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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인신용평가, 내년부터 등급제에서 점수제로 전환… 7등급 상위권도 1금융권 대출 가능해질 듯

    2020년 12월 제 123호

  • # 개인신용평점이 663점인 김모 씨의 신용등급은 7등급(600~664점)이다. 6등급(665~749점)의 최저점과는 불과 2점 차이일 뿐이지만 김 씨가 제1금융권에서 대출 받기는 쉽지 않다. 통상 7~10등급은 은행권 대출이 어렵기 때문이다. 2점만 높았어도 비교적 낮은 금리로 안정적으로 돈을 빌릴 수 있기에 김 씨는 2점이 야속하기만 하다.

    내년부터 김 씨처럼 근소한 차이로 등급이 갈려 대출 등이 거절되는 사례는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개인신용평가가 등급제에서 점수제로 바뀌기 때문이다. 현재 개인신용평가는 1~10등급으로 나뉘지만 내년부터는 은행, 보험, 금융투자, 여신전문금융사 등 모든 금융권에서 1~1000점으로 나뉘게 된다. 이에 따라 앞서 사례에 나온 김 씨도 내년부터는 은행에서 대출이 가능할 수 있다. 예컨대, A은행에서는 664점 이상을 대출 가능 최저점으로 기준 삼아서 김 씨가 대출 받지 못하더라도 B은행에서는 662점을 대출 가능 최저점으로 삼으면 김 씨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신용평가가 등급제에서 점수제로 바뀌면 무엇보다 문턱 효과가 해소되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문턱효과란 신용점수가 신용등급 구간 내 상위에 있는 경우(예: 7등급 상위)는 상위 등급(예: 6등급 하위)과 신용도가 유사함에도 대출심사 시 불이익을 받는 것을 뜻한다. 바로 김 씨 사례에 해당한다.

    실제로 점수제 전환을 시범 운영 중인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은행 등 5대 은행에 따르면, 기존 신용등급제에선 7등급 이하의 경우 모든 은행에서 대출이 거절됐다. 하지만 개인신용평점을 활용해 은행별로 대출 가능여부 판단 기준을 마련한 결과 한 은행에서 신용등급 미달로 여신심사가 거절됐던 금융소비자도 다른 은행에서는 심사를 통과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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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등급제에서 평가상 불이익을 받는 금융소비자 약 240만 명이 대략 연 1%포인트 수준의 금리절감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신용이 등급제에서 점수제로 바뀌게 되면 문턱효과 해소 외 금융사의 역량도 개선되는 효과가 기대된다. 현재 많은 금융회사는 신용정보회사(CB사) 신용등급을 여신 전략에 활용하고 있다. 대형 금융회사는 물론 자체 수집정보를 토대로 자체 신용평가모형(CSS)을 산출해 CB사의 정보를 결합해서 여신 승인심사, 기한연장, 한도 및 금리결정 등 여신 전략에 활용한다. 문제는 중소형 금융회사의 경우 CSS가 구축되어 있지 않아서 CB사의 등급을 그대로 승인심사 및 기한연장 등에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제2금융권이나 중소 금융기관들이 점수제 도입에 맞추어 자체 신용평가모델(CSS)을 구축하게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중소 금융기관들도 대형 금융기관들처럼 신용위험 관리 역량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금융기관들에게 CB사의 신용등급뿐만 아니라 자체 신용평가모델을 구축할 것을 요구하는 배경에는 CB사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이자는 취지다. CB사가 그간 해온 신용평가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개인신용평가는 지난 2003년 카드 사태와 신용불량자 급증 등에 대응해 본격 도입된 이후 빠르게 성장해왔다. 현재 CB사로는 NICE, KCB, SCI평가정보 등 3곳이 있다. 독과점 구조에서 불합리한 평가관행이 지속되면서 평가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대한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된 게 사실이다. 예를 들어, 이용업권에 따른 일괄 평가와 일률적인 등급제 등으로 차주별로 세분화된 리스크 평가가 이뤄지지 못했다. 또 금융이용 경험이 부족한 청년, 주부, 고령층 등 금융이력 부족자(Thin Filer)의 경우 평가상 불이익을 받기도 했다. 특히 금융권 연체 이력 정보가 과도하게 활용되어 일시적 어려움을 겪은 금융 취약계층의 재기나 금융경제생활에 과도한 제약을 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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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택담보대출 탈락자도 일부 구제

    신용평가 점수제는 불합리하게 대출을 받지 못했던 주택담보대출 탈락자들도 일부 구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주택금융공사 역시 내년 신용평가 점수제 전면 도입에 맞춰 등급 대신 1000~445점으로 적용할 예정이다. 장기 고정금리·분할상환식 주택담보대출인 보금자리론 업무처리 기준 역시 CB등급이 1~9등급인 경우만 취급 가능하던 것에서 신용평가를 실시하되, 신용평가 점수제를 적용해 별도로 정하는 기준 이내일 경우에 한해서 취급 가능하도록 변경된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우선 각 신용등급에 해당하는 점수를 적용하는 방향으로 업무처리기준을 개정한 후 은행권의 반영 상황을 감안해 점수 구간을 조정하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이에 따라 보금자리론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 탈락자 3% 정도가 구제되는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현행대로라면 10등급 처리로 대출 문턱을 넘지 못했던 수십 명의 대출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신용평가 제도가 등급제에서 점수제로 바꾸는 것은 신용점수가 크게 차이나지 않지만 등급이 나뉘면서 대출 여부가 갈리는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신용점수에 기반한 금융기관별 세분화한 심사가 가능해져 유연한 여신 승인·기한 연장, 금리 결정 기준 적용이 가능하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점수제가 시행되면 일부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금융사별로 다양해지고 정교해진 여신심사가 가능해진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A금융사에서는 가능한 것이 B금융사에서는 안 될 수 있다는 말이기 때문에 고객 입장에서 혼란스러울 수 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5등급이다, 6등급이다 하면 신용카드 발급이나 은행권 대출이 가능한 등급이라는 감을 잡을 수 있다”며 “그런데 700점이라고 하면 과연 카드 발급이 가능한지, 대출을 받을 수 있는지 고객 입장에선 예상이 안 돼 혼란이 처음에는 어느 정도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용점수제 시행으로 문턱 효과가 계속 발생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개인 신용점수제 도입은 시중은행보다는 제2금융권 대출심사 활용 시 좀 더 민감하게 적용될 수 있다”며 “예컨대 700점까지만 대출이 가능한 상품인 경우 699점인 고객은 대출이 가능하지만 701점인 고객은 대출이 불가하기 때문에 문턱효과가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보험사들의 경우 대상 모수(고객 수)가 적어 정확한 점수를 반영하는 분석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신용점수제의 원활한 전환을 위해 ‘개인신용등급 점수제 전환 전담팀(TF)’을 구성해 추진 현황 등을 점검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전담팀에서 마련한 방안을 바탕으로 신용등급을 기준으로 마련된 금융위·타부처 소관 관련 법령을 개정하는 등 내년 제도 시행을 위해 연내 필요한 준비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윤원섭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3호 (2020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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