국 공장 라인 증설을 토대로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작업에 이미 착수했다”고 덧붙였다. 현재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 가격은 1kWh당 120달러. 가장 일반적인 60kWh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 가격만 약 7200달러(약 825만원)에 달한다. 전기차 원가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을 업계는 30~40%로 보고 있다. 전기차 가격이 내연기관 차량보다 비싼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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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SDI가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젠5’를 소개하고 있다.


    현재 한국 일본 중국을 비롯해 미국 유럽 등 거의 모든 국가가 나서 전기차를 사는 소비자에게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1000만원가량의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시장을 키우고 있다.

    배터리 가격이 지금의 50~60%로만 떨어져도 전기차 가격이 내연기관 차량과 비슷해질 수 있고, 이에 따라 전기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따라서 완성차 업체, 배터리 기업 모두 원가 절감에 사활을 걸고 있다. 테슬라는 이미 지난해 2024년까지 배터리 가격을 현재의 절반으로 낮춘다고 발표했고 올해 폭스바겐도 2023년까지 반값 배터리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스텔란티스 또한 2024년까지 배터리 가격을 지금보다 40% 낮추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GM과 포드가 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과 합작사를 설립한 이유이기도 하다. 단순히 배터리를 사는 것보다 합작사를 만들어 자체 생산하는 것이 가격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배터리 기업 입장에서는 가격을 낮추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으로는 원료의 안정적인 확보를 꼽을 수 있다. 원료가 배터리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60%에 달하는 만큼 니켈, 코발트 같은 원료를 장기간, 싸게 확보하면 가격을 낮출 수 있다.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이 인도네시아에 합작사를 짓는 대표적인 이유다. 인도네시아는 배터리 원료인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의 광물 매장량이 상당히 많다. 특히 배터리 원료 가격의 약 40%를 차지하는 양극재의 핵심으로 꼽히는 니켈은 전 세계 매장량의 약 20%가 매장돼 있다. CATL은 코발트와 망간보다 가격이 저렴한 인산, 철 소재를 사용하는 LFP 배터리를 통해 가격을 낮추고 있다.

    원료 확보가 외부 요인이라면 배터리 기업 스스로 원가 절감을 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규모의 경제’를 들 수 있다. 업계에서는 연간 50GWh 이상 배터리를 생산하면 규모의 경제가 발생,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은 이를 훌쩍 넘겼고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은 50GWh에 다다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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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시에 위치한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전경
    ▶2023년부터 배터리 부족 전망

    “어? 전고체 전지는 왜 보이지 않지?”

    도쿄올림픽 폐막식이 열린 지난 8월 8일. 폐막식이 끝날 때까지 꿈의 배터리라 불리는 ‘전고체 전지’는 등장하지 않았다. 2017년, 도요타가 “도쿄올림픽에 전고체 전지가 탑재된 실험용 차를 공개하겠다”고 선언한 뒤 전기차 및 배터리 업계의 화두였던 전고체 전지. 하지만 도요타의 선언은 불발됐다. 업계는 “예상했다”는 반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기술로 보면 전고체 전지 상용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며 “도요타의 선언을 두고 업계에서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요타가 지금까지 완성차 업계에서 보여준 기술력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던 만큼 업계는 “도요타가 무언가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지난 한 해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전지로 사용되는 ‘리튬이온전지’보다 더 많이 대중에게 알려진 배터리가 바로 전고체 전지다. ‘차세대 전지’ ‘게임 체인저’ ‘화재 없는 전지’ 등 좋은 단어는 모두 갖다 붙인 수식어와 함께 전고체 전지를 먼저 개발하는 자가 배터리 시장을 좌지우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아직 전고체 전지는 상용화 단계에 들어서지 못했다. 당분간 이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전지란 에너지 준위가 다른 두 개 활성물질(활물질)을 이용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자’의 이동을 통해 ‘전기’를 만들어 내는 장치다. 예를 들어 금속 ‘아연’과 ‘구리’를 소금물에 반쯤 담근 뒤 전선을 꽂고 전구를 연결하면 불이 들어온다. 아연이 구리보다 ‘이온화 경향’이 큰 만큼 아연은 전자를 내놓으려고 하고 구리는 그 전자를 받으려고 한다. 아연은 전자를 내놓으면서 ‘아연이온’이 돼 소금물로 흘러 들어간다. 여기서 나온 전자는 전선을 따라 구리로 이동한다. 구리로 간 전자는 소금물에 있는 수소이온과 만나 ‘수소기체’가 된다. 아연은 ‘음극’이 되고 구리는 ‘양극’, 소금물은 ‘전해질’이다. 리튬이온전지에 이 원리가 그대로 적용된다.

    하지만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했다. 전지가 물리적 충격을 받았을 때 리튬이 변형되거나 녹으며 ‘단락’이 발생했고 폭발로 이어졌다. 충·방전이 계속되다 보면 금속에서 나뭇가지와 같은 ‘리튬 덴드라이트(수지)’가 만들어졌고 이것이 양극과 음극을 만나게 하면서 역시 단락이 발생했다. 1988년 캐나다 ‘몰리 에너지’가 리튬 금속을 음극으로 활용한 전지를 휴대전화에 넣었다가 폭발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1980년대 학계는 이차전지 안전성 확보를 위해 두 갈래 길로 나뉘었다. 미국과 유럽은 리튬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전해질을 고체 상태의 ‘난연성(불이 붙어도 연소가 되지 않는 성질)’ 물질로 대체하는 방법을 택했다. 당시 명칭으로 리튬(금속) 폴리머 배터리로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는 전고체 전지다. 반면 일본은 이차전지 내에서 금속 리튬을 제거하고, 탄소 기반 물질을 음극으로 활용해 리튬을 ‘이온 형태’로 존재하게 함으로써 ‘리튬이온’ 전지 상용화에 성공한다. 결국 파나소닉, 소니에너지텍, 산요전기를 중심으로 한 일본은 리튬이온전지 상용화와 함께 이차전지 분야의 세계 최고 기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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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에너지솔루션 미국 미시간 공장 생산라인에서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는 모습


    한국도 이 길에 올라탔다. 지금 화두가 되는 전고체 전지가 바로 30년 전, 미국과 유럽이 도전했다가 실패한 분야다. 전고체가 상용화돼 폭발에 대한 우려를 없애려면 음극의 리튬금속까지 안전한 ‘금속’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 단순히 전해질만 고체로 바꾼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리튬금속을 활용한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된다고 하더라도 얻을 수 있는 이론적인 에너지 밀도는 현재 리튬이온 이차전지보다 적다. 미국과 유럽에 한국, 일본과 같은 배터리 기업이 없는 이유다. 전고체 전지와 관련된 많은 논문이 나오지만 여전히 상용화와는 거리가 있다.

    리튬이온전지가 개발된 지 30년이 다 되어서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만큼 새로운 개념의 전고체 전지가 시장에 출시되려면 아무리 기술이 발전했다 하더라도 최소 10년은 기다려야 한다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이미 전 세계 배터리 기업들이 리튬이온전지에 많은 투자를 한 만큼 10년 내에 전고체 전지처럼 아예 다른 방식의 전지가 시장을 대체할 가능성도 극히 낮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배터리 업체들은 기존 전지의 성능을 향상시킨 차세대 리튬이온전지 출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 분야에서는 한국 기업들이 상당히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NCMA 양극재를 적용한 배터리를 생산, 내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테슬라에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NCMA 양극재 배터리 상용화는 내년 말로 예상했지만 양산에 일찍 성공하면서 한발 앞서 시장에 내놓을 수 있게 됐다. NCMA는 양극재를 구성하는 성분인 니켈, 코발트, 마그네슘, 알루미늄을 의미한다. LG에너지솔루션의 NCMA 양극재 기반 배터리는 니켈 함량이 90%에 달하며 코발트는 5% 이하인 점이 특징으로 꼽힌다. 양극재 내 니켈 함량을 높이면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가 향상돼 전기차 주행거리가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값비싼 코발트 비율을 줄이는 대신 알루미늄을 첨가해 기존 제품과 같은 안전성은 유지하면서 단가는 낮추고 출력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SK이노베이션은 니켈과 코발트, 망간의 비율을 8 대 1 대 1로 섞은 양극재를 적용한 NCM811 배터리를 지난 2016년 세계 최초로 개발하고 2018년부터 양산해 기아 니로에 납품해왔다. 최근에는 중국 베이징기차의 럭셔리 전기차 브랜드인 아크폭스와 현대 코나에도 납품을 시작했다. SK이노베이션은 여기서 더 나아가 NCM9반반(니켈 90%, 코발트 5%, 망간 5%) 배터리도 지난해 세계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바 있다. 이 배터리는 미국 조지아 공장에 짓고 있는 제2공장에서 생산해 포드가 개발 중인 전기차에 납품될 예정이다.

    삼성SDI는 올해 말부터 차세대 배터리인 ‘젠5’를 출시한다. 젠5의 양극재는 니켈 함량이 88%인 NCA양극재가 탑재된다. 기존 배터리보다 니켈 함량을 끌어올려 에너지 밀도는 20% 이상 높아지고 kWh당 배터리 원가는 20%가량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양산되는 젠5는 BMW 전기차를 중심으로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는 향후 양극재의 니켈 함량을 90% 중반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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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차 전지를 나누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2010년대 초반 공급된 배터리를 1세대, 2016년께부터 kWh당 가격을 대폭 낮추며 공급된 배터리를 2세대로 표현한다. 1세대에서 2세대로 넘어가면서 에너지 밀도는 약 1.5~2배가량 높아졌고 가격 또한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출시되는 3세대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를 2세대보다 높였을 뿐 아니라 대량 생산과 공정 효율화로 kWh당 가격을 낮췄다.

    업계는 이르면 2023년부터 시장에서 배터리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무리 생산해도 연평균 20%가량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배터리를 생산하는 기술도 만만치 않은 만큼 새로운 기업이 등장한다 하더라도 빠른 시일 내에 대규모로 배터리를 생산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결국 한국 배터리 3사와 일본 파나소닉, 중국 CATL, BYD 등 기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기업들의 치열한 경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업계는 톱3, 적어도 글로벌 톱5 안에 들어야 생존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에서 치킨게임이 존재하듯, 배터리 또한 향후 비슷한 경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높다. 생존하려면 톱5에 들어서 버텨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배터리 업계의 전초전이었다”며 “배터리 기업들이 3년 이내에 보여줄 움직임이 향후 30년을 지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호섭 매일경제 산업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2호 (2021년 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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