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ear My Walking] 케이블카 타고 오른 비봉산 정상, 청풍명월(淸風明月)이 이곳에… 충북 제천 청풍호반

    2020년 05월 제 116호

  • “그게 뭐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닌데, 괜히 대들었다가 깨갱했지 뭐야. 남편은 낄 때 끼고 빠질 때 제대로 빠져야 사랑받는다는데, 이번에 완전히 실감했어.”

    “생각해보면 조심할 일도 아닌데 서로 신경이 곤두서서 그렇지 뭐. 애들 싸움이 어른 싸움된다는 말, 요즘엔 부부싸움 얘기라니까.”

    이럴 줄 몰랐다. 코로나인지 팬데믹인지 이젠 일상이 돼버린 감염병에 오랜만에 만나 밥 한 끼 하자던 대학동창들과의 점심 회동이 부부관계 상담 현장으로 변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밀리고 밀리다 온라인 개학으로 바뀐 ‘개학 연기’가 시발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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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학이 밀리니 초등학생, 중학생 아들 두 놈이 다 집에 붙어 있잖아. 주말에 네 식구가 복작거리는데, 이놈들이 TV 앞에서 주구장창이야. TV 끄고 책 좀 볼까 했더니 이번엔 치고받고 난리네. 밖에 나갈 수가 없으니 거실이 운동장이더라고. 이 상황에 눈치 없이 배꼽시계는 왜 그리 어김없이 돌아오는지, 삼시세끼 집에서 해결하자니 집사람 눈꼬리가 하늘 높은 줄 모르겠더라고. 여기까진 그래도 그러려니 했는데, 점심 먹다 내 입에서 ‘너무 짜다’는 말이 툭 나와버린거야. 말 하면서도 아, 내가 왜 이 말을 하고 있지, 할 때가 있잖아. 그 때가 바로 그런 순간이었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정적이 흐르더니 아들놈들은 이미 감 잡았다는 듯 후다닥 입에 처넣고는 바람처럼 지들 방으로 사라지더라. 배신자들이 따로 없더라고. 그리곤 집사람님 훈화말씀이 시작됐어. 뭐 하나 반박하거나 토달 말이 없었어. 듣는 내내 아, 나도 생각하고 있던 건데 왜 그런 말이 입 밖으로 나왔을까 되뇌면서 들었다니까. 그리고는 말끝에 상황이 조용해지면 차 타고 가서 산책이나 하고 오자는데 내가 그렇게 부끄러울 수가 없더라고. 당신 고생하는 거 다 아는데 내 방정맞은 입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와 버렸다는 말이 입술까지 돌다가 나오질 않는 거야. 짜다는 말은 그렇게 쉽게 나오면서 나 원 참.”

    뒤이어 친구들의 개똥 같은 조언이 이어졌다. “자존심 버려라… 그러다 큰 싸움난다… 남자가 목소리 좀 크게 내야 한다… 그러다 나처럼 이혼한다…”까지 생각지도 못한 별의별 말잔치가 벌어졌다. 그리곤 후식으로 나온 과일 한 점을 입에 물며 제천이 고향인 친구가 한마디 했다.

    “코로나19 때문에 어디 가기 무섭지. 나도 어디 갈 데 없나 찾다가 고향집에 다녀왔는데, 청풍호수에 케이블카 생긴 거 니들 아니? 주차장에 차 대고 표 끊고 가족단위로 캐빈에 올라 산 정상까지 올라갔는데, 정상에 서니 호수가 360°로 펼쳐지는 거야. 갈 데 없으면 함 가봐라. 평일엔 사람이 덜하더라고.”

    여기까지 듣고 혼자 무릎을 탁 쳤다. 그 친구 말마따나 케이블카 타고 오른 비봉산 정상에서 바라본 청풍호반은 말 그대로 ‘청풍명월’이었다. 볼을 부비는 따뜻한 바람이 그 어느 때보다 상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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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 정상에서 즐기는 산책

    지난해 3월부터 운행을 시작한 청풍호반 케이블카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산과 호수를 동시에 조망하는 코스가 일품이다. 누가 생각하고 추진했는지 상이라도 주고 싶을 만큼 오르고 내리는 곳의 풍경에 가슴이 탁 트인다. 정확히 내비게이션에 ‘충청북도 제천시 청풍면 문화재길166’을 치고 나서면 물태리역에 도착하는데, 이곳이 케이블카를 타고 산으로 올라가는 출발점이다. 이 물태리역에서 2.3㎞ 떨어진 비봉산 정상(해발 531m)의 비봉산역까지 9분 만에 올라간다. 사실 이 곳은 코로나19란 이름을 듣기 전까지 제천시 제일의 관광지였다. 개장 7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누적 이용객이 50만 명을 돌파했을 만큼 유명세를 탔다. 제천시에 따르면 이용객의 94%가 외지인이었다. 그랬던 관광지가 올 2월 이후 이용객이 현저히 줄었다. 일반 캐빈(성인 왕복 1만5000원) 33대와 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털 캐빈(성인 왕복 2만원) 10대가 시간당 1500명을 실어 나를 수 있는데, 현재는 사회적 거리두기 일환으로 일행당 1대의 캐빈을 이용할 수 있다. 덕분에 나 홀로 떠난 이들은 10인용 캐빈을 9분간 독차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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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홀로 크리스털 캐빈에 앉아 아래를 보고 있자니 살짝 현기증이 난다. 바람이 심할 땐 캐빈이 좌우로 흔들거리는데 스릴을 즐기는 이들에겐 이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 중 하나다. 앞, 뒤, 좌, 우, 위, 아래로 난 투명 창에 비친 청풍호반과 비봉산의 봄은 푸른 건 호수요 알록달록한 건 꽃이다.

    케이블카의 속도가 야속한 이들은 모노레일로도 산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출발점은 물태리역이 아니라 ‘청풍면 청풍명월로 879-17’에 자리한 도곡리역이다. 이곳에서 모노레일을 타고 오르는 미니기차에 오르면 울창한 참나무 숲을 통과하며 45° 경사를 오르고 내린다. 왕복 50분을 오가는데 일행들과 두런두런 담소 나누기 충분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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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블카나 모노레일로 이동해 도착한 비봉산역의 옥상 전망대는 그야말로 ‘찐’ 풍경이 펼쳐진다. 남해의 다도해나 베트남 근해의 섬을 닮은 청풍호의 풍경을 보노라면 왜 이곳을 ‘육지 속의 바다’라 부르는지 실감할 수 있다.

    옥상 전망대는 1층이 케이블카 승하차장, 2층은 모노레일 승하차장, 3층은 커피숍, 옥상은 전망대로 이뤄졌는데, 옥상에 올라서면 산 정상에 오른 듯 360°로 펼쳐진 호수 풍경을 만끽할 수 있다. 동쪽은 옥순봉, 서쪽은 계명산, 남쪽으로는 소백산맥과 월악산, 북동쪽으로는 제천시가 한눈에 보이고 청풍대교가 그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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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곳곳에 하트 문양 등 설치물로 포토존을 마련해 볼거리와 체험거리가 자리했는데, 그 중 약초숲길이라 이름 붙은 코스는 옥상 전망대에서 비봉산파빌리온으로 이어지는 산책길이다. 전망대에 서면 눈앞에 잡힐 듯 파빌리온이 자리했는데, 막상 산책에 나서보면 오르막과 내리막 경사가 심해 쉽게 접근할 만한 코스는 아니다.

    케이블카를 타고 다시금 물태리역에 내려서면 동그란 구 모양의 ‘시네마 360 영상관’이 눈에 띈다. 360°의 가상현실 스크린에 상영되는 제천 관광지와 <다시, 지구>라는 다큐멘터리를 감상할 수 있다. 6m 높이의 다리 위에서 위아래로 내려다보는 자연이 마치 현실 속의 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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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태리역 주변엔 청풍호가 생기면서 수몰된 마을의 주요 문화재를 이전·복원한 청풍문화재단지, 금수산 자락에 들어앉은 천년 고찰 정방사, 대중가요 ‘울고 넘는 박달재’로 유명한 박달재, 호반과 어우러진 산촌을 둘러보는 청풍호 자드락길 등 꼭 한번 들려야 할 관광 코스가 그득하다. 코로나19가 잦아들면 찾아야할 1순위 관광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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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착하는 길

    ▷광주원주·중앙고속도로 이용 시

    광주원주고속도로 → 신평JC 안동 방면 → 중앙고속도로 남제천IC → 금성·청풍면 방면 우회전 → 구룡교차로 청풍면 방면 왼쪽 도로 진입 → 청풍 우체국 앞 우회전

    ▷영동·중부내륙고속도로 이용 시

    영동고속도로 → 여주JC 충주 방면 → 중부내륙 충주JC 동충주 방면 → 제천JC 안동 방면 → 남제천IC → 금성·청풍면 방면 우회전 → 구룡교차로 청풍면 방면 왼쪽 도로 진입 → 청풍 우체국 앞 우회전

    ▷평택제천고속도로 이용 시

    평택제천고속도로 → 제천JC 안동 방면 → 남제천IC → 금성·청풍면 방면 우회전 → 구룡교차로 청풍면 방면 왼쪽 도로 진입 → 청풍 우체국 앞 우회전

    ▷대중교통 이용 시

    제천버스터미널 제천역에서 950, 961, 971, 982 승차 → 청풍면사무소 하차

    [글·사진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6호 (2020년 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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