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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보다 비싸면 차액환불"…이마트, 최저가 전쟁 선포

입력 2021/04/08 17:50
수정 2021/04/08 21:36
최저가격 보상 적립제 실시

햇반·라면 등 500개 품목 정해
경쟁 업체보다 비싸게 판 경우
차액은 자동으로 포인트 적립
온·오프라인몰 안가리고 경쟁

롯데마트·홈플러스 가세 촉각
유통계 출혈경쟁 격화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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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이마트 용산점에 `최저가격 보상 적립제`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최저가격 보상 적립제는 이마트에서 구매한 상품이 쿠팡, 롯데마트몰, 홈플러스몰 3개 온라인몰 상품과 비교해 고가일 경우 차액을 이마트 애플리케이션 `e머니`로 적립해주는 방식이다. [한주형 기자]

이마트가 14년 만에 '가격전쟁'의 방아쇠를 당겼다. 8일 이마트는 '최저가격 보상 적립제'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가격 비교 대표 품목은 신라면, CJ햇반, 서울우유, 코카콜라, 삼다수 등 카테고리별 1위 상품을 비롯해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 칠성사이다, 새우깡, 케라시스 샴푸, 리스테린, 크리넥스 두루마리 휴지 등 500개에 달한다.

최저가격 비교 대상은 쿠팡, 롯데마트, 홈플러스로 명시했지만 사실상 '쿠팡'을 정조준했다는 게 유통업계 시각이다. 쿠팡이 "1개를 주문해도 다음 날 무료 배송해준다"며 공격 마케팅을 강화하자 이마트가 "쿠팡 가격보다 비싸면 차액을 보상해준다"고 맞받아친 것이다.

이마트, 롯데쇼핑, 홈플러스가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놓고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 업체들도 속속 전자상거래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유통업계가 생존을 위해 본격적인 출혈경쟁에 돌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마트는 상품 바코드를 기준으로 동일 상품, 동일 용량의 제품을 구매 당일 오전 9시~낮 12시 이마트 가격과 쿠팡의 로켓배송 상품, 롯데마트몰과 홈플러스몰의 점포배송 상품 가격과 비교한다. 대부분 유통업체들이 직매입하는 상품을 가격 비교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그동안 '최저가격 보장'은 오프라인은 오프라인 상품끼리, 온라인은 온라인 상품끼리 비교하는 경우가 많았다. 오프라인 매장은 부동산 임차비용과 직원 인건비용 등 고정비가 크게 들기 때문에 전자상거래 물건에 비해 비싸다는 인식이 강했다. 대형마트 역시 이 같은 한계점을 인정하고 가격경쟁력보다는 고객 체험과 제품 신선도 등을 차별화 포인트로 삼아 온라인몰과 경쟁을 벌여왔다. 하지만 이번 이마트의 '최저가격 보상 적립제'는 오프라인 이마트 매장 물건 가격을 온라인 상품 가격과 비교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온·오프라인 간 암묵적으로 지켜온 가격전쟁 휴전선이 한순간에 무너진 것이다. 이마트의 이 같은 가격전쟁 선포는 소비자들 사이에 '가격은 쿠팡·네이버가 제일 싸다'는 인식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한 '극약 처방'으로 보인다.

가격 비교를 구매자가 하나하나 온라인몰을 찾아다니며 직접 할 필요도 없다. 가격은 이마트 앱이 자동으로 비교하며, 고객은 앱을 통해 간편하게 보상받을 수 있다. 고객이 차액을 보상받으려면 이마트 앱 좌측 하단에 있는 '영수증' 탭에 들어가 구매 영수증 목록의 '가격보상 신청'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된다. 예를 들어 이마트에서 1500원에 구매한 상품이 쿠팡에서 1000원, 롯데마트몰에서 1100원, 홈플러스몰에서 1200원이라면 최저가격 1000원을 기준으로 차액인 500원을 e머니로 돌려준다.


'e머니'는 이마트 오프라인 매장에서 이마트 앱을 통해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이마트 앱 전용 쇼핑 포인트다.

과거 이마트는 자사 상품이 동일 상권(반경 5㎞) 내 다른 대형마트보다 비싼 경우 이를 보상하는 '최저가 보상제'를 운영하다 2007년 폐지했다. 이와 유사한 보상제를 부활시킨 것으로, 롯데마트와 홈플러스가 가세할지 주목된다.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오프라인 마트가 쿠팡과의 가격 전쟁에서 패배하면 내상이 깊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마트를 찾은 소비자들이 가격 비교를 통해 적립금이 쌓이면 그 순간은 좋아할 수 있지만 경험치가 쌓일 경우 자칫 쿠팡의 가격이 이마트보다 훨씬 싸다는 확신을 강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기술 발전과 함께 컴퓨터가 실시간으로 판매가격을 조정할 수 있는 점도 변수다. 컴퓨터끼리 상대방의 가격을 비교하면서 구매 원가 밑으로 계속 가격을 낮출 수 있어 '최저가 전쟁'은 유통업계에 독이 든 성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쿠팡이 뉴욕증시 상장을 통해 '생존'에 성공하면서 기존 유통업체들도 쿠팡에 계속 밀리면 죽는다는 위기의식이 형성됐다는 게 업계의 냉정한 평가다.

[김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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