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IT

"반려견 치료 집청소, 회사가 해줄게"…이직하려던 김대리 흔들렸다

입력 2021/06/09 17:03
수정 2021/06/09 20:48
인재 쟁탈전에 기업 복지경쟁 격화
◆ 어쩌다 회사원 / 직장인 A to Z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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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인 일자리,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 주변에 이야기하면 한 번에 알 수 있는 회사 이름. 이런 것들이 직장인 복지의 전부였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복지가 무엇인가. 누리다 보면, 혹은 새로 입사한 사람 입장에서는 원래부터 주어졌던 것처럼 느껴지기 마련이다. 회사 입장에서야 "고마운 줄 모른다"며 서운해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넋 놓고 있다간 경쟁사에 좋은 인재를 몽땅 뺏기게 된다. 우수한 직원 한 명이 매출에 기여하는 정도를 생각하면, 기와 한 장 아끼려다 대들보 썩히는 꼴이다. 기업이 앞다퉈 사내 복지를 강화하는 이유다. 특히 작년과 올해처럼 코로나19로 힘들 때가 복리후생을 강화하기엔 가장 최고의 타이밍이라고 할 수 있다. 투자 대비 큰 감동을 직원에게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자꾸 거리를 두려는 직원 마음을 어떻게든 사로잡기 위한 회사의 노력을 매일경제 '어쩌다 회사원' 팀이 소개한다.

◆ 힐링·교육 등 '마이크로 복지'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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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사 펄어비스는 미혼 임직원을 위한 가사 청소와 반려동물 보험을 지원해준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임직원 대부분이 최대 3마리까지 의료비·보상 책임 등을 보장해주는 보험 혜택을 받는다. 청소 지원 혜택도 미혼 1인 가구 직원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 같은 복지 제도는 공모전을 통해 선정됐다. 아이디어를 제안한 개발팀 조 모씨(31)는 "회사에서 계약한 애플리케이션으로 매달 1회 청소를 신청할 수 있다"며 "자취하는 직원들에게 청소는 매우 큰일인데, 실제 이용해보니 청소도 꼼꼼하게 해주고 간편해 만족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택근무가 보편화되면서 회사에서 지원하는 식비 혜택이 사라지자 여러 기업이 다양한 방식으로 직원들을 위한 먹거리를 챙기고 있다. 여가 플랫폼 기업 야놀자에서 근무하는 송 모씨(38)는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를 할 때마다 배달음식을 시킨다. 회사에서 제공한 하루 식비 1만원과 배달앱 요기요 한 달 포인트 5만원을 집에서 사용한다. 송씨는 "밀키트(간편조리식)를 주문해 가족과 먹을 수 있고, 반찬을 사 둘 수도 있다"며 "재택근무를 하면서 밥 차려 먹는 것도 일인데 부담이 줄어 가족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기업용 모바일 식권 '식권대장'을 운영하는 벤디스는 재택근무를 시행하는 기업에 임직원 식사 지원 솔루션을 공급한다.


식권대장은 자체 배달서비스 '예약배달식사'에 밀키트 주문 기능을 추가해 직원들이 집에서 음식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우울감과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회식 대신 '힐링 클래스'를 운영하는 것도 새로운 복지 추세다. 기업 간 거래(B2B) 전용 서비스 '클래스101비즈니스'는 SK텔레콤, 나이키코리아, 삼성카드 등 92개 기업·기관에 교육 및 복지 솔루션을 제공한다. 해당 기업 직원들은 미술, 운동, 공예, 그림 그리기 같은 취미부터 인문교양, 프로그래밍, 재테크까지 1000여 개 폭넓은 강의를 수강할 수 있다. LG화학, 제주항공 등 약 65개 기업은 멘탈헬스케어 앱 '트로스트'를 운영하는 정보기술(IT) 기업 휴마트컴퍼니와 제휴해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해당 기업 직원들은 불안, 우울 같은 정신건강 문제뿐 아니라 취업 스트레스, 육아, 직장 내 괴롭힘 같은 문제에 대해 비대면 심리 상담을 받을 수 있다. 특히 20·30대 젊은 임직원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러쉬코리아는 1인 비혼 가구를 위해 매년 5월 마지막주 금요일을 '비혼 선언의 날'로 정하고 다양한 복지 혜택을 제공한다. 5년 이상 재직자 중 비혼 선언 임직원에게 50만원의 축의금과 10일의 유급휴가를 준다. 비혼 선언 임직원이 반려동물을 키울 경우 매월 5만원의 반려동물 수당을 지급한다. 러쉬코리아 관계자는 "올해 4명을 포함해 현재까지 비혼을 선언한 직원은 총 9명"이라고 밝혔다.

온라인 반려동물 소모품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샌드백은 반려동물 사망 시 위로휴가 1일을 제공하고, 반려동물 보험료 월 3만원(최대 3마리까지)과 반려동물 등록비도 지원한다. 김재필 샌드백 대표는 "반려동물 사망에 대한 상실감은 커다란 고통"이라며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회사인 만큼, 관련 복지를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한 달 '승진휴가'에 '6년 재택'도 등장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산으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눈앞에 오자, 재택근무 자체를 복지의 한 형태로 내거는 기업도 적지 않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다니는 이 모씨(33)는 매일 아침 출근하는 대신 온라인 협업 도구 '개더타운'에 접속한다. 개더타운은 2차원(2D) 게임처럼 생긴 온라인 가상공간에 아바타를 만들어 접속하는 서비스다. 이용자는 성별, 피부색, 머리 모양, 복장 등 개성에 맞게 아바타를 꾸밀 수 있다. 로그인하면 실제 사무실에 들어가듯 아바타로 가상공간에 입장하게 된다. 방향키를 조작해 자기 팀 책상으로 이동해 근무하며, 책상에 앉으면 팀원들 얼굴을 영상회의하듯 보면서 대화할 수 있다. 사무실 구석 회의실에 모여 회의를 할 수도 있다. 이씨는 "100% 원격근무라고 해서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사실상 오프라인 사무실을 그대로 가상공간에 옮겨 놓은 식이라 적응에 문제가 없었다"며 "출퇴근 시간이 사라지고, 동료와 소통할 때 드는 시간, 에너지 등 유·무형의 비용을 아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2월부터 오프라인 출근을 전면 폐지한 프롭테크 기업 직방은 '메타버스 출근' 외에도 외근자 등을 위해 거점별로 '직방 라운지'를 개설했다. 직방 라운지는 5월 기준 수도권에 45곳 있으며, 회사는 이를 더 늘릴 예정이다. SK텔레콤의 모빌리티 자회사 티맵모빌리티도 코로나19 상황과 상관없이 재택근무를 일상화하기로 했다.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을 내세워 직원들 마음까지 세심하게 챙기는 '마이크로 복리후생'에 소홀했던 대기업들도 점차 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젊은 인재를 채용하고 또 근속하도록 하는 게 회사 미래의 성패를 결정짓는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그룹은 과장급 이상 승진 시 무려 한 달간 안식월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용률이 80~90%에 달할 정도로 매우 높다. 한화 직원은 "과장으로 승진했을 때 제주도에 가족과 함께 내려가 한 달간 살다 왔다"며 "확실히 몸과 마음이 충전되고, 회사에 대한 충성도도 저절로 올라가게 되더라"고 말했다. 한화는 자기개발을 위한 '채움휴직' 최장 2년, 그리고 남성 출산휴가는 법(유급 10일)보다 2배 많은 한 달을 주고 있다. 채움휴직 시 지원금이 지급되며 근속기간으로도 인정해준다.

포스코는 '경력단절 없는 육아기 재택근무제'를 작년 7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만 8세(혹은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가 있는 직원이면 직무 여건에 따라 전일이나 반일 재택근무를 신청할 수 있다. 전일 재택근무를 하더라도 근무시간과 급여는 전과 같다. 재직 중 최대 2년까지 사용할 수 있으며, 반일 재택근무는 자녀당 최대 2년까지 가능하다. 포스코 관계자는 "제도를 적극 활용하면 자녀가 2명일 경우 최대 6년까지 전일·반일 재택근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 밖에 주 1~2회 영·유아 보육서비스 지원, 직무 스트레스 관련 심리 상담 프로그램 제공하고 지난해 코로나19 때문에 쓰지 못한 경조휴가를 올해까지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등 기업 간 차별화된 복지 경쟁의 모습도 감지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업에 다니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본인의 성과에 맞는 대우를 받기 희망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그동안 성과 보상 체계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인식을 가지고 복지 혜택의 변화를 원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오대석 기자 / 김금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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