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IT

[단독] '2억명 메타버스' 네이버 제페토, 한국판 로블록스 만든다

입력 2021/06/08 17:37
수정 2021/06/08 21:27
하반기 게임 만들기 선보일듯
사용자 직접 게임만들어 공유
창작자·개발자들 새 기회될듯
553710 기사의 0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제페토가 디즈니·픽사와 함게 영화 `토이스토리4`를 테마로 만든 `토이스토리` 공식맵은 카니발 텐트에서 과녁을 맞추는 슈팅 게임을 할 수 있고, 좋은 성적을 내면 토이스토리 테마 의상을 받을 수 있다. [사진 = 제페토 캡처]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제트'가 운영하고 있는 제페토(ZEPETO)가 일반 이용자를 위한 '게임 만들기' 기능을 선보인다. 이용자가 직접 만들어 올린 게임을 친구들과 함께 즐기고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한 방식으로 거대한 메타버스 생태계를 조성 중인 미국 로블록스(Roblox)와 경쟁이 예상된다.

8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제페토는 올해 하반기 이용자 아바타가 활동하는 가상공간인 맵(map)과 의상 등 아이템을 만들 수 있는 창작 지원 플랫폼 '제페토 스튜디오'에서 게임을 제작할 수 있는 기능을 내놓을 계획이다. 2018년 출시 후 2억명 이상의 글로벌 이용자를 사로잡은 제페토는 그간 다양한 테마의 가상공간에서 아바타들이 만나 소통하는 기능에 집중했다.


이제는 이용자 참여 기반 서비스를 대폭 강화해 제페토에 창작물을 올리고 돈도 버는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네이버 관계자는 "제페토를 아바타를 가지고 노는 게임 수준을 넘어서 실제로 수익이 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발전시키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제페토에는 2만개 이상의 맵이 있다. 맵은 크게 두 종류다. 네이버제트가 직접 개발한 '공식맵'과 제페토 이용자가 만든 맵이다. 현재는 공식맵에만 점프, 슈팅, 탈출, 라이딩, 모험과 같은 게임 요소가 포함돼 있다. 하지만 올 하반기부터는 일반 이용자도 이런 게임 기능을 넣어서 맵을 만들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일반 이용자가 만든 맵에서 이른바 아바타들의 '노는 활동'은 모여 앉는 '카페'나 '파티', 사진을 찍는 '포토스팟', '공연' 등에 국한됐다.

553710 기사의 1번째 이미지 이미지 크게 보기
제페토가 게임에 주목한 것은 메타버스 확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제페토는 해외 이용자 비중이 90%이고, 이용자의 80%가 10대다. 게임이 포함된 맵의 인기가 높다.


여러 아바타들과 계단을 비롯한 각종 장애물을 피해 누가 먼저 정상에 올라가 타워에서 탈출할지 겨루는 '점프마스터' 맵은 지난 2월 공개 이후 4100만여 명이 방문했다. Z세대로 불리는 10대가 열광하는 제페토에서 게임은 빠질 수 없는 흥행 카드인 셈이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도 지난 3월 네이버의 글로벌 사업 현황을 설명하기 위해 마련한 사내 강연에서 제페토에 대해 "올해 게임 기능을 강화한다"고 말했다.

게임은 이용자 참여 기반의 메타버스 생태계를 창조하겠다는 제페토의 방향성과도 맞는다. 네이버제트는 제페토에 대해 '이용자와 함께 만드는 세상'이라는 개념을 강조해왔다. 이에 이용자가 제페토 맵과 아이템을 만들고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작년 4월 '제페토 스튜디오'를 출시했다. 제페토에서 판매되는 아이템 가운데 80% 이상이 이용자가 제페토 스튜디오를 활용해 직접 만든 것이다. 제페토 스튜디오 이용자는 이미 70만명을 넘어섰고, 제출된 아이템 수는 200만개에 달한다. 이용자가 제작한 아이템도 2500만개 이상 팔렸다.


제페토 내 가상화폐인 '코인'과 '젬'을 통해 거래가 이뤄지면서 수익을 올리는 이용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게 네이버 측 설명이다. 벤치마킹할 만한 성공 사례도 있다. 메타버스 게임계의 유튜브로 불리는 미국의 로블록스다. 로블록스는 이용자가 게임을 직접 만드는 데 필요한 도구를 모아놓은 '로블록스 스튜디오'를 내놨다. 로블록스 스튜디오를 활용해 역할수행게임(RPG), 모험, 격투기, 장애물 넘기 등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만들어 로블록스에 올릴 수 있다. 아바타에 특수 능력을 장착하기 위한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는 과금 모델을 게임에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일반인이 참여할 수 있는 게임 개발 환경이 구축되면서 로블록스 게임은 5000만 개를 돌파했다. 로블록스가 게임에 대해 "계속 증가중"이라고 밝힐 정도다. 로블록스에서 '게임 만들기'에 참여하는 개발자도 작년 말 기준 800만명을 넘어섰다.

IT업계 관계자는 "로블록스 게임을 만들어 학비를 해결했다는 공대생, 전업 로블록스 게임 개발자 등 로블록스에서 돈을 버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미국과 유럽에선 로블록스 스튜디오를 활용해 컴퓨터 프로그래밍 교육을 진행하는 학교도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영신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