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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가 부동산 ③ 호텔 헐어 고급 주거시설 최고 요지에 들어서는 펜트하우스 관심

    2022년 03월 제 138호

  • 초고가 럭셔리 주택이 각광받는 가운데 경영 환경이 악화된 호텔을 헐어 고급 주상복합이나 주거용 오피스텔로 변경하려는 시도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5성급 고급 호텔은 지역별로 최고의 요지에 자리 잡은 경우가 많아 땅의 쓰임새를 살려 수요가 많은 럭셔리 주택을 짓겠다는 시도를 하는 것이다.

    최근 매각 절차가 완료된 프리마호텔도 이 같은 흐름의 일환이라 볼 수 있다. 1985년 건축돼 서울 강남 도산대로 한복판 강남구 청담동 52-3에서 영업하던 프리마호텔은 지난 1월 4085억5759만원에 매각됐다. 이 호텔 대지면적이 4638.1㎡(약 1405평)인 것을 감안하면 3.3㎡당 2억9119만원에 매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지면적 평당 3억원 가까운 가격으로 계약이 체결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매수자는 ‘모델하우스 왕’으로 불리는 육종택 회장이 이끄는 호주건설이었다. 육 회장은 호주건설 지분 94.6%를 가진 대주주다. 호주건설은 서울 곳곳에 알짜 견본주택 용지를 보유하고 이를 건설사에 임대해 수익을 낸다.

    프리마호텔을 사들인 호주건설이 이를 어떻게 개발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역시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호텔을 밀고 고급 펜트하우스를 짓는 것이다. 프리마호텔 지척에는 청담동 엘루이호텔 용지에 들어선 펜트하우스 PH129가 있다. 강남에서 요새 가장 뜨는 고급 주택 중 하나다. 이 아파트 전용면적 273㎡가 지난해 3월과 7월에 115억원, 100억원에 각각 거래된 바 있다. ‘골프 여제’ 박인비, 장동건·고소영 부부 등이 소유한 것으로 유명하다. 호주건설의 주특기를 살려 펜트하우스 견본주택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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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남구 프리마호텔 전경.


    서울 곳곳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1월 강남의 특급 호텔 중 하나인 임피리얼팰리스가 무기한 휴관을 선언한 것도 비슷한 사례다. 아직까지 영업 중단 이후 호텔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정해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임피리얼팰리스가 추후 매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다. 아미가로 문을 열어 성공리에 영업해온 국내 토종 호텔로 유명했다. 한때 강남 일대에서 연예인이 즐겨 찾을 정도로 입소문을 자랑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투숙객이 급감하고 행사대관 등이 올스톱되며 상황이 녹록지 않아졌다. 호텔 측에서는 ‘현재로는 매각 계획이 없다’고 밝히지만 휴관 이후 호텔이 다시 문을 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개발을 통해 오피스나 고급 오피스텔 등으로 용도 변경할 가능성이 높지 않겠느냐는 분석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40년 역사를 자랑하는 강남 첫 특급 호텔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은 이미 영업을 종료해 3500억원에 매각 절차를 밟았다.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 호텔의 경우 부동산 개발업체 더랜드 컨소시엄이 인수해 호텔 부지에 대규모 주상복합 빌딩을 올리는 작업에 돌입했다. 호텔이 고속터미널역 인근 입지라는 점에 주목해 매수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이 일대 반포지역은 최근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강남 부동산 시세를 리딩하는 핵심 입지로 떠올랐다. 고급 주거지로서 매력이 극대화될 수 있는 입지다.

    르메르디앙(구 리츠칼튼) 역시 7000억원에 부동산개발회사 웰스어드바이저스와 현대건설에 매각됐다. 매수자 측은 이 호텔을 헐고 주상복합 빌딩을 세울 계획이다. 서울 서남권 유일한 특1급 호텔이던 신도림 디큐브시티 쉐라톤도 싱가포르계 케펠자산운용이 인수해 영업을 종료했다. 호텔은 오피스로 바뀔 예정이다. 1983년 서울 남산 인근에 문을 연 특급호텔 밀레니엄 힐튼은 이지스자산운용이에 1조1000억원대에 팔렸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인수 후 호텔을 헐고 2027년까지 오피스, 호텔 복합시설을 새로 올릴 계획이다.

    금천구 독산동에 위치한 독산 노보텔앰배서더 호텔도 연말에 문을 닫을 예정이다. 이 역시 주거용 오피스텔로 재개발될 가능성이 크다. 이 일대는 새로 뚫리는 교통망인 신안산선이 개통하는 곳이다. 서울 대표 업무지구인 여의도로 쉽게 갈 수 있어 낙후됐던 서울 서부권 교통망을 일거에 혁신하는 황금노선으로 불린다. 호텔을 헐고 주거용 오피스텔을 지으면 각광받을 수 있는 자리다. 업계 관계자는 “한때 중국인 관광객이 서울로 밀려들며 호텔 산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지만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며 “부동산 경기가 추후 주춤하더라도 초고급 주택에 대한 수요는 여전할 것으로 보여 요지에 놓은 호텔을 헐어 럭셔리 주택을 짓는 사례가 앞으로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이태원 크라운호텔 역시 현대건설 컨소시엄에 2500억원에 팔렸다. 현대건설 컨소시엄 측은 이를 고급 주거지로 개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서울 인사동 3성급 호텔인 ‘아벤트리 종로’는 아워홈이 임차해 호텔로 위탁운영 중인데 내년 폐업이 유력하다. ▶지방 백화점 부지도 주거용 전환 늘어

    한남동 소재 그랜드하얏트호텔은 호텔에 딸린 주차장 부지 매각이 끝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 주인인 서울미라마유한회사가 이든자산운용 컨소시엄에게 8개 필지로 이뤄진 주차장 부지 8757㎡를 2100억원에 매각한 것이다. 이곳은 남산을 안고 한강을 굽어보는 필지라 럭셔리 주택을 지어 분양하기에 적격인 곳으로 꼽혀왔다. 인근에는 한남나인원, 한남더힐 등 고급 주택이 즐비하다. 지방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호텔이 헐리고 주거용 오피스텔이나 주상복합이 들어서는 게 비단 서울에 국한되는 얘기가 아니다.

    관광의 중심지인 제주도에서도 호텔이 속속 문을 닫는 추세다. 40년 넘게 제주를 대표했던 특급호텔 제주칼(KAL)호텔은 수년간 이어진 영업손실에 더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매각이 결정됐다. 이 호텔은 부지는 1만2525㎡ 규모인데 이 호텔 인수가 유력한 부동산 개발업체는 이곳을 주상복합 용도로 눈여겨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국제공항 인근에 위치한 마리나호텔도 주상복합 건물이 들어서기로 얘기가 끝난 상황이다. 창원을 대표하던 40년 역사 창원호텔도 최근 매각 절차를 밟았다. 1983년 1월 ‘창원관광호텔’로 문을 연 이 호텔은 지하 2층, 지상 10층 규모의 본관 건물에 173개 객실이 자리 잡았다. 하지만 지난해 말 370억원에 계약서가 오갔고 호텔로서의 역할을 이어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같은 해 문을 연 마산 사보이호텔도 지난해 5월 영업을 종료하고 매각됐다. 건물 인수자로 알려진 부산 소재 디벨로퍼는 기존 건축물을 모두 철거하고 새로 주상복합 또는 생활형 숙박시설 분양사업에 나설 것으로 전해진다.

    개관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부산 호텔 골든튤립 해운대도 폐업 절차에 돌입했다. 해운대에 문을 연 지 불과 약 2년 반 만에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한 것이다. 이 호텔은 지상 20층 지하 3층의 527객실 규모인데, 해운대 해수욕장 도보 3분 거리의 해변 접근성이 주목을 끌었다. 객실료를 저렴하게 책정해 주머니가 가벼운 젊은 세대 눈길을 사로잡을 것이라 예상됐지만 개관 직후 터진 코로나19 사태 직격탄을 맞았다.

    호텔 외에 지방 백화점 부지도 속속 재개발 루트를 밟고 있다. 대구백화점 본점 부지는 최근 2125억원에 팔렸는데, 이 역시 주상복합으로의 변신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1972년 개점한 대구 동아백화점 본점은 이미 2020년 2월 폐점해 이랜드건설이 주상복합 분양을 준비하고 있다.

    [홍장원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8호 (2022년 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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