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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안을 먹고 큽니다… 악재 뚫고 주목받는 투자 피난처는 역시 달러

    2020년 04월 제 115호

  • 코로나19가 팬데믹 양상으로 번지는 와중에 산유국 간의 유가전쟁까지 겹치자 글로벌 자산시장은 그야말로 시계제로의 상황에 접어들었다. 가장 먼저 폭락한 것은 각국 주가다. 바이러스 발원지인 중국이 지난 1월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았고, 한국, 미국, 유럽 순으로 증시가 아비규환에 빠져들었다. 국제유가는 이중고 속에 바닥없는 추락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발 경기 하강 우려에 안 그래도 하락 압력이 우세했던 유가는 주요 산유국들 간의 힘겨루기가 본격화하자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연초 배럴당 60달러 위에서 움직였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30달러선 밑으로 폭락했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흘러가자 미국은 두 번의 기습 금리인하로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으려 했지만 인하 직후 주가가 오히려 떨어지는 기현상이 연출되면서 시장에 팽배한 공포가 드러났다.

    고수익을 낼 가능성이 있는 대신 손실 위험도 큰 자산부터 하루가 다르게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연초 주식, 원유 등 위험자산으로 쏠리던 자금은 하락세가 이곳저곳으로 옮겨 붙자 피난처를 찾아 헤매고 있다. 달러, 금, 미국 국채가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힌다. 세계 경제에 위기가 드리우면 어김없이 주목받는 피난처다.

    이달 들어 위험회피 심리가 극한으로 치달으면서 달러를 제외한 안전자산에서도 자금유출이 일어나고 있지만, 전통적 안전자산은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위험자산에 비하면 선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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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러가 최고”

    코로나19에 대한 극도의 공포는 모든 자산에 대한 매도, 즉 현금화로 연결되고 있다. 자산가치 폭락이 위험자산 경계를 벗어나 채권, 금으로까지 확산한 배경이다. 다만 달러는 예외다. 금융자산을 기축통화인 달러로 바꾸려는 수요가 넘쳐나면서 달러는 최후의 ‘안전자산’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팬데믹 선언과 주요국이 내놓은 금리인하, 자산매입규모 확대 등 여러 정책 대응이 바이러스 영향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점과, 대응할 수 있는 정책 카드도 소진돼가고 있다는 인식이 시장의 불안을 증폭시켰다.

    이 같은 불안감이 촉발한 무차별적 현금화는 달러 수요를 자극해 달러화 조달 비용 급등과 전방위적 강달러를 유발했다. 구체적으로는 유가 폭락에 따른 미국 에너지 기업들의 자금 수요, 글로벌 자금의 현금화에 따른 투자 통화 환헤지 포지션 청산 등 여러 요인이 엮이면서 달러자금 수요를 급증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각국 통화 대비 달러 조달 비용을 나타내는 스와프스프레드는 17일 유로/달러, 엔/달러 기준 -120베이시스포인트(1bp= 0.01%포인트)까지 확대됐다. 이는 유로존 부채 위기가 고조되던 2011년 후반 이후 가장 넓게 벌어진 것이다. 최근까지만 해도 -20bp에 머물던 스와프스프레드의 급격한 확대는 그만큼 각 통화 대비 달러 조달 비용이 비싸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유로화, 엔화, 파운드화 등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국 달러의 평균적인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도 급등했다. 지난 9일 94선이던 달러 인덱스는 18일 100을 넘어섰다.

    원달러 환율도 18일 기준 전날 대비 2.2원 오른 1245.7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010년 6월 이후 약 10년 만의 최고치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19일부터 국내은행과 외국계 은행 지점의 선물환포지션 한도를 각각 40%와 200%에서 50%와 250%로 상향하는 조치를 내놓기도 했다. 이 같은 조치는 외화자금시장에서 달러와 원화를 맞바꾸는 스와프 거래를 하는 은행들에게 달러 공급을 늘릴 수 있는 유인을 주기 위한 조치다.

    달러 초강세를 촉발한 코로나19 확산세가 잡히지 않는다면 달러 강세 진정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달러 추가 상승을 내다본다면 달러선물지수와 연동된 ETF에 주목할 만하다. 국내 상장된 달러선물 ETF로는 TIGER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ETF, KODEX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ETF, KOSEF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ETF 등이 있다. 이들 상품은 모두 원화 대비 달러가치가 강세를 나타낼 때 수익률이 올라가는 구조다.

    반대로 원화 대비 달러값이 10년 내 최고점까지 오른 상황에서 반락할 것으로 본다면 달러 인버스 ETF를 활용할 수 있다. KODEX미국달러선물인버스2XETF, KOSEF미국달러선물ETF, 신한인버스2X미국달러선물ETN 등이 달러 약세에 베팅하는 상품들이다.

    이밖에 달러화로 투자하는 미국 주식이나 환헤지를 걸지 않는 언헤지형 해외 펀드도 달러 추가 강세 혜택을 볼 수 있는 투자처다. 다만 이들은 근본적으로 주식 등 코로나19발 가치폭락에서 자유롭지 못한 자산을 담고 있어 달러가치 상승에 따른 효과는 미미하며, 편입자산 등락에 따라 수익률이 좌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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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

    파운드, 달러 이전에 가장 오랜 기간 인류가 사용해온 기축통화인 금도 주목받고 있다. 부식되지 않는 영구성과, 생산하려는 의지가 있어도 원활한 공급이 불가능한 공급제한성은 현대까지도 금이 기축통화에 준하는 가치를 지니고 있는 배경이다.

    화폐와 달리 정부나 중앙은행의 의지대로 증가시킬 수 없는 금은 달러 및 유로 등 주요 통화의 총량이 증가할수록 상대적 가치가 증가한다.

    코로나19발 경기침체를 잠재우기 위해 미국, 유럽, 중국 등 각국이 금리인하, 양적완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값이 뛸 가능성이 이론적으로는 충분하다. 다만 이 같은 상황에서도 금값은 지난 9일부터 18일까지 약 10% 하락했다. 투자자들이 최후의 안전자산으로 ‘달러’를 선택한 결과다. 고공행진을 이어오던 금값이 조정받기 시작한 시점은 달러가 본격적으로 강세를 나타내기 시작한 때와 일치한다. 금마저 팔아 유동화시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금값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 촉발된 강달러는 다시 금값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사이클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달러로 거래되는 금 특성상 달러값과 금값은 통상 반대로 움직인다. 값을 매기는 눈금인 달러의 가치가 떨어지면 중국이나 유럽 등 입장에서는 금 등 달러표시자산을 상대적으로 싸게 사들일 수 있기 때문에 수요가 증가하는 이치다.

    금값이 이대로 하락일로를 걸을 것이라 보는 전문가는 적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금 가격 하락은 일시적 현금화 수요에 따른 것”이라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일시적으로 겪었던 조정 수준이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는 금 가격이 통화정책에 맞춰 움직일 것이라 보고 있다. 외려 투자자 입장에선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아도 될 만하다”고 밝혔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도 “최근 금 가격 하락이 안전자산 수요 감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금 가격은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팬데믹을 이겨내기 위한 완화적 통화정책과 재정확대 정책에 따른 마이너스 금리 채권규모 확대로 상승 전환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금 상승세를 내다본다면 KRX 금시장, 금 펀드, 골드뱅킹, 금 실물거래를 통해 투자가 가능하다.

    금 현·선물 가격과 함께 광산, 금 채굴기업 등 관련주에 두루 투자하고 싶다면 펀드를 통한 방법이 가장 편리하다. 세금 측면에서 가장 유리한 방법은 KRX 금시장을 통하는 것이다. KRX 금시장은 실물 인출 없이 계좌 거래를 하면 금값이 올라도 세금이 붙지 않는다. 골드뱅킹, 금 펀드의 매매차익이 배당소득으로 과세돼 차익의 15.4%가 원천징수된다는 점과 비교했을 때 큰 장점이다. 매매 차익이 비과세되므로 당연히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도 아니다. 다만 실물 인출 시에는 10%의 부가가치세가 부과된다. KRX 금시장 외에도 골드뱅킹, 금은방(실물 매수) 모두에 마찬가지로 해당되는 사항이다.

    절세를 위해서라면 해외 상장된 금 관련 ETF도 고려할 만하다. 해외 상장된 ETF는 양도소득세 적용 대상으로 연간 실현한 총 수익에서 총 손실을 뺀 순이익에서 250만원을 공제한 금액에 대해 22%가 과세된다. 양도세는 분류과세 대상이기 때문에 종합소득신고 대상자들에겐 해외주식이 절세에 유리할 수 있고 소액 투자자의 경우에도 수익금 250만원까지는 비과세이므로 세금을 아낄 수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해외 상장 금 ETF로는 아이셰어골드트러스트와 SPDR골드셰어가 있다. 은행에서 파는 골드뱅킹 상품도 있다. 금 통장을 만들어 입금하면 예금액만큼 금을 0.01g 단위로 적립해 준다. 그래서 금 통장에는 입금액이 아니라 금 시세에 따라 매입한 금의 무게가 표시된다. KB국민은행의 ‘KB골드투자’, 우리은행의 ‘우리골드투자’, 신한은행의 ‘골드리슈 골드테크’ 통장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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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채

    나라가 부도나지 않는 한 원금을 받을 수 있는 국채 또한 전통의 안전자산이다. 특히 미국 국채는 더욱 그렇다. 다만 코로나19 팬데믹 공포로 미 국채까지 현금화 대상이 되면서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값이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무차별적 현금화 기점인 9일부터 18일까지 60bp 이상 급등했다. 안전자산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불안심리가 확산하는 가운데 국내 초단기채를 담은 펀드로는 여전히 투자금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어 주목된다. 시장금리 변동에 영향을 적게 받는 ‘무던한’ 초단기채를 담은 펀드라는 장점이 극한의 변동성 장세에서 부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18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초단기채 펀드로는 5555억원이 들어왔다. 개인투자자들의 매수가 쏠리고 있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하면 가장 많은 금액이 들어온 것이다. 초단기채 펀드로는 최근 일주일 새 1530억원, 연초 이후로 시계를 넓혀도 1조2520억원이 유입되면서 시장 상황이 불안한 와중에도 꾸준히 자금을 모으고 있다. 최근 한 달 수익률은 0.21%로 높다고는 보기 어렵지만, 자산 종류를 가리지 않는 폭락장에서 원금을 잃지 않았다는 것만 해도 투자자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잇따른 두 번의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금리가 오르며 안전자산으로서 체면을 구긴 미국 국채 향방을 놓고 전문가들은 더 강력한 정책이 등판해야 비로소 안정을 되찾을 것이란 의견을 내놓고 있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채권 고평가와 수급부담을 인정해도 현재 금리 상승은 다소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며 “금융위기에 준하는 불안심리가 극단적인 현금화를 이끌면서 안전자산인 국채시장도 흔들리고 있다.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정책적 노력들이 더해져야 할 상황으로 풀이된다”고 바라봤다. 높아진 불안정성과 국채 선물시장에서의 투기적 포지션이 아직 순매수로 돌아서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금리 하향 안정화로 돌입하기보다는 금리 변동성이 높아지는 장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 국채마저 불안정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브라질 등 신흥국 채권 투자에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브라질이 18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는 등 신흥국도 미국을 따라 금리를 내려잡으면서 달러에 대한 상대적 약세가 지속되면서 환차손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내 증권사에서 중개하는 브라질, 멕시코 등 신흥국 국채 투자는 대부분 환헤지가 돼있지 않기 때문에 해당국 통화 가치가 떨어지면 채권 평가액도 함께 줄어든다. 중남미 채권펀드의 최근 한 달 수익률은 -13.36%로 손실을 보고 있다.

    신환종 NH투자증권 FICC리서치 센터장은 “신흥국 로컬 채권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과 유가 급락으로 통화 가치 하락이 진행되면서 이슈가 완화될 때까지 약세가 불가피해 보인다”며 “미국 정부와 연준의 강력한 신용 불안 저지를 위한 정책이 나와 미국 내 신용 불안이 완화된 이후에야 신흥국의 자금 시장 불안도 회복될 것”으로 바라봤다.

    [홍혜진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5호 (2020년 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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