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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0만원 중고차, 2880만원 협박 판매…또 속았다. '가짜·미끼 매물'

입력 2021/04/18 07:00
수정 2021/04/19 07:12
싼값·헐값 유혹, 직접 찾아온 소비자 협박
중고차업계 '고질병', 소비자 불신 심해져
속아 살 걱정 없는 국산 인증 중고차 인기
국내 완성차업체 '인증 중고차' 진출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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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매물은 중고차 시장의 고질병이다.[사진 출처=현대캐피탈, 매경DB]

[세상만車-168]# A씨는 중고차 매매 사이트에서 현대차 코나가 헐값 수준인 470만원에 나온 것을 발견했다. A씨는 해당 차를 판다는 중고차 딜러 B씨가 있는 매매단지를 찾아갔다. A씨를 만난 딜러는 원래 제시했던 가격보다 6배 비싼 2880만원을 요구했다. A씨가 구입을 거부하자 딜러는 폭언을 내뱉었다. 또 A씨를 차 안에 30여분간 감금했다.

# B씨 등 36명은 매매상사 2곳을 운영하며 중고차 사이트에 시세보다 싸게 매물을 올렸다. 소비자가 매매상사를 방문하면 계약금 10%를 챙기고 추가 비용도 요구했다. 소비자가 반발하면 욕설을 하고 협박하면서 다른 차를 시세보다 비싸게 강매했다. 이들이 협박과 강매 등으로 챙긴 돈은 15억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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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수차는 정상적인 매물로 둔갑한 뒤 소비자를 싼 값에 현혹하는 미끼 매물로 악용된다. [사진 출처=매경DB]

지난해 경찰에 적발된 중고차 범죄다.


실제 있지도 않은 중고차나 실제 매물과 가격이나 상태가 다른 중고차인 '가짜(허위) 매물'로 소비자를 등쳤다. 소비자를 낚아 바가지를 씌우는 목적으로도 사용돼 '미끼 매물'이라고도 부른다. 정상 거래가 어려운 침수차나 크게 부서진 사고차도 미끼 매물로 악용된다.

'가짜·미끼 매물'은 중고차 시장의 고질병이다. 지난해에도 사고를 쳤다. 정확히 말하면 사고 친 사실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

경기도가 지난해 6월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접수된 제보에 따라 온라인 중고차 매매 사이트를 조사한 결과 매물 95%가 가짜 매물로 드러났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지난 15일 발표한 '중고차시장 완성차 업체 진입 관련 소비자 설문 결과'에서도 응답자 중 54.4%가 중고차 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가짜·미끼 매물'이라고 대답했다.

시민회의는 리서치 전문기관인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5일까지 20~60대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는 ±3.1%포인트다.

중고차 업계에서는 가짜·미끼 매물 피해는 일부 악덕 딜러나 호객꾼 때문에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업계 전체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나 피해를 사실상 방치한 중고차 업계도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가짜·미끼 매물 방치는 중고차 업계의 결사반대에도 소비자들이 완성차 브랜드(현대차, 기아, 르노삼성차, 한국GM, 쌍용차)의 진출을 환영하는 분위기를 형성했다.

피해 예방-싸고 좋은 차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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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카 직원이 중고차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제공=케이카]

가짜 매물 사기꾼들이 애용하는 미끼는 헐값과 싼값이다. 돈이 급해 헐값에 판다거나 경매로 싼값에 매물을 확보했다며 중고차 사이트에 허위 광고를 올린다.

이를 보고 찾아온 소비자에게는 해당 차량이 이미 팔렸거나 자세히 살펴보니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다른 차를 사도록 유혹한다.


소비자가 거절하면 공갈 협박을 일삼는다.

수고비를 요구하는 것은 '애교 수준'이다. 폭력배 같은 일당들이 소비자를 둘러싸거나 차 안이나 사무실에 가둔 뒤 공포 분위기를 조성해 형편없는 매물을 턱없이 비싼 가격에 강매한다.

요즘 악덕 호객꾼들은 헐값보다는 싼값을 선호한다. 헐값 사기 피해가 언론보도나 자동차 정보 사이트를 통해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1000만원대 미끼 매물을 정상 매물보다 200만~500만원 정도 저렴하게 내놓는다. 차 상태는 대개 '무사고'나 성능에 문제없는 가벼운 '단순 사고'로 적어둔다. 주행거리도 연식에 비해 짧다고 소개한다.

수법을 알면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어렵지도 않다. 헐값·싼값에 흔들리지 않으면 된다. '싸고 좋은 차'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싸면서도 품질 좋은 차가 간혹 매물로 나올 수는 있다. 하지만 나오는 즉시 다른 딜러가 낚아 채 소비자는 구경하기조차 어렵다.

가격이 너무 싸다면 사고나 고장 등 딜러가 감춘 다른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도 살펴봐야 한다.

혼자서 수십 대의 매물을 올린 딜러도 의심해야 한다. 자금 문제 때문에 한 명이 매물 수십 대를 보유하기 어렵다. 시장에 차를 놔둘 곳도 없다.

다른 딜러 매물을 판매 대행해준다 하더라도 한 명이 수십 대를 관리하기 쉽지 않다. 가짜 매물을 전문적으로 올리는 사기꾼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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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 점검 장면 [사진 제공=현대캐피탈]

사진에도 흔적이 있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설명과 다른 부분을 파악할 수 있다. 가짜 매물을 대량으로 올리는 딜러가 실수해 사진과 다른 내용이 게재되는 사례가 종종 있다.

4월인데 단풍이 보이는 등 계절에 맞지 않는 사진이나 색상이 사진과 다르게 적혀 있는 사진은 미끼 매물이 가능성이 있다. 다른 온라인 쇼핑몰의 워터마크가 찍혀 있기도 하다.

매물 사진이나 소개란에 적혀 있는 중고차 시장 정보와 판매자(딜러)의 지역 정보가 달라도 가짜 매물일 수 있다. 딜러들은 주로 해당 지역 매매시장에 소속돼 활동하기 때문이다.

딜러와 만났을 때 사려던 차가 방금 팔렸다며 다른 차를 권유한다면 그 자리를 바로 떠야 한다.

실제 통화한 딜러가 아닌 다른 딜러가 나와도 사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부득이한 상황으로 통화한 딜러가 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낌새가 이상하면 바로 자리를 벗어나는 게 상책이다.


딜러가 종사원증을 패용하고 있지 않다면 상종하지 않는 게 좋다. 중고차 매매를 하려면 종사원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종사원증을 잃어버렸다거나 주머니에게 꺼내 잠시 보여준 뒤 다시 감추듯 넣으면 사기꾼일 가능성이 있다.

가짜·미끼 없는 '청정 판매처'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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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 인증 중고차 거래 장면 [사진 제공=현대캐피탈]

자동차 브랜드가 직접 판매하는 인증 중고차는 가짜·미끼 매물이 없는 '청정 중고차 판매처'다.

인증 중고차는 수입차 브랜드가 처음 선보였다. 현재 BMW, 메르세데스-벤츠, 렉서스, 재규어 랜드로버, 폭스바겐, 볼보, 포르쉐 등이 정밀 검사를 거쳐 품질을 보증해주는 인증 중고차를 판매하고 있다(4월 10일자 기사 '"진짜 안 속여요?"…벤츠 볼보 포르쉐 인증 중고차 장단점 살펴보니' 참조).

현대캐피탈은 2015년 국내 금융 업계 최초로 국산 중고차 인증 시스템을 도입했다. 자동차 리스 및 장기렌터카 이용자들이 반납한 현대차·기아 차량 중 출고된 지 6년(주행거리 12만㎞) 이내 차량을 상품화한 뒤 판매한다.

그대로 파는 게 아니라 차량 사고 이력을 분석한 뒤 A~E등급으로 구분한다. 이 중 무사고(A)와 경미사고(B)에 해당하는 차량을 대상으로 총 10개 영역, 233개 항목에 대해 검사를 진행한다.

검사를 통과한 차량에 대해 흠집 제거와 타이어·배터리 교환, 고급 광택, 실내 항균, 클리닝 절차를 거쳐 상품 가치를 높이고 최종적으로 등급을 부여해 정찰제로 판매한다.

현대캐피탈은 구매자에게 해당 차량 사고·정비·점검 이력, 기존 이용자 정보, 품질보증 수리, 잔여 보증 기간 등 차량 이력을 정리한 리포트를 준다. 6개월 1만㎞ 책임보증도 제공한다.

현대캐피탈은 비대면 중고차 구매 시스템 '온라인 전용관'도 운영하고 있다. 인증 중고차를 최대 80만원 할인된 가격에 내놓는다.

구매자는 마우스 등을 이용해 실내외 이미지를 360도 회전하면서 살펴볼 수 있다. 구매한 차량은 무료로 배송받을 수 있다. 또 48시간 내에 마음에 들지 않으면 차량을 반품하고 환불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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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카 홈서비스 이용 장면 [사진 제공=케이카]

직영 중고차 기업인 케이카(K car)도 직접 매물을 매입한 뒤 상품화를 거친 직영차를 판매한다. 자체 상품이기에 가짜 매물이 존재할 수 없다.

케이카는 올해부터 구매자가 3일 동안 구입한 차량을 타본 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반납을 요청하면 환불해주고 있다. 주행거리와 상관없이 위약금도 없고 차량 가격뿐 아니라 이전비, 보증비용 등 부대비용도 돌려준다. 단 연식이 10년 이상, 주행거리가 16만㎞ 이상인 차는 '3일 환불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현대캐피탈이나 케이카처럼 판매 업체가 직접 보유해 판매하는 인증·보증 중고차도 단점이 있다. 매물이 부족하다. 반면 사기를 당할 가능성이 없고 품질도 보증받기 때문에 소비자 만족도는 높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8.6%가 국내 완성차 브랜드가 추진 중인 인증 중고차 판매를 긍정적으로 여기는 것으로 나왔다.

직접 보유한 차량을 판매하지는 않지만 가짜 매물을 걸러내고 제휴 딜러의 매물은 책임지고 보증해주는 서비스도 있다.

자동차 유통 플랫폼인 엔카닷컴(옛 SK엔카닷컴)은 2007년 업계 최초로 가짜 매물 단속 프로그램 '클린엔카'를 도입했다.

엔카닷컴은 실시간으로 가짜 매물을 모니터링하고 가짜 매물 단속 전담팀을 운영한다. 숨어 있는 가짜 매물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소비자를 가장한 미스터리 쇼퍼 활동도 벌인다.

엔카닷컴은 가짜 매물 피해를 차단할 수 있는 엔카 홈서비스도 선보였다. 제휴 딜러 차량을 대상으로 사고 유무, 등급, 옵션 등을 진단한 뒤 엔카 홈서비스에 올린다.

소비자는 엔카 홈서비스에서 구입하고 싶은 차량을 발견하면 전문 어드바이저와 상담을 거쳐 구매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딜러와 만날 필요는 없다. 구매자는 '7일 책임환불제'를 적용받는다.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gistar@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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