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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대기업 CEO의 자격…현대차 "글로벌 전략" LG "디지털 역량"

입력 2021/01/03 16:41
수정 2021/01/04 13:58
10대그룹 176社 대표 평균 58.2세
한화그룹 56.1세로 가장 젊은 조직

삼성, 관리 넘어 개척자 역할 강조
SK·포스코는 ESG 역량도 필수
GS그룹 오너 대표 4명 책임경영
"대표 필요조건은 위기관리 능력"
◆ SPECIAL REPORT : 10대그룹 CEO 보고서 ◆

'전략적 사고가 가능한 58세 남성.' '삼성·LG는 공대, SK는 상경계 출신.'

매일경제가 3일 10대 그룹 연말 대표이사 인사를 분석했다. 대상은 삼성을 비롯해 현대차, SK, LG, 롯데, 포스코, 한화, GS, 현대중공업, 신세계 등 10대 그룹 대표 176명이다. 이 중 44명은 최근 인사에서 새로 선임됐다.


◆ 신규사업 창출 능력이 CEO 제1 요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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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사고 능력.' 10대 그룹(삼성 제외) 인사담당자들이 공통적으로 꼽은 대표이사 자질이다. 최고경영자(CEO) 자질을 묻는 매일경제 설문에 응답한 그룹들은 모두 대표이사에게 전략적 사고를 주문했다.


A그룹 관계자는 "미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새로운 사업을 찾아야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며 "대표에게는 신규 비즈니스 창출 등 전략적 사고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해당 분야 전문지식을 선택한 그룹은 5곳에 달했다. 리스크 관리 능력은 3개 그룹, 임원 재직 때 성과와 글로벌 경험은 각각 2곳이 선택했다. 반면 출신 지역과 학교를 고려한다고 응답한 그룹은 하나도 없었다. 스펙이 아닌 능력과 성과만 보고 대표를 선임한다는 얘기다.

B그룹 관계자는 "대표는 사업에 대한 전문성과 미래 사업에 대한 비전 제시, 그리고 인적자원 육성·활용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전했다.

C그룹 관계자는 "CEO 선임 때 전략적 사고, 중장기 관점의 미래 준비와 글로벌 역량, 사업 전체 밸류체인 관장 경험 등을 고려한다"며 "이 밖에 인재 육성과 비전 제시 등 조직 관리도 대표에게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SK와 포스코는 환경·책임·투명경영(ESG) 추구 능력을 대표이사 선임 요건 중 하나로 꼽았다. 최태원 SK 회장은 "기업이 친환경 사업, 사회적 가치, 신뢰받는 지배구조 등을 추구하는 ESG 경영으로 근본적인 변화를 이뤄나가야 한다"며 ESG 활성화를 강조해오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대표이사를 포함한 포스코 모든 구성원은 ESG 경영을 실천해야 한다"며 "성과 평가 체계에도 기업시민 경영 이념과 ESG 성과를 반영한다"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예전 삼성 경영자의 덕목은 '실수를 덜 하는 것'이었다"며 "하지만 최근 삼성 CEO에겐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창의적·미래지향적인 능력이 요구된다"고 전했다. '관리의 삼성'이 아닌 '개척자 삼성'을 이끌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CEO 육성 컨설팅 회사 시그니엄코리아의 한만현 대표는 "현대차는 글로벌 역량을 중요하게 고려하며 장재훈 신임 대표가 대표적 사례이고, LG는 구광모 회장 취임 후 디지털 혁신 역량을 강조한다"고 전했다.

한 대표는 대표이사 자질로 '72시간 내 최고의 리더십 팀 구축'을 꼽았다. 대표 선임 후 3일 내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최고인사책임자(CHO) 등 C-레벨 임원뿐 아니라 각 사업본부 본부장급을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한 대표는 "대표이사는 새로운 임원진을 얼마나 오랫동안 알아왔고, 그들을 평가할 수 있는지, 그리고 임원들은 대표에 대한 존경이 있어야 한다"며 "즉 대표는 피플 리더십(People Leadership)을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마켓 리더십(Market Leadership)은 필수다. 마켓 리더십은 호기심에 기반한 산업 통찰력과 의사결정 능력이다. 아울러 대표의 의지와 전략을 구성원에게 공감시킬 수 있는 역량도 중요하다는 게 한 대표 설명이다.

시그니엄코리아에 따르면 향후 대표이사에게 요구되는 자질은 시나리오 경영, 사회적 문제 해결 능력, 디지털 리더십 등이다. 한 대표는 "코로나19가 일의 방식을 바꾸고, 국제 정세가 급변하면서 CEO에겐 미래 시나리오에 대한 통찰력이 요구된다"며 "신규 시장 창출은 인류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가능한데, ESG 등이 이런 맥락"이라고 전했다. 또한 조지 웨스터먼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에 따르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최고경영진으로부터 시작돼야 하며 최고경영진의 통찰력이 강력한 디지털 비전을 만들어낸다.



◆ 삼성·LG는 공대, SK·롯데는 상경계


10대 그룹 대표이사 평균 나이는 58.2세로 집계됐다. 70대는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대표가 유일하며, 30대는 김동관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와 정기선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 2명이다. 김 대표와 정 대표는 오너 경영자다.

10대 그룹 중 대표 나이가 가장 젊은 기업집단은 한화로 나타났다. 평균 56.1세다. 신세계와 SK의 대표 평균 나이는 각각 56.7세, 57.4세로 젊은 편에 속했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한화와 신세계는 지난해 새로 선임된 대표 평균 연령이 각각 52.3세, 54.0세로, 빠른 세대교체를 보이고 있다"며 "SK는 분석 대상 회사 22곳 중 최태원 회장(61)보다 나이가 많은 CEO가 2명에 불과했고, 최창원 부회장(57)과 동갑이거나 어린 대표는 12명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대표 평균 연령이 가장 높은 곳은 LG였다. 59.6세로, 분석 대상 대표이사 13명 중 8명이 60대로 나타났다. 포스코(59.5세), 현대차(59.4세), GS(59.1세) 3개 기업집단도 평균 대표 나이가 약 59세로 조사됐다. 삼성은 58.5세였으며, 롯데와 현대중공업은 각각 58.9세, 58.7세로 나타났다.

대표의 대학 학부 전공은 그룹별로 차이를 보였다. 삼성은 대표 19명 중 공대 출신이 69%를 차지했다. 특히 삼성전자 대표 3명과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SDS 등 전자 관련 계열사 대표들은 공대를 졸업했다. 이공계 출신 CEO는 LG 54%, 현대중공업 46%로 나타났다. 나머지 그룹들은 상경계 출신 CEO가 다수를 차지했다. SK는 대표 중 68%가 상경계열 졸업자이며, 롯데 (52%) 포스코(45%) 한화(48%) GS(42%) 신세계(45%) 등도 상대 출신 대표가 40%를 넘었다. 현대차그룹은 이공계 33%, 상대 39%로 나타났다.

이 연구위원은 "삼성은 기술 개발 경험이 풍부한 공학 전공 출신 대표를 선호하며, 박사 비율도 37%로 조사됐다"면서 "삼성, 현대차, LG 등 기술 중심 그룹들은 대표에게 기술에 대한 전문성도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오너 대표가 가장 많은 그룹은 GS로 나타났다. GS는 허태수 (주)GS 대표, 허용수 GS에너지 대표, 허세홍 GS칼텍스 대표, 허연수 GS리테일 대표 등 조사 대상 CEO 12명 중 4명이 오너 경영자였다. SK에선 최태원 회장과 최신원 회장, 최창원 부회장 등 3명이 대표를 맡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 대표이며, 정태영 부회장은 현대카드 CEO다. 구광모 회장과 신동빈 회장은 그룹 지주사 대표이사다. 이 밖에 이부진 사장은 호텔신라, 김동관 사장은 한화솔루션, 정기선 부사장은 현대글로벌서비스, 문성욱 부사장은 시그나이트파트너스 대표를 맡고 있다. 문 부사장은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사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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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승환 재계·한상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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