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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참여정부 춘추관장서 위기관리 전문가 변신 유민영 A케이스 대표 | ‘옛날보단 좋아졌잖아’ 타령은 위기 징후

박수호 기자
입력 2018/01/08 10:16
수정 2018/01/08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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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생/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노무현 대선기획단 선거대책위원회 홍보팀 부장/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비서관/ 청와대 춘추관장/ 한림국제대학원대 겸임교수/ 우석대 신문방송학과 초빙교수/ 2013년 A케이스 대표(현)

참여정부 시절 온라인 매체가 뜨면서 청와대가 나서 이를 다양하게 활용한 전력이 있다. 대통령이 직접 소셜미디어(SNS)를 활용하며 국정 홍보를 하는 것도 그 시발점은 참여정부 때였다. 이 과정에서 정부와 전통 언론, 보수 야당이 대립각을 세울 때도 많았다. 당시 하루하루가 살얼음판 같았다는 게 참여정부 춘추관장 출신 유민영 A케이스 대표(51)의 회고다. A케이스. 위기관리 컨설팅 회사다. 이름은 낯설지만 이 회사, 요즘 말로 ‘hot’하다. 현 정부는 물론 기업에서도 한 수 가르쳐달라며 줄을 선단다. 유민영 대표는 “참여정부 시절 5년간 청와대 생활은 매일매일이 위기였다. 여기에 열심히 대응했던 게 지금은 훌륭한 자산이 돼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게 됐다”며 말문을 열었다.

Q ‘위기관리 전문가’로 차별화했다는 게 인상적입니다.




A 참여정부 시절 국민과의 소통을 중시하다 보니 하루에 처리를 완료해야 하는 정보나 메시지가 수십 건이 넘을 때가 비일비재했습니다. 그뿐인가요. 청와대가 무슨 얘길 하면 곧바로 반박하는 야당이나 언론 보도가 나오곤 했지요. 온라인 신생 매체가 급속도로 늘어나던 시기였던 터라, 여기에 대응하는 과정에 속도가 붙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매일매일이 위기였어요. 이런 과정에서 ‘사건은 언제든 터진다, 그런데 대응의 골든타임이 있다, 이걸 놓치면 사건이 커지고 여론 주도권을 빼앗긴다. 최악의 상황에 놓이기 전에 어떻게 해야 할지를 매뉴얼로 만들어놓으면 좀 더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지 않나?’ 이런 생각이 늘 꼬리에 꼬리를 물었지요. 이후 청와대를 나왔더니 알아서 사람들이 고민거리를 들고 찾아왔어요. “이럴 땐 어떻게 대응했나? 어떻게 하니 좀 더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나?” 등등 질문 패턴이 비슷했어요. 제 쓰임새가 여기에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길로 법인 차리고 사업한 지 벌써 5년이나 됐네요.

Q A케이스가 생존을 넘어 지금은 정부, 민간 할 것 없이 자문하고 싶은 곳으로 바뀌었다는데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습니까.

A 2015년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이 기폭제가 됐습니다. 이 사건은 한국 대기업이 갖고 있는 여러 부정적인 요소를 한꺼번에 노출시켰다는 면도 있지만, 좀 더 꼼꼼히 따져보면 잇따른 회사의 대응 실패가 사건을 보다 키워버렸죠. 여론 재판, 오너 리스크 등의 단어가 부각된 것도 이 시점이었습니다.


이는 또한 개인의 영향력이 얼마나 커졌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기도 했습니다. 그전까지만 해도 대중은 콘텐츠의 전달 대상으로만 인식됐죠. 그런데 그런 대중이 아닌 개인이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스스로 미디어 역할을 수행하기 시작했고 기성 언론과 결합했을 때 파급력이 어마어마해진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저는 이를 단순히 흘려버리지 않고 변호사 등 관련 업계 전문가들과 왜 이런 현상이 생겼고 어떻게 대응할지 등등을 고민하고 연구해 ‘평판 사회’라는 책을 발간했습니다. 이후 관련 문의가 급증했지요.

Q 위기 유형은 각기 다르고 다양할 거 같긴 한데요. 현장에서 보니 어떻든가요.

A 물론 다양합니다. 요즘 들어 가장 ‘핫’한 위기 유형은 세대 갈등입니다. 양측이 공동으로 사용되는 좌표축을 갖고 대화를 해야 하는데 이게 잘 안돼요. ‘인턴’이란 영화를 보면 노인 인턴이 노트북을 하고 있으면 젊은 사장이 가르쳐줘요. 자연스레 인턴은 젊은 친구들에게 지금 통용되는 기술을 배우게 됩니다. 대신 ‘인턴’은 자신의 지혜를 강요하지 않고 제안을 하면서 소통이 이뤄지죠. 이처럼 앞 세대가 과거 성공 경험을 강요하는 대신 현재 기술과 습관에 대해 젊은 세대와 합의를 해야 하는데 현장에선 딜레마라며 하소연합니다.

Q 요즘엔 기업이 먼저 나서 사내 문화, 위기관리 관련 교육도 하고 컨설팅도 받기 시작하긴 했는데요.

A 물론 진일보한 일이지요. 그렇지만 아직 멀었습니다. 컨설팅은 받더라도 위기가 터지기 전까지는 크게 의식하지도 못하고 고치지 않는 곳도 수두룩합니다. 기업 미팅을 가보면 요즘 부각되고 있는 성추행, 사내 폭언 등의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해도 경영진이 옛날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있는 사례가 적잖습니다. 심지어 어떤 임원은 ‘예전에는 더했어’ 이런 식의 태도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지금 젊은 직원들은 어떤가요. 부당하면 부당하다고 얘기하고 이게 안 받아들여지면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여론 재판에 직접 서버립니다. 시대가 변했다는 걸 인정해야 하는데 그걸 못하니 문제인 겁니다. 구조적으로 전근대적 요소가 존재하는데도 방치하다가 꼭 사고가 한번 크게 터져야 후행적으로 이를 반영하려 합니다.

Q 한샘 성추행 사건 예를 봐도 그런 거 같아요. 사실 잡플래닛 같은 익명 사이트에서는 이미 사건이 터지기 전에 이런 내용이 올라오기도 했었지요. 위기 징후를 감지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는데 이게 잘 되지 않습니다.

A 결국 경영진의 의지와 태도에 달려 있습니다. ‘희망적 사고 콤플렉스’란 말이 있는데요. ‘나는 제외야, 혹은 우리 회사에선 그런 일이 안 일어날 거야’ 같은 생각에 계속 사로잡혀 있는 거죠. 회사마다 직원들이 모여서 담배 피우는 곳 있잖아요. 관리자가 여기서 도는 사내 여론 동향만 주의 깊게 귀 기울여도 위기 징후를 감지하고 리스크를 상당 부분 미연에 방지하거나 대응하는 게 가능해요. 그런데 국내 기업들은 매출, 영업 이런 곳엔 관심 있어도 내부 평판은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는 사례가 태반입니다. 경영진이 ‘내가 해봐서 아는데’ ‘그래도 우리 때보다 좋아진 거야’란 말을 주로 하는 곳에선 사고가 계속 터집니다. 우리 기업들은 사내 문화가 강력한 경쟁력이라는 걸 간과하고 회사가 직원에게 베푸는 시혜적인 일, 복지 개념으로 접근하는 게 근본 문제입니다.

Q 참여정부 시절 문재인 대통령과 같이 근무하기도 했고 지금도 정부 관련 조언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문재인정부의 위기관리·대응, 잘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A 결론부터 말하면 대통령이나 청와대의 대중 소통, 위기관리 행보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어요. 포항 지진이 났을 때 발 빠르게 수능을 일주일 연기를 했던 일이나 제천 화재 사건처럼 국민의 안전과 관련한 일에 직접 달려가 위로하고 질책도 달게 받던 사례 등에 대해 한편에서는 쇼맨십이라 비판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긍정 여론이 더 많아요. 현대 리더십의 양상을 보면 직위나 직책만으로 존경받는 시대는 갔습니다. 지금은 ‘순간의 태도’에서 위기도 부르고 오히려 반전의 기회도 얻게 됩니다. 적어도 대통령이 혼자 골방에서 장고의 시간 끝에 결정하는 식이 아니라 비서실장, 정책실장과 언제든 상의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놓고 의사결정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게 긍정적입니다. 다만 문제는 정부부처입니다. 지금도 정부부처나 장관들이 대통령을 따라 소셜미디어를 활용하고 스폰서 광고를 돌리는 식으로 국정 홍보를 하고 있는데, 정작 탈원전 등 민감한 사안이 벌어졌을 때 효과적인 대응보다는 일방적 메시지 전달에만 치중하다 위기를 자초하는 사례가 더 많았습니다. 관료 문화에 젖어 있고 상명하복에 익숙한 이들이 소통과 공감의 시대에서 헤매는 거지요. 그럴수록 스스로의 정체성이 뭔지 파악하고 설득할 수 있는 ‘말과 글’을 만들어내야 하는데, 지금 정부부처의 소통 방식은 뭐랄까요, 뭐든 하긴 해야겠으니 아웃소싱으로라도 소통하려는 강박관념 같은 게 보입니다. 그러다 보니 청와대와 엇박자를 내는 듯한 분위기도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경계해야 합니다.

[박수호 기자 suhoz@mk.co.kr / 사진 : 윤관식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41호 (2018.1.10~2018.1.1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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