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ear My Walking] BTS가 선택한 휴양지, 그 위에 펼쳐진 기암괴석의 향연… 전북 완주 대둔산도립공원

    2020년 12월 제 123호

  • 전라북도 완주는 지난해부터 방탄소년단(BTS)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그들의 휴가촬영지로 선택된 후 오성 한옥마을 내 아원고택은 이미 아미(Army)들의 순례지가 됐다. BTS 멤버 정국이 외친 “완주로 완주!”가 가이드북의 첫 머리가 될 만큼 완주는 시쳇말로 확 떴다. 그런데 BTS는 알고 있을까. 호남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대둔산이 완주의 자랑이자 보물이란 걸….

     기사의 0번째 이미지


    “대둔산은 절대 쉽게 볼 산이 아니에요. 어떤 분들은 해발 879.1m밖에 안 된다고, 1000m도 안 되는 산이 얼마나 힘들겠냐고 하는데, 그렇게 얕보다 낙상하는 분들 여럿 봤습니다. 등산화는 필수고 초보자들은 눈이나 비가 올 땐 피해야 할 겁니다. 그 돌산에 오르려면 수백 아니 수천 개로 느껴지는 계단을 올라야 하는데, 계단의 각도나 높이도 꽤 깊고 높아요. 각오 단단히 하고 가십시오.”

    이거 원, 오랜만에 전화했다가 제대로 야단맞았다. 왜 그리 연락이 뜸했냐는 핀잔은 이미 휘리릭 날아가 버렸다. 국내 여행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준여행전문가에게 대둔산 얘기를 꺼내자마자 듣게 된 야단이자 조언이다. 어쩌면 ‘당신 운동도 제때 안하고 불뚝 배나온 것도 이미 아는 사실인데 감히 대둔산을 올라?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면 매일 걷기라도 게을리 하지 말았어야지. 이도 저도 아니면 아예 꿈도 꾸지 마쇼’라고 혼쭐내고 싶었던 듯 휴대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가 진지했다. 길이 막히면 돌아가라 했던가. 한참을 구시렁대던 그가 기막힌 답을 내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짝 돌아가는 길이 있긴 한데… 꼭 가야만 한다면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는 길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길도 절대 얕잡아 보면 안돼요. 케이블카에서 마천대까지 산을 잘 타는 이라면 왕복 1시간 40분 정도면 끊는데, 초보들은 그 두 배가 걸릴 수도 있어요.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계단이란 걸 잊지 말아야 합니다.”

    아이고, 그래도 케이블카라니 이게 웬 떡인가 싶어 속으로 만세를 불렀다. 그게 들렸는지 끊기 전에 한마디 한다.

    “케이블카에서 내려서 첫 번째 계단을 오르고 나면 내가 한 말이 그대로 떠오를 겁니다. 아마 내가 세상을 왜 이리 편하게만 살았나 후회스러울걸요.”

    어쨌든 케이블카라니, 그 단어의 달콤한 어감에 이끌려 전라북도 완주로 차를 달렸다. 물론 BTS의 ‘Dynamite’를 배경음악 삼아….

     기사의 1번째 이미지
    ▶헉헉, 헥헥, 내가 왜 이렇게 살았나…

    그 지인의 말, 단 한마디도 틀린 게 없었다.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주차장에서 탑승장까지 올라간 길은 어쩌면 천국이었던가. 길가에 도열하듯 자리한 맛집과 길 이곳저곳에 부려놓고 팔고 있던 ‘대둔산 대봉감’의 정겨움은 지금의 고통과 비교하면 유토피아나 다름없었다.

    선로길이 927m에 경사 23°를 유지하며 2대가 서로 교행하는 왕복식 케이블카는 약 5분 만에 상부역사에 도착했다. 탑승할 수 있는 인원은 최대 50명. 물론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탑승 자체가 불가능하다. 평일 오전임에도 10여 명을 태운 케이블카는 흔들림 없이 미끄러지듯 산을 올랐다.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시선을 돌리니 대둔산의 명소와 이름난 암석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야말로 절경이다. 울뚝불뚝 솟은 기암괴석은 왜 이곳을 호남의 금강산이라 부르는지 증명이라도 하듯 구름 한 점 없는 하늘로 쭉 뻗었다.

    대둔산은 노령산맥 줄기가 김제의 만경평야로 향하다 금산 지역에 똬리를 튼 산군이다. 정상인 마천대를 비롯해 사방으로 뻗은 산줄기가 칠성봉, 장군봉 등 암봉을 이루고 삼선바위, 용문골, 금강통문 등 기암괴석과 소나무, 잣나무가 어우러져 수려한 산세를 이루고 있다.

    1977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후 관광객을 위해 케이블카가 설치되고 임금바위와 입석대 사이를 가로지르는 금강구름다리가 놓였는데, 이 구름다리의 높이만 81m, 길이는 50m에 이른다. 그러니까 케이블카를 타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 구름다리를 통해 마천대에 오르기 위함인데, 그 첫 단계인 첫 번째 철제 계단부터 마스크로 가린 입에서 가쁜 숨이 터져 나왔다.

     기사의 2번째 이미지


    “이거 첫 계단부터 장난이 아니네. 무슨 계단 턱이 이렇게 높아.”

    “무리하지 말아요. 가다 지치면 다시 돌아가야지 뭐.”

    몇 걸음 앞서 계단을 오르던 중년 부부도 산의 위력을 직감한 듯 꼬리를 내렸다. 그런데 이거 원 뒤를 돌아보니 계단을 다시 내려가는 것도 만만치 않다. 그만큼 한 계단 한 계단의 높이가 높고 각도가 가팔랐다. 그런데 잠깐, 이게 웬일인가. 후들거리는 다리에 가쁜 숨 부여잡고 등 뒤로 돌아서니 굽이굽이 첩첩산중 전라북도 일대가 한눈에 들어왔다.

    우리나라 최초, 최장의 현수교인 금강구름다리 위에서 바라본 마천대는 손에 잡힐 듯 아련하다. 다리 아래로는 엄지손가락만한 등반객이 쉼 없이 돌계단을 오르고 있다. ‘아이고 매일 걷는 운동이라도 할 걸….’ 그이 말마따나 세상을 왜 이렇게 살았나 곱씹는 순간 삼선바위에 오르는 삼선구름다리가 눈에 들어왔다. 마치 설악산 울산바위에 오르기 위해 마지막 안간힘을 쏟아내던 바로 그 철제계단처럼 버티고 선 모습이 버거웠다. 다리 길이는 36m, 경사는 51°, 계단 수는 127개에 이른다.

    계단을 오르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던 중 몇 순번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노부부의 대화가 귀에 들어왔다.

    “그러니 내가 얼마나 잘 한 거야. 그나마 당신 40대부터 내가 운동하라고 잔소리했으니 나이 육십 넘어 이런 곳에 오르지, 아니었으면 무릎 붙잡고 골프장이나 어슬렁대고 다녔을 거 아니에요. 아내 말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는 말 명심해야 한다니까.”

    다가오는 새해에 꼬~옥 명심해야 할 말 중 하나 아닐까….

     기사의 3번째 이미지
    ▷완주 여행코스

    · 봄(당일코스)

    소양강 벚꽃길→송광사→위봉사, 위봉산성, 위봉폭포→대아수목원

    · 여름(1박2일)

    고산문화공원(무궁화테마식물원, 만경강수생생물체험과학관)→무궁화오토캠핑장→동상운장산계곡

    · 가을(1박2일)

    와일드푸드축제장→고산자연휴양림→대둔산도립공원→화암사

    · 근대문화유산 답사(당일)

    삼례문화예술촌→삼례비비정마을→비비정각

    · 건강힐링여행(1박2일)

    고산자연휴양림, 고산문화공원→공기마을→상관편백숲→구이안덕마을

    · 레포츠여행(1박2일)

    대둔산케이블카 등반→고산휴양림(에코어드벤처, 밀리터리파크)→고산휴양림 산악트레킹 ▷대둔산 등산로

    · 입장매표소→동심바위→금강구름다리→마천대(정상)

    · 용문골매표소→칠성봉전망대→용문골삼거리→마천대

    · 안심사입구→쌍바위→지장폭포→마천대 ▷대둔산 케이블카

    · 평일 9~17시 40분 / 주말 9~17시 40분 운행

    · 대인 왕복 1만1500원 / 편도 8500원

    [글·사진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3호 (2020년 12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경제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