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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드바 판매량 1년새 2배, 신탁도 껑충

    2021년 07월 제 130호

  • 직장인 김 모 씨(46)는 작년 7월에 가입한 금 신탁 수익률이 최근 ‘플러스(+)’로 돌아섰다는 문자를 받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김 씨가 KB국민은행에서 가입한 상품은 금 실물을 상속·증여할 수 있는 유언대용신탁 ‘KB 위대한유산 신탁’이었다. 현금 대신 금을 매월 소액씩 적립하는 신탁 상품으로, 기존 신탁에 유언·상속 기능을 더한 것이다. 김 씨의 가입 목적은 하나뿐인 자식인 딸에게 금을 물려주고 싶다는 것. 10년 이후 이 상품은 신탁 수익자에게 편지도 남길 수 있다. 김 씨는 신탁의 수익자인 딸에게 “반짝반짝 빛나는 금처럼 너의 인생도 빛나길 바란다”라는 문구도 남겼다. 

    그러나 김 씨의 마음고생은 가입 당시부터 시작됐다. 금값이 작년 7월부터 같은 해 말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했던 것. 반전은 올해부터다. 꾸준히 오르면서 작년 한때 -15%까지 갔던 수익률이 소폭이나마 플러스로 바뀌었다. 

    김 씨는 “작년 금 시세가 최고점일 때 가입해서 한때 수익률이 -15%까지 내려가 한동안 속 태웠다”며 “어차피 10년 장기로 자식에게 물려줄 생각에 (신탁을) 가입한 것이라 이번엔 금 통장도 개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상품은 10년 만기 후 금으로 받을지, 금 투자 수익률에 따라 현금으로 받을지 결정하는 방식의 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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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까지 뜨거웠던 금

    다른 자산 수익률 압도해


    이처럼 최근 은행 창구에선 김 씨가 가입한 금 신탁은 물론 골드뱅킹(금 통장)과 골드바 구입에 대한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6월 16일 신한은행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국내 금 시세는 1g당 6만6624원이다.

    올해 최저점(3월 말·6만1209원) 대비 2개월 만에 8.8% 상승했다. 같은 기간 비트코인이 약세를 면치 못하면서 금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는 상황이라는 게 은행권의 공통된 반응이다. 연중 최고점인 5월 26일에 금값은 6만8481원까지 갔다. 최저점(3월 말) 대비 최고점(5월 26일) 수익률은 11.9%다. 이 기간 동안 주요 상품의 수익률을 따져보자. 주식시장 수익률을 대표하는 코스피지수는 이 기간 동안 3.5% 올랐다. 미국 주식 수익률도 비슷했다. 애플 아마존 구글 등이 몰려있는 나스닥지수 역시 이 기간 3.7% 상승했을 뿐이다. 

    금값과 가장 상반된 모습을 보이는 자산이 가상화폐라는 사실에도 큰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도 그랬는데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 기준으로 금값이 호조를 보였던 2달 동안 비트코인 시세는 33.8% 하락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6월 들어 비트코인이 반등하고 금값이 하락한 만큼 두 자산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라며 “금값의 방향성은 인플레이션 우려와 비트코인 전망이라는 점을 투자자들이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5월까지 호조를 보였던 금값은 6월 들어 약세로 돌아섰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여전한데도 금값이 약세라는 점은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다. 이같은 약세 배경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가상화폐가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떠오른 만큼 금이 설 자리가 없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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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라진 금의 위상

    그래도 금만 한 게 없다?


    전통적으로 금은 인플레이션이나 경제 위기 속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안전자산이었다. 베개 밑이나 금고에 보관한 금은 갑작스런 화폐 개혁이나 요동치는 자산 시장 급변동을 이겨낼 비장의 무기였던 것이다. 결혼식 등 각종 예식에서 항상 사랑받는 장신구로서 의미도 있는 데다 전도성이 뛰어나 산업적 가치도 있는 만큼 ‘만능 재테크 수단’으로 항상 각광 받아왔다. 

    1920년대 세계 대공황 때 주식시장이 붕괴되자 부자들의 돈은 대거 금으로 몰려갔다. 2001년 닷컴버블과 2008년 금융위기 때도 마찬가지였으며, 작년 코로나19 사태가 퍼지자 금값은 같은 해 8월 초 사상 최고가를 찍기도 했다. 그만큼 위기만 닥치면 사람들은 금을 모으는 데 혈안이었던 것이다.

    최근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우려에도 금값이 오히려 약세로 돌아서고 있다. 그동안의 전례와는 다른 양상이다. 이에 따라 일부 자산시장 전문가들은 이제 금의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하는 사람들과 기관들이 늘고 있다. 그동안 달러 약세와 인플레이션 방어 수단으로 금을 추천해왔던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그 태도를 바꾸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향후 12개월간 금값 전망치를 2300달러에서 2000달러로 13%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최근 금리 상승세도 금의 지위를 흔들고 있다. 실질 금리가 오르면 이자 수익이 없는 금의 투자 매력은 반감될 수밖에 없다. 금리가 낮을 땐 금과 같은 자산 가치가 오르지만 금리가 오르면 굳이 위험자산인 금을 보유할 이유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JP모건에 따르면 2008년 이후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때마다 금값은 평균적으로 온스당 80달러씩 떨어졌다. 

    최근 금은 다른 자산에도 밀리는 형국이다. 75억달러 규모 자산을 운용하는 미국 헤지펀드조차도 금보다는 비트코인이 유망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미국 헤지펀드 스카이브릿지캐피털의 트로이 가예스키 공동 CIO는 앞으로 가격 상승 가능성이 높은 투자자산으로 금과 비트코인을 주목하고 있다고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미 중앙은행(Fed)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금과 비트코인 시세에는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하지만 가예스키는 금보다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의 투자수익률이 더 좋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비트코인 시세 변동성이 더 크기는 하지만 대신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6월 14일 오전 11시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4600만원 선으로 반등했다. 6월 초에 3000만원 선이 깨졌던 것을 감안하면 예상 외의 큰 반등이 나오고 있는 셈이다.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주요 금융사 CEO와 거물 투자자들이 앞다퉈 가상화폐나 금을 사라고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선순위로 보면 항상 가상화폐가 금보다 앞서 있는 상황이다. 

    이날 미국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CEO는 “높은 물가상승률 때문에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며 이에 따라 각종 위험자산 투자보다는 현금 비축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장기적으로 금리가 올라가고 물가상승률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며 모두가 이같은 상황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억만장자 헤지펀드 운용자인 폴 튜더 존스도 이날 시장의 모든 신호가 가상화폐나 금에 투자하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관련 거래에 강하게 베팅하라는 신호가 포착됐다”며 “원자재, 가상화폐, 금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실제로 비트코인 가격이 곧바로 반등하는 등 자산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미국 금융당국은 이같은 인플레이션 우려가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고 진화하고 있다. 

    비트코인과 금이 올 들어 자주 비교 대상이 되곤 하지만 일각에선 금은 내재가치가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투자가치가 월등하다는 분석도 있다. 금은 반도체와 태양광 전지 등을 제작할 때 쓰이지만 비트코인은 투자자산으로만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역시 “가상화폐는 태생적으로 내재가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기축통화 국가인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8133t의 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금의 가치가 보증된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올 들어 세계 최대 금 수요 시장인 인도, 중국에서 실물 수요가 증가한다는 신호가 나온 가운데 이 같은 현상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수록 강화될 것이란 예상이다. 글로벌 투자 운용사 블랙록의 에비 햄브로 애널리스트는 “신흥시장 실물 수요가 늘고 채굴량이 감소하면서 장기적으로 금값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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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 투자는 어떻게 

    금과 재테크의 합성어인 금테크의 주요 특징은 이자와 배당이 없는 대신 특정 시기에 가격이 급등해 단기 수익률이 매우 높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만큼 손해 볼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분산 차원에서 금테크에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반 고객이 금에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은 실물인 골드바를 은행이나 거래소에서 직접 구입하거나 금 ETF 혹은 펀드, 금 통장 개설, 금 신탁 등 크게 네 가지다. 

    ETF는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는 금 인덱스펀드를 시가대로 매입과 매도를 진행한다. 금 가격에 연동되지만 펀드로 운용되는 형태다. 금 ETF는 주식매매처럼 실시간으로 거래가 가능해 시세를 확인하기 쉽다. 금 통장으로 금을 사고파는 것은 그램(g) 단위(소수점 단위도 가능) 또는 원화금액을 입력하면 금액에 해당하는 금을 g으로 환산해 매입하는 형태다. 

    적립식으로 주기적으로 금을 매입할 수 있고, 필요할 때마다 자유롭게 매입하는 것도 통장에 따라 가능하다. 적립된 금은 일부 또는 전부 매도가 가능하고, 실제 금으로 인출하려면 10% 부가가치세를 부담하면 된다. 금 실물을 은행 통장으로 꾸준히 모으고자 하는 직장인에게 적합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금 통장 개설이 가능한 KB국민·신한·우리은행 등 3대 은행 기준으로 금 통장에 몰린 돈은 지난 5월 24일까지 6960억원이다. 비트코인이 급등세를 보이면서 금 시세가 주춤했던 지난 2월 한때 잔액이 줄기도 했지만 이후 3개월(3~5월) 연속 늘고 있다. 

    골드바 투자는 주로 100g, 1㎏ 단위로 판매하고, 매입 시에는 10%의 부가가치세를 부담해야 하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매도 시에는 세금이 없다. 국제 금가격 및 원달러 환율에 따라 매일 매매 시세가 달라진다. 고액자산가들이 시간을 두고 증여, 상속 차원에서 골드바를 매입하거나 자산 포트폴리오 분산차원에서 골드바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은행 PB들의 의견이다. 골드바 판매량은 4대 은행(KB국민·하나·우리·NH농협) 기준 5월 24일까지 451억원이다. 작년 같은 기간(201억4000만원)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금 펀드는 금에 직접 투자하는 상품이 아니라 금 관련 산업, 금광회사 등의 주식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금 실물가격의 변동에 따라 같은 흐름을 보이지만 100% 금 가격에 연동하지 않는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대신 보유주식의 주가 상승과 배당금의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금 ETF나 금 펀드가 바람직하다”며 “다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같은 간접 상품은 금의 시세를 정확하게 추종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3년 이상 장기투자라면 실물(골드바)을 사는게 더 낫지만 이 방법 역시 보관비용이 든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금융자산 투자의 경우 비대면이 일반화됐지만 여전히 금 관련 투자를 하려면 상당한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반드시 은행에 가서 대면으로 가입해야 하고 상속세 등 절세 효과도 없다. 특히 원금 손실 가능성이 높아 투자 성향 분석과 위험 고지 등 여러 가입 절차를 거쳐야 한다. 특히 지난 3월 25일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으로 가입 시간이 더 늘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 신탁을 기준으로 작년까지만 해도 가입에 40분이 걸렸다면 금소법 시행 이후로는 각종 설명을 듣는 데 1시간 이상을 감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에도 KB국민은행의 골드바 적립식 신탁의 수탁액은 지난 5월 24일 975억원에 달한다. 작년 5월 말(266억원)과 비교하면 1년 새 3.7배 급증한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6월 들어 비트코인이 반등하자 금값이 주춤하고 이에 따라 금테크 관심도가 하락한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금의 역사는 비트코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오래됐으며 코로나 사태가 진정될수록 보관가치 및 자산가치가 있는 금의 시세가 꾸준히 오르면서 재평가 기간을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가속화할수록 비트코인 투자 위험성이 커져 금이 다시 안전자산 지위를 찾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어떤 것의 가격이 근본 가치에서 크게 멀어질 때 거품이 생기는데 우리는 가상화폐의 근본 가치조차 알지 못하며 이제 가격도 급등해 거품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문일호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0호 (2021년 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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