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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LF 사태가 남긴 것들… 불완전판매·은행 CEO 제재·슈퍼 금소처 탄생

    2020년 04월 제 115호

  • 대규모 손실 사태로 금융권에 충격을 안겨줬던 주요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가 3월 4일 금융위원회 정례회의를 끝으로 1차적으로 마무리됐다. 지난 8월 대규모 손실 논란이 벌어진 이후 금융감독원이 DLF 판매 은행에 대한 검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 은행들의 충격적인 불완전판매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증폭됐던 사건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DLF 사태의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금융위원회가 주가연계신탁(ELT)의 은행 판매에 제한을 두는 등 금융회사들의 영업에도 상당한 변화가 생겼다. 금감원은 DLF 사태를 계기로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대대적으로 강화하는 차원에서 조직을 개편하기도 했다.

    금감원의 임직원·기관 제재 과정에서는 제재권한을 둘러싼 금융위와 금감원의 갈등구도가 수면 위로 드러나기도 했다. 금감원이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 등 DLF 판매 당시 은행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중징계를 결정하자 이에 불복한 행정소송도 시작됐다. 청와대는 금감원의 DLF 징계 과정을 살펴보기 위해 감찰을 진행하기도 했다.

    금융업권 전반에 걸쳐 수많은 변화를 가져온 DLF 사태는 그만큼 많은 생채기를 남기기도 했다. 상품 설계에서부터 불완전판매, 감독체계, 기관 간 갈등까지 DLF 사태가 한국 금융의 민낯을 보여줬던 사건을 정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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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LF 사태의 시작

    논란이 됐던 DLF와 파생결합증권(DLS)은 주요 해외금리에 연계된 파생상품이다. 은행에서 사모펀드 형태로 판매된 것이 DLF이며, 증권사가 직접 판매한 것이 DLS다. 이들 상품은 금리가 만기까지 일정 구간에 있으면 연 3.5~4%의 수익률을 보장하지만, 일정 구간 아래로 내려가면 손실 구간에 진입하며 최악의 경우 원금을 모두 잃게 된다.

    논란이 된 DLF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첫째는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상품이고, 두 번째는 영국 파운드화 이자율 스와프(CMS) 7년물 또는 미국 달러화 이자율 스와프(CMS) 5년물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이다. 두 상품 모두 기초자산이 일정 수준을 유지하면 수익을 얻지만, 일정 수준 아래로 내려가면 손실을 보는 구조다.

    문제는 금리가 예상됐던 방향과 다르게 움직였다는 점이다. 2018년까지만 해도 시장금리는 상승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금리는 거꾸로 하락하기 시작했다. 이러다보니 시중에 판매된 DLF 상품 상당수가 손실구간으로 진입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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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감독원 김은경 금소처장


    이에 지난해 8월 금감원이 조사에 착수했다. 당시 금감원에 따르면 DLF 판매 잔액은 8224억원으로 우리은행(4012억원), 하나은행(3876억원) 두 은행에서 금액 기준 96%를 판매했다. 개인투자자 3654명이 7326억원을, 법인 188개사가 898억원을 투자했다. 개인투자자 1명당 2억원이 조금 넘는 금액을 투자한 셈이다. 손실률은 상품의 판매 시기와 만기에 따라 다르지만, 쿠폰금리를 포함해 98.1%의 손실률을 기록한 상품도 있었다.

    ▶충격적 불완전판매… 그리고 분쟁조정

    손실률만큼이나 충격적이었던 것은 DLF 판매 은행들의 불완전판매였다. 금감원은 지난해 10월 DLF 판매 은행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는 각종 불완전판매 사례도 소개됐다. 1분간 전화통화를 하면서 고위험 상품인 DLF를 판매한 사례, 노후자금을 정기예금에 예치하려던 75세 고령자를 DLF로 유치한 사례 등이다. 충격적인 불완전판매 사실이 드러나자 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는 은행들에 ‘역대 최고’ 수준의 배상비율을 결정했다. 분조위는 부의된 6건 가운데 투자경험이 없고 난청인 79세 치매환자에게 DLF를 불완전판매한 사례에 대해 80%의 배상비율을 결정했다. 또 투자경험이 없는 60대 주부에게 ‘손실확률 0%’를 강조한 사례에 배상비율 75%, 예금상품을 요청한 고객에게 기초자산인 이자율 스와프(CMS)를 잘못 설명한 사례에 대해서는 손실액의 65%를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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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위 ELT 논란

    DLF 사태의 재발방지를 위해 금융당국은 고위험 상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주가연계신탁(ELT)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금융위는 지난해 11월 14일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고난도·고위험 금융상품의 은행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는데, 당시 판매 중단 상품 목록에 주가연계증권(ELS)을 담은 은행 신탁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다. 이에 금융회사들은 ‘패닉’에 빠졌다. 40조원 규모의 신탁 시장을 잃게 되는 셈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회사들은 공모형 ELS를 담은 신탁 판매라도 허용해달라는 요구를 끊임없이 제기했고, 금융당국도 지난해 12월 이 요구를 수용하기로 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은행별 ELT 판매량을 지난해 11월 말의 잔액 이내로 제한하는 ‘총량규제’를 도입했다.

    금융위는 당시 고난도·고위험 금융상품의 기준을 파생금융상품 등이 포함된 복잡한 상품이면서 원금손실률이 20%를 초과할 수 있는 상품을 고난도 금융상품으로 정의했다. 다만 기관투자자 간 거래이거나 거래소에 상장된 상품은 고난도 금융상품의 범주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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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감원 조직개편… ‘슈퍼 금소처’ 탄생

    금감원은 올해 1월 발표한 조직개편안에서 금융소비자보호처의 권한을 대폭 확대했다. 금소처의 금융소비자보호 부문을 소비자 피해예방(사전적)과 권익보호(사후적) 부문으로 확대 개편하고, 금융소비자보호 담당 부원장보 자리를 새롭게 신설해 각 부문을 지휘하도록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를 위해 금소처 조직도 기존 6개 부서·26개 팀에서 13개 부서·40개 팀으로 대폭 키웠다.

    특히 주요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등 여러 금융권역에 걸쳐 발생한 민원·분쟁에 대해서는 현장조사를 진행할 수 있으며, 필요하면 권역별 검사 부서와 합동 검사도 가능하다. 또 ‘중대한 소비자피해를 야기한’ 제재 안건에 대해서는 협의할 권한도 부여됐다. 쉽게 말해 금감원 내에 ‘슈퍼 금소처’가 탄생한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금소처의 확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권한이 강화된 만큼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수검부담이 늘고, 금융감독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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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논란의 중심에 선 ‘금감원 제재심’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해 12월 출입기자들과 송년 오찬간담회에서 DLF 판매 은행 CEO 제재와 관련해 “시장에 올바른 시그널을 내보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후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말 각 은행들에 은행·경영진에 대한 징계수위를 통보했다. 사전통지문에는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각각 DLF 판매 당시 행장)에 대한 문책 경고와 기관에 대한 중징계 내용이 들어있었다. 이에 따라 각 은행들은 제재심에서 제재수위를 낮추기 위해 총력전을 진행했다.

    올해 1월 금감원은 DLF 제재심을 3차례 개최했다. 1~2차 제재심에서 주된 논란은 감독자와 행위자를 누구로 지정하는지가 주요 이슈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1월 30일 열린 3차 제재심에서 판단이 내려졌다. 손 회장과 함 부회장에 대한 문책경고가 확정된 것이다.

    금융회사 임직원이 문책 경고를 받으면 향후 3년간 금융회사 임원으로 신규 선임이 불가능하다. 이에 우리금융 회장 연임을 추진하던 손 회장의 연임에도 빨간불이 켜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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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위-금감원 권한 논란

    DLF 판매 은행 CEO에 대한 제재 과정에서 금융위와 금감원 간 권한 논란도 불거졌다. 금감원이 DLF 판매 은행 임직원에 대한 제재수위를 결정할 때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을 적용했다는 부분 때문이다.

    지배구조법 제35조는 지배구조법을 위반한 금융회사 임원에게 금감원장이 문책 경고, 주의적 경고, 주의에 해당하는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해임요구·직무정지 등 높은 단계의 중징계는 금융위가 직접 판단하되, 문책 경고 이하의 징계에 대해서는 금감원이 조치할 수 있도록 위탁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 DLF 사태는 자본시장법이 적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충격적인 불완전판매 사례가 드러났다는 점에서 불완전판매 관련 징계가 핵심이 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자본시장법 438조에 따라 자본시장법과 관련한 임원 제재는 주의적경고와 주의 수준의 징계만 금감원에 권한을 위임했다. 해임 요구, 직무 정지, 문책 경고 등 중징계는 금융위가 결정하도록 돼 있다.

    쉽게 말해 동일한 문책 경고라 하더라도 지배구조법을 적용하면 금감원장이 확정할 수 있고, 자본시장법을 적용하면 금융위가 확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금감원이 자본시장법 대신 지배구조법을 적용한 것을 두고 금융위의 권한을 위축되게 한 일이라는 논란이 제기됐다.

    지배구조법을 적용했을 때 징계를 내릴 법적 근거가 충분한지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논란은 이번 DLF 판매 은행 CEO들이 지배구조법 24조를 위반한 것이 맞는지에 대한 해석에 있다. 이 조항이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는 만큼, 내부통제 부실을 이유로 최고경영자(CEO)를 제재하는 것은 법률 취지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내부통제 부실이 아닌, ‘내부통제 기준마련 미비’가 이번 제재의 근거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향후 진행되는 법률적인 절차에서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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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5일 국회 본회의에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통과되고 있다.


    ▶징계수위 최종 확정… 그리고 행정소송

    금융위는 3월 4일 정례회의를 열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 대한 기관 제재·과태료 부과를 확정했다. 우리·하나은행에 대한 6개월 업무 일부정지(사모펀드 신규판매 업무)를 결정했고, 증선위의 과태료 부과안(하나은행 167억8000만원·우리은행 197억1000만원)도 확정했다. 기관제재는 금감원 제재심이 올린 검사결과 조치안을 그대로 인용했다. 영업 일부정지는 영업 인허가·등록 취소, 영업·업무 전부정지 다음으로 수위가 높은 중징계에 해당한다. 이 조치로 두 은행은 영업 일부 정지가 끝난 시점부터 3년 동안 신사업에 진출하지 못하게 된다.

    과태료 부과는 증선위가 금감원 제재심의 부과금액을 대폭 감경해 금융위로 올렸다. 금감원 제재심은 하나은행에 과태료 255억4000만원을, 우리은행에 227억7000만원을 부과하기로 한 바 있다.

    금융위의 기관 제재 확정으로 손 회장과 함 부회장에 대한 문책 경고도 최종 통지됐다. 임원에 대한 제재수위는 한 달 전 결정됐지만, 개인·기관 제재가 동시 부과되면 금융위 정례회의 후 일괄 통보한다는 관행에 따라 통지가 미뤄진 것이다.

    손 회장은 통지를 받고 법적대응에 나섰다. 법원 전자소송 사이트를 통해 금감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손 회장은 금감원에서 받은 중징계에 대한 징계효력 집행정지 가처분신청과 해당 징계 취소를 청구하는 행정소송을 함께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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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이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면 손 회장은 3월 25일 열리는 주총에서 이사로 재선임돼 연임이 가능해진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소송 결과를 주의 깊게 지켜보는 상황이다. 금감원이 제재 권한을 폭넓게 해석한 것은 아닌지, 상품 부실 판매에 대한 CEO 책임은 어디까지인지 등이 법정에서 처음으로 다뤄지는 탓이다. 본안 소송은 대법원까지 가면 최종 판결까지 2~3년 정도 걸릴 전망이다.

    ▶청와대 감찰·감독책임 논란

    DLF 사태가 남긴 생채기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우선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최근 금감원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DLF 사태 감독부실과 과잉제재 논란 등이 불거진 상황에서 조사가 진행되는 것이기에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조사내용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최근 잇따라 발생하는 금융사고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DLF 징계 과정과 함께 우리은행 일부 직원의 비밀번호 무단도용 논란을 들여다봤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우리은행 직원 313명이 2018년 1~8월 스마트뱅킹 비활성화 고객 계좌의 임시 비밀번호를 무단으로 변경해 활성계좌로 만들면서 금감원이 조사했던 사안인데, 이 건은 DLF 사태 관련 CEO 징계 이후 세간에 알려졌던 바 있다.

    금감원에 대한 감독책임 문제도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다. DLF 사태를 금감원이 사전에 방지할 기회가 수차례 있었음에도 적시에 대응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감사원은 올해 금감원에 대한 본감사를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승진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5호 (2020년 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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