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ear My Walking] 잔잔한 바닷가에서 주꾸미 한 상, 바다가 열리는 장관까지… 입맛 돋는 봄, 충남 보령 무창포 바닷길

    2021년 04월 제 127호

  • 무창포의 봄은 주꾸미의 계절이다. 지금이야 코로나19 영향에 예전처럼 북적이진 않지만 아담한 포구 귀퉁이에 자리한 수산물시장에 들어서면 어느 집이나 수족관에 주꾸미가 그득하다. 도심의 마트처럼 서너 마리 포장해 내다파는 게 아니라 바구니로 한가득 담아내 무게를 재는데, 한 마리의 크기가 어른 손바닥만 할 만큼 실하다. 그런데 알고는 있을까. 봄바람 살랑 불 때 무창포해수욕장은 더 없이 좋은 산책코스란 걸. 무려 1.5㎞나 펼쳐진 백사장과 갯벌을 느릿하게 걷고 난 후 그곳 바다에서 잡힌 주꾸미를 먹는 맛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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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창포해수욕장은 가족들이 많이 찾아요. 조용해서 아이들하고 놀기가 좋거든. 해변가를 걷다 갯벌체험도 할 수 있고, 수산물시장에 가서 회도 뜰 수 있으니 가족여행으로 이만한 데가 없어요. 한 10분 거리에 있는 대천해수욕장은 젊은이들이 많아요. 거긴 시끌시끌하지. 젊은 사람들끼리 어울려 놀기엔 거기가 최고라니까. 머드축제 덕분에 외국인도 많이 오는 동네가 됐어요.”

    무창포해수욕장 방향을 가리키는 이정표 앞 커피숍. 색색이 스카프로 단장을 마무리한 사장님이 나름의 지역분석을 더해 내준 커피가 구수하다. ‘과연 그럴까?’라며 들어선 무창포 해수욕장의 풍경은, 실제로 그랬다. 해변가 산책에 나선 이들을 살펴보니 대부분 가족단위 여행객들이다. 아직은 찬 바닷바람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해변가 초입에 원터치 텐트 펼쳐놓고 한적함을 즐기는 이들이 간간이 눈에 띈다. 누구랄 것 없이 눈은 웃고 있지만 그 외 얼굴은 마스크로 가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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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비의 바닷길. 매경DB
    ▶서해안 최초의 해수욕장, 모세의 기적까지…

    충남 보령시 웅천읍(熊川邑) 관당리(冠堂里)에 자리한 무창포해수욕장은 그야말로 탁 트인 풍경이 볼거리다. 해변에 맞닿은 리조트 상층부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면 1.5㎞에 달하는 백사장이 축구장 예닐곱 개를 연결해놓은 것처럼 넓고 가지런하다. 썰물일 땐 해변이 한없이 넓어지는데 드러난 바닥이 찰져 평상화를 신고 걸어도 전혀 문제될 게 없다.

    평일 오후의 해변은 사람보단 갈매기가 많다. 이미 인기척에 적응한 갈매기는 불과 수십㎝ 앞에서도 움직임이 더디다. 그냥 새우과자나 한 움큼 던져주고 가라는 듯 한참을 쳐다보며 주뼛거린다. 낮게 나는 갈매기와 걷다 뛰다를 반복하며 경주하는 재미도 해변가 산책의 묘미 중 하나. 과자 한 움큼이면 수십 마리의 갈매기 떼가 주변에 모여든다.

    “여기가 서해안에서 처음으로 문을 연 해수욕장이란 거 알고 계신가 모르겠네. 해변이 넓고 물이 좋아서 그런 것도 있지만 썰물 때 갯벌 체험에 나서면 얻는 게 많다니까. 저기 저 사람들 땅 파는 거 보이시죠? 저렇게 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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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오후, 한적해진(어쩌면 하루 종일 한적한) 횟집 사장님이 먼저 말을 건넨다. 아닌 게 아니라 빨간 플라스틱 양동이를 옆에 두고 호미로 물 나간 바닷가를 뒤집는 이들이 여럿이다. 운 좋으면 조개나 어린 게를 잡을 수 있다는데, 갯벌체험에 나선 아이들 옆에 놓인 양동이를 들여다보니 손톱만한 게 십여 마리가 어디로 가야할지 난감한 듯 전후좌우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조선시대에 군수물자를 비축하는 군창지(軍倉址)였던 무창포는 1928년 서해안 최초로 해수욕장을 개장했다. 물자가 풍족하니 찾는 이들이 많았고, 여느 서해안 해수욕장과 비교해 물이 맑고 갯벌이 단단해 여흥을 즐기려는 이들도 많았다.

    이곳만의 비밀병기도 있었다. 한 달에 4~5차례씩 바다갈라짐이 일어나는 ‘한국판 모세의 기적’이 그것인데, 해변의 중간지점부터 바닷가 앞 무인도인 석대도까지 약 1.5㎞가 갈라지며 길을 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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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시간을 기다렸다 길에 들어서면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물고기나 조개, 혹은 낙지까지 손쉽게 주워 올릴 수 있다는 게 주변 상인들의 전언이다. 물론 이 모든 건 물때를 맞춰야 한다. 인터넷으로 무창포 홈페이지를 찾으면 확인할 수 있는데 4월에 바닷길이 열리는 시기는 4월 1일, 12~13일, 26~30일이다. 물론 하루 종일 길이 열리는 건 아니다. 하루 두어 시간만 기적이 행해지는데, 날마다 열리는 시간도 다르다.

    “때를 맞추지 못하더라도 대부분 점심시간 이후가 썰물 때니 그때 오면 아주 살짝 갯벌체험을 해볼 수 있긴 해요. 별게 나오진 않는데, 그냥 아이들하고 함께하는 색다른 경험이지. 저 멀리 나가면 뭐 하나 건질 수도 있고.”

    횟집 사장님이 건넨 나름의 여행 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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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꾸미와 도다리 한 점에 피로가 싹

    오후 6시 반 무렵이면 하얗게 쏟아지던 햇살이 붉게 물든다. 그 모습을 고스란히 받아낸 바다는 출렁이는 물결 하나하나에 색을 입힌다. 무창포의 일몰이 회자되는 건 너른 갯벌 덕분인데, 서서히 물이 들어오는 해변에 비친 해는 그림처럼 빠알간 빛을 흩뿌린다.

    그 빛을 뒤로 하고 해변의 끝자락에 자리한 ‘무창포수산물시장’에 들어서면 이곳에서 나는 온갖 해산물을 만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이 계절의 으뜸은 역시 주꾸미와 도다리다. 주꾸미는 산란 전인 3~4월에 영양분이 가장 많아 봄철 보양식으로 인기다. 도다리도 마찬가지. 흔히 ‘봄 도다리’ ‘여름 민어’ ‘가을 전어’ ‘겨울 넙치(광어)’란 말은 모두 이런 이유 때문이다. 여느 때 같으면 ‘주꾸미·도다리 축제’로 들썩였을 포구는 축제가 취소되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조용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주꾸미 맛까지 달라진 건 아니다. ㎏단위로 판매하는 주꾸미 가격은 1㎏에 3만5000원(3월 중순 기준). 1층에서 구매하면 2층에서 먹을 수 있게 조리를 해주는데, 드문드문 앉은 손님상에 주꾸미 샤브샤브가 빠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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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천스카이바이크


    “우선 샤브샤브는 제대로 우린 국물이 중요해요. 우리? 여긴 최고지! 주꾸미를 너무 살짝 데치면 생살 씹는 맛이 나니까 발이 문어 삶을 때처럼 살짝 올라올 때 건져야 해요. 지금은 머리부터 씹어 먹어야지. 알이 꽉 차서 얼마나 맛이 좋은데. 징그러우면 도다리 드셔. 먹을 거 앞에 놓고 타박하지 말고.”

    식당 주방장이 전한 주꾸미 샤브샤브 제대로 즐기는 법이다. 주꾸미를 얼마나 익히느냐가 관건인데, 설익으면 물컹거리고 너무 익히면 살이 질기다. 무창포에서 차로 10여 분 떨어진 대천해수욕장으로 이동하면 바닷가 레일 위를 자전거로 즐길 수 있는 ‘대천스카이바이크’가 기다린다. 바닷가 산책 후 마무리 방점을 찍을 수 있는 레저다. 자전거처럼 발을 굴러야 앞으로 나가는데 2인부터 4인까지 일행이 한 차에 탑승할 수 있어 독립된 공간에서 바다 풍경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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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창포 주꾸미 매경DB
    ▷충남 보령 8경

    1. 대천해수욕장

    동양에서 유일하게 패각분(조개껍질)으로 이루어진 해수욕장. 백사장이 3㎞가 넘는다. 스카이바이크와 짚트랙, 보령 머드 박물관 등이 자리했다.

    2. 무창포해수욕장

    서해안 최초로 개장한 해수욕장. 해수욕과 함께 삼림욕을 즐길 수 있다. 신비의 바닷길, 갯벌체험 등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지천이다.

    3. 성주산 자연휴양림

    울창한 편백나무숲이 장관이다. 산림휴양관, 숲속의 집, 물놀이장, 야영장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4. 보령댐&보령호

    웅천천을 막아 건설한 보령댐은 주변 산세와 어우러져 풍광이 수려한 드라이브 코스로 사랑받는 곳이다. 봄이면 2000여 그루의 왕벚나무에서 피는 벚꽃이 장관을 이룬다.

    5. 오서산

    서해 연안 산 중 가장 높다. 정상에 오르면 내륙과 서해의 섬을 한눈에 볼 수 있다.

    6. 외연열도

    보령시의 섬 중 내륙과 가장 멀리 떨어진 섬이다. 주변에 10개의 무인도가 자리했고 섬 안의 상록수림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7. 오천항

    천수만에 자리한 오천항은 외적으로부터 서해 바다를 지키기 위한 충청 수영성이 있던 곳이다. 봄이면 손꼽히는 키조개 생산지다.

    8. 월전죽도

    대나무가 울창해 죽도라 불린다. 이곳에 한국식으로 조성된 정원 상화원이 자리해 있다.

    [글·사진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7호 (2021년 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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