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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는 지구본 놓고 사업…한국은 국회의원 인맥지도 봐야" [스물스물]

입력 2021/01/18 10:55
수정 2021/01/18 12:14
카카오 초기멤버·배달의민족 초기멤버
박용후 피와이에이치(PYH) 대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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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후 피와이에이치 대표

※스물스물은 '20년대를 살아가는 20대'라는 의미의 신조어입니다. 사회 진출을 준비하거나 첫 발을 내딛고 스멀스멀 꿈을 펼치는 청년들을 뜻하기도 합니다. 매일경제 사회부가 대학생과 사회초년생 등 20대 독자의 눈높이에 맞춰 참신한 소식에서부터 굵직한 이슈, 정보까지 살펴보기 위해 마련한 코너입니다.

"법과 규제를 통해 스타트업이 일정 수준 이상 성장하는 것을 막아두고 있으면서 정부가 청년들에게 '지원해 줄 테니 창업하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젊은이들이 느낄 좌절을 생각하면 저는 선뜻 창업하라는 말을 못 하겠습니다.


"

카카오 설립멤버이자 배달의민족 초기멤버로 참여하면서 스타트업이 맨바닥부터 시작해 '유니콘'이 돼가는 모습을 지근거리서 지켜본 박용후 피와이에이치(PYH) 대표는 정부의 청년 창업 지원 정책을 두고 이같이 말했다. 박 대표는 "2021년 현재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초기 자금 그 자체가 아니라 창업자와 스타트업을 옥죄는 규제가 문제"라며 "뚜렷한 목표 없이 단지 예산을 소진하는 식으로 정부가 청년 창업을 지원하는 것은 무의미한 실패 사례만 양산하는 꼴이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박 대표와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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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후 피와이에이치 대표

―정부의 창업자금 지원 정책에 대한 평가는?

▷한마디로 '생색내기'다. 하는 척하는 것뿐이다. 정부가 창업 지원에서 절실할 게 무엇이 있는가. 현장에서 보면 온갖 창업 지원 정책이라는 게 '요식행위'에 불과하다. 그저 있는 돈, 배정된 예산을 소진하는 정도다. 창업자금을 지원하는 제도가 있더라도 저는 안 받고 싶다.

―정부 지원금에 부정적 평가를 내리는 이유는?

▷방향성 없는 '눈먼 돈'이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창업하는 것을 지켜보면 자금을 지원받아 하는 것도 절실함이 왜 없겠냐마는, 결국 '창업의 최종 목적지를 어디로 설정하느냐' 이게 중요하다. 예전엔 창업자들이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요즘엔 "인수합병(M&A) 해줬으면 좋겠다"고들 한다. 트렌드가 바뀌었다. 정부 지원은 이 같은 목적성이 없다.

―그래도 초기 자금은 창업자들에게 소중한 기회 아닌가.

▷중요한 건 '시드' 자체가 아니다. 창업자들을 괴롭히지 않는 게 중요하다. 한국은 자꾸 창업자들을 포기하게 만든다. 스타트업이 잘나가기 시작하면 국회에서 관련법을 만들고, 국회의원이 기존 산업의 이권단체 대변인처럼 한다. 럭시, 타다 사례처럼 창업자들이 어렵게 키워 놓은 스타트업을 고사시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를 지켜본 사람들이 얼마나 좌절하겠나. 그래서 "창업해라" "성공해야 돼" 이런 말들이 무색해지는 경우가 너무 많다.

―어떠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정부가 관점을 바꿔서,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진출을 하는 데 자금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 해외 기업들은 지구본을 놓고 비즈니스하고, 한국은 국회의원 인맥지도를 놓고 비즈니스한다는 말이 있다. 한국에선 스타트업이 어느 정도 성장하면 나라가 때려잡기 때문이다. 아무리 성장하더라도 언젠간 법에 발목이 잡힌다. 배민과 요기요는 사례도 그렇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쿠팡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쿠팡이 상장하면 돈이 몇 조 꽂히게 될 것이다.


만약 배민과 요기요 간 합병이 무산된다면 배민은 홀로 싸워야 한다. 쿠팡에게 뒤집힐 가능성이 높다.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규제 법안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여당 모 국회의원이 "플랫폼 기업은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플랫폼 기업에 대한 통제를 '세계적 대세'라고 하더라. 플랫폼을 '생태계'라고 바꿔서 생각해보자. 건강한 생태계로 바꾸면 되는 문제인데, 플랫폼 기업은 통제받아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건 잘못된 발상이다. 왜 기업을 이렇게 때려잡으려고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현 정부 들어서 기업에 대한 규제 법안이 이전에 비해 훨씬 많아졌다. 여당 국회의원 야당 의원들보다 3~4배 많은 규제 법안을 내놨다. 이렇게 규제로 꽁꽁 묶으면서 청년들에게는 창업하라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규제만 없어지면 민간에서 돈은 많이 나온다.

―플랫폼 기업에 대한 관점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중요한 건 플랫폼의 독점이 아니라 건강한 생태계 만드는 것이다. 플랫폼을 쪼갠다는 건 말도 안 된다. 현재 한국의 코스피와 코스닥 시가총액을 모두 더해도 미국의 애플 시총 하나만 못하다. 현재 글로벌 10개사 중 7개가 스마트폰과 관련된 기업이다. 한국은 최근 10년간 100대 기업에 하나도 진입하지 못 했다. 삼성이 머물러 있을 뿐이다. 한국에선 스마트폰 서비스를 두고 '통행세' 받는다고 폄하하는 분위기가 있다. 이런 말을 듣는 창업자들은 어떤 기분이 들겠는가. 단순히 돈만 지원한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여당·야당 모두 청년 창업을 강조하고 있다.

▷국회의원 300명의 면면을 보면 기업을 도와주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다.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창업해라, 올라오면 법으로 패줄게.' 딱 이게 우리나라 스타트업계의 현실이다. 어떠한 창업 지원 정책이 나와도 껍데기로만 위한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정부와 정치권에 대해 상당히 날이 서 있다.

▷지난해 10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국회 비공개 토론회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정치가 때리면 맞으면서 견뎌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쩌겠는가? 그런 과정 속에서 정치권과 대화의 기회를 가지면서 성장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 성공한 기업인으로 손꼽히는 김택진 대표가 국회의원들이 자기 회사를 찾아봐주는 것을 고맙게 생각해야 하는 일이라고 한다. 회사 사정을 설명하는 게 기회를 보는 거라고 한다. 굉장히 슬픈 말이다.

―대학생 창업에 미온적인 이유가 이 때문인가.

▷그렇다. 젊은이들이 느낄 좌절을 생각하면. 선뜻 창업하라는 말을 못 하겠다.

―창업 꿈꾸는 대학생들이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는가.

▷요즘 젊은이들이 어떤 성장과정을 거쳤는가. 평생직장은 없다는 게 일종의 상식이 됐다. 개인적으로는 젊은이들이 학생 신분으로 당장 창업하기보다는 기업에 입사한 뒤 창업에 나섰으면 좋겠다. 정부에서 무작정 대학생 창업을 지원해봐야 돈은 돈대로 쓰고 성공확률만 낮아진다. 직원으로 일할 친구가 대표이사 한다고 하고 나와 있는 상황이다.


저는 앎의 단계를 △Aware(알다) △Understand(이해하다) △Realize(깨닫다) 등 3단계로 구분한다. 깨달은 상태에서 창업하는 게 성공률이 가장 높다. '갓챠(Gotcha)!'가 아니라면 창업하면 안 된다. 아무런 경험 없이 막연한 구상만 가지고 창업하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것은 망하게 하는 지름길이다.

―기업에 입사한 뒤 창업하면 늦지 않겠는가?

▷당근마켓은 카카오 직원들이 사업 아이템을 잡아 창업했다. 런드리고는 배민 출신들이 차렸다. 킥고잉도 배민 출신이다. 네이버는 삼성SDS 출신들이 세웠다.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는 한글과컴퓨터에서 있었다. 스타트업도 기업 내에서 인큐베이션 시키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젊은이들은 당장 창업하지 말고, 우선은 입사하는 게 더 좋다고 본다. 기업들과 연계해서 창업하는 게 펀딩하기도 더 유리하다.

―기존 기업들이 스타트업의 모체가 돼야 한다는 말인가.

▷한국 스타트업계가 탄탄해지기 위해선 성공한 기업들의 '모기업' 역할이 중요하다. 자회사처럼 뻗어나가는 기업들에 그 기업들이 일종의 모기업 역할을 해줘야 한다. 그러면 건강한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단순히 '플랫폼은 독점이고, 독점은 나쁘다'고 하는 것은 너무 짧은 생각이다. 플랫폼 기업들이 나쁜 짓을 해야 독점이 나쁘다고 말할 수 있을 텐데 그러한 사례도 없이 일단 나쁘다고들 하고 본다. 답답하다.

―청년 창업가들은 제대로 된 멘토링이 필요하다고들 말한다.

▷성공한 사람들과 연결을 해줘야 한다. 멘토들이 청년 창업가들을 보기에 '이렇게 하면 안 되는데' 싶은 것들이 분명히 있다. 그런데 정부의 지원 사업에선 멘토링 자체가 또 하나의 업(業)이 돼버렸다. 멘토링을 직업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 관에서 지원하는 멘토링은 일종의 '교양수업'처럼 여겨지고 있다. 그야말로 '눈먼 돈'이다.

―정부 기관마다 청년 창업을 지원하겠다고 하고 있다.

▷부처별 지원 정책을 하나로 묶어서 자금을 키우면 좋겠다, 자금은 합하고 실행을 나누는 게 좋다. 자금은 흩어지면 약해진다. 제대로 된 지원도 안 된다. 여기 따로, 저기 따로, 전혀 유기적이지 않다. 여기서 파생되는 문제도 있다. 지원금 받는 '전문가'들이 생겨났다. 예를 들면 산업자원부 지원 따로, 지자체 지원 따로 받으면서 여기저기 다섯 군데 '빨대'를 꽂는 경우도 있다. 지원을 많이 받는 친구들의 아이템이 유망한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쉽게 말해 그 친구들은 문서를 잘 쓰는 것뿐이다. 어떻게 하면 정부 지원을 많이 받을 수 있는지, 그걸 아는 것이다. 돈 쓰려면 제대로 써야 한다.

―창업 지원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해결책은 무엇인가.

▷해결책은 결국 시장에 있다. 성공한 기업들에게 매칭펀드를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다만 '특정 기업을 지원해준다'는 이런 부정적 시각이 있을 수는 있다. 그럼에도 기업을 가장 잘 아는 게 누구인가. 시장에서 뛰고 있는 기업인들이다. 아무리 못해도 기업인 안목이 정부에서 주어진 예산을 쓰는 이들보다는 높지 않겠는가. 시장을 가장 잘 아는 이들에게 돈을 맡기면 되는데 그러질 못 한다. 기업인이 투자할 때 관도 따라 들어가면 되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 가령 배민에서 킥고잉이 나올 때 배민이 5억 원을 주면, 관에서도 3~5억 원 주고 같이 들어가는 것이다. 투자금 회수율도 높아지고, 투자수익률(ROI)도 높아질 수 있다. 결국 정부도 시장도 좋은 일 아닌가. 국민연금을 이같이 운용하는 싱가포르가 이상적인 모델이다.

―정부의 창업 지원책에 또 한 가지 제언한다면.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이 활성화돼야 한다. 기업 내 창업, 인큐베이션도 활발해져야 한다. 배민 본사 벽 모퉁이엔 '평생직장 따위는 없다. 성공해서 떠나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현장에서 아이디어를 잡고 회사를 떠나는 이들을 지원한다면 창업 지원 성공률도 지금보다 더 높아질 것이다. 정부가 나서서 무모한 창업을 조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창업해서 나가면 새로운 일자리 생긴다. 누군가 회사에서 퇴사해하면 회사는 새로운 사람을 고용한다. 퇴사자가 창업한 회사가 잘되면 채용 인원을 늘린다. 이런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 한국에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김범수 카카오 의장 같은 사람이 30명 나오는 그날을 보는 게 내 소원이다. 중요한 건 건강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왜 특정 기업이 커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데만 그렇게 목숨을 거는지 모르겠다.

―2021년 현재 창업 환경을 평가한다면.

▷돈이 부족한 시대는 아니다. 시장에 돈은 넘친다. '기업가치'라고 평가받는 것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하베스트(harvest)하는 기업도 생기게 됐다. 이렇게 회수하는 기업이 많아지면 시장은 그쪽으로 돈이 몰리게 돼 있다. 요즘 은행 이자가 싸니까 주식 시장에 돈이 몰리는 것처럼 말이다. 이 업계가 순환하기 위해선 '인베스트먼트(investment·투자)'와 하베스트 사례가 많아야 한다. 결국 회수하려고 투자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이걸 나라가 막고, 정치가 막는다.

―한국 스타트업계를 위해 한마디 부탁드린다.

▷정부는 시장과 함께해야 한다. 장담하건대, 관이 시장과 따로 놀면 100% 망한다. 창업을 지원해도 시장과 함께하는 지원을 해야 한다. 경험 없는 청년들에게 돈 주고 생색내는 짓 좀 하지 말라. 관에게 만만한 대상이 대학생이다. 이미 창업한 이들은 '돈 따먹으려고 하는 애들이네'라고 느끼는 기류가 왜 생겼겠나. 시장과 함께하려면, 우선 관이 시장보다 뛰어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협업하는 게 중요하다. 시장을 경쟁자나 통제 대상으로 보는 순간 망한다.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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