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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 1등정신 심고…구본준의 '아름다운 이별'

노현 기자
입력 2020.11.27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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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상사·실리콘웍스 등 5개사 분할 독립경영

R&D 집중투자 제조역량 강화
전자·디스플레이 등 1등 키워

조카 구광모 부담 덜어주고
실리콘웍스로 부품사업 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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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 분리를 통해 홀로서기에 나선 구본준 (주)LG 고문(사진)이 실리콘웍스 등 신설 지주사 산하 회사 최고경영자(CEO)들과 차례로 만나며 경영 현안을 보고받는 등 독립경영 준비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구광모 회장 체제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아름다운 이별'의 첫발을 뗀 구 고문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에서는 LG그룹이 계열 분리로 재계 8위 GS와 재계 16위 LS 등 굵직한 그룹을 배출한 만큼 이번에도 성공적인 분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구 고문은 손보익 실리콘웍스 대표를 비롯해 LG상사, LG하우시스 등 신설 지주회사에 소속될 계열사 CEO들과 면담을 하고 개별 계열사 경영 현안을 보고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연말인사에서 부회장 직위를 내려놓고 고문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구 고문은 그동안 여의도 LG트윈타워에 위치한 집무실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뜸했지만, 이달 들어서는 집무실에 자주 출근하며 신설 지주사 출범 현안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 고문은 전날 열린 (주)LG 이사회 의결에 따라 LG상사와 LG하우시스·실리콘웍스·판토스·LG MMA 등 5개사를 이끌고 신규 지주회사(가칭 (주)LG신설지주)를 설립해 독립경영에 들어간다. 지주사 설립은 LG 전통에 따른 계열 분리 수순으로, 재계에서는 내년 5월 독립경영이 시작된 후 머지않아 계열 분리에 들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구 고문은 1986년 금성반도체에 입사한 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까지 32년간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 주요 계열사에 몸담으며 회사 성장을 이끌었다. 구 고문은 부임하는 곳마다 '1등 DNA'를 외치며 LG그룹에 일등주의를 심는 데 주력했다. 1999년 LG디스플레이 CEO를 맡았던 당시에는 회사의 공식 인사말을 '일등 합시다'로 바꿨고, 2010년 LG전자 CEO로 부임했을 때에도 회의 시작 전 사용하는 공식 인사말을 "반드시 일등 합시다"로 정했다.


구 고문은 1등이 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R&D)'과 '제조 역량'이 중요하다고 여기고 집중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구 고문이 LG전자 CEO로 재직하는 5년간 R&D 투자는 2010년 2조7000억원대에서 2015년 3조8000억원대로, R&D 인력은 1만4000여 명에서 2만명 수준으로 각각 40% 이상 증가했다. 이 같은 품질 우선 경영이 성과를 내면서 LG전자는 2010년부터 LG 시그니처, 트윈워시 세탁기, 그램 노트북 등 시장 판도를 바꾸는 혁신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며 미래 성장 기반을 확대했다. 또 LG디스플레이는 2009년 4분기부터 8년 연속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세계 1위를 달성했다.

LG의 대표적인 성장 사업인 자동차 부품 사업을 키워낸 것도 구 고문이다. 구 고문은 VC사업본부에 매년 수천억 원 규모 투자를 공격적으로 집행해 사업 기틀을 다졌으며 R&D 인력도 대폭 확충하도록 했다. 이는 LG전자가 미국 GM의 차세대 전기차에 구동모터 등 11종의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구 고문은 '외강내유'형 리더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평소 "임직원 사기는 회사의 경쟁력"이라 강조해왔으며, 특히 LG전자에서는 5만명이 넘는 임직원에게 'CEO 피자'를 전달해 위기 극복을 위해 고생하는 이들의 노고를 격려하기도 했다.

구 고문의 한 치 잡음 없는 퇴진에 대해 당시 LG 안팎에서는 "가문의 원칙에 따라 후대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해 선대가 최선의 배려를 다하는 전통을 이었다"고 평가했다. 재계 관계자는 "구본준 고문이 20년간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상사 등 주요 계열사 CEO를 역임하며 성과를 냈듯 계열 분리 이후에도 성과를 내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앞장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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