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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매주 300가지 시식…새벽 현관 앞에 믿음을 배송했죠"

김경도 , 김기정 , 박대의 기자
입력 2020.05.21 17:18   수정 2020.05.21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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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진출 선언한 마켓컬리 김슬아 대표

오늘 팔 것 1주일 전 예측해야
주문 받자마자 새벽배송 가능
유통 제대로 하니 손실도 발생

코로나로 신뢰 중요해진 기간
고객의 소리가 나에겐 종교
매출 늘었지만 '악몽' 꾸기도

올해 매출 두배이상 성장 전망
내년 영업익 흑자로 돌아설듯
■ 인터뷰 = 김경도 유통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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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신사역 인근 컬리 본사에서 김슬아 대표가 시식하고 있다. 김 대표는 매주 금요일이면 하루 종일 마켓컬리에 입점하는 업체의 음식들을 직접 맛보고 채택 여부를 결정한다. [김호영 기자] 일반인들은 '스타트업' 하면 자유로운 출퇴근 시간, 격식을 차리지 않는 업무 환경과 얽매이지 않는 '조직문화'를 떠올린다. 하지만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나면 "일에 내 삶을 갈아 넣었다"는 표현을 자주 쓴다. '갈아 넣었다'는 다소 섬뜩한 표현에는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야 하는 스타트업의 현실과 치열함, 팍팍함이 묻어 있다. 지난 15일 서울 강남구 신사역 인근에 위치한 마켓컬리 사무실 2층. 팔팔 끓는 부대찌개, 조리한 차돌박이, 간편식 떡볶이, 살아 있는 전복으로 만든 전복죽, 조각조각 잘린 수박이 김슬아 대표의 앞에 쉼 없이 놓였다.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 창업자인 37세 김슬아는 이곳에서 5년째 그의 삶을 갈아 넣고 있었다.


그에게 '시식'은 '종교'와도 같은 경건함과 삶을 갈아 넣는 '헌신'의 순간이다.

―오늘 맛본 식품들은.

▷매주 제품 300개 이상이 상품위원회에 올라온다. 맛, 포장, 가격 등 여러 가지를 꼼꼼히 따진다. 어떤 날은 많이 탈락하는 날이 있다. 보통 상품기획자(MD)가 가져온 제품 절반 정도가 1차에 통과한다. 오늘은 60%가 통과했다.

―상품위가 어떻게 평가하나.

▷상품위는 대표를 포함해 영업, 상품전략팀, 마케팅팀, 구매팀 등으로 구성된다. 결정은 만장일치로 내린다. 누군가 반대하면 마켓컬리에 들어올 수 없다. 탈락한 제품은 문제점을 보완해 다시 평가받을 수 있다. 혼자 사는 20대 여성, 50대 남성, 아기가 있는 주부, 각 지역 입맛 등 다양한 소비층을 고려해 접점을 찾아야 한다.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업체인지, 맛이 고객에게 어필할 만한지 등은 미리 평가한다.


―소비자 반응도 중요한데.

▷외부 소비자도 처음에는 상품위 구성원이었다. 하지만 상품위는 프로모션, 업체 관리, 물류, 포장, 가격 전략 등을 논의하는 자리여야 한다는 판단이 섰다. 일반 소비자들 의견은 MD가 물건을 가져올 때 이미 사전 시장조사에 반영돼 있어야 한다. 반면 상품위는 '상품성'을 논의하는 자리다. 예를 들면 어떤 제품은 맛은 좋은데 5200원 이상에는 안 팔리더라 하는 식이다.

―오늘 인상 깊었던 음식은.

▷완도산 양식 전복이다. 전복은 온라인에서 판매되지 않던 상품이었다. 수요가 늘면서 초창기부터 같이해온 업체에 이어 추가 물량을 받기 위해 업체를 하나 더 늘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컬리의 핵심 경쟁력은.

▷전복을 예로 들어보자. 마켓컬리는 소비자가 전복을 받을 때까지 전복이 살아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산지를 떠난 전복은 콜드체인(냉장물류)으로 이동해도 생존 기간이 약 24시간에 불과하다. 또 스트레스를 받으면 기절한다. 소비자들은 살아 있지 않은 전복을 받으면 실망한다.


살아 있는 전복과 같은 여름철 해산물은 마켓컬리의 핵심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는 상품이다. 다른 업체들이 쉽게 따라 하기 힘들다.

―그게 어떻게 가능한가.

▷수요예측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오후 4시에 고객의 주문을 받아 전복 산지에 주문해 이동하면 다음 날 배송이 힘들다. 생산지에서 고객 식탁 위까지 18시간 내에 물건을 배송하려면 미리 주문해 마켓컬리 물류센터에 가져다 놓아야 한다. 이러한 수요예측 능력이 마켓컬리의 노하우다.

―'큐레이팅' 능력도 뛰어나다는데.

▷마켓컬리에서 유통되는 제품은 믿고 먹을 수 있다는 '신뢰'를 고객에게 심어주려 한다. 단순히 제품을 중개하는 오픈마켓과 달리 마켓컬리는 매입해온 제품을 다 팔아야 한다. 따라서 자신 있는 상품만 매입하고 VOC(Voice of customer·고객의 소리)를 종교적으로 읽는다. 고객의 피드백에 따라 미세하게 조정하는 것이 많다.


―코로나19가 소비문화를 바꾸고 있다. 컬리에는 어떤 의미인가.

▷고객이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해진 특별한 기간이라고 생각한다. 예전처럼 아무 곳에서나 언제나 물건을 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안전과 신뢰다. 식품 주문이 급등했지만 컬리는 주문을 처리할 수 있는 만큼만 받았다. 받은 주문은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꼭 보내드리려 했다. 식료품만큼은 보지 않고도 믿고 살 수 있는 곳이 어디냐고 물으면 그중 하나가 마켓컬리였다고 생각한다.

―컬리에 기회라는 뜻인가.

▷기회라고 말하기 힘들다. 단기 매출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경기가 안 좋아질 수 있다. 직원들이 마스크를 쓴 채 일하면서 열을 체크해야 하는 등 기업에는 부담이다. 또 물건을 공급하는 파트너사나 임직원이 코로나19에 걸릴 수도 있다. (신천지 사태가 터졌을 때) 대구 근처 공급사 직원이 코로나19에 걸렸다는 '악몽'을 꾼 적도 있다. 정직원이 400명, 파트타임 직원까지 2000여 명에 달한다.


―식음료 외에 취급 상품이 늘고 있다.

▷고객들이 다양한 소비를 즐기기 때문이다. 고객들이 생활용품에 대해 질이 좋은지를 묻는 것에 답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예를 들어 치약은 우리가 공부를 해서 고객이 믿고 쓸 수 있는 걸 골라 팔았다. 식품에서 했던 것과 똑같이 했다. 마켓컬리가 좋은 상품을 매입하자는 걸 보증하는 차원에서 한 것이다. 음식을 넘어 좋은 상품을 골라주는 비즈니스로 확장할 계획이다.

―영업손실은 여전히 큰데.

▷유통을 제대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매입하지 않고 오픈마켓처럼 중개만 했다면 영업손실이 없고 처음부터 이익이 났을 것이다. 팔리는 것에 수수료를 붙이면 영업손실이 날 이유가 없다. 그런 회사는 이미 많았다. 하지만 오래 경험하면서 소비자가 기뻐하지 않았다. 소비자가 여러 제품을 직접 연구해서 구입해야 했다. 내년께에는 영업이익이 나는 '골든 크로스' 시점에 다다를 것 같다. 지난해 매출이 4289억원에 영업손실은 986억원이었다.


올해는 빠르게 성장할 것 같고 영업손실률을 줄일 것이다. 코로나19로 정확한 예측은 어렵지만 올해는 지난해보다 2배가량 늘어난 9000억원대를 예상한다. 매년 배 이상 성장하고 싶다.

―매각 이슈가 있었다.

▷소문이다. 영원히 매각하지 않겠다는 건 아니다. 창업자 입장에서 매각이나 기업공개가 목표인 사람은 없다. 항상 생각하는 것은 한국 대표로 오래가는 유통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적절한 오너십 구조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다. 그러려면 장기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 회사의 구조를 함께 가져갈 수 있는 파트너라면 가능하다.

"먹는걸 좋아해 음식사업 시작…마켓컬리, 100년 기업이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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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테일을 잘 아는 것 같다.

▷바닥부터 시작해 그런 것 같다. 대부분 창업자들이 그럴 것이다. 저도 부족한 게 많다. 특히 기술 쪽은 코딩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모른다. 기획은 해줄 수 있지만 아름다운 사진과 멋있는 글은 직접 못 만든다. 크리에이터의 몫이다.


모호하게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서 해온다. (골드만삭스에서 일할 때) 당시 일을 너무 많이 해서 사람이 극한으로 몰리니 입맛이 없어지더라. 나는 먹기 위해 돈을 버는 사람인데 쉬는 날 힘드니 이 일을 계속해야 하는지 고민이 됐다.

―목표는 무엇인가. 다른 꿈이 있나.

▷마켓컬리가 잘되는 방향으로 가기 위해 필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 역할이 꼭 '대표'를 의미하는 건 아니다. 처음에 아무것도 없을 때부터 시작해 헌신적으로 열심히 일한 사람이 저인 것이다. 회사는 성장 단계가 있다. 회사가 커지면 그에 적합한 리더십이 필요하다. 저보다 뛰어난 사람이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언제든지 조직에서 필요한 리더십을 찾고, 그 리더십이 나타났을 때 넘겨드리는 게 목표다.

―대표를 떠나면 어떤 일을 하고 싶나.

▷대표가 아니더라도 MD는 하고 싶다. 상품 발굴하는 것을 좋아한다. 먹는 것도 좋아하고 영업하는 것도 좋아한다.

―어떤 회사가 되길 기대하는가.

▷100년 넘도록 오래가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


그런 회사의 역사를 봤을 때 창업자를 기억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GE 창업자가 누구인지 일반인들은 잘 모른다. 그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 시대의 특정 사회문제를 풀기 위한 조직이 '회사'다. 시대를 거치며 문제를 계속 잘 풀어갈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것들을 잘해내는 회사가 되길 기대한다.

―4차 산업혁명 응용에 대한 생각은.

▷마켓컬리는 인공지능(AI)이나 드론의 기술을 만들 수 있는 회사가 아니다. 필요할 때 가져와서 쓰면 된다. 기술을 조직이 수용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사업가 집안인가.

▷아니다. 부모님과 동생 모두 의사다.


친척 중에서도 의료업에 종사하는 분이 많다.

▶▶김슬아 대표는…

△1983년 부산 출생 △2007년 미국 웰즐리대 정치학과 졸업 △2007년 골드만삭스 홍콩 △2010년 맥킨지 홍콩지사 컨설턴트 △2012년 싱가포르 테마섹홀딩스 △2013년 베인앤드컴퍼니코리아 컨설턴트 △2015년 더파머스(현 컬리) 설립 △2020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공동 의장 △2020년 컴업 민간 조직위원장

[정리 = 김기정 기자 /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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