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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건축 안전진단 ‘오죽했으면 여당 구청장이 항의를’

    2021년 08월 제 131호

  • 안전진단 기준을 믿지 못하겠다는 분위기가 여당 소속 구청장 입을 통해서까지 터져나오고 있다. 정부가 사실상 재건축을 틀어막는 방향으로 안전진단 제도를 바꾸면서 시장의 불만은 더욱 커져가는 모양새다.

    강동구는 지난 6월 29일 ‘명일동 고덕주공9단지’ 재건축 정밀안전 적정성 검토 결과(유지보수, C등급)에 대해 이를 검토한 공공기관인 국토안전관리원에 이의를 제기했다. 현재 이정훈 강동구청장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고덕주공9단지는 1985년 지어져 재건축 연한인 30년을 넘긴 아파트로 1320가구 규모 대단지다. 지난해 하반기 재건축 정밀안전진단 결과 ‘조건부 재건축(D등급)’ 판정으로 관련 법령에 따라 검토 기관인 국토안전관리원에 적정성 검토를 의뢰하였으나, 올해 6월에 최종 ‘유지보수(C등급)’ 통보를 받았다.

    재건축 안전진단은 100점 만점으로 점수에 따라 등급을 나누는데 D등급(31~55점)은 공공기관(한국건설기술연구원·국토안전관리원)의 적정성 검토를 거쳐야 한다. E등급(31점 미만)은 안전진단 통과 확정, A~C등급(55점 초과)은 유지보수 판정으로 재건축 불가를 뜻한다.

    강동구가 항의한 이유는 적정성 검토 결과(62.70점, C등급)가 1차 안전진단(51.29점, D등급)보다 무려 10점이나 넘게 올랐기 때문이다. 동일한 안전진단 기준 및 재건축사업의 안전진단 매뉴얼에 따라 평가한 결과가 이토록 차이가 크다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고덕주공9단지 관계자는 “1차 안전진단 용역 업체가 몇 가지 잘못 산정한 부분이 있어 일부 점수가 오르는 건 납득할 수 있지만 어떻게 1차와 2차가 10점 넘게 차이 날 수가 있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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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양천구 목동11단지가 최근 2차 안전진단에서 탈락하자 분노한 주민들이 아파트 외벽에 양천구청을 비난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명일 4인방’ 재건축 빨간불

    여당 소속 구청장이 이렇게까지 강경하게 대응한 이유는 일명 ‘명일 4인방’이라 불리는 재건축을 앞둔 단지가 많기 때문이다. 명일 4인방은 고덕주공9단지를 비롯해 신동아(1986년, 570가구, 적정성 검토 의뢰), 우성(1986년, 572가구, 적정성 검토 준비), 한양(1986, 540가구, 안전진단 준비)까지 총 3002가구 규모 단지다. 고덕주공9단지가 안전진단에서 미끄러지면서 나머지 단지 역시 재건축에 빨간불이 켜진 모양새다.

    강동구 관계자는 “적정성 검토 결과 관련자료 등을 면밀히 검토하여 잘못 판정된 부분이 확인될 경우, 국토안전관리원에 재차 이의제기 등 적극 대응할 예정”이라고 했다.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 목소리는 다른 자치구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지난 5월 민주당 부동산 특위와 만난 자리에서 재건축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는 정순균 강남구청장, 오승록 노원구청장, 채현일 영등포구청장 등 재건축을 현안으로 다루는 자치구가 함께했다.

    양천구 내에는 2만6629가구가 몰려 있는 목동신시가지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총 14개 단지인데 용적률 한도보다 낮게 지어져 재건축 시 5만 가구로 현 가구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나 공급효과가 큰 곳으로 꼽힌다. 주거·교육 여건도 양호해 최근 씨가 마른 고급 아파트 수요까지 맞출 수 있다.

    하지만 안전진단 벽을 넘지 못하는 단지가 나오면서 목동 재건축은 속도를 내지 못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6월 목동6단지가 14개 단지 최초로 안전진단을 최종 통과하며 재건축 바람이 일었다.

    하지만 이후 목동9단지와 11단지가 적정성 검토 단계에서 유지보수 등급인 C등급을 받으며 미끄러졌다. 14개 단지 모두 유사한 시기인 1980년대 후반에 지어졌으나 안전진단 결과는 다르게 나타나면서 과연 이를 받아들일 수 있겠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목동 신시가지 주민은 “건물 외관이 튼튼해 보인다고 탈락시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이중, 삼중 주차로 소방차도 못 들어오고 스프링클러도 없다”고 말했다.

    재건축 연한인 준공 30년 차 아파트가 채운 단지만 5만 가구 수준인 노원구에서도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 목소리가 높다. 노원구 내 준공 30년 차 아파트는 37개 단지 4만9147가구에 달하며 택지개발사업으로 들어선 주공단지만 16개다. ▶노원구 37개 단지 중 26곳 재건축 준비

    현재 노원구 재건축 대상 37개 단지 중 26개 단지는 재건축을 준비하고 있다. 공릉동 태릉 우성아파트는 정밀안전진단 결과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아 적정성 검토를 기다리는 중이다.

    상계동 상계주공6단지 역시 조건부 재건축 판정으로 적정성 검토를 신청할 수 있지만 이를 잠정 보류했다. 다른 재건축 단지에서 안전진단 불발 소식이 이어지는 등 업무 추진 리스크가 커져서다.

    안전진단이 재건축을 틀어막는 장애물이 된 이유는 평가항목 중 구조안전성 가중치가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안전진단 평가항목은 구조안전성, 시설노후도, 주거환경, 비용분석 4가지로 나뉜다. 2018년 3월 문재인 정부는 구조안전성 가중치를 당시 20%에서 50%로 대폭 상향했다. 이는 과거 노무현 정부 때와 같은 가중치 비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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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서울시청에서 기자설명회를 통해 재개발 활성화를 위한 ‘6대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안전진단 기준 변경을 두고 주민 안전 강화가 아닌 재건축 억제 포석으로 봤다. 현행 기준이 주거 환경이나 설비의 노후화 등 주민 실생활에 관련된 부분보다 구조안전성에만 치우쳐 사실상 재건축을 원천 봉쇄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대중 명지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구조안전성의 가중치가 50%라는 것은 건물이 주저앉기 전까지는 재건축하지 못한다는 뜻”이라면서 “이를 적어도 30% 이하로 낮춰 노후 아파트의 재건축에 숨통을 터야 한다”고 했다. 주거 환경이 갈수록 악화하는 노후 아파트들의 재건축을 언제까지 막기는 어려운 만큼 정부와 오세훈 시장이 타협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많다.

    배관이 썩어 녹물과 벌레가 나오거나 난방이 어렵고, 벽에 금이 가 물이 새는 아파트를 방치할 수는 없으니 재건축의 숨통을 터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부동산학회 회장인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건물이 무너질 때까지 기다릴 게 아니라 주거 환경이나 생활수준의 변화에 발맞춰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권에 따라 정치적으로 오락가락해선 곤란하며 기준을 투명화, 객관화해야 한다”고 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나 늘어나는 용적률의 일정 부분을 기부채납 받아 공공 분양이나 임대로 돌리는 제도적 장치가 있는 만큼 정부와 오 시장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주민 실생활에 맞게끔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재고해달라고 거듭 요청했으나 국토부의 반응은 ‘요지부동’이다. 취임 직후 오 시장은 안전진단 평가 항목 중 현재 구조안전성 가중치인 50%를 30%로 낮추고 주거 환경·시설 노후도 항목을 각각 15%포인트, 5%포인트 올려달라고 국토부에 공식 건의했다. 이는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당시 구조안전성 고려 비율인 20%와 40%의 중간치다.

    안전진단 완화가 어렵다는 사실은 지난 6월 서울시와 국토부가 공동으로 연 주택정책 협력 간담회 자리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김성보 서울시 주택건축본부장은 이날 정부 서울청사에서 진행된 온라인 브리핑에서 “국토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한다는 원칙에 공감했다는 것은 이른 얘기다”라고 했다. 동석한 김수상 국토부 주택토지실장도 “구체적 시기와 방법은 시장 안정세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협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 기준이 되는 시장 안정세를 말해주는 지표는 누구도 설명하지 않아 ‘시간 끌기’용 기자회견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안전진단 통과 단지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앞으로 안전진단을 통과한 단지는 조합원 지위 양도에 제한을 받을 수 있게 돼 재건축 진행 자체가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서울시는 지난 6월 ‘정비사업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시기 조기화’를 발표하며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기준일을 기존 조합설립인가 이후에서 안전진단 통과 이후부터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안전진단은 재건축 초기 단계 수준에 그칠 뿐, 정비구역지정, 추진위 구성, 조합설립인가,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 등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에 서울시는 합리적인 가격 수준으로 거래가 되는 지역이면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시기를 앞당기지는 않을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서울시는 이번 규제가 과하다는 지적에 대해 설명자료를 내고 “(이번 발표는) 투기수요 유입 방지라는 공익적인 목적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모든 재건축 단지에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시·도지사가 투기우려지역을 선별하여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제한적으로 지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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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토부에서도 주택 공급이라는 대목표를 위해 민간을 활용해야 한다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지만 안전진단 완화에는 선을 긋는 모양새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1일 KBS 인터뷰에서 “흑묘백묘라는 말처럼, 사업성이 있고 민간이 잘하는 부분은 민간이 맡고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주민 간 의견 합치가 되지 않는 곳에선 공공이 개발을 이끌면 된다”고 말했다.

    흑묘백묘론은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뜻으로 1970년대 말 중국 지도자 덩샤오핑이 추진한 개방형 경제정책이다. 도심 주택 공급이라는 목표를 위해 공공만 고집하지 않고 민간도 충분히 활용하겠다는 뜻이다.

    그는 “서울시와 실무 협력 채널을 계속 가동하고 있다”며 “도심 내 충분한 주택을 공급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서울시의 재건축 안전진단 요건 완화 요구에 대해선 “지금은 시장 상황이 안정 상태로 돌아간 것은 아니다”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국토부 주택 공급 계획은 계속 미뤄져

    서울시 내에 남는 땅이 없는데도 국토부가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에 나서지 않는 이유로는 서울시와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관측도 나온다. 국토부는 노원 태릉골프장에 1만 가구 공공주택 공급계획을 발표했으나 최근 오 시장은 자연훼손·교통 문제 등을 근거로 ‘재검토’ 의견을 냈다. 노 장관은 “주택 공급 목표를 맞춘다는 전제하에 대체부지 확보 등 대안을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토부 주택공급계획은 계속해서 미뤄지는 모양새다. 국토부는 최근 발표한 ‘2021 주거종합계획’을 통해 용산정비창(1만 가구)과 태릉골프장(1만 가구) 등에 대한 지구 지정을 2022년까지 완료하고 2027년부터 입주를 마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국토부는 앞서 태릉골프장의 지구 지정을 올해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연기했는데, 또 지구 지정 일정이 밀린 셈이다.

    국토부는 지구 지정 시점을 내년으로 잡았지만 구체적 시기를 특정하진 않았다. 국토부는 “도심 유휴용지는 관계기관 협의 등을 거쳐 입지별 사업계획을 확정하고, 지구 지정·사업 승인 등 제반 절차를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시민단체 반발이 거세지면서 주민소환 추진까지 이어진 것도 정책 부담으로 작용했다. 시민단체인 ‘초록태릉을지키는시민들’은 태릉골프장 개발 철회를 요구하며 오승록 노원구청장에 대한 주민 소환 투표를 추진했다. 그러나 주민 소환 투표 발의에 필요한 유효 서명인 수를 채우지 못해 무산됐다. 현행법상 주민 소환 투표를 하려면 지역 내 유권자 15%가 동의해야 한다. 노원구 유권자는 약 44만 명으로 6만6000여 명이 서명에 참여해야 하는데, 채우지 못했다.

    투표 무산에도 불구하고 주민 반발은 여전하다. 주민 대표 A씨는 “이미 서울 내에서도 태릉은 교통 혼잡도로 톱랭크에 이름을 올리고 있을 정도”라며 “아무런 교통 대책도 없이 1만 가구를 집어넣겠다고 하는데, 이는 단순히 주민 생활환경이 불편해지는 정도가 아니라 지역을 괴사시키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주민들은 정부의 주택 공급 계획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국토부는 재건축 대신 3기신도시 사전청약으로 공급효과를 기대하는 모양새다. 인천 계양 등 수도권 3기 신도시 사전청약이 오는 16일부터 시작된다. 이는 2018년 9월 3기 신도시 조성계획 발표 이후 2년 10개월 만이다. 공급 규모는 지역별로 인천 계양(1050가구), 성남 복정(1026가구), 경기 의왕 청계2(304가구), 경기 남양주 진접2(1535가구), 위례(418가구) 등 5곳이다. 청약 물량은 2~4인 가구에 적합한 전용면적 51~74㎡로 구성된다.

    분양가가 시세보다 낮게 매겨져 시장 관심은 높은 상황이다. 강남권과 가까운 하남 교산의 경우 아파트 전용면적 84㎡ 분양가가 7억원 후반대로 책정될 전망이다. 이는 인근 하남시 망월동 ‘미사강변 골든센트로’ 전용 84㎡ 최근 실거래가(11억원)보다 30% 낮은 수준이다. 단 토지보상에 차질을 빚는 경우 본청약이 늦춰질 수도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현재 하남 교산은 토지 보상률이 80% 수준이다.

    [이축복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1호 (2021년 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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