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IT

[CEO] "해외서 먼저 찾아오는 부품사 만들겠다"

입력 2021/04/18 16:16
수정 2021/04/18 19:27
정철동 LG이노텍 대표

'선택과 집중'으로 사업 재편
카메라 모듈·반도체 기판 등
'되는 사업' 역량 집중해 키워

코로나19에도 역대최대 매출
올해 창사이래 첫 10조 도전

기업성과·보상·전문성 중시
임직원 자부심 높이기 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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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부심, 일할 맛 나는, 미래 신사업, 소통, 글로벌 1등….

2018년 12월 LG이노텍 신임 대표이사로 부임한 정철동 사장은 이 같은 단어들이 적힌 작은 액자 하나를 선물받았다. 임직원이 최고경영자(CEO)에게 기대하는 바를 단어로 형상화한 '워드 클라우드'를 담은 액자였다.

이 액자는 지금도 정 사장의 집무실 한쪽을 장식하고 있다. 정 사장은 최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액자는 임직원이 신임 CEO를 환영하는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내고 제작한 것"이라며 "여러 단어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크고 또렷하게 보인 글자가 바로 '자부심'이었다. 그 액자를 보고 나 역시 임직원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회사를 만들어 나가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이날의 다짐은 LG이노텍 'PRIDE 활동'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쉽게 말해 임직원 자부심 고취 활동이다. PRIDE는 회사 성과(Performance), 보상(Reward), 개인 맞춤형 근무(Individualization), 역동적인 업무(Dynamic), 전문가(Expert) 등 임직원이 자부심을 느끼는 요소들을 의미한다. 정 사장은 "회사가 성장하는 선순환 고리의 출발점이 바로 임직원의 자부심에 있다"고 강조했다. 임직원이 회사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때 일에 열정을 가지고 몰입하게 되고, 이를 통해 최고 품질의 제품과 서비스로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할 수 있으며, 이는 회사의 성장과 임직원의 더 큰 자부심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정 사장은 조직문화 차원에서 PRIDE 활동을 강조한다면, 사업적 측면에서는 '선택과 집중'을 강조한다. 그는 취임 직후부터 "고객에게 가치를 주지 못하거나 부가가치가 낮은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잘하는 사업에 집중하자"며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마트폰용 메인기판(HDI)과 LED 사업이다. LG이노텍은 2019년 HDI 사업에서 철수한 이후 지난해 10월에는 LED 사업도 접기로 했다.

반면 고객이 원하는 제품과 미래 먹거리에는 아낌없이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카메라모듈 장착량을 늘리면서 실적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광학솔루션사업부가 대표적이다. 통신용 반도체 기판과 포토 마스크 등 글로벌 1위 제품을 앞세운 기판소재 사업과 전장부품 사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조직문화 혁신과 사업 효율화가 맞물리면서 LG이노텍 실적은 매년 최고치를 새로 쓰고 있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지난해 매출 9조5418억원, 영업이익 6810억원을 올리며 재작년 달성한 역대 최고 기록(매출 7조9754억원·영업이익 4764억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올해는 연간 매출액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어서고 영업이익은 1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유안타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LG이노텍이 매출 11조6000억원, 영업이익 965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고무적인 것은 이 같은 실적 개선 과정에서 별다른 잡음이 없었다는 점이다. 주요 대기업에서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위주로 연봉과 성과급 등 처우 관련 불만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프로처럼 일하는 구성원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수준의 보상을 하는 회사가 되자'는 원칙을 선제적으로 실천한 것이 비결이다. LG이노텍은 앞서 지난 2월 임직원에게 기본급 기준 최대 64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며 최대 실적 달성에 화답했다. 임직원이 똘똘 뭉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 사장의 소통 노력이 큰 역할을 했다. 정 사장은 '성과를 만들어내는 주체는 바로 사람이며, 임직원 개개인이 존중받을 때 동기 부여가 되고 일에 몰입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정 사장은 "좋은 회사가 되려면 '크지만 작은 조직', 다시 말해 CEO와 현장 신입사원까지 정보를 빠르게 공유할 수 있는 조직이 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경청과 공감, 상호 존중과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시간을 임직원 의견을 듣는 데 투자한다. 매달 전사 임직원과 직접 소통하는 '오픈톡'(코로나19로 비대면 소규모 그룹별 소통으로 진행) 시간을 갖고 있으며 수시로 현장을 찾아 임직원과 현안을 논의한다. 임원이 MZ세대 사원에게서 젊은 감각과 그들의 가치관·아이디어·트렌드 등을 역으로 배울 수 있는 '리버스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임직원 간 소통에도 힘쓰고 있다. 경북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정 사장은 37년 전 LG반도체에 입사해 LG디스플레이에서 생산기술담당(상무)·생산기술센터장(전무)·최고생산책임자(부사장)를 거쳤다. 이후 LG화학 정보전자소재사업본부장(사장)을 지냈고, 2018년 말 LG이노텍 대표로 부임했다.

정 사장은 기술 전문가답게 취미 또한 엔지니어스럽다. 본인이 직접 만든 진공관 스피커를 통해 음악을 들으며 업무 스트레스를 푼다. "만들 당시에는 너무 어렵고 힘들었지만, 소파에 앉아 책을 펴고 스피커에서 울려 퍼지는 청아한 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게 그의 얘기다. 정 사장의 새로운 취미는 사진 촬영이다. 최근 천체 동호회에 가입해 별에 대해 공부하고 전문가 도움을 받아 멋진 별 사진 찍기에 도전하고 있다. 그는 "밤하늘을 지켜보며 희귀한 별을 찾고 사진을 찍으면 저절로 힐링이 된다"며 "언젠가 나만의 멋진 별 사진을 찍어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정 사장의 비전은 LG이노텍을 '글로벌 넘버원 소재부품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가 말하는 글로벌 넘버원은 단순한 총량 개념이 아니다. 완성품 시장 세계 1위 기업들이 먼저 부품을 찾고 구매하는 회사를 의미한다. 정 사장은 "LG이노텍을 탁월한 기술과 제품력으로 글로벌 스탠더드를 만들고 시장을 리드하는 선도기업, 경쟁사가 두려워하면서도 배우고 싶은 기업, 고객이 필요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고 찾는 기업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He is…

△1961년 출생 △대구 대륜고 △경북대 전자공학과 △LG디스플레이 생산기술담당(상무) △LG디스플레이 생산기술센터장(전무) △LG디스플레이 최고생산책임자(부사장) △LG화학 정보전자소재사업본부장(사장) △현재 LG이노텍 대표이사 사장

[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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