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영진 물갈이한 ‘카카오’ 돌파구는 블록체인·해외사업·모빌리티

    2022년 03월 제 138호

  • 카카오는 코로나19 팬데믹 2년 여간 가장 주목받는 국내 기업으로 성장했다. 국민 메신저인 카카오톡이라는 막강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비대면 사회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의 핵심 전략이었던 핀테크 혁신은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증권의 성공으로 연결되면서 카카오가 혁신의 아이콘이 되는 데 일조했다. 다만 지난해 중반 카카오모빌리티의 택시 호출 가격 인상을 시작으로 과도한 사업 확장, 미용실, 꽃집 등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일면서 카카오는 국가 대표 벤처 기업이 아닌 ‘규제’ 대상으로 전락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3번이나 출석하면서 질타의 대상이 됐다. 논란 속에 카카오페이가 상장에 성공하면서 분위기 반전이 기대됐지만 경영진의 주식 대량 매도라는 카운터펀치에 카카오는 이미지 쇄신을 위한 일발역전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 버렸다.

    결국 대표이사 내정자가 물러나고 새 방향키는 김 의장의 이른바 ‘PC방 창업 멤버’인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전 대표이사가 본사 구원투수로 발탁됐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카카오의 신성장동력이 더욱 주목받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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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카오 신규 데이터센터 조감도
    ▶2년 만에 매출 3조→6조원 급성장

    카카오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48% 늘어난 6조1361억원을 기록했다.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1% 증가한 5969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9.7%였다.

    2019년 매출이 3조701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2년 만에 2배 성장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068억원에서 5969억원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났다.

    다만 지난해 플랫폼 규제 논란에 따른 각종 비용 상승과 임직원 인건비, 인센티브 증가 등으로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하고도 4분기에는 영업이익이 증권가 시장 기대치(컨센서스)의 70%에도 못 미치는 1085억원으로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경쟁사인 네이버나 일반적인 IT 기업 영업이익률이 15~20%를 상회하는 반면 카카오는 2020년 11%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을 뿐 지난해에도 연간 9.7%에 불과했다. 4분기는 6.1%로 2019년 연간 영업이익률 6.7%에도 못 미쳤다.

    긍정적인 점은 사업 부문별로 매출 성장이 이어지면서 향후 플랫폼 성장이 지속될 수 있다는 희망이다. 실제 사업 부문별로 플랫폼 부문 매출은 톡비즈, 포털비즈, 플랫폼 기타(페이, 모빌리티 등) 등 고른 성장으로 지난해에만 3조2408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전년 동기 대비 44%나 성장했다. 광고사업의 확장과 핀테크 사업 부문인 뱅크, 페이, 증권 실적이 고공행진하면서 앞으로도 매출 성장이 예고되고 있다.

    콘텐츠 부문은 2조8953억원의 매출로 플랫폼을 뛰어넘는 52% 성장에 성공했다. 음악 사업 부문이 10% 성장하는 데 그쳤지만 게임과 웹툰, 웹소설 등 100%에 달하는 점프를 시현했다. 카카오게임즈와 카카오픽코마가 각 업계에서 선두주자 격에 오른 결과다. 카카오픽코마는 일본에서 1등에 오르면서 일본 도쿄증권거래소 상장까지 준비하고 있다. 사업 초기 계열사 독립에 이어 성장과 상장이라는 그간 카카오의 성공 궤도를 따르면서 특히 주목받고 있다. 일본에 이어 유럽 시장 진출을 준비하면서 카카오의 해외 사업에 대한 큰 기대도 받고 있다. ▶플랫폼 문어발 확장에 제동

    급성장에 성공한 카카오지만 지난해부터는 규제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도한 사업 확장이라는 의미에서 과거 대기업 그룹사의 문어발에 빗댄 ‘지네발’ 논란에 미용실, 꽃집 등 영세 자영업 사업에도 진출하면서 골목상권 침해 의혹으로까지 번졌다. 플랫폼을 기반으로 성장한 뒤 무한 확장과 독과점에 이은 가격 상승으로 시장을 독식한다는 비판이었다.

    김범수 의장은 9월 일부 사업 철수와 가격 인하 및 3000억원의 소상공인 상생기금 마련안을 발표하며 진화에 나섰다. 논란의 중심이었던 계열사 카카오모빌리티는 콜비를 받는 ‘스마트호출’을 폐지했다. 택시기사 유료 멤버십 가격과 대리운전기사 수수료도 인하하기로 했다. 꽃·간식·샐러드 배달 중개 사업에서도 철수하기로 했다. 당시 김 의장은 “최근의 지적은 사회가 울리는 강력한 경종”이라며 “카카오와 모든 계열사들이 지난 10년간 추구해왔던 성장 방식을 과감하게 버리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성장을 위해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이후 김 의장은 국정감사장에 3번이나 불려가며 거듭 사죄했고, 카카오 스스로 다시금 혁신할 기회를 부여받는 듯했다. 플랫폼 논란 속에서도 지난해 11월 3일 계열사 카카오페이가 상장 당일 공모가 대비 2배 이상 상승하는 기염을 토하면서 개인투자자들로부터 환호를 받기도 했다. ▶경영진 모럴해저드 도마 위 올라

    카카오페이는 상장 당일 공모시가총액 12조원의 2배가 넘는 25조원에 달하면서, 당일 기준 금융지주 1위인 KB금융(23조원)보다 높은 가치평가를 받기도 했다. 카카오페이는 공모주 사상 최초로 100% 균등 배정 청약을 진행하면서 182만 명의 개인투자자가 대부분 1주 이상 주식을 나눠가질 수 있는 기회를 받았다. 이 주식이 공모가 9만원으로 배정됐고, 상장 당일 114%오른 점을 감안하면 당일 매도를 가정할 경우 주당 10만원에 달하는 이익을 돌려줬다. 카카오를 둘러싼 논란에도 카카오의 핀테크 혁신에는 시장이 그만큼 믿음을 준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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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는 경영진의 예기치 않은 대량 매도였다. 12월 10일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를 포함한 경영진 8명이 보유 지분 44만 주가량을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류 대표는 총 23만 주를 ‘시간 외 매매’로 전량 처분했다. 처분 단가는 주당 20만4017원으로, 지분 매각으로 469억원가량의 이익을 거뒀다.

    류 대표뿐만 아니라 나호열 기술총괄 부사장(3만5800주), 신원근 기업전략총괄 최고책임자(3만 주), 이지홍 브랜드총괄 부사장(3만 주), 이진 사업총괄 부사장(7만5193주), 장기주 경영기획 부사장(3만 주), 전현성 경영지원실장(5000주), 이승효 서비스 총괄 부사장(5000주) 등도 20만원 초반에 들고 있던 지분을 처분했다.

    상장 한 달 만에 벌어진 경영진 대량 매도 사태에 카카오페이 주가는 11월 30일 주당 최고 24만8500원의 최고가를 끝으로 곤두박질쳤다. 류영준 대표는 차기 카카오 본사 대표에까지 내정되면서 모럴해저드 논란을 부추겼다. 올해 들어 카카오페이는 주당 11만~13만원대로 주저앉으며 반토막이 났고, 류 대표는 카카오 대표이사 내정직에서 사퇴했다. ▶남궁훈號 , 새 경영진 개혁 시동

    우여곡절 끝에 김 의장은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를 새 카카오 대표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남궁 대표는 주주총회를 앞두고 활발한 시장 소통에 나서며 카카오에 새 혁신을 불어넣기 위한 시동을 걸고 있다. 첫 일성은 주가 15만원 조기 회복이다. 남궁 대표는 지난 2월 10일 사내공지와 개인 SNS를 통해 “심플한 키워드로 크루(임직원), 사회, 주주들에게 의지를 보여주자는 결론을 냈고, 우선적으로 주가 15만원 회복이라는 목표를 잡았다”며 “주가가 15만원이 될 때까지 연봉과 인센티브 지급을 일절 보류하며, 법정 최저임금만 받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대표이사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한다면 행사가도 15만원 아래로는 설정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남궁 대표는 “주가가 모든 것을 설명해주지는 않지만, 의지와 목표의식을 공유하는 명료한 잣대가 될 것”이라며 “대표이사로서 스스로 배수진을 치고, 다시 우리 카카오가 사회, 주주, 크루 여러분께 사랑받는 회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작년 6월 주당 17만원에 달했던 카카오주가가 거듭된 논란으로 8만원대까지 밀리며 기업가치가 반토막 난 상태이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반전을 위해 처음으로 주주환원 정책안도 발표했다. 카카오는 앞으로 3년간 카카오 별도 기준 잉여 현금 흐름의 15%에서 30%를 재원으로 이 중 5%를 현금 배당, 10%에서 25%를 자사주 매입과 소각에 사용하게 된다. 또한 향후 3년 동안 최소한의 기본 주당 배당금을 유지하면서 회사 성장에 따른 추가 배당을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내달에는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3000억원 상당의 특별 자사주 소각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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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범수 카카오 의장
    ▶김범수 해외 블록체인 신사업 추진

    지난 2년간 카카오의 성장은 카카오픽코마와 같이 계열사의 코스피·코스닥 상장에 있었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증권으로 대변되는 핀테크 혁신은 카카오의 상징과 같았다. 이들 계열사가 상장에 성공하면서 카카오 공동체의 시가총액은 100조원에 달하는 등 명실상부한 국내 대표 기업으로 떠오르는 계기가 됐다.

    시장에서는 일부 대기업의 기분 물적분할과 재상장, 즉 ‘쪼개기 상장’이 본사 또는 지주사 기업가치를 할인시킨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이에 카카오는 사업부 분사를 통해 재상장하는 ‘물적분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물적분할 상장 모델이 카카오의 산업과도 다르다며 가치 저하는 기우라는 의견도 제시했다. 현재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상장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두 기업의 기업가치는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기업이 상장하면 카카오 본사의 기업가치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에 대한 선긋기다.

    배재현 카카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카카오는 페이, 뱅크, 모빌리티 등 사업 초기 신규 법인을 설립해 투자를 유치하고 사업을 성공시켜 카카오의 주주가치가 증대된 것으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쪼개기 상장과는 다르다”며 “앞으로도 주요 사업부를 물적분할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카카오픽코마 외에는 구체적인 계열사 IPO 계획은 확정된 바 없고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간 카카오가 핀테크 성과로 성장했다면 앞으로는 차기 상장을 앞둔 콘텐츠 계열사가 카카오의 3차 성장을 이끌 것으로 기대하는 대목이다. 웹툰·웹소설이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대성공을 거뒀고, K콘텐츠 흐름을 타고 2차 격전지인 유럽에서도 경쟁력이 있다는 시각이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우도 그간 택시호출 중심에서 벗어나 자율주행차, UAM(도심항공) 등에서 기술력을 신성장동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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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범수 의장은 기존 계열사의 성장뿐만 아니라 해외 창업을 통한 신규 사업도 준비하고 있다. 김 의장은 올해 싱가포르로 떠나 해외에서 카카오의 블록체인 사업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싱가포르 자회사 크러스트와 국내 그라운드X를 중심으로 블록체인 플랫폼인 클레이튼 생태계를 활성화시키는 작업이다. 크러스트는 내부에 여러 사내 독립법인(CIC)을 두고 블록체인, AI 등 분야에서 유망 회사를 발굴하고 클레이튼 생태계를 해외로 확장하는 선봉장에 선다. 그라운드X는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NFT(대체불가능토큰) 사업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카카오는 국내 대표적인 성장주로 그간 핀테크 사업의 성공적인 안착이 주가를 상승시켜왔다”며 “주주환원정책이나 신사업도 중요한 부분이지만 궁극적으로는 대선 이후 새 정부의 플랫폼 기업 규제안에 따라 새로운 모멘텀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새 정부 플랫폼 규제안 변수

    카카오 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은 ‘규제’다. 플랫폼 규제 입법이 신규 사업 자체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외를 막론하고 플랫폼 규제 움직임은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해외 입법 사례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지난 2017년부터 유럽과 미국이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제 입법이 이뤄지지 않아 시행도 아직 알 수 없는 상태다. 유럽과 미국은 플랫폼 기업의 정보 제공의 투명성, 계약 조건의 공정성, 플랫폼 운영자의 책임 강화 등에 규제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장 지배적 지위에 있는 빅테크 기업의 사업 무한 확장 시도를 제지하거나 자기 사업을 우대하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이 연구되고 있으며, 경쟁법을 통해 인수합병에 제동을 거는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유럽은 빅테크 기업이 없기 때문에 해외 플랫폼 기업의 유럽 진출이나 인수합병에 제약을 둘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경우도 몇 차례 공청회가 진행되고 있을 뿐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 제정안은 차기 정부에 넘긴 상태로, 대선만 바라보는 형국이다.공정거래위원회와 과학기술부 간의 의견이 엇갈리고 섣불리 만든 법안에 빈틈이 발생할 경우 국내 플랫폼사의 경쟁력만 약화시키고, 해외 빅테크가 국내 시장을 삼키는 역효과를 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진영태 매일경제 디지털테크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8호 (2022년 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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