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IT

"이베이 탐나지만 비싸다" 카카오의 辯

입력 2021/03/17 17:21
수정 2021/03/17 19:31
마치 '여우의 포도' 우화처럼
기존사업과 시너지 부족하고
오픈마켓은 이질적 사업 판단

거래액 3조원 '선물하기' 키워
역량 강화하는 게 낫다고 결정

'쇼핑하기 탭' 신설 접근성 높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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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마감된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위한 예비입찰에는 의외의 반전이 있었다. 롯데·신세계그룹에 SK텔레콤과 MBK파트너스까지 주요 유통·정보기술(IT)·사모펀드가 줄줄이 출사표를 던졌지만 정작 가장 인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카카오가 불참한 것이다. 지금까지 포털 다음, 로엔엔터테인먼트(멜론) 같은 수조 원대 대형 인수·합병(M&A)으로 급성장한 만큼 이번 입찰에도 적극적일 것이란 시장의 예상과 달리 카카오가 참전하지 않은 것은 이베이코리아를 품에 안는다고 해도 기존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내기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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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유통·IT 업계에 따르면 이베이코리아 입찰을 앞두고 카카오 내부에서는 "5조원이나 되는 막대한 가격에 비해 인수로 얻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카카오가 운영 중인 이커머스 서비스는 다양하지만, 그중 가장 덩치가 크고 성공적인 것은 '카카오톡 선물하기'다. 카카오톡을 이용해 다양한 브랜드의 유·무형 상품을 보낼 수 있는 이 서비스는 연간 거래액이 3조원대에 달할 정도로 시장에서 자리를 잡았다. 이런 상황에서 선물하기와 완전히 다른 형태인 이베이코리아의 오픈마켓 서비스(G마켓·옥션·G9)는 가져온다고 해도 단순히 몸집 불리기에 불과할 뿐 기존 서비스와 시너지를 내기 힘들 것이란 의견이 카카오 내부에서 힘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카카오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 오히려 발전 속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카카오는 모바일에 최적화한 쇼핑 경험, 카카오톡과 연결되는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전략을 추진해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얻을 수 있는 인력과 물류 인프라스트럭처, 사업 노하우에 5조원을 쓰는 것은 지나치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가 이베이코리아 인수 대신 자체적으로 커머스 사업 역량을 키우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카카오는 그동안 인터넷 플랫폼을 이용해 광고와 디지털 콘텐츠(게임, 웹툰, 웹소설, 영상)를 중심으로 사업을 키워왔다. 하지만 카카오는 지난 9일 카카오톡 네 번째 탭으로 '카카오쇼핑'을 신설하며 본격적으로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도약을 추진하고 있다. 기존에는 '더보기' 탭을 눌러야만 자회사 카카오커머스(대표 홍은택·사진)가 운영하는 선물하기, 메이커스, 쇼핑하기, 카카오쇼핑라이브를 이용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카톡 채팅과 같은 탭에 배치해 접근성을 높인 것이다. 주력 사업인 광고와 콘텐츠처럼 4500만명이 넘는 카카오톡 이용자의 트래픽을 유입시키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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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성장세도 가파르다. 카카오에 따르면 지난해 카카오의 전자상거래를 담당하는 자회사 카카오커머스 거래액은 1년 전보다 64% 성장했다. 선물하기와 주문생산 서비스인 메이커스 거래액도 각각 52%, 60% 늘었다. 이용자 수도 적지 않다. 지난해 12월 기준 월간 이용자(MAU)는 선물하기 2173만명, 톡스토어 1300만명, 메이커스 600만명으로 집계됐다. 실시간 방송으로 제품을 파는 쇼핑라이브는 지난 1월 기준 누적 시청 건수가 2000만회를 넘었다.

[김태성 기자 / 오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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