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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품질이 정답…우리만의 차별화된 제품 판다

김태성 기자
입력 2021/05/09 17:04
수정 2021/05/09 21:15
김홍극 신세계TV쇼핑 대표

후발주자지만 작년 영업익 1위
직수입 加랍스터 40억원 대박

우수 중소기업 제품 선별해
생활용품·식품 자체브랜드 늘려

명품 직접 배송 서비스도 도입
"올 판매액 1조 넘기는게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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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탄생한 뒤 10년도 채 안 돼 연간 5조원(2020년 기준) 규모로 급성장한 T커머스 시장에 이단아가 등장했다. 이마트 자회사 신세계TV쇼핑이 그 주인공이다. 제대로 된 출범이 2015년으로 경쟁사보다 한참 늦은 후발 주자인 데다 2019년까지 적자를 면치 못했던 이 회사는 지난해 영업이익을 전년보다 9배나 늘리며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은 물론 국내 T커머스 업체 5곳 중 영업이익 기준 1위를 차지했다.

이마트 상품본부장 출신으로 2018년부터 회사를 맡아 차근차근 내실을 다져온 김홍극 신세계TV쇼핑 대표(57)의 경영 성과가 본격적으로 빛을 발한 결과다.


TV와 커머스(commerce)를 합친 T커머스는 TV 방송 중 리모컨을 이용해 제품을 구입하는 비대면 쇼핑으로 디지털 홈쇼핑이라고도 불린다.

최근 서울 성수동 본사에서 만난 김 대표는 "오프라인 중심의 대형마트, 방송으로 이뤄지는 비대면 쇼핑인 온라인 중심의 T커머스, 어디든 가장 중요한 경쟁력은 바로 상품에서 나온다"며 "이마트에서 쌓은 상품 전문가로서의 노하우를 십분 발휘한 것이 고객들 발길을 잡는 데 좋은 효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1996년 신세계에 입사해 20년 넘게 이마트에서 근무한 그가 신세계TV쇼핑 수장으로 자리를 옮긴 당시 가장 급한 과제라고 생각한 것은 바로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품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김 대표는 "회사 자체가 후발 주자인 데다 기존 TV홈쇼핑의 영향력이 크다 보니 우리를 포함한 T커머스 업체들은 대부분 단순히 가격이 저렴해 고객을 모으기 쉬운 상품을 위주로 선보이고 있었다"며 "구색도 제한적이고 시장 트렌드에도 뒤처진 제품만 팔다 보니 고객 반응도 좋지 않았고 매출을 늘리는 데에도 한계가 뚜렷했다"고 말했다.

'좋은 상품'의 힘을 믿은 김 대표는 우선 제품의 질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그는 "매출이 당장 안 나와도 장기적으로 고객에게 신뢰받는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봤다"며 "신세계TV쇼핑에서만 만날 수 있는 차별화된 상품을 선보이기 위해 생활용품과 식품 분야 자체브랜드(PB)를 만들고 제품 개발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선보인 캐나다 자숙 랍스터가 대표적이다. 신세계TV쇼핑 PB로 선보인 이 제품은 보통 파티용으로 연말에 반짝 판매되고 마는 랍스터를 1년 내내 즐기려는 수요가 많은 것에 착안해 일반적인 성수기가 아닌 가을께 출시해 단일 제품으로 40억원 이상 팔리는 인기 상품이 됐다. 김 대표는 "모회사인 이마트 미국법인이 구축한 글로벌 소싱 체계를 활용해 대량으로 직수입한 덕택에 좋은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 양쪽을 모두 잡을 수 있었다"며 "예전에는 볼 수 없던 경쟁력 있는 상품을 선보인 덕분에 시청자도 많이 늘었다"고 전했다.

막대걸레, 진공포장기 등 생활용품도 신세계TV쇼핑이 직접 우수 중소기업을 선별해 상품기획부터 함께 만든 PB 제품으로 내놓았다. 업계에서 유일한 영국 직배송 시스템을 도입해 명품을 고객 집으로 바로 보내주는 서비스도 선보였다. 이런 노력 덕택에 지난해 식품과 명품 매출은 전년보다 2배, 생활용품은 50%씩 늘어 실적 호조에 기여했다.

배송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도 코로나19로 온라인쇼핑 수요가 급증한 것과 잘 맞아떨어졌다. 김 대표는 "CJ대한통운과 협업해 주문 후 배송까지 걸리는 시간을 사흘에서 이틀로 줄였다"며 "코로나19 사태 초기 마스크 대란 당시에도 주문하면 다음날 받아볼 수 있어 반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지난 4월에는 CJ대한통운과 파트너십을 확대해 전국 단위의 반품·교환 제품 당일 회수 서비스도 시작했다.

김 대표의 품질 경영은 'T커머스의 꽃'인 방송 화면도 바꿨다.


업계 최초로 초대형 LED를 벽과 바닥에 설치해 방송 세트를 만들지 않아도 디지털 화면만으로 무대를 꾸밀 수 있는 디지털 스튜디오를 선보였다. 그는 "자전거를 판매할 때 뒷면에는 숲, 바닥에는 잔디밭 그래픽을 구현해 야외에서 제품을 체험하는 것 같은 생동감을 줄 수 있다"며 "다양한 볼거리로 시청자들 시선을 잡아끌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T커머스 방송을 본 소비자들도 제품 구입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하는 데 맞춰 앱도 뜯어고쳤다. 무려 8단계나 거쳐야 했던 결제 절차를 3~4단계로 줄이고 모바일 선물하기 서비스도 도입했다.

최근 이커머스 화두인 '라방(라이브 방송)'에도 적극적이다. 김 대표는 "T커머스 업계에서 처음으로 라이브 커머스를 시작해 현재 시청자 20만명을 확보했다"며 "모바일 앱과 네이버, 카카오 쇼핑 라이브에서 동시 방송해 고객 접점을 최대한 늘리고 MZ세대를 겨냥한 모바일 전용 상품도 발굴해 TV쇼핑과 차별화된 판매 채널도 키울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 관행과는 거리가 먼 김 대표의 다양한 경영전략은 그의 다양한 이력 덕택에 탄생할 수 있었다. 입사 후 10여 년간 이마트 가전 바이어로 현장에서 활약하던 김 대표는 쿠팡 등 소셜커머스가 탄생한 한국 이커머스 격변기인 2010년 이마트 신채널MD팀을 이끌며 온라인몰을 포함해 다양한 신사업을 구상했다. 이후 창고형 할인점인 트레이더스에서 별도의 상품 매입 조직을 만들고 가전전문점 일렉트로마트의 산파 역할까지 도맡았다. 김 대표는 "매번 새로운 분야를 거치다 보니 시장 트렌드를 빨리 읽는 경험치가 쌓였다"고 전했다.

올해 김 대표의 목표는 창사 이래 최초로 '연간 취급액(판매액) 1조원'을 넘기는 것이다. 김 대표는 "성장이 정체된 기존 라이브 TV홈쇼핑과 달리 T커머스 시장은 꾸준히 커지고 있다"며 "내실을 다져 라이브 홈쇼핑을 뛰어넘는 회사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He is…

△1964년 강원 정선 출생 △강릉상고 졸업 △경희대 경제학과 졸업 △1996년 신세계 입사 △2005년 신세계이마트부문 가전레포츠담당 가전팀장 △2009년 신세계이마트부문 성서점장 △2013년 이마트 가전문화담당 상무보 △2015년 이마트 상품본부장 상무 △2017년 이마트 상품본부장 부사장보 △2018년~ 신세계TV쇼핑 대표

[김태성 기자 / 사진 = 이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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