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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부터 반도체·돌고래까지…매일 항공화물 '테트리스' 합니다

송광섭 기자
입력 2020.11.27 17:00   수정 2020.12.11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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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end Interview] 하늘길 화물 운송 지휘자, 아시아나항공 로드마스터 유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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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현 아시아나항공 로드마스터가 지난 20일 인천공항 화물터미널에서 화물 탑재 작업을 지시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지난 20일 오후 인천공항 화물터미널은 분주했다. 짐을 한가득 실은 트레일러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미널 입구로 들어섰다. 터미널 창고는 트레일러에서 내린 화물들로 빼곡하게 차 있었다. 터미널 안으로 들어가니 광활한 활주로 위에 일렬로 서 있는 대형 화물기 10여 대가 한눈에 들어왔다. 익숙한 국적항공사들, UPS 같은 글로벌 물류업체와 화물기들이 짐을 싣고 있었다. 그 옆에는 높이 쌓인 화물들이 줄줄이 탑재를 기다리고 있었다. 짐을 싣고 내리는 리프트 작동음은 온 사방을 가득 메웠고, 작업 차량들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쉴 틈 없이 그사이를 비집고 다녔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항공산업이 휘청이고 있지만 이곳만큼은 활기가 넘쳤다. 여전히 여객기는 90%가량이 운항을 멈췄지만 화물기는 '풀(full)가동' 중이다.


이것도 모자라 여객기를 화물기로 개조해 사용하거나 여객기 좌석 위에 화물을 실어 운송하고 있다. 팬데믹 탓에 항공사는 생사 기로에 있지만 항공화물은 '역대급' 호황을 맞았다. 그 최전선에는 화물기 탑재를 총괄하는 '로드마스터'가 있다. '코로나 특수'에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진 이들의 현장 모습을 만나기 위해 아시아나항공 인천화물서비스지점에서 유병현 대리(34)를 찾아나섰다.

―로드마스터라는 직업이 낯설다.

▷로드마스터는 우리말로 '탑재관리사'라는 뜻이다. 화물이 최종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운송될 수 있도록 항공기에 어떻게 화물을 실을지 '탑재 플랜'을 짜는 역할을 한다. '테트리스' 게임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화물기 안에 빈틈이 없도록 짐을 최대한 효율·효과적으로 실어야 수익성이 올라간다. 그렇다고 무작정 싣기만 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안전도 챙겨야 한다. 통상 화물기 1대에는 100t가량의 화물이 실린다. 여기에 연료와 항공기 자체 무게까지 더하면 전체 무게는 300t에 달한다. 그만큼 안전이 중요하다.


결국 수익과 안전을 동시에 추구하는 게 로드마스터 업무의 본질이다. 현재 인천공항 화물터미널에는 아시아나항공 소속 로드마스터가 48명 있다.

―로드마스터의 역할은 무엇인가.

▷B747 화물기 1대에는 항공화물용 팰릿(ULD)까지 포함해 총 100t 안팎의 화물이 들어간다. 기종이나 노선에 따라 최대 중량은 조금씩 차이가 있다. 화물기에는 보통 위층과 아래층에 화물을 싣는 공간이 있다. 위층에는 ULD 30장, 아래층에는 9장이 실린다. 한 가지 이해해야 할 부분은 화물기에서는 순수 중량보다 무게와 부피를 합산한 중량이 더 중요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무게는 가벼운데 부피가 큰 화물의 경우 순수 중량으로만 요금을 매기지 않는다. 가벼워도 공간을 많이 차지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무게와 부피를 합산한 중량을 '차저블 웨이트(Chargeable Weight)'라고 한다. 목적지마다 이 차저블 웨이트의 최저 한도가 조금씩 다르다.


이 최저 한도는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회사 자체적으로 만든 기준인데, 미국의 경우 90t인 지역과 95t인 지역이 혼재돼 있다. 즉 로스마스터는 목적지별로 화물의 특성을 고려해 최저 한도보다 더 많은 화물을 실어야 한다. 화물기 내 '데드스페이스'를 얼마나 줄이느냐가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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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많이 싣는 게 실력인가.

▷최저 한도보다 화물을 많이 싣는 일도 중요하지만, 안전을 생각하지 않고 무작정 눌러 담을 수는 없다. 안전을 바탕으로 가능한 한 많이 탑재하는 게 진짜 실력이다. 이게 생각보다 간단치만은 않다. 단순히 차저블 웨이트만 늘린다고 될 일이 아니다. 예를 들면 탑재 플랜을 짤 때 목적지 현지 날씨까지 고려해야 한다. 현지 날씨가 안 좋으면 그만큼 연비가 떨어져 연료를 많이 담아야 하기 때문이다. 연료 무게를 포함한 전체 화물기 무게를 감안해서 탑재 플랜을 세워야 한다.

―로드마스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일반인들은 항공사 직업 중에 운항승무원(조종사)과 객실승무원(스튜어디스·스튜어드) 정도밖에 모른다. 나도 입사 전에는 로스마스터를 잘 몰랐다. 사실 여객 업무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취업을 준비했다. 그런데 입사하고 보니 화물 업무에 남다른 매력을 느꼈다. 특히 여객에 비해 업무상 해외 파견이나 출장 기회가 많다.


자기계발에 대한 기회가 많다는 점에 끌린 것이다. 해외 파견은 미주와 유럽, 중국 등에 있는 화물지점에서 2년 정도 근무하는 일을 말하는데, 대부분 대리급의 젊은 직원들이 간다. 이러한 부분 때문에 입사 초기 동기 5명 중 4명이 화물 업무를 택했다. 2010년 7월 인턴으로 입사한 뒤 11년째 일하고 있는데, 그중 8년간 로드마스터로 일했다.

―로드마스터의 자격 요건은 무엇인가.

▷화물 관련 지식이 있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입사 후 회사에서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준다. 로드마스터는 기본적으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항공화물 위험물 취급 자격증(DGR)'을 보유하고 있다. 또 기종별 '항공화물 무게 배분(Weight&Ballance) 자격증'도 필요하다. 아시아나항공의 화물기는 미국 보잉사의 B747과 B767 2개 기종으로 구성돼 있다. 만약 B747 기종 자격증만 있다면 B767 기종 업무는 할 수 없다. 그만큼 수당을 덜 받게 된다.


이와 함께 안전·보안 교육과 화물 기본 프로세스 등의 교육도 받는다. 개인적으로는 자격증을 따고 실무를 맡았을 때 성취감이 상당했다. 만약 로드마스터에 관심이 있는 취업준비생이 있다면, 입사 후에 사내 교육을 받으면서 (로드마스터 담당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로드마스터 업무의 장점은 무엇인가.

▷화물 탑재를 내 손으로 직접 컨트롤하면서 많은 보람을 느낀다. 화물기 1대를 보내는 과정에서 살펴볼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화물 탑재 플랜은 기본이고, 세관·법무 등 유관 부서와의 협업도 필수다. 그만큼 스트레스가 많고 업무 강도도 센 편이다. 그렇지만 내가 맡은 화물기를 잘 이륙시키고 나면 그간 쌓였던 스트레스가 단번에 풀린다. 사실상 매일같이 단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느낌이어서 하루 일과가 끝나고 나면 후련하다. 장기 프로젝트나 퇴근 후에도 업무가 이어지는 일반 사무직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단점을 꼽는다면.

▷화물기 출발·도착 일정이 지연돼 예정보다 업무가 늦게 끝날 때가 많다. 보통 화물기는 밤늦게나 아침 일찍 뜬다. 그러다 보니 근무 여건상 생체리듬이 일정치가 않다. 예를 들면 오후 11시에 화물기 1대를 보내고 나면 자정이 지나서야 업무가 끝난다. 다음 날 아침 8시 화물기를 준비하려면 4~5시간만 자고 오전 6시 반까지 또 나와야 한다. 물론 이런 날은 오후 일찍 퇴근한다. 근무시간이 딱 정해져 있는 게 아니어서 이런 부분을 힘들어하는 직원들도 있다.

―팬데믹 이후 항공화물 사업이 호황이다.

▷원래도 전자상거래 시장 활성화 등으로 화물 수요는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번 팬데믹을 겪으면서 화물 수요가 눈에 띄게 늘었다. 일과를 마치고 나면 화물터미널에 탑재를 대기하고 있는 화물이 한가득 쌓일 정도다. 가장 큰 이유는 여객기 운항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화물 수요는 계속 늘고 있는데, 여객기 내 화물칸을 통한 공급이 줄어드니 반대급부로 화물기 운항 횟수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현재 화물기 운항 횟수를 최대로 가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해운으로 가던 물량까지 항공으로 넘어오고 있다. 팬데믹 전과 후의 주요 화물 품목도 달라졌다. 기존에는 전자제품이나 반도체 장비, 자동차 부품 등이 주를 이뤘다면, 팬데믹 이후에는 마스크나 방호복, 진단키트 같은 방역용품 비중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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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현 로드마스터가 높이 쌓여 있는 국제 운송 예정인 화물들을 점검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목적지별 화물 성향은 어떻게 다른가.

▷미주와 유럽을 오가는 화물의 경우에는 반도체나 휴대폰 부품이 많다. 이러한 화물들은 모양이 대체로 각져 있다. 중국행 화물은 쌀포대 같은 데 담겨 있는 이른바 '보따리' 화물이 많다. 그중 옌타이로 가는 화물의 경우에는 옷감이 유독 많다. 화물은 크게 △일반화물 △특수화물 △생동물 △위험물 네 가지로 나뉜다. 일반화물은 반도체 부품이나 휴대폰같이 평범한 화물을 말한다. 특수화물은 유독 길이가 길거나 부피가 큰 제품, 생동물은 개·고양이 같은 동물이 주로 해당된다. 위험물의 경우 1~9번으로 구분된다. 폭발물, 가스통, 가연성액체, 가연성고체 등이다.


―위험물은 얼마 없을 것 같은데.

▷위험물이 생각보다 많다. 일상생활 속에서 자주 사용하는, 전혀 생각지도 못한 제품들이 위험물에 해당되는 경우가 많다. 휴대폰이나 디지털카메라 배터리가 대표적이다. 이 배터리들은 환경유해물에 해당한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10년 전만 해도 흔치 않았는데,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최근에는 상당히 많아졌다. 페인트도 가연성 액체에 해당해 위험물로 분류된다.

―기억에 남는 화물이 있다면.

▷2017년 5월 돌고래를 제주도로 보낸 적이 있다. 서울대공원에 남아 있는 마지막 남방큰돌고래 2마리를 제주도 앞바다로 옮겨야 하는 작업이었다. 일종의 사회공헌활동이었다. 당시 서울대공원 측 요청으로 B767 기종 화물기 1대에 남방큰돌고래 2마리만 태우고 인천공항에서 제주공항으로 보냈는데, 무엇보다 안전하게 수송하는 게 중요했기 때문에 탑재 플랜을 보다 신경 써서 세웠던 기억이 있다.




▶▶He is…

1986년 인천 강화도에서 태어났다. 2005년 인하공업전문대 항공경영학과에 진학한 뒤 항공사 여객담당 직원을 꿈꾸며 2010년 7월 아시아나항공에 인턴으로 입사했다. 인턴 교육 도중 항공화물에 매력을 느껴 2011년 7월부터 줄곧 화물 업무만 맡고 있다. 인천화물서비스지점에서 9년째 로드마스터로 활동 중이다.

[송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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