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민우의 명품 와인 이야기] 부르고뉴 와인보다 더 부르고뉴 같은 키슬러 맥크레아 샤르도네

    2021년 06월 제 1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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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인을 즐기는 저변이 늘어나면서 내게도 와인을 추천해 달라고 부탁하는 지인들이 늘고 있다. 유럽과 신대륙을 넘어 전 세계의 서로 다른 생산 지역에서 병입되는 수백만 가지의 와인 속에서, 자신의 취향을 찾아 가는 일은 처음 와인을 즐기기 시작하는 사람에게 너무 어려운 일이다. 나는 처음 와인을 시작한 사람에게는 레드 와인의 경우, 유럽과 신대륙에서 만든 카베르네 소비뇽 한 가지씩, 프랑스산 피노 누아 하나, 이탈리아 와인 혹은 시라 품종으로 만든 와인 한 가지 정도를 추천해 준 후에 상대방의 반응에 따라 조금씩 범위를 좁혀가곤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정도의 와인에서 자신의 선호도를 발견하지만, 동유럽의 내추럴 와인이나 남프랑스의 독특한 와인, 스페인 와인 등으로 취향이 발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고급 와인으로 가더라도 마찬가지이다. 세계적인 와인 경매에서는 주로 카베르네 소비뇽으로 만든 프랑스 보르도산 와인들과 피노 누아로 만든 부르고뉴 와인들이 가장 많이 거래되지만 종종 호주나 미국, 이탈리아, 프랑스 남부에서 생산된 다양한 최고급 와인들이 높은 가격을 받고 판매된다. 비싸게 거래되는 와인, 인기 있는 와인들은 평균값을 알려줄 뿐이고 반드시 내 입맛에 맞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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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면 화이트 와인은 레드 와인에 비해 비교적 단순하다. 물론 전 세계에는 수많은 종류의 화이트 와인 품종이 있지만, 그중에서 사람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는 것은 소비뇽 블랑과 샤르도네 포도로 만든 와인 정도이다. 심지어 유명 와인 경매에서는 소비뇽 블랑으로 만든 와인조차 찾아보기 쉽지 않다. 가끔 세미용과 블렌딩된 보르도산 소비뇽 블랑 와인들이 거래될 뿐이며, 샤르도네로 만든 프랑스 부르고뉴산 와인이 고급 화이트 와인 시장을 압도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1976년 미국의 타임(Time)지가 스티븐 스퍼리어와 함께 주최한 파리의 와인 시음회에서 캘리포니아산 레드 와인과 화이트 와인이 프랑스산 와인들을 누르고 1등을 차지하며 세계 애호가들을 놀라게 한 적이 있다. 당시의 레드 와인은 ‘스택스립 와인셀러스’라는 와인으로, 이후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고 대형 와인 회사인 생미셸 이스테이트로 인수되었다. 반면 화이트 와인 우승자인 ‘샤토 몬텔레나’는 고급 와인 시장에서 바로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부르고뉴산 화이트 와인의 지배력이 너무나 확고했기 때문이다. 10여 년 전 당시 내가 근무하던 회사에서 샤토 몬텔레나를 수입했었는데, 판매가 쉽지 않아 고민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금은 해외에서나 국내에서나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와인으로 인기가 많지만, 샤토 몬텔레나는 심지어 재무적인 어려움으로 프랑스의 와인 회사로 인수될 뻔한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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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토 몬텔레나뿐만 아니라 캘리포니아산 고급 화이트 와인들 대부분이 고전했던 당시 우리나라에서도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던 인기 와인이 있었다. 바로 ‘키슬러 빈야드’라는 회사에서 만드는 화이트 와인이다. 1978년 스탠퍼드 출신의 스티브 키슬러와 MIT 출신의 마크 빅슬러, 두 엘리트 청년에 의해 설립된 키슬러 빈야드는 부르고뉴 고급 화이트 와인보다 더욱 더 부르고뉴 같은 와인을 생산한다. 같은 부르고뉴 화이트 와인이라고 하더라도 미네랄이 풍부한 샤블리, 산도가 아름다운 뫼르소, 풍미가 좋은 몽라셰 와인으로 나뉘어 맛의 차이가 있다. 키슬러의 화이트 와인들은 부르고뉴 남쪽의 몽라셰 마을에서 생산되는 와인들을 닮아 깊은 질감을 가지고 있으며, 처음 와인을 마시는 사람도 쉽게 느낄 수 있는 버터향, 혹은 구운 빵 냄새를 내는 것이 특징이다.

    프랑스 부르고뉴에서는 클로(Clos)라고 불리는 소규모 포도밭 단위로 와인을 만들어 품질을 관리하는데, 키슬러 빈야드 역시 설립 초기부터 포도밭 단위의 싱글 빈야드 와인을 만드는 데에 주력하였다. 이는 여러 포도밭에서 재배된 포도를 합쳐서 한꺼번에 와인을 만드는 보르도의 양조장이나 혹은 캘리포니아 생산자들과는 확연히 다른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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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키슬러에서도 몇 개의 서로 다른 포도밭에서 나온 포도로 와인을 만들기도 하는데, 제한된 포도밭에서 나온 포도를 정교하게 블렌딩해 와인을 만들어서 이를 ‘멀티 빈야드’ 와인이라고 부른다. 블렌딩을 하였지만, 싱글 빈야드 와인의 품질을 추구하는 키슬러의 철학이 담긴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키슬러 맥크레아 샤르도네(Kistler McCrea Chardonnay)는 키슬러 빈야드 샤르도네와 함께 회사를 대표하는 싱글 빈야드 와인으로 소노마 지역 산기슭에서 재배된 포도로 만든다. 2017년부터는 두 명의 창립자들을 이어 제이슨 케스너가 양조팀을 이끌고 있다.

    [이민우]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9호 (2021년 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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