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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우외환 삼성, 글로벌 특허 괴물 무차별 소송

입력 2021/03/04 17:54
수정 2021/03/05 00:15
삼성전자·디스플레이 상대
최근 한달새 3건 소송 제기
갤럭시S21등 100여종 포함

생산 않고 특허권만 갖고 공격
뾰족한 대응책 찾기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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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특허관리회사(Non Practicing Entity·NPE)의 무차별 특허 소송이 재차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이 NPE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 NPE는 생산 활동을 하지 않은 채 특허를 매입한 뒤 이를 바탕으로 소송을 제기해 로열티를 벌어들이는 기업이나 단체를 가리키는 말로 흔히 '특허괴물'로 불린다.

4일 전자 업계에 따르면 최근 1개월여 사이에 미국에서 삼성을 상대로 한 특허괴물의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대외적으로 밝혀진 것만 삼성전자 2건, 삼성디스플레이 1건 등 총 3건에 달한다.

가장 최근 공격 사례는 아일랜드 더블린에 본사를 둔 '솔라스 OLED'다. 솔라스 OLED는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서부지방법원에 삼성디스플레이를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솔라스 OLED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생산해 애플에 공급한 OLED 디스플레이 모듈을 특허 위반 품목으로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솔라스 OLED는 앞서 2019년 5월에도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 미국법인을 상대로 텍사스 동부지방법원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다. 솔라스 OLED는 지난해 11월 ITC 소송을 취하했으나, 자료 보강을 거쳐 지난해 12월 소송을 다시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3일에는 솔라스 OLED와 같은 그룹에 소속돼 있는 '선래이메모리'가 텍사스 서부지방법원에 삼성전자 한국 본사와 미주법인을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선래이메모리는 '다중 운용체계를 갖춘 멀티프로세서 칩'에 대한 특허 2건이 침해됐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는 삼성전자의 '갤럭시S20' 스마트폰에 탑재된 퀄컴의 스냅드래건 SoC 칩의 구동 기술과 갤럭시S10 시리즈에 적용된 낸드플래시 기술에서 특허가 도용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텍사스주 오스틴 소재 회사 '이볼브드 와이어리스'는 지난달 1일 ITC와 텍사스 동부지방법원에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침해 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전자 업계에 따르면 침해가 주장된 제품은 삼성전자 갤럭시Z 폴드2와 갤럭시S21 시리즈 등 스마트폰을 비롯해 태블릿PC, 스마트워치 등 100여 종에 이른다.


특허청 관계자는 "특허괴물의 공격 대상은 보통 표준규격이 정해져 있거나 다른 제품이라도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부품·기술이 많은 통신·전자 기기에 몰릴 수밖에 없다"며 "최근 삼성전자 등 국내 정보기술(IT)·통신 대기업을 대상으로 소송이 잇따르고 있어 추세를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을 상대로 한 특허괴물의 공격이 잇따르고 있는 것은 구조적 문제라는 게 업계 지적이다. 삼성 역시 곤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과거 애플과의 소송에서 보듯 제조 업체는 제품 개발 과정에서 타사 기술을 참고할 수밖에 없어 제조 업체 간 특허 소송에서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힘든 것과 달리 특허괴물은 제품 생산을 하지 않으면서 특허권만 갖고 있는 채로 공격을 해 기업 측에서 대응하기가 어렵다.

이준성 준성특허법률사무소 대표는 "특허괴물이 특허를 사들일 때부터 관련 소송 가능성에 대비하고 소송 징후가 발견되면 사전에 특허의 약점을 파악해 무효 심판을 청구하는 등 적극적인 사전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현 기자 /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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