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동진의 명화극장] 인기 높아진 <킹덤> 시리즈 | 멸종된 1000만 관객 시대, 스트리밍 서비스가 대세?!

    2020년 05월 제 116호

  • 우리는 이제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모든 경제활동, 산업활동은 코로나19로 인해 경험한 ‘격리(隔離)’의 시스템으로 작동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2022년까지 간헐적인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라 주기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돼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백신이 개발되기까지 인류사의 감기 백신이 그랬듯이 최소 60년이 소요될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니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은 SF 영화에 나오는 신기루와 같은 것이다. 인류는 현재 종말의 위기를 겪고 있고, 특히 자본주의가 그물망처럼 엮어 놓은 세계 경제의 네트워크는 일순간 붕괴된 지 오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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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로 극장도 순회상영

    새로운 영화가 개봉되지 않고 있는 건 몇 가지 지점에서 역설이다. 영화 전문가들이 그렇게 원했던 이른바 장기 순회상영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 영화가 시장에 나오면 적어도 한 달 혹은 두 달은 상영돼야 한다, 혹은 일본식으로 지역을 돌아다니며 순차적으로 상영돼야 한다(일본에서는 이를 자주상영이라 부른다)고 주장해 왔다. 코로나19 이후 극장은 ‘알아서’ 그렇게 하고 있다. 대중들이 거기에 전혀 적응을 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다. 영화의 포트폴리오가 20가지 이상 되면서, 그것도 서로 순번을 두고 교체되면서, 순회상영이 돼야 하는데 전혀 그런 방식으로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영화 전문가들은 한국 극장가에 종(種) 다양성이 제로베이스라고 지적해왔다. 무조건 할리우드 영화만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사람들 대부분이 극장에서 넷플릭스로 건너갔는데, 이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는 미국 영화를 하나의 카테고리에 불과하게 만들었다. 대신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란 이름 하에 수십 수백 편의 동유럽, 북유럽(심지어 아이슬란드), 동남아시아(베트남과 말레이시아), 남미의 영화와 시즌 드라마를 제공한다. 사람들은 핀란드어로 된 시즌 드라마를 익숙하게 받아들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가벼운 컬처 쇼크가 동반된다. 사람들은 핀란드어가 상당 부분 북미 인디언 언어와 발음이 비슷하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된다.

    이런 와중에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인 <킹덤> 시리즈가 전 세계적으로 ‘대박을 치고’ 있는 것은 하등 어색한 일이 아니다. 그 정도 수준이 아니다. 그 어떤 나라의 드라마나 영화보다 <킹덤>의 인기가 치솟고 있는 상황이다. 아카데미 수상작인 <기생충> 이전부터 <킹덤>에 대한 주목도는 매우 높았는데, 그건 어느 정도 연상호 감독이 만든 <부산행> 덕이 컸다. <부산행>은 좀비 영화의 새로운 장(障)을 열었고 <킹덤>은 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조선시대라는 듣도 보도 못한 동양 중세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 더욱 특이점의 방점을 찍었다. 그 점이 세계 시청자를 더 멀게 만든 것이 아니라 이국적인 취향을 자극해 인기를 오르게 한 요소가 되게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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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 시국을 닮은 시즌2 <킹덤>은 시즌별 6개의 에피소드로 총 2부가 나와 있는 상태다. 2019년에 시즌1이 공개됐고 최근 들어 시즌2가 공개돼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다. 여전히 그 인기가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조선 중기 어느 때쯤이 시대배경이다. 조정은 조 씨 일가가 완전히 장악한 모양새고 늙은 왕(윤세웅)에게 조 씨 일가는 새로운 중전(김혜준)을 들이게 했는데 권세가이자 영의정인 조 대감 조학주(류승룡)의 딸이다. 중전은 태기가 생기지 않아 고민인데 그건 늙은 왕이 이미 이상한 역병에 걸렸기 때문이다. 조학주는 둘 모두의 신변을 드러내지 않게 하고 꽁꽁 숨긴다. 그리고 권력의 줄을 계속 이어 나가고자 원래의 세자(주지훈)를 역모자로 몰아 그를 제거하려 한다. 세자는 궁에서 나와 그의 호위무사(김상호)와 함께 전국을 쏘다니며 조 대감의 음모를 없앨 궁리에 나선다. 그런데 세상에 이상한 일이 하나둘 발생하기 시작한다.

    특히 경상도 상주 이남에서 역병 얘기가 심심치 않게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이 역병에 한번 걸리면 사람의 피를 먹어야 하는데, 그렇게 물려서 피를 빨려 죽은 사람은 다시 살아나서 또 다른 사람의 피를 빨아 먹는 일을 반복하게 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전염속도가 너무 빨라서 물리고 괴물이 되고, 다시 물리고 괴물이 되는 일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경북 이남은 좀비의 천지가 되고 만 것이다. 조학주 대감과의 전쟁 아닌 전쟁은 시급한 문제가 아닐 정도가 된다. 세자는 상주에서 자신의 옛 스승이었던 무관 안현 대감(허준호)을 만나 좀비 떼를 막아내려 분주해진다. 이 좀비 떼를 없애지 않으면 모두의 생명이 위협을 받는 판이다. 궁중 권력이든 세상의 권력이든 그건 다 이후의 문제일 뿐이다. 한편 세자의 편을 따라다니는 의녀(醫女) 서비(배두나)는 이미 고인이 된 스승의 연구 결과를 좇아 사람을 좀비로 만든다는 생사초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한다. 생사초가 좀비가 되는 역병을 치유하게 하는 약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생사초로 좀비가 됐다면 다시 생사초로 치료될 수도 있는 법이니까. 근데 그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주인공 세자는 두 가지 사건 사이에서 진퇴양난에 빠진다. 한쪽에서는 좀비 떼가 쫓아오고 또 한쪽에서는 조학주 대감이 추적 중이다. ‘세자는 이 위기를 어떻게 벗어나게 될까’ 가 시즌1의 마지막이었다. 어마어마한 좀비 떼가 상주 성을 습격하는 몹신(Mob Scene)으로.

    그러니 사람들이 시즌 2를 학수고대할밖에. 시즌2 오프닝 장면에서 천신만고 끝에 좀비의 습격에서 벗어난 세자 일행은 결국 정공법을 택한다. 본인들이 한양을 향해 진격하는 것이다. 음모에 밀릴 때는 음모가 있는 곳으로 쳐들어가는 것이 최고다. 이때 세자의 언행과 대사가 참으로 인상적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상주를 내주지 마라. 상주가 뚫리면 한양이 뚫린다.”

    그리고 그는 문경새재를 넘어 충북을 거쳐 한양으로 나아간다. 조선시대나 지금이나 그게 바이러스의 문제든, 아니면 정치적 어젠다의 문제든 경상북도를 긋는 경계선이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녔음을 드라마는 은근히 암시한다. 지금의 코로나19도 초기에 경북 대구를 넘어 오게 하지 않으려고 무던히도 애를 썼다. 그걸 신천지가 뚫었다. 신천지가 상주를 거쳐 문경새재를 넘은 것이다. <킹덤>시즌2를 보고 있으면 이 드라마가 바이러스 정국보다 훨씬 이전에 기획되고 만들어진 것임에도 어쩌면 저렇게 지금의 시국을 닮아 있는지 혀를 내두르게 된다. 세자는 상주가 뚫리면 안 된다고 했거늘 우리는 그걸 지키지 못했다. 시즌2 후반에 이르러 극중에서는 7년이 지나 모든 것이 정리된 듯, 얼떨결에 좌의정까지 오르게 된 조 씨 가문의 잔존 인물(전석호)은 좀비 떼가 극성일 때 도움을 많이 얻었던 노비 출신 총잡이(김성규)와 만나 오랜만에 회포를 푼다. 그는 취해서 이렇게 말한다.

    “이제 역병도 다 끝난 거겠지?” 그러자 총잡이가 답한다.

    “역병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상주를 넘어 최근에는 광주 등 전국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고 하더군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도 처음엔 경상도 땅에서 잡히는 듯하다 결국 전국 곳곳으로 퍼져 나가고 있는 중이다. 게다가 역병의 원인이 된 생사초라는 것이 사실은 어디에선가 집단적으로 재배되고 있는 것처럼 묘사된다. 그걸 중국을 오가는 보따리 장사들이 퍼뜨리고 있다는 것처럼 묘사된다. 근데 그걸 사고팔고 하는 장사치들의 모습이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이상 집단처럼 보인다. 명백히 신천지를 지적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들도 중국을 오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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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을 지배하는 스트리밍 서비스

    코로나19 이전으로 우리는 돌아가지 못한다. 이제 극장에서 1000만 관객을 모으던 시대는 멸종했다. 그럴 일이 앞으로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한 20년쯤 후에 사람들은 모여서 이렇게 얘기할 것이다.

    “그때는 그랬었지. 사람들이 엄청 모여서 극장에서 영화를 봤었지. 1000만 명 정도 모이고 그랬지. 그땐 그랬었지.” <킹덤> 1, 2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 콘텐츠가 세상을 지배하게 될 것이다. 아니 이미 지배하고 있다. <킹덤> 시리즈의 인기는 여전히 식을 줄을 모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모두 넷플릭스 좀비 떼로 변할 날이 멀지 않았다. 그런데 그 같은 미래는 우리에게 희망적인 것인가 아니면 비극적인 것인가. 알 수 없는 노릇이로세.

    [오동진 영화평론가]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6호 (2020년 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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