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수입차 판매가 사상 최대를 기록한 가운데 업계 1·2위인 메르세데스-벤츠와 BMW가 왕좌를 놓고 진검 승부를 벌이고 있다. 1500여 대에 달했던 월 평균 판매량 격차는 올 들어 10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고, 양사 시장점유율 또한 0.5%포인트 미만으로 좁아졌다. 럭셔리 플래그십(최상위 주력모델) 세단 S클래스와 순수 전기차를 앞세운 메르세데츠-벤츠에 맞서 BMW는 라인업 다양화로 6년 만에 1위 탈환에 나선다.
4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2월 수입 승용차 신규 등록 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33.3% 증가한 2만2290대로 집계됐다. 1~2월 누적 등록 대수는 4만4611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8%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 기저효과와 브랜드별 신차 출시, 물량 확보 등이 복합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수입차 시장이 올해도 고속 질주를 이어가면서 업계 1위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해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연간 판매량은 각각 7만6879대, 5만8393대로 양사 간 월평균 판매량 격차는 1540여 대 수준이다.
그러나 올해 1~2월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판매 실적은 각각 1만1625대(26.06%), 1만1377대(25.50%)로 '초접전'을 벌였다. 특히 양사의 월간 판매량 격차는 1월 203대, 2월 47대로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양사의 주력 모델 판매량에서도 잘 드러난다. 소형 세단 시장에서는 BMW 3시리즈(1305대)가 메르세데스-벤츠 A클래스(1303대)를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준대형 세단과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4632대), GLB(1216대) 뒤를 BMW 5시리즈(3379대), X5(829대)가 바짝 쫓았다.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화재 사고로 추락했던 BMW가 최근 몇 년 새 꾸준히 판매량을 회복한 반면 메르세데스-벤츠는 올 들어 판매 실적이 주춤거리고 있다"며 "수입차 유통 구조 특성상 차량 인증이나 재고 수급 현황에 따라 순위가 뒤바뀔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올해 메르세데스-벤츠는 6년 연속 수입차 업계 1위를 목표로 7세대 S클래스 완전변경 모델과 순수 전기차 더 뉴 EQA, EQS 등 신차 9종을 연이어 출시할 계획이다.
또한 국내 전기차 인프라스트럭처를 확충하기 위해 전문 기술 인력과 서비스 어드바이저가 상주하는 EQ 전용 서비스센터를 전국 단위로 확대한다. 모바일 멤버십 프로그램 '메르세데스 미 케어'를 새롭게 도입하고, 차량 검색부터 계약까지 지원하는 온라인 세일즈 플랫폼도 구축한다.
BMW는 지난해 50% 이상 성장세를 구가했던 고성능 브랜드 M을 중심으로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뉴 M3, M4를 포함해 신규 모델 7종을 연이어 선보이고 온라인 판매채널 'BMW 샵 온라인'을 통해 다양한 한정판 M모델을 공개할 예정이다. 또한 4분기에는 5세대 친환경 주행기술(eDrive)을 적용해 최고 출력 500마력, 1회 충전 시 주행거리 600㎞ 이상 등을 자랑하는 iX와 순수 전기 SUV iX3를 선보인다.
이 밖에도 BMW는 2023년까지 평택 차량물류센터에 600억여 원을 투자해 출고 대기시간을 대폭 단축하고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확충할 예정이다.
[박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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