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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자나도 괜찮다" 구본무 뚝심…K배터리 새 장 열었다

노현 , 송광섭 기자
입력 2020.07.31 17:36   수정 2020.07.31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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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2분기 깜짝 실적

英출장 떠났던 故구본무 회장
1992년 2차 전지 연구 지시
포기 의견에도 투자 지속확대
車배터리 글로벌 1위 원동력

구광모회장 '점유율 확대'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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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이 2002년 자동차 배터리 개발을 위해 만든 전기차 시제품에 탑승해 테스트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 = LG그룹] LG화학이 올해 2분기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분기 최대 실적을 거두자 업계에서는 고(故)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의 '뚝심과 끈기의 리더십'이 재조명되고 있다. 1990년대 일찌감치 2차전지 사업을 그룹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선정하고 과감한 투자와 연구개발(R&D)을 강조해온 구 전 회장 결단이 오늘의 LG화학을 있게 한 원동력이라는 이유에서다.

LG화학의 2차전지 사업은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부회장이었던 구 전 회장은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영국 출장길에 올랐고 현지에서 한번 쓰고 버리는 건전지가 아니라 충전을 하면 여러 번 반복해서 사용이 가능한 2차전지를 접하고 새로운 성장 사업이 될 가능성을 직감했다.

귀국하면서 2차전지 샘플을 챙겨 온 구 전 회장은 계열사이던 당시 럭키금속에 2차전지 연구를 지시했다. 럭키금속은 1995년 1월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을 시작했다. 초기에는 어려움도 많았다.


LG화학이 럭키금속의 연구조직을 이전받아 1997년 소형전지 파일럿 생산에 성공했지만 양산을 하기에는 품질이 좋지 않았다. 수년간 투자에도 가시적 성과가 나지 않자 사업을 접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룹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그럼에도 구 전 회장은 "포기하지 말고 길게 보고 투자하고, 연구개발에 집중하라"며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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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LG그룹 회장(오른쪽)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 6월 LG화학 오창 공장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 제공 = LG그룹] 마침내 LG화학은 1997년 11월 개발 1년여 만에 일본 제품보다 우수한 세계 최고 용량(1800㎃h), 세계 최경량(150Wh/㎏)의 시제품 양산에 성공했다. 1998년에는 국내 최초로 첫 대량 생산을 시작했다. 2000년에는 전기차용 중대형 2차전지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2001년에는 2200㎃h 급 노트북컴퓨터용 원통형 리튬이온 배터리를 세계 최초로 양산하며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적자는 계속됐다. 2005년에만 20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냈다. 구 전 회장은 "2차전지 사업은 우리의 미래 성장동력이고, 끈질기게 하면 반드시 성과가 나올 것"이라며 다시 한번 임직원들을 다독여 나갔다.


마침내 2009년 미국에서 낭보가 전해졌다. 세계 최대 자동차 업체인 미국 GM이 LG화학을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단독 공급업체로 선정한 것. 이는 그동안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일본을 추격하던 입장에 있던 한국이 일본과의 경쟁에서 승리해 세계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후 LG화학은 경쟁자들보다 한 발 빠른 투자로 세계시장을 석권해 나갔다. 전기차 배터리 호실적에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역할도 컸다. 구 회장은 취임 이후 주력 사업과 미래 성장 산업 위주로 '선택과 집중 전략'을 지속적으로 펼쳐왔는데, 이것이 LG화학의 지속적인 이익 기반 창출의 원동력이 됐다는 지적이다. 구 회장은 지난해 8월 대전 LG화학 기술연구원을 방문해 3세대 전기차용 배터리 개발 현황과 전략을 논의하는 등 LG화학의 연구개발과 투자도 적극 지원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과 회동, 국내 완성차 업계 1위인 현대차와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등 안정적인 수요처 확보에도 힘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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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은 올 2분기 전기차 배터리 흑자 전환에 한껏 고무된 상태다. 반짝 흑자를 기록했던 2018년 4분기와 달리 생산 설비 증설에 대규모 비용을 투입하면서도 폴란드 공장 수율 안정화와 규모의 경제 달성을 통한 원가 구조 혁신 등을 통해 안정적인 흑자를 기록하면서 전기차 배터리가 LG화학의 미래 성장을 견인할 효자 사업임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제2의 반도체인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확보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선 지난해 약 220만대였던 전기차시장 규모가 2025년이면 1200만대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배터리시장도 약 180조원 규모로 커져 메모리 반도체시장 규모(170조원)를 능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은 올해 말까지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을 100GWh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흑자 폭은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연간 흑자는 물론 매년 30% 이상 성장세를 보이며 이익 규모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은 현재 150조원 이상 수주잔액을 확보하고 있으며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누적 기준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에서 24.2%를 차지해 세계 1위를 차지했다. LG화학 관계자는 "제2의 반도체로 불리는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기차뿐만 아니라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시장 역시 성장을 지속할 것인 만큼 2024년 배터리 분야에서만 30조원 이상 매출을 달성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의 호실적에 국내 배터리 업계도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K배터리'의 선두주자인 LG화학이 흑자 달성에 성공함으로써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 아직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노현 기자 / 송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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