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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위기의 남양유업…"ESG로 반전 필요"

입력 2021/04/19 17:36
수정 2021/04/19 21:54
'불가리스 파동' 남양유업 세종공장 2개월 영업정지 처분

"불가리스 코로나19 예방효과"
임상실험 없이 섣부른 발표
결국 스스로 제 발등 찍은 격

전문가 "낮은 윤리의식 탓"
불매운동 재점화 등 후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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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형마트에서 판매 중인 남양유업 불가리스. [사진 = 연합뉴스]

남양유업이 자사 발효유 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는 것처럼 발표한 이후 강한 역풍을 맞고 있다. 불매운동이 재점화된 데 이어 생산시설 영업정지 처분까지 받아 창립 57년 이래 유례없는 위기에 놓였다.

19일 현재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는 남양유업을 성토하는 글과 함께 '남양유업 제품을 구매하지 않겠다'는 불매운동이 번지고 있다. 남양이라는 사명이 드러나지 않는 제품 목록까지 전부 공유하며 '걸러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는 분위기다.

여론만 나쁜 것이 아니다. 당장 행정처분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데 이어 세종시가 19일 세종시 장군면에 위치한 불가리스 생산공장에 영업정지 2개월의 행정처분을 사전 통보했기 때문이다. 영업정지 2개월이 확정되면 불가리스, 우유, 분유 등 제품을 생산하는 세종공장은 2개월간 가동이 중단된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제품은 남양유업 매출 중 40%를 차지한다. 이번 사태는 남양유업이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에 효과가 있다"고 발표한 것에서 발발했다. 앞서 남양유업은 지난 13일 한국의과학연구원 주최로 '코로나 시대의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을 열고 "불가리스가 코로나19에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국내 최초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 심포지엄에서 "원숭이 세포에 코로나 바이러스를 배양한 뒤 불가리스 원유를 주입했더니 전체 바이러스 중 77.8%가 억제됐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여기서 박종수 남양유업 항바이러스면역연구소 박사가 "불가리스 섭취 시 코로나 바이러스를 줄이고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동물시험과 임상시험 등 추가 검증이 필요한 상황에서 자사 제품이 코로나19 예방 효과가 있는 것처럼 섣불리 발표한 것이다. 발표 직후 남양유업은 주가가 급등했고 제품 판매 또한 급증해 품절 사태까지 빚어졌다.


그러나 임상시험도 없는 과장된 발표였다는 전문가들 지적이 즉각 쏟아졌고 급기야 식약처는 지난 15일 남양유업을 '허위 광고'로 경찰에 고발했다. 식약처는 남양유업이 '질병의 예방·치료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 또는 광고' 등을 금지하는 식품표시광고법을 위반한 것으로 봤다.

이에 남양유업은 즉각 사과했다. 지난 16일 입장문을 내고 "발표 과정에서 세포실험 단계의 결과임을 설명했으나 인체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아 효과를 단정 지을 수 없음에도 소비자의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다만 "한국의과학연구원에서는 불가리스에 대해 인플루엔자(H1N1) 99.999% 저감 연구 결과가 나왔고, 충남대 수의학과 보건연구실에서는 코로나19 77.78% 저감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주장했다. 따지고 보면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라 사실을 부풀려 과장한 것이다. 남양유업이 성급하게 과장된 표현을 사용해 광고에 나선 것은 예상보다 좋은 성과에 고무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나름대로 '유의미한' 결과가 도출된 것을 한시라도 빨리 소비자에게 알리고 싶었던 것 같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 얘기다. 남양유업으로서는 '호재'에 대한 갈증과 조바심이 컸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성급함은 결국 화를 불렀다. 심지어 이미 몇 차례 구설로 소비자에게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상황에서 또다시 문제를 일으키는 바람에 '괘씸죄'가 적용된 가중처벌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일을 수습하기 위해 최고마케팅책임자(CMO) 등 최고경영진이 직접 나서서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면서 "지난 8년 동안 낮은 윤리의식 때문에 발생된 문제이니 ESG 경영(환경·책임·투명경영)을 선포하는 등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효혜 기자 / 강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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