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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 쓱하며 바프하니 무신사랑해…갖고놀수 있는 말일수록 사랑받는 브랜드가 된다

입력 2021/04/08 04:05
수정 2021/04/08 10:23
언어유희를 넘어 브랜드 가치로
친근함으로 다가와 뇌리에 박혀
주목도만 높이려는 말장난 안돼
브랜드와 찰떡같이 호응이 될때
매력적인 캠페인 거듭날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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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기획이 제작한 견과류 브랜드 바프의 광고 스틸컷. [사진 제공 = 바프]

광고인이라면 그런 캠페인 하나쯤 만들고 싶다고 꼽는, 다수의 국내 광고상을 받은 감동적인 광고 캠페인이 있었다. 그런데 어떤 클라이언트는 피해야 할 광고의 예로 그 캠페인을 꼽았다. 그 광고를 좋아한다는 많은 사람들이 정작 어느 브랜드 광고였는지는 기억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말이다.

브랜딩이라 불리는 모든 활동의 목표는 결국 소비자가 '기억'하고 '사용'하는 것. 지출한 비용이 아깝지 않게 매출이 일어나고, 1등 브랜드로 자리 잡길 바라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꿩 잡는 게 매'라는 속담처럼 브랜드 각인이라는 '꿩'을 잡아낸 '매'와 같은 캠페인들을 가만히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말'의 유희가 담겨 있다. 억지가 아닌 자연스럽게 브랜드와 이어지는 게 특징이다.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HBAF(바프)의 첫 광고 캠페인이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HBAF는 광고 한 편 없이도 허니버터 아몬드의 성공 이후 수많은 플레이버를 내놓아 'K아몬드'라고 불릴 만큼 놀라운 매출을 올리며,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의 필수 쇼핑 아이템이 된 견과류 브랜드다. 이 캠페인을 통해 대중은 '에이치비에이에프'라는 긴 이름을 광고 캠페인 온에어 한 달 반 만에 누구나 '바프'라고 부르게 되었다. '나의 베프, 바프(HBAF). H는 묵음이야'라는 카피와 함께 말이다.


일상 속 어떤 순간, 어떤 기분에도 어울리는 다양한 맛이 있다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매 순간의 '베프' '바프'라는 라임으로 전달하는 것으로도 충분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화룡점정처럼 'H는 묵음이야'라는 말을 뱉는 순간 브랜드는 하나의 인격이 생겨버렸다. 나의 이름은 이렇게 불러 달라고 친근하게 말해주는 그런 친구 말이다.

미팅 중에 클라이언트가 농담처럼 던졌다는 저 한 줄이 모델 전지현 씨의 표정과 목소리가 더해지자 댓글창은 'H는 묵음이야!'로 도배되었고, 동료의 일곱 살 딸아이까지 HBAF를 '바프'라고 읽으며 'H는 묵음이야'라는 설명을 붙인다고 한다. 이런 브랜딩 활동이 광고 온에어 직후 수직 상승한 매출로 이어졌다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신의 브랜드가 나아갈 길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한 클라이언트와 그 고민에 최선을 다해 솔루션을 제공한 광고 회사가 함께했을 행복한 수고의 결실이 보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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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로부터 HBAF(바프), 무신사의 `다 무신사랑 해` 캠페인, SSG닷컴의 `쓱` 캠페인.

온라인 스트리트 패션몰 '무신사'의 경우는 어떤가.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라는 인터넷 커뮤니티 이름을 줄여 만들었다는 그 이름처럼, 광고 또한 언어유희를 통해 브랜드 각인을 꾀하고 있다. '다 무신사랑 해'라는 카피는 '다 무신사를 사랑한다'와 '다 무신사랑 한다'의 이중적 의미로 해석된다. 첫 번째 캠페인에 이어 얼마 전 온에어된 두 번째 캠페인까지 동일한 키카피를 사용하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쌓아가고 있다. 트렌디와 힙함을 표방하지만 결국 비슷한 모양새로 보이는 수많은 광고 사이에서 무신사의 캠페인이 오롯이 브랜딩을 해낼 수 있는 것은 브랜드 네임을 갖고 놀 수 있게 해준 '말'의 힘이 주춧돌이 되어주었기 때문이다.

최근 프로야구 구단을 인수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는 'SSG'도 비슷한 사례로 볼 수 있다.


광고 캠페인 영향으로 요즘 'SSG'라는 세 글자를 '에스에스지'로 읽는 사람보다 '쓱'이라고 읽는 사람이 더 많을 듯싶다. 'SSG.COM'의 역사는 '쓱' 이전과 이후로 나뉠 정도로 엄청난 파괴력을 보여준 광고 카피였다고 생각한다. 관계자에 따르면 브랜드 론칭 당시부터 클라이언트 내부 직원들과 소비자들이 애칭처럼 쓰던 말이었다고 한다. 초성을 갖고 놀던 당시의 유행 속에 탄생한 애칭. 그 가능성을 알아본 광고대행사에서 광고캠페인의 아이디어로 사용하니 비로소 '매'와 같은 힘을 발휘하게 된 것이다. 여러 브랜드에서 비슷한 시도를 했지만, '쓱'만이 독보적인 성과를 거둔 이유는 주목도만 높이려는 말장난이 아닌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쓰윽' 하고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쓱배송'을 시작으로 다양한 스태프들과 작업하면서도 '쓱세권' '쓱케일' 등 중심이 흔들리지 않고 매력적인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펼쳐내는 모습을 보면 브랜드 담당자들의 역할이 클 것이라 감히 짐작해 본다.

소비자가 우리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브랜드는 그들에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브랜드의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군가 이름을 불러 줄 수 있는 캠페인을 해보자.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오늘도 소비자에게 잊히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모두의 노력에 경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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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환석 제일기획 C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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