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IT

"양자컴 기술은 안보와 직결…中 굴기에 맞서 한미일 협력 절실"

입력 2021/06/21 17:41
수정 2021/06/22 13:00
日 양자컴 연구 주도하는 이토 고헤이 게이오大 총장

美선 이미 안보문제로 인식
한일, 중국과 제휴는 불가능

글로벌 기업·인재 많은 韓
기초연구 강한 日 강점살려
양자컴 공동연구 속도내야

게이오大, IBM 양자컴 활용
신소재 개발 등 다양한 연구

現성능 슈퍼컴과 비슷하지만
발전속도 비약적으로 빨라져
10년후면 일상서 체감할 것
◆ 세상을 바꿀 양자기술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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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컴퓨팅을 발전시키기 위해선 기업 역할과 적극적 투자, 인재 등이 중요합니다."

23년여간 양자컴퓨팅을 연구하며 일본 내에서 이 분야의 석학으로 꼽히는 이토 고헤이 게이오대 총장은 최근 매일경제와의 영상인터뷰에서 이처럼 조언했다. 게이오대 양자컴퓨팅센터장을 역임하며 관련 연구를 주도하다 이달 1일 총장으로 임명된 그는 취임 초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상황 속에서도 '양자컴퓨팅에 대해 견해를 듣고 싶다'는 뜻을 전하자 인터뷰에 응했다.


이토 총장은 "양자컴퓨팅 연구를 위해선 협력이 중요하고 미국과의 안보 문제 등을 감안할 때 아시아에서는 일본·한국·대만 등이 파트너가 될 수 있다"며 "특히 글로벌 기업 등이 있는 한국과 기초연구에서 경쟁력이 있는 일본 간 협력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연산능력을 비약적으로 높이는 양자컴퓨터를 필두로 하는 양자 기술은 향후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로 꼽힌다. 많은 투자를 바탕으로 폭넓은 분야를 연구해야 하고 사업화로도 이어져야 하기 때문에 학계·기업·정부가 힘을 모으는 것뿐만 아니라 국가 간 협력도 중요하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미·일정상회담과 5월 한미정상회담의 공동성명서에 양자 기술에 대한 연구 협력이 담기기도 했다.

이토 총장은 "양자컴퓨터에서 가장 앞서가는 곳은 미국과 중국이고 이들의 투자는 다른 나라들과는 자릿수가 다른 규모"라며 "특히 중국은 미국 유학을 통해 양자컴퓨팅을 연구한 우수 인력이 많이 귀국해 연구센터를 만드는 등 아시아에서 가장 앞서간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등이 양자컴퓨터를 안보에서 중요한 연구 부문으로 보기 때문에 일본·한국 등이 중국과 연구를 협력하는 건 어렵다"고 덧붙였다. 국제 정세나 기술력, 투자 여력을 감안할 때 아시아에선 한국과 일본이 가장 현실적인 협력 조합이라는 게 그의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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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최근 NTT·도시바 등 11개 업체가 양자 기술을 연구하기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고 정부도 뒷받침하며 매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토 총장은 일본 양자컴퓨팅 연구에 대해 기초기술은 나쁘지 않지만 아직 기업의 투자가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을 약점으로 꼽았다. 그는 "(일본) 기업들이 양자컴퓨터 하드웨어를 개발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어 소프트웨어보다 압도적으로 약하다"며 "(일본이 양자컴퓨팅 연구를) 열심히 하고 있지만 얼마나 돈을 쓸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양자컴퓨터 하드웨어는 미국 IBM·마이크로소프트·구글 등이 개발해 보유하고 있다.

이토 총장은 한국 양자컴퓨팅 발전 가능성을 글로벌화된 인재·기업에서 찾았다. 그는 "한국은 일본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미국 등에 유학해 최첨단 연구를 하는 인재 비율이 높고, 일부는 한국으로 돌아와 양자컴퓨팅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한국은 이런 '인재의 글로벌화' 장점을 잘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한국에서는 대학뿐만 아니라 삼성 등도 양자컴퓨팅을 연구하고 있는데, 투자 여력이 큰 글로벌 기업이 있다는 건 이 분야 연구에서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UC버클리 공학박사 출신인 이토 총장은 게이오대의 연구를 주도하며 양자컴퓨팅센터도 이끌었다. 게이오대 양자컴퓨팅센터는 양자컴퓨터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도쿄대와 함께 일본의 관련 연구를 이끌고 있다. 최근에는 특히 IBM의 양자컴퓨터를 활용해 일본 기업들과 금융상품의 가격을 평가하거나 각종 소재를 개발하는 프로젝트 등을 진행하며 성과를 내왔다.

그는 'IBM-게이오대-일본 기업'으로 연결되는 양자컴퓨팅 협업 체계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클라우드 방식으로 미국에 있는 IBM 양자컴퓨터에 접속해 연산·과제를 수행할 수 있다. 그는 IBM의 양자컴퓨터 시스템이 두어 달 단위로 업그레이드되며 연산능력이 개선되고 그에 맞춰 프로젝트를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것도 IBM과 협업을 지속해온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이토 총장은 지금의 양자컴퓨터 가능성에 대해 지금은 '유치원생' 수준이지만 발전 속도가 빨라져 5년 후에는 상당수 기업이 이를 활용하고 10년 후면 일반인이 일상생활에서 이 기술을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이 될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았다.

이토 총장은 "현재는 양자컴퓨터가 계산하는 것을 슈퍼컴퓨터도 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하지만 향후 양자컴퓨터의 연산능력이 빠르게 진전돼 슈퍼컴퓨터와의 차이가 커질 수 있다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향후의 연산능력을 감안할 때 지금부터 양자컴퓨터 연구를 진행해 기술과 노하우를 쌓아야 하고 이에 따라 미국·중국·일본 등이 적극 나서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도쿄 = 김규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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