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ear My Walking] 갖가지 소원이 만나 완성한 절경 강원도 인제 백담사 가는 길

    2021년 07월 제 130호

  • 강원도 인제는 기초 자치 단체 중 홍천군 다음으로 면적이 넓은 곳이다. 반면 인구밀도는 전국에서 가장 낮다. 평소엔 서로 상극처럼 어울리지 않던 이 상반된 결과가 최근 SNS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 회자되며 언택트 시대 최상의 여행지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잠깐, 인구밀도가 낮다고 사람도 뜸할 거라 생각했다면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셈이다. 내설악부터 곰배령, 원대리 자작나무숲, 소양강, 백담사, 내린천, 인제스피디움까지, 한 번쯤 이름 들어본 관광명소가 자리한 곳이 바로 인제다. 그 수많은 명소 중 백담사(百潭寺)를 찾았다. 첩첩산중에 자리한 이곳은 굽이굽이 산길을 휘휘 돌아가야 만날 수 있는 그야말로 숨어있던 사찰이었다. 지금은 차 한 대가 겨우 다닐 만한 길이 닦여져 주기적으로 버스가 운행되고 있는데, 1~2시간여를 걸어 올라가는 이들도 간간이 눈에 띈다. 내설악의 자연은 그들에게 맑은 계곡의 절경을 내어준다. 한 굽이 돌아 다른 한 굽이에 이르면 전혀 다른 내설악의 속살을 눈에 담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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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담사 주차장은 한눈에도 관광지의 그곳을 닮았다. 사찰의 흔적 대신 향토음식점과 너른 주차장, 커다란 지도가 전부다. 달리 보면 이곳이 차로 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이란 표시요, 사찰까진 아직 한참을 더 들어가야 한다는 일종의 이정표다.

    “여기 버스 운행 안 할 땐 찾아오는 사람이 거의 없었지 뭐. 여기서 백담사까지 빠르면 1시간 반, 더디면 두어 시간은 더 걸어야 하는데 웬만한 사람은 갈 수가 있어야 말이지. 그런데 전 대통령 내외가 은둔하면서 유명해졌잖아. 그래서 오는 이들이 많아지니까 길도 닦이고 버스도 다니고. 지금은 버스 타고 15분이면 사찰 앞에 도착한다니까. 일부러 걷는 사람들도 있긴 있어요. 산세가 워낙 좋고 계곡이 맑아서 그거 보러 가는 거지. 주말엔 버스 타는 것도 줄을 나래비로 서야 해. 평일이니까 덜한 거지.”

    음식점 앞 간이의자에 앉아 먼 산 바라보던 강원도 토박이 촌로에게 지금의 백담사 가는 길은 천지개벽 같은 일이었다. “죽을 둥 살 둥 숨이 머리끝까지 차야 겨우 찾을 수 있었던 절”은 20세기에서 21세기로 넘어서며 겨우 2차 산업혁명의 단물을 맛봤다. 한참 철 지난 결과물이었지만 그로 인한 혜택은 눈부셨다. 버스가 다닌다는 소식에 하나둘 찾는 이들이 늘더니 주말에는 놀이공원 대기 줄처럼 버스를 타려는 이들로 긴 줄이 생겼다. 가는 이가 있으면 돌아오는 이도 있는 법, 백담사에서 주차장으로 오기 위해 늘어선 줄도 만만치 않았다. 평일이라고 사람이 뜸한 것도 아니다. 편도 2500원(성인)의 요금을 내고 버스에 오르면 정시 출발을 위해 잠시 숨 고르며 정차해 있는데, 출발할 때쯤이면 네댓 좌석을 빼곤 빈 곳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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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기 봐. 걸어가는 사람도 있잖아. 너랑 같이 간다고 해서 걸어갈까 했는데 초보자에겐 이 길이 쉽지 않겠더라고. 버스가 지날 만큼 길은 잘 닦여 있는데 계속 올라가야 하는 길이거든. 차라리 내려올 땐 괜찮을까 싶기도 한데, 백담사에서 주차장으로 오는 길도 처음엔 오르막이니 그것도 쉽진 않을 거야. 다른 산부터 차근차근 오르고 나서 시도해보자고.”

    버스 앞좌석에 앉은 중년의 두 남성이 백담사 코스를 놓고 나누는 대화가 나름 진지했다. 산행 경험이 많은 이가 주로 말문을 열었는데, 두어 번 걸어서 백담사를 올랐던 일이며 가을 단풍을 보며 걷는 게 얼마나 좋았는지, 겨울엔 얼마나 위험한 길인지, 듣다보니 10여 분이 후딱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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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길 가는 곳에 비경이…

    그이의 말마따나 백담사 가는 길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버릴 곳이 없었다. 눈길 가는 곳에 맑은 물이 흘렀고 계곡의 수호신인 양 기암괴석이 버티고 섰다. 어떻게 이런 곳을 오르고 올라 산기슭에 사찰을 낼 생각을 했는지 기이할 만큼 길은 험했다. 차창 밖으로 비치는 계곡은 바닥까지 청량하다. 며칠간 내린 비에 물이 불어서인지 간간이 작은 폭포도 눈에 띄었다. 백담사는 백담계곡 위에 있어 내설악을 오르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계곡을 따라 오르면 만날 수 있는 사찰인데, 단풍철도 좋지만 물 많은 여름엔 계곡의 정취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백담사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30분에서 1시간여 돌아보시고 다시 이 자리로 오시면 버스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기사님 멘트에 정류장에 내려서서 앞을 바라보니 가로지른 계곡에 놓인 다리 하나가 객을 금강문으로 이끌고 있다. 다리 아래 계곡은 그야말로 여름이다. 계곡물에 발 담그고 사진 찍는 피서객들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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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악산 대청봉에서 작은 담이 100개 있는 지점에 사찰을 세워 백담사로 불리게 됐다는 이 사찰은 내설악의 깊은 오지에 자리하고 있어 예전에는 사람들이 좀처럼 찾기 힘든 수행처였다. 오는 이들은 가쁜 숨을 고르며 흐르는 계곡 물이 번뇌를 털어내고 마음을 다잡았다. 독립운동가 만해 한용운(1879~1944)이 1905년 백담사에서 머리를 깎고 입산수도해 <조선 불교 유신론>과 <십현담 주해>를 집필하고 <님의 침묵>이라는 시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런 이유로 현재 백담사에는 법당과 법화실, 화엄실, 나한전, 관음전, 산신각 등 사찰 건물과 만해 기념관, 만해 교육관, 만해 연구관, 만해 수련원 등이 자리하고 있다. 최근에 지어진 전각들이 많아 옛 느낌은 덜하지만 산이 품은 사찰은 아늑하다.

    만해 한용운 시비 앞으로 내려서면 백담사 앞을 흐르는 영실천에 닿게 되는데, 온갖 모양의 돌로 가득한 천변에는 전국 아니 전 세계에서 온 수많은 이들이 저마다 소원을 빌며 쌓아둔 돌탑이 지천이다. 계곡의 풍경이 자연이 빚은 절경이라면 하나하나 정성껏 돌을 올려 쌓아 둔 탑은 사람이 빚은 마음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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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기 아래서 돌탑 쌓고 왔어? 잘했네. 남들이 탑을 저리 많이 쌓을 땐 다 이유가 있지 않겠어. 돌 몇 개 올려놓는 게 힘든 일도 아니고. 그래, 뭘 빌면서 쌓았어? 소원을 빌 땐 다른 나쁜 생각은 싹 없애고 그 일이 정말 될 거라 생각하면서 빌어야 하는 거야. 자꾸 되뇌어봐 ‘해주십시오’가 아니라 ‘할 수 있습니다’가 될 거야. 한번 해봐. 하다 보니 비스무리하게 돼가지? 뭐든 마음가짐이 공손해야 하는 거야. 그리고 정말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거지. 그렇게 살아가는 거야. 별거 없어.”

    돌아오는 버스에서 고등학생이 된 손녀에게 주문을 외듯 작은 소리로 말을 건네는 할머니의 목소리가 귀에 꽂혔다. 마스크로 가려진 입 밖으로 ‘그래 다 잘 될 거야’란 말이 툭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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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 따라 각양각색 인제 여행

    ·곰배령 코스 : 끝없이 울창한 숲과 투명한 물, 깨끗한 자연이 숨 쉬는 코스. (방태산자연휴양림→아침가리계곡→방동약수→곰배령)

    · 원대리 자작나무숲 코스

    : 환상적인 풍경을 경험할 수 있다. 인근 내린천은 레저스포츠의 산실이다. (인제스피디움→원대리 자작나무숲→내린천래프팅→스카이짚트랙→하추자연휴양림)

    · 인제 도심 코스 : 소박한 향토음식과 푸근한 지역인심을 경험할 수 있다. (소양강 둘레길→서든어택&스캐드다이빙→박인환문학관→인제산촌민속박물관→내린천 번지점프)

    ·백담사 코스 : 내설악 기슭에서 근현대사를 만나다.

    (내설악예술인촌 공공미술관→만해마을→한국시집박물관→여초김응현서예관→백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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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제8경

    · 대청봉-설악산의 주봉, 사계절 일출 산행지(양양군 서면 오색리)

    · 대암산 용늪-용이 쉬었다 가는 곳, 우리나라 유일의 고원 습원지(서화면 서흥리)

    · 대승폭포-높이 88m, 우리나라 3대 폭포 중 하나(북면 한계리)

    · 십이선녀탕-천상의 선녀들도 머물다 간 곳(북면 십이선녀탕길 81)

    · 내린천-살아 숨쉬는 비경, 급류 래프팅의 천국(기린면 현리 666-1)

    · 방동약수-톡 쏘는 맛으로 유명한 전설의 약수(기린면 방동약수로 89-59)

    · 백담사-647년 진덕여왕이 창건한 사찰(북면 백담로 756)

    · 합강정-내린천과 인북천이 만나는 국내 최고 번지점프장(인제읍 합강리 산30-1)

    [글·사진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0호 (2021년 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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