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자상거래 3년 내 200조 돌파 빠른 배송은 기본… 이제는 명품 경쟁

    2022년 03월 제 138호

  • 서울 성북구에 사는 유미혜 씨(63)는 지난해부터 쿠팡과 마켓컬리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마트에서 장보는 게 꺼림칙하게 느껴졌는데, 자녀들이 편리한 ‘신문물’이 있다며 소개해줬기 때문이다. 유 씨는 “두루마리 화장지나 세제류 등을 구매하는 것에서 시작해서 요새는 달걀이나 야채 등 신선식품도 배송으로 구매하고 있다”며 “전날 밤에 주문해두고 자기만 해도, 다음날 집 앞에 배송되는 게 얼마나 편리하게 느껴지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로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은 기존에 의류와 공산품을 사는 것에서, 달걀이나 상추 돼지고기 등 신선식품 구매로까지 확장되는 등 전방위로 사이즈를 키우고 있다. 신선식품은 직접 마트에 가서, 눈으로 보고 따져봐야 한다는 소매 공식이 깨진 것이다.

    실제로 마켓컬리는 지난해 1~11월 동안 신규 가입한 5060세대 고객 수가 전년 동기 대비 161% 증가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 연령대 평균 증가율인 98%를 크게 뛰어넘는 수치로, 이커머스가 20~40대의 전유물이라는 통념도 깨진 것이다.

    이커머스 시장이 오프라인 시장을 압도하며 성장세를 구가하자 네이버 쿠팡 마켓컬리 등 기존 이커머스 강자들 속에서 무신사 오늘의집 등 특정 카테고리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버티컬 플랫폼까지 자신들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컨설팅 회사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지난해 140조원 규모였던 국내 이커머스 시장 규모가 올해 158조원으로 성장한 뒤 2025년에는 2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BCG는 2025년엔 이커머스가 전체 유통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최대 55%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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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J대한통운의 곤지암 e-풀필먼트 센터.


    “밀리면 죽는다는 생각입니다.” “벼랑 끝에 서 있는 심정입니다. 끝장혈투입니다.”

    롯데와 신세계 등 오프라인 유통 기업에 재직 중인 복수의 관계자들은 올해만큼은 온라인 이커머스 사업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절박함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전체 유통 시장의 40%에 가까운 수치로 이커머스 시장이 확대되고, 3년 내로 오프라인 시장의 파이를 넘어선다는 분석이 나오는 데 따른 필사의 행보다.

    이에 비해 네이버와 쿠팡, 카카오 등 국내 대표 이커머스 플랫폼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상황이지만, 단 한 개의 독점 사업자가 시장을 장악하고 모든 경쟁자들을 고사시킬 수 있다는 플랫폼 기업의 특성에 기반해 긴장감을 놓지 않고, 서비스 고도화에 총력전을 펼칠 예정이다. ▶온·오프라인 기업 모두 이커머스 사활… “끝장혈투 볼 것”

    네이버와 쿠팡의 올해 화두는 지난해보다 한발 더 나아간 ‘물류 인프라’ 확대다. 먼저 네이버는 커머스 플랫폼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들의 물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온라인 풀필먼트 데이터 플랫폼 ‘NFA’를 키워나간다는 계획이다. NFA 플랫폼은 지난해 3분기 기준 47만 명의 중소상공인들이 자신의 사업 모델에 맞는 풀필먼트 서비스를 직접 찾고, 상품 포장·배송·재고 관리 등 물류 리소스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실제로 NFA를 사용하는 판매자의 월평균 물동량은 NFA 이용 이전 대비 103% 증가했다. 네이버는 퀵커머스·프리미엄 배송·지정일 배송 등 중소상공인들이 사업 방식과 상품에 따라 다양한 물류를 활용하도록 NFA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계획이다. 앞서 네이버는 업계 라이벌인 쿠팡과 비교했을 때 뒤처졌던 것이 ‘당일배송’ 서비스라는 판단에 CJ대한통운과 지난해부터 ▲곤지암 ▲군포 ▲용인 등 각지의 풀필먼트 센터에 이어 20만 평 이상 규모의 풀필먼트를 설립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니즈가 높은 상품군에 한해 당일배송하기 위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와 CJ대한통운은 보다 빠른 배송과 당일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물류 IT 시스템 자체를 개발하고 있다”며 “네이버가 물류센터나 시스템 확장전에 나선다는 것은 ‘물류가 곧 유통’이라는 대전제를 제대로 테스트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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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팡도 전국에 물류센터 건립을 통해 전국을 ‘로켓생활권’으로 만드는 작업을 현실화하고 있다. 그동안 전국 30여 개 지역에 100여 개 이상의 물류 인프라를 구축해 왔다. 여기에 대구, 광주, 대전, 충북 음성, 경북 김천, 충북 제천, 경남 함양 등에 총 7곳의 첨단물류센터를 추가로 건립 중이다.

    쿠팡 측은 “해당 지역사회에 1만3000개 이상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1조5000억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특히 일자리가 부족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가 필요한 지역에 물류센터를 지어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2019년 12월에 착공한 대구 물류센터는 대구 국가산업단지 부지에 축구장 46개 넓이의 약 10만 평 규모로 들어선다. 영남 이외 충청과 호남지역까지 커버할 물류 거점으로서 이곳에만 32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지난해 9월에는 호남권 최대 물류센터가 되는 ‘광주FC’ 기공식을 진행했다. 2023년 상반기 준공 예정인 광주FC는 약 17만㎡ 규모로 호남 지역에서 가장 큰 물류센터가 된다는 설명이다. 쿠팡은 이곳에도 2000억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쿠팡 측은 “광주FC에 2000억원 이상 투자할 계획이며, 자체 개발한 물류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 시스템을 비롯해 첨단 물류설비 등을 도입해 상품 관리와 작업 동선을 최적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카오는 이커머스 사업을 전담하던 사내독립기업(CIC) ‘카카오커머스CIC’를 해체하고 이 조직의 역할과 인력을 본사로 편입시켰다. 선물하기 쇼핑하기 등 카카오의 쇼핑은 카카오톡 안에 들어 있어 이들을 함께 모아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여민수 카카오 대표가 직접 커머스 사업을 진두지휘한다.

    공개된 계획의 하나는 브랜드 사업자가 카카오톡 이용자에게 상품을 광고하고 고객 상담을 할 수 있는 비즈니스 서비스인 ‘카카오톡 채널’을 개편하는 것이다. 특히 톡채널 입점 업체에 거래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 모델을 계획 중이다. 최근 인수한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그립’과의 시너지로는 쇼핑 페이지에 라방 기능을 넣는 것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신세계 ‘빠른 배송’ 강도

    한편 오프라인 유통 공룡 롯데와 신세계는 올해를 이커머스 영토 확장 원년으로 삼았다. 야심차게 출범한 롯데온의 지지부진한 성적에 롯데는 지난해 4월 나영호 이베이코리아 전략기획본부장을 대표로 영입하고 체질 개선에 나섰다.

    올해는 주문 후 2시간 이내에 상품을 배송해주는 ‘바로배송’ 서비스를 강화한다. 현재 서울과 수도권, 제주 등 일부 지역에서 운영 중인 바로배송을 올해 말까지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상품을 담고 박스 포장하는 시설과 매대 공간을 함께 둔 롯데마트 스마트스토어를 올해 초까지 8개로 늘릴 예정이다. 아울러 일반 점포에도 온라인 전문 인력과 전용 차량을 배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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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롯데 유통계열사의 통합 온라인 쇼핑 플랫폼 롯데온의 장보기 서비스를 업데이트하고, 장보기 서비스 첫 화면에 많은 상품을 노출하는 대신 상품 받는 시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고객들이 상품을 배송받을 배송지를 설정하면, 자신이 주문할 물건을 배송할 배송 지점을 고를 수 있게 한 것이다. 날짜와 시간을 설정할 수 있고, 무료배송 기준 금액이 얼마인지도 확인할 수 있다. 예약 기반의 당일배송, 주문 후 2시간 이내에 배송받는 바로배송, 새벽배송 중 원하는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다.

    W컨셉과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지난해 온라인 부문 M&A에만 4조원의 실탄을 쏟아 부은 신세계그룹은 온·오프라인 본격 결합에 나선다. 지난해 9월 이마트 이천점에 하루 3000건 이상 주문 처리가 가능한 ‘대형 PP(Picking&Packing) 센터’ 도입을 시작으로 배송 물류 인프라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이마트 이천점과 같은 대형 PP센터를 상반기에만 30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해 11월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최종 마무리한 신세계그룹은 올해 초 통합 할인행사를 시작으로 이마트몰·SSG닷컴과 G마켓·옥션·G9의 결합을 위한 잰걸음을 시작했다. 우선 G마켓·옥션·G9을 SSG닷컴, 이마트몰과는 독립적으로 운영하되 풀필먼트센터 등 배송 물류 인프라를 공동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편의점도 모바일을 활용한 상권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국 각지로 뻗어있는 모세혈관 같은 소매망과 연계한 퀵커머스, 픽업 서비스 마케팅을 강화해 틈새시장을 공략한다. GS25 운영사인 GS리테일은 배달 플랫폼 요기요를 인수하고 메쉬코리아, 카카오모빌리티 등 13개 퀵커머스 업체에 5500억원을 투자해 배달망 구축에 공을 들였다. 이들 배달 서비스와 전국 1만6000여 개 오프라인 점포를 연계한 퀵커머스 체인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에서다.

    CU 운영사 BGF리테일 역시 1만5000여 개에 이르는 오프라인 소매망과 연계한 이커머스 전략을 강화한다. 핵심은 자사 앱 포켓CU를 통한 상품 예약과 픽업 등 온라인 서비스다. CU는 앱에서 와인, 양주, 도시락 등을 판매하면서 고객이 상품 수령 점포를 지정하면 해당 점포로 상품을 배달하는 서비스로 호평을 받아 왔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명품과 지역 맛집 상품까지 직접 배송하며 백화점과 면세점의 영역까지 침투하고 있다. 국내 편의점 업계 3위인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롯데그룹은 지난 1월 업계 5위인 미니스톱을 품었다. 세븐일레븐 국내 매장은 CU와 GS25에 견줄 만큼 늘어났는데, 미니스톱과의 통합 앱을 만들며 이커머스 사업 강화가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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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팡은 전국 10개 지역에 13개의 신규 물류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다.
    ▶“의류 시장서 신흥 유통 강자 등장할 것”

    “롯데나 신세계는 신선식품 시장을 중심으로 이커머스 확대 기회가 있습니다. 비식품인 상품 시장은 사실상 쿠팡이 장악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김연희 보스턴컨설팅그룹(BCG)코리아 유통 부문 대표는 최근 매일경제와 만나 “롯데나 신세계가 이커머스 초창기에 ‘상품 시장’과 ‘신선식품 시장’ 두 가지를 구분하지 못한 게 패착이었다. 유통 사업자가 MD를 통해 산지 직매입으로 극신선한 상품을 소싱하고 선도를 유지해야하는 정육·수산·과일 파트는 관리 능력이 필요하다. 전통의 유통 강자들이 리딩할 수밖에 없는 분야”라며 “이 파트에서 이커머스 승부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격이 저렴하면 구매하는 시장인 ‘상품 시장’은 쿠팡이 압도적인 우위를 이미 거머쥐었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두루마리 휴지나 기저귀가 가성비가 좋으면 바로 사는 시장이다. 패션의 경우도 양말이나 집에서 편하게 입는 반바지가 이 시장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궁극적으로는 ‘버티컬 시장’을 잡아야 이커머스 판을 주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커머스는 상품, 신선식품, 버티컬 시장 등 3가지로 나눠 봐야 하는데 버티컬 시장인 패션, 뷰티, 리빙, 명품 등 카테고리에서 아직 승자가 없다”며 “분산화된 이 시장에서는 무신사, 오늘의집, 머스트잇 등 스타트업이나 유니콘들이 성장하고 있다. 이곳을 잡아야 이커머스판을 움켜쥘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의 유통 시장은 온라인 침투율이 전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한국에서 이커머스가 40% 가까이 확대된 데는 땅덩어리가 작고, 아파트에 모여 사는 한국식 구조가 한몫했다”며 “택배기사님이 100가구에 물건을 배송하는 데 단독주택이라면 생산성이 너무 떨어진다. 아파트이기 때문에 배송비가 획기적으로 줄어드는 것이고, 빠른 배송이 가능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이 오기 전부터 물류비용을 대거 투입해 서비스를 마련한 쿠팡 등 공급 기업이 이커머스 보편화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봤다. 김 대표는 “미국만 해도 결품이 많아서 팬데믹이 끝나면 월마트로 돌아가겠다는 사람이 많았다. 물건 수요 예측을 하는 게 그만큼 어렵다”라며 “쿠팡을 이용해보니 서비스 퀄리티가 좋고 너무 편리한 것이다. 5060세대까지 ‘새로운 세상을 만난 것 같다’는 후일담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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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SG닷컴의 작업자가 자동화 소터에 상품을 투입하는 모습. SSG닷컴이 이마트 매장을 활용한 PP센터(Picking & Packing) 확대에 나선다.


    이커머스가 ‘부의 재분배’ 관점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한 전통의 유통은 언제나 땅을 사고, 물건은 대량으로 구매해야 했다. 스케일이 크면 클수록 이익이 커지는 구조였다.

    따라서 로컬 기반의 과점 형태가 일반적이었다”라면서도 “이커머스에선 개인 사업하는 셀러(판매자)들이 많아지고, 더 많은 유니크한 브랜드들이 생긴다. 점포도 필요 없으니 혁신이 가속화돼서 유니콘 기업까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퀵커머스는 편의점과 정면 충돌하는 시장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모든 부문에 퀵커머스가 적용되지는 않을 것이다. 많아봐야 전체 온라인 시장의 5~10%라고 본다”며 “계획 구매 대신 당장 소량의 저렴한 물품이 필요한 사람들은 계속 퀵커머스를 이용할 것이고, 편의점이 해내던 역할과 퀵커머스 업체들이 서로 충돌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홍성용 매일경제 유통경제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8호 (2022년 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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