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UXMEN Life] Car&Life | 스포츠카 버금가는 성능, 장거리 운행에도 어울리는 편안함까지… ‘그랜드투어링카’를 아십니까?

    2020년 04월 제 115호

  • ‘그랜드투어링카(Grand Touring Car)’로 불리는 모델들이 있다. 어원은 이렇다. 유럽에서 귀족 자제들이 이곳저곳을 순방하며 교육받은 ‘그란 투리스모(Gran Turismo)’라는 말에서 유래했다. 영어로는 ‘그랜드 투어’, 프랑스어는 ‘그란 투리스모’로 불린다. 쉽게 말해 장거리 운전을 위해 설계된 고성능 쿠페다. 2명 이상 탈 수 있고, 보통 엔진을 앞에 둬 트렁크 공간을 확보한다. 속도에만 집중하지 않았다. 시트는 뒷자리까지 있다. 쿠페지만 스포츠카와는 다르다. 속도와 핸들링을 위해 다른 걸 포기하지 않고 장거리 주행에 적합한 편안함도 확보했다. 또한 귀족의 자동차이니 그에 걸맞게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자태를 뽐낸다. 스포츠카와 럭셔리 세단의 중간이랄까.

     기사의 0번째 이미지


    과거에는 그랜드투어링카의 개념이 명확했다. 장거리를 달리기 편한 2도어 쿠페. 제대로 만드는 브랜드도 몇 없었다. ‘마세라티’나 ‘애스턴 마틴’, ‘페라리’ 같은 수작업 브랜드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개념이 뒤섞인 시대다. 4도어 쿠페도 나오고 SUV에도 쿠페를 덧씌운다. 기술도 발전했다. 여러 브랜드가 넘볼 만하다. 장거리 운행이 편한 고성능 자동차의 영역에 포함될 모델이 즐비하다는 뜻이다. 그랜드투어링카의 개념이 바뀌었다. 이런 흐름에서 과거 그랜드투어링카의 위치를 탐하는 모델이 하나둘 늘어났다. 형태도 장르도 다양하다. 기존 방식처럼 2도어 쿠페를 고집하는가 하면 4도어 쿠페도 있다. 심지어 SUV도 그랜드투어링카라고 부를 만한 실력을 뽐낸다. 최근 이런 모델들이 속속 출시됐다. 장거리를 달리기 편하고 짜릿한 출력을 품었으며, 안팎이 두루 화려한 자동차들. 21세기 그랜드투어링카의 후예들이랄까. 개념이 확장된 만큼 더 세밀해진 취향을 만족시킨다. 더 복잡해진 세상이니까. 최근 출시한 대표적 모델을 선별했다.

     기사의 1번째 이미지


    ▶M의 명예를 건 탁월함, BMW M8 쿠페 컴페티션

    BMW M 시리즈는 스포츠 세단이란 영역을 구축했다. 크기에 맞춰 모델을 다변화하면서 M의 가치를 드높였다. 어떤 모델을 타도 그 나름대로 재미를 선사한다. 출력이야 M5가 으뜸이라지만, 재미로 따지면 M2도 만만치 않다. 그렇지만 그랜드투어링카로 꼽진 않는다. 아무래도 크기. 그랜드투어링카는 웅장하다. 또한 쿠페의 멋과 고급차의 품격도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그동안 공개한 M은 스포츠 세단으로 역할을 충실히 한다. 하지만 이제 달라졌다. ‘M8 쿠페 컴페티션’이 나왔다. 8시리즈로 라인업을 확대하면서 M 또한 확장했다. M8 쿠페 컴페티션은 기함인 7시리즈 만한 크기의 쿠페다. 숫자가 높은 만큼 합당한 제원을 자랑한다. 신형 V8 엔진과 8단 M 스텝트로닉 변속기를 짝지어 최고출력 625마력을 뿜어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3.2초면 도달한다. 최고 속도는 M 드라이버스 패키지 적용 시 시속 305㎞. 현재까지 출시한 BMW 양산형 모델 중 가장 빠른 속도에 도달했다. 성능에 관해서 그랜드투어링카에 들어가기에 손색없다. M8 쿠페 컴페티션이 아닌 8시리즈 모델도 예전 그랜드투어링카의 영역에 속했으니 지금은 어련할까. M8 쿠페 컴페티션은 BMW의 꼭짓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출력부터 크기, 안팎의 만듦새까지 BMW 역대 최고를 지향한다. 한 브랜드의 정점을 보여주는 모델로 그랜드투어링카의 속성을 내비친다. 섹시한 2도어 쿠페 형태라는 전통적인 그랜드투어링카의 요소도 이어받았다. 4명이 탑승해 장거리를 짜릿하면서도 편하게 갈 수 있으니까. 물론 각종 안전·편의장치도 빼곡하다. 뒷문이 필요한 사람을 위해 4도어인 ‘M8 그란쿠페’도 준비했다. 여러모로 21세기 그랜드투어링카의 면모를 보여준다.

     기사의 2번째 이미지


    ▶보다 크고 보다 웅장하게, BMW X7 m50d

    SUV는 이제 험로를 누비는 다목적 차량이 아니다. 여전히 그럴 수 있는, 아니 예전보다 더 출중한 험로 주파력이 있지만, 대부분 도심을 누빈다. SUV의 덩치는 보다 크고 고급스러운 걸 원하는 욕망을 충족시킨다. 어떻게 보면 그랜드투어링카를 바라는 마음이 반영된 장르일지 모른다. 물론 크기만 크다고 그랜드투어링카가 될 순 없다. 하지만 장거리를 편하게 달리는 조건을 충족시킨다. 게다가 고급 SUV일수록 안팎에 공을 많이 들인다. 소재와 질감, 실내에서 풍기는 고급스러운 분위기는 그랜드투어링카 못지않다. 그렇다고 프리미엄 브랜드 대형 SUV를 모두 그랜드투어링카에 넣기에는 아쉽다. 고성능, 즉 달리는 재미가 필요하다. 출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큰 덩치에 고성능을 주입하면서 어울리는 몸놀림까지 조율해야 한다. ‘BMW X7 m50d’라면 그 지점에 도달한다. 그냥 X7이 아니다. m50d라는 등급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니까 X7에 M의 속성을 주입했다. 3.0ℓ 직렬 6기통 쿼드터보 디젤 엔진을 품고 400마력을 발휘한다. 중요한 지점은 토크. 최대토크는 77.5㎏·m다. 2000rpm부터 최대토크가 터지니 가속페달을 살짝만 밟아도 묵직한 펀치력을 느낄 수 있다. 고성능 디젤은 고성능 가솔린과는 또 다른 풍요로움을 선사한다. X7 m50d는 BMW SUV의 정점을 보여준다. 슈퍼카 브랜드가 SUV를 만드는 시대에서 BMW가 던진 승부수다. 더 크고 고급스러우며 웅장한 SUV를 원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겨냥한다. 그만큼 실내를 최고급으로 치장했다. 인디비주얼 메리노 가죽은 부드럽고 두툼하다. 천장과 각 필러도 알칸타라로 덮었다. 광활한 공간과 묵직한 성능에, 화려함까지 겸비해 21세기 그랜드투어링카로 손색없다.

     기사의 3번째 이미지


    ▶AMG의 이름으로, 메르세데스-AMG GT 63 S 4매틱

    AMG는 메르세데스-벤츠의 고성능 디비전이다. 이제는 메르세데스-AMG라고 따로 분류한다. 벤츠의 라인업에 한 명이 엔진 하나를 담당하는 방식으로 고성능 양념을 버무렸다. AMG 단독 모델도 있다. 자동차 역사에 길이 남을 ‘SLS AMG’다. 이후, AMG는 고성능 디비전으로 활동을 이어나갔다. 그러다가 ‘AMG GT’를 내놓으며 AMG 단독 모델의 역사를 이었다. 퓨어 스포츠카로서 AMG GT는 우아하고 짜릿했다. 고성능 후륜 스포츠카의 성능은 물론, 보닛을 길게 빼 극도로 물러난 채 운전해야 하는 독특한 주행 질감도 표현했다. 옛 감성 가득한 현대적 스포츠카랄까. ‘AMG GT 63 S 4매틱’은 AMG GT를 기반으로 만든 4도어 쿠페다. 뒷문과 2열 시트를 만들어 편의성을 높였다. 그러면서 AMG GT다운 성능은 그대로다. 퓨어 스포츠카를 편하고 고급스럽게 만들면 그랜드투어링카로 변모한다. 두 장르는 그렇게 연결된다. AMG GT 63 S 4매틱은 이 연결고리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AMG GT 63 S 4매틱의 심장은 4.0 V8 트윈터보 가솔린 엔진이다. 최고출력은 639마력, 최대토크는 91.7㎏·m다. 숫자만으로도 침이 마르게 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걸리는 시간 3.2초. 경쟁자인 BMW M8 쿠페 컴페티션과 같다. 안팎은 AMG GT 63 S 4매틱이 보다 고전적이다. 벤츠가 지향하는 감성 덕분이다. 그럼에도 실내 요소요소 미래적 감각을 버무렸다. 고성능이라는 양념에 걸맞은 장식들이다. AMG GT 63 S 4매틱을 트랙에서 타본 적이 있다. 여느 스포츠카 못지않게, 아니 그 이상 온몸의 세포를 자극했다. 그러면서도 4명을 태우고, 짐도 세단처럼 실을 수 있다. 그랜드투어링카로서 충분한 조건이다.

     기사의 4번째 이미지


    ▶슈퍼 스포츠카가 변신할 때, 맥라렌 GT

    맥라렌은 영국의 페라리로 볼 수 있다. 모터스포츠를 해나가기 위해 양산차를 만들어서 자금을 마련하는 방식과 그런 태도가 비슷하다. 모터스포츠에서 갈고닦은 기술을 토대로 슈퍼 스포츠카를 만들어왔다. 그만큼 퓨어 스포츠카 만드는 데 내공이 높다는 뜻이다. 맥라렌의 라인업은 스포츠카 일색이다. 미드십 엔진을 달고 막대한 출력으로 빨리 달리는 데 집중한다. 슈퍼 스포츠카 브랜드로서 자기 영역을 확고히 했다. 역사는 짧지만 진지함은 전통 깊은 슈퍼 스포츠카 브랜드 못지않다. 그런 맥라렌에서 ‘GT’를 선보였다. GT는 그란투리스모의 약자. 이름 그대로 그랜드투어링카의 영역을 두드린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모델과는 사뭇 다르다. 퓨어 스포츠카를 만들어온 브랜드답게 아주 약간의 배려만 허용했다. 그랜드투어링카지만 스포츠카에 상당히 가까운 형태다. 맥라렌이란 브랜드의 고집을 느끼게 한다.

     기사의 5번째 이미지


    맥라렌 GT의 심장은 4.0ℓ V8 트윈터보 가솔린 엔진이다. 최고출력 620마력, 최대토크 64.2㎏·m를 발휘한다. 중요한 점은 무게다. 탄소섬유 모노셀 Ⅱ-T 플랫폼으로 차량 무게가 가볍다. 1466㎏밖에 나가지 않으니 그랜드투어링카 중에서 가장 가볍다. 무게가 가볍고 출력이 높으면 결과는 빤하다. 운전이 더없이 짜릿할 수밖에 없다. 맥라렌 GT는 민첩한 차체를 바탕으로 그랜드투어링카를 빚어냈다. 앞뒤 트렁크를 활용하면 총 570ℓ를 쓸 수 있다. 물론 다른 그랜드투어링카에 비하면 협소하다. 하지만 전용으로 나온 러기지 컬렉션을 활용하면 알차게 쓸 수 있다. 러기지 컬렉션은 골프 클럽백, 가먼트 케이스, 캐리어, 위켄드 백으로 구성됐다. 그런 점에서 맥라렌 GT는 여행할 수 있는 슈퍼 스포츠카다. 맥라렌다운 그랜드투어링카.

     기사의 6번째 이미지


    ▶괴물 그 이상의 SUV, 람보르기니 우루스

    람보르기니는 모든 요소가 자극적이다. 외관부터 실내,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부터 코너를 돌 때까지 자극 하나에 집중한다. 디자인도 얼마나 자극적인가. 고수의 전광석화 같은 검흔처럼 날카로운 직선으로 차체를 빚었다. 실내도 자동차라기보다 비행선이 연상되는 복잡하고 이질적인 형태다. 시야는 또 어떤가. 끝없이 가속해 소실점에 빠져드는 것처럼 좁다. 꼭 빨리 달리지 않더라도 충분히 비일상적이다. 람보르기니가 페라리와 다른 점이다. 그런 람보르기니가 SUV를 선보였다. 안팎은 여느 람보리기니처럼 자극적이다. 여전히 날카롭고 실내 또한 복잡하다. 하지만 위로 크기를 키우면서 공간을 확보했다. 확실히 숨통이 트인다. 이곳저곳 여유를 두고 즐기게 한다. 람보르기니다운 복잡하고 단단한 인테리어를 즐길 여유다. 단단함 사이에 묻어나는 과시적인 화려함을 즐기는 짜릿함. SUV라는 특성이 음미할 여지를 만든 셈이다. 여유와 풍요는 그랜드투어링카의 특성 아닌가.

     기사의 7번째 이미지


    람보르기니는 SUV라는 형태를 통해 그랜드투어링카의 여유를 품었다. 성능이야 말할 것 없다. 람보르기니 아닌가. 4.0ℓ V8 트윈터보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650마력, 최대토크 86.7㎏·m를 뿜어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걸리는 시간은 3.6초. 2199㎏이라는 덩치라는 걸 감안하면 가공할 실력이다. 장거리를 너무 빨리 달려 문제일 수준이다. 그러면서도 편하다. 람보르기니에 ‘편하다’는 단어를 쓰는 날이 올 줄이야. 자극적인 출력은 그대로 두면서 운전하기 편하게 조율했다. SUV 특유의 롤링을 걷어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공간 넓고 운전하기 편한 슈퍼 스포츠카랄까. 람보르기니가 생각한 그랜드투어링카가 바로 우루스다. 21세기 다변화된 취향에 맞게 그랜드투어링카도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는 셈이다.

     기사의 8번째 이미지

    BMW M8 쿠페 컴페티션(좌측 상), 람보르기니 우루스(좌측 하), 메르세데스-AMG GT 63 S 4매틱


    그랜드투어링카의 영역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다. 고전적인 분류법으로 자동차를 분류하기엔 다종다양한 모델이 끊임없이 등장했다. SUV라고 해서 예전 관점으로

    볼 수 없고, 세단이라고 해서 진중하기만 하지도 않다. 스포츠카에 육박하는 성능은 이제 기술로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이런 변화는 다양한 차종을 그랜드투어링카의 영역 속으로 들어오게 한다. 고급스러우면서 웅장하고, 편안함에 짜릿한 성능까지 겸비한 팔방미인이 곧 그랜드투어링카의 특성이니까. 점점 라인업이 확대되고 세분화되는 상황에서 그랜드투어링카는 확실히 욕망을 자극한다. 사람들은 언제나 다음을 원한다. 보다 크고, 보다 고급스러운 지점을 향해 간다. 전에 없던 세그먼트의 차종이 그렇게 탄생했다. 앞서 언급한 모델 중 대다수가 그 지점을 공략하기 위해 등장했다. 그런 점에서 21세기 그랜드투어링카는 여러 사람의 드림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글 김종훈 자동차 칼럼니스트]

    [본 기사는 매경LUXMEN Life 제13호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경제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