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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 "대기업 실적 파티 경계령"…임금인상 줄이고 고용 늘려라

입력 2021/05/09 17:49
수정 2021/05/09 23:03
"임금인상 최소화, 고용 늘려라"…고임금 대기업에 권고
양극화로 사회갈등 우려…고정급 대신 일회성 보상 당부
◆ 대기업 실적파티 경계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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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영자총협회가 국내 대기업들을 향해 올해 임금 인상폭을 최소화하고, 그 재원을 고용 확대와 중소협력사 지원에 활용해달라고 권고했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의 정도가 업종이나 기업 규모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기업의 지나친 임금 상승이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사회적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경총은 지난 7일 이러한 내용이 담긴 '2021년 임금 조정과 기업 임금 정책에 대한 경영계 권고'를 회원사에 송부했다고 9일 밝혔다. 경총이 개별 기업의 임금 조정이나 정책과 관련해 공식 권고를 한 것은 2018년 2월 이후 3년여 만이다.


경총은 우선 고임금 대기업을 상대로 기본급과 같은 고정급 인상을 최소화하고, 그 대신 일시적 성과급 형태로 근로자에게 보상할 것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경총은 "안 그래도 임금수준이 높은 대기업이 임금을 과도하게 인상할 경우 중소기업이나 취약계층에 상대적 박탈감을 주고 사회적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총에 따르면 국내 5~9인 사업장 근로자 월평균임금을 100으로 봤을 때 50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 월평균임금은 199.1(2019년 기준)로 5~9인 사업장 근로자의 2배에 달한다. 반면 일본은 같은 기준으로 129.6(2017년 기준)에 불과하며 미국과 프랑스(2015년 기준)는 각각 154.2, 157.7 수준이다.

경총은 고용 확대 및 중소협력사에 대한 지원도 요청했다. 여력이 있는 대기업의 경우 확보 가능한 재원을 임금 인상에 쓰기보다 고용을 늘리고 중소협력사의 경영 개선을 위한 일에 사용해달라는 것이다. 류기정 경총 전무는 "민간기업의 고용 부진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고 미래를 짊어질 청년층의 실업이 심각하다"며 "임금 인상을 자제하고 그 재원을 일자리 창출과 중소협력사를 위해 활용한다면 'ESG 경영'을 활성화하고 사회 통합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총은 기업의 임금 체계를 기존 연공서열 중심에서 직무·성과 중심으로 개편할 것도 주문했다. 류 전무는 "연공서열에 기반한 현행 임금 체계는 생산성과 연계되지 않은 획일적이고 사전적인 임금 결정으로, 근로자의 동기부여가 어렵고 공정성을 훼손한다"며 "특히 지난해처럼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의 유연하고 신속한 대응을 어렵게 만드는 주된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부익부 빈익빈' 눈총 받을라…경총 "대기업, 고용확대가 먼저"

임금인상 '최소화' 권고 왜

美·佛·日 주요 선진국보다
대기업 임금수준 이미 월등

中企와 격차 더 벌어질라
상대적 박탈감 확대 고려

"코로나로 힘든 기업 많아"
중소협력사 지원도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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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덕 신임 고용노동부 장관(오른쪽)이 지난 7일 서울 마포구 한국경영자총협회관을 방문해 손경식 경총 회장과 담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제공 = 경총]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올해 임금 인상 폭을 최소화하라는 권고를 발표한 이유로 "코로나19 이후 심화된 경제 및 노동시장 환경의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공정한 노동시장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미 높은 국내 대기업 임금 수준을 더 높이는 것보다는 고용을 확대하고, 직무·성과 중심 보상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9일 경총에 따르면 한국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는 글로벌 톱 수준이었다. 국가별 경제 수준을 고려한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간 평균임금(500인 이상 규모)의 경우 한국이 190.8%(2017년 기준)로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미국이 100.7%(2015년 기준)로 가장 낮았고 일본 113.7%(2017년 기준), 프랑스 155.2%(2015년 기준)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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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제공하는 구매력평가(PPP) 지수 자료를 토대로 산정한 주요 국가별 500인 이상 규모 대기업 근로자의 월평균임금 역시 국내 대기업들의 고임금 구조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에 따르면 한국 대기업 근로자의 월평균임금은 6097달러(2017년 기준)로 일본(4104달러)보다 48.6% 많았다. 미국(5031달러)과 프랑스(5371달러)보다도 각각 21.2%, 13.5% 높았다. 국내 사업장 규모별 월평균임금을 보면 5~9인 285만8000원, 10~99인 331만1000원, 100~499인 399만7000원, 500인 이상 569만원 순으로 조사됐다.


특히 5~9인 대비 500인 이상의 월평균임금 수준을 보면 한국은 199.1(2019년 기준)에 달했다. 반면 미국과 프랑스는 각각 154.2(2015년 기준), 157.7(2015년 기준)로 1.5배가량 격차를 보였다. 일본은 이보다 더 낮은 129.6(2017년 기준)에 불과했다.

경총이 국내 대기업에 임금 인상 자제를 권고한 데는 불확실한 시장에서도 지속가능한 경영을 유지하고, 갈수록 심화되는 산업 간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측면이 크다. 정보기술(IT) 업종 등 실적이 우수한 일부 기업이 임금을 크게 올리면 그렇지 않은 기업들도 임금 인상에 대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임금을 올리다 보면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외부 충격이 다시 발생할 경우 신속한 대처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염려는 그동안 재계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일부 업계에서 경쟁적인 연봉 인상 러시가 일어나긴 했지만, 이러한 분위기가 산업계 전반으로 번지는 것은 오히려 악순환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의미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회사마다 체급이 다른데, 일부 업계에서 임금 인상 경쟁이 펼쳐지자 다른 기업들도 사회적으로 (임금 인상에 대한) 압박을 받는 양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직원 수가 많지 않은 기업에서 연봉을 올린다고 직원 수가 수만 명, 수십만 명에 이르는 기업들까지 따라 올린다면 이는 상당한 부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경총이 지난 3월 발표한 '2021년 노사관계 전망조사'에 따르면, 올해 임금 인상 수준을 묻는 질문에 응답 기업의 30.8%가 '1%'를 전망했다.

특히 대기업이 연봉을 인상하면 더 벌어진 임금 격차 탓에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이탈하는 현상도 가속화할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연봉 인상을 경쟁적으로 진행하기 시작하면 산업 전반의 경쟁력은 급속히 저하될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확대는 결국 대기업의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당수 중소기업이 대기업 협력업체인 상황에서, 중소기업이 우수한 인재를 구하지 못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면 대기업도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어 "최근 임금 인상이 노동생산성 향상의 결과물과 거리가 멀다는 점이 특히 우려된다"며 "코로나19라는 외부 요인 탓에 IT 등 일부 산업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실적이 좋아진 것일 뿐 노동생산성이 올라간 것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이날 경총은 회원사에 임금 인상 최소화 요구와 더불어 '기업 임금체계 개편 기본 원칙'도 전달했다. 공정하고 유연한 노동시장 구축을 위해 임금체계를 일의 가치와 개인의 성과, 기업 실적을 반영하는 직무·성과 중심으로 개편하자는 취지다. 이번 기본 원칙에는 △인건비 총액은 임금체계 개편 전후 동일 수준 유지 △과도한 연공성 해소 △기본급 결정 기준을 일의 가치에 중점 △개인의 성과와 기업의 실적을 반영 △임금 구성 단순화 등이 담겼다. 또 경총은 기업들이 공정하고 합리적인 보상체계를 마련하는 데 어려움이 없도록 관련 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 건의 활동도 적극적으로 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류기정 경총 전무는 "코로나19 이후 심화된 시장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이미 높은 국내 대기업 임금 수준을 더 높이는 것보다는 고용을 확대하고 직무·성과 중심 보상 체계를 구축해 공정한 노동시장을 조성하는 게 더 시급하다"며 "이러한 판단에서 올해 국내 기업들의 임금 조정 및 임금 정책 방향을 권고하게 됐다"고 말했다.

[송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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