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IT

[Biz Focus] '생산성 혁신' 천리길도…'사무실 변화' 한걸음부터

입력 2019/03/08 04:06
수정 2019/03/08 09:53
1인 몰입공간·비지정 좌석제
스탠딩 회의실 새로 갖췄더니
업무때 협업 시너지 극대화

성공사례 답습·거창한 구호보다
작은 변화로 '문화'부터 바꿔야
공간의 재구성, 혁신에 큰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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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아스가 사무공간 내 일상적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120도 데스크’와 ‘일자형 데스크’를 함께 설치한 모습 [사진 제공 = 코아스]

생산성 향상은 모든 기업의 목표다. 이를 위해 기업들은 새로운 경영 이론을 현장에 반영하고, 혁신적인 정보통신기술(ICT)을 업무에 도입한다. 오피스 공간 또한 이를 목표로 계속 변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나라의 생산성 수준은 낮은 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연평균 근로시간은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긴 반면, 시간당 생산성은 아일랜드와 노르웨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하위권이다. 근로시간과 생산성 모두 매년 조금씩 수치가 좋아지고는 있지만, 선진국에 비하면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현재의 문제를 개선하고, 보다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사실 많은 기업들이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비효율적 업무 관행, 소통 부족, 수직적 조직문화 등이 그것이다.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들인 만큼 기업들도 충분히 이를 인식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간과하는 사실이 있다. 유형이 비슷하더라도 문제의 세부적인 양상은 다르다는 것이다.

이를 무시하면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다른 기업들의 성공사례를 따라 하거나 외형적인 변화에 집중하느라 큰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장시간 회의를 방지하기 위해 회의 시간을 제한하면서도 실질적인 협업의 질을 높이는 데는 소홀하고, 이미 전자결재가 일상화됐음에도 여전히 대면보고를 위해 임원실 앞에 장시간 대기한다.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위해 직급을 단순화하고 '님' 호칭이나 영어 이름을 쓰기도 하지만, 일방적인 업무 지시와 위계적인 분위기는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때로는 새로 도입한 기술이 유명무실해지고, 이전 제도와 시스템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제도와 ICT, 공간의 외형적 변화가 아니라 이들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직원들의 행동과 인식 자체가 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추구하는 전체적인 방향을 설정하고 실질적으로 자사의 지향점을 실현하고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세부 솔루션을 적용해야 한다. 특히 공간은 이런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물리적 환경을 통해 자연스럽게 직원들의 실제 행동을 변화시킴으로써 일하는 방식과 문화가 바뀌고 새로운 기술과 제도가 안착될 수 있게 도와준다.

선택적 업무 환경은 직원들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높이는 대표적인 방법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늘 같은 자리에서 일하는 데 익숙한 직원들로서는 이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A사는 직원들이 휴식도 취하고, 필요시 답답한 책상에서 벗어나 간단한 업무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하지만 실제 직원들이 이곳에서 일하는 모습을 보기는 쉽지 않았다. 특히 업무 공간과 떨어진 위치에 공간을 만들다 보니 업무 중 자리를 뜨는 것에 직원들이 부담을 느껴 휴식이나 소통 공간으로서 이용률도 높지 않았다.

A사는 신사옥 이전을 계기로 이번에는 업무 공간 내에 다양한 선택적 업무 공간을 만들었다. 기본 업무 공간은 120도 책상과 일자형 책상을 함께 배치했으며 이외에도 1인 몰입 공간, 입식 업무 공간 등을 마련했다. 또 일반적인 개실형 회의실(별도 실로 분리돼 있는 일반적인 회의실)과 영상회의실뿐 아니라 업무 공간 내에 캐주얼 미팅, 스탠딩 미팅, 브레인스토밍 등 다양한 협업 환경과 휴게 및 소통 공간도 배치했다. 특히 고정 좌석제가 아닌 시스템적으로 날마다 다른 장소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비지정 좌석제를 도입하고, 이에 필요한 개인 사물함과 좌석 예약 시스템 등의 환경도 구축했다. 그 결과 직원들은 자연스럽게 필요한 공간을 찾아다니는 업무 방식에 적응할 수 있었고, 각 공간의 이용도도 높아졌다.

협업의 효율화는 속도와 질 모두를 고려해야 한다.


기능적이고 다양한 협업 공간을 충분히 갖추는 것뿐 아니라 일상적으로 개인 업무와 협업이 빠르게 전환되고 서로 자주 마주치며 소통하고 신뢰를 쌓을 수 있는 환경도 중요하다.

B사는 그룹 내 주요 계열사의 연구 인력이 집결한 연구센터를 설립했다. 센터의 설립 취지가 여러 계열사 및 부서 간 시너지와 융복합에 있었던 만큼 내부 공간에도 이러한 취지를 반영하고자 했다. 다양한 형태의 영상회의실 등 양질의 협업을 지원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 외에도 일상적으로 원활한 소통이 가능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일자형과 120도 책상을 혼용한 레이아웃으로 부서 성격에 따라 협업도를 높이고 구성원들의 일상적인 마주침을 유도하는 유연한 동선을 계획했다.

C대학교의 한 연구실은 워크스테이션을 활용해 제한적인 상황에서 합리적으로 협업 환경을 강화한 사례다. 이곳은 공간이 협소해 협업 공간 확보는 물론 기본적인 동선과 수납조차 불편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사무 환경 개선을 통해 워크스테이션에 스탠드 미팅이 가능한 상부장을 적용하면서 개인 수납을 확충하는 동시에 연구원들 간 즉각적인 협업과 일상적 소통을 지원하는 환경을 마련할 수 있었다.

수평적인 문화는 기존 수직적 위계질서의 해체가 아니라 누구나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협의하면서 보다 창의적이고 발전적인 방향을 찾아가는 데 목적이 있다. 오피스 공간은 구성원들이 일상적으로 기업의 문화를 인식하고 학습하는 환경으로서 이런 문화를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회사 규모가 커지며 기존 공간에서 이에 맞는 환경을 지원하는 데 아쉬움이 있었던 D사는 사옥을 이전하며 공간 곳곳에 분위기뿐 아니라 기능적으로 자사의 문화를 녹여냈다. 대다수 임원이 직원들과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며, 대표이사실 등 일부 임원실의 경우 문을 없애고 칸막이와 유리벽만으로 공간을 구획했다.

부서와 직무에 따라 패널 높이와 형태에 차별화를 둔 가운데 특히 보안과 몰입 환경이 중요한 부서는 높은 패널을 적용하면서도 상부는 유리 소재를 적용해 시각적 개방성을 보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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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기업에 어떤 문제가 있고, 무엇이 필요한지 제일 잘 알고 있는 것은 결국 기업과 직원 자신이다. 모두가 알고 있는 추상적인 문제의식이 아니라 점심이나 휴식시간 나누는 직원들의 대화, 업무 지시나 부서 간 협업 등 실제 업무가 이뤄지는 모습에 그 답이 있다. 화려한 인테리어와 최신 IT 솔루션, 혁신적인 제도와 캠페인만이 정답은 아니다. 작은 변화라도 구성원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실질적인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때 진정한 생산성 혁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정석 코아스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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