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IT

"일하는 티 내려고 야근"…파란눈 회사원 놀라게 한 한국직원 한마디

입력 2021/07/21 17:31
수정 2021/07/22 07:26
'타인의 시선'으로 본 한국 기업문화 장단점은
◆ 어쩌다 회사원 / 직장인 A to Z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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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인재 유치의 필요성을 말할 때 과거에는 세계화가 주된 캐치프레이즈였다면, 이제는 저출산·고령화로 나타나는 인구구조 변화에 대한 대응책이 더 강조된다. 이달 초 법무부·고용노동부·기획재정부 등 12개 정부부처가 참여하는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 내에 외국인정책반이 구성돼 관련 정책을 발표한 것만 봐도 우수 외국인 인력 확보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사는 외국인 수는 2007년 100만명을 넘어선 이후 2019년 252만명에 달했고, 코로나19 충격을 받은 지난해 감소하긴 했으나 여전히 210만명(2020년 9월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비자제도 개편 등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고급 인력 숫자는 수년째 4만명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2020년 기준 전문인력은 4만3000명으로 취업자격 외국인의 9.6%에 불과하다.

어렵게 데려오더라도 언어 장벽이나 경직된 직장 문화 등으로 인해 국내 체류에 어려움을 겪는다. 매일경제신문 '어쩌다 회사원'팀이 국내 기업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직장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본 결과, 긴 근무시간에 따른 피로감과 개인보다 조직을 우선시하는 회사 문화 그리고 보이지 않는 차별 등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회사 입장에선 외국인 직원이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는 걸 조직관리 우선순위에 두진 못할 것이다. 하지만 외국인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회사의 노력이 20·30대 MZ세대 직원들이 갖는 불만을 상당 부분 해소하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 회사에 다니는 외국인 직장인의 눈으로 본 우리나라 회사 문화와 그들이 겪는 각종 애로사항을 소개한다.

◆ 점심 때도 이어지는 '원팀' 이해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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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기업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직원들이 공통적으로 꼽은 좋은 직장 문화는 단합력이었다. 러시아에 살다 한국에 온 지 9년째인 A씨는 공공기관에서 일하다 지금은 외국계 무역회사에서 근무 중이다. A씨는 "모두가 한 팀이 돼 목표를 이루려는 모습이 볼 때마다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같은 동료라도 서로를 잠재적 경쟁자로 인식하는 외국 직장 문화와의 차이를 언급한 것이다. 그는 "코로나19 이전에는 많은 외국인 직장인들이 한국의 회식 문화를 대표적인 장점으로 언급하곤 했다"며 "같이 저녁 먹고 술을 마시면서 서로를 격려해주고 상사 욕을 하면서 스트레스 푸는 자리를 갖는 건 외국에선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외국인 직원들이 '원팀'을 강조하다 보니 '개인'의 성과가 드러나지 않는 게 한국 회사의 단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국내 한 제조업체에서 해외 마케팅·영업을 담당하는 호주인 B씨는 "개인이 단체에 가려지면서 개인의 성장 기회가 제한되는 모습을 자주 목격한다"며 "특히 전체의 생각과 다를 경우 개인이 아이디어를 내는 건 한국 회사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또 거의 모든 외국인 직원들이 우리나라 회사의 불필요한 야근 문화와 부족한 일·생활 균형에 고개를 저었다. 국내 한 정보기술(IT) 기업에서 해외 세일즈 업무를 맡고 있는 독일인 C씨는 한국에 온 지 올해로 5년째다. C씨는 "제조업체뿐만 아니라 IT 기업에 근무하는 젊은 직원들마저 '일하는 티를 내려면 회사에 오래 머물러야 한다'고 말한다"며 "효율적 업무에는 관심이 없다. 야근을 하더라도 회사가 아무런 보상을 해주지 않는데도 남아 있는 걸 보면 신기할 때가 있다"고 했다. 철강회사에 다니는 한국 거주 7년 차 인도인 D씨는 "관리자들은 실무 직원이 일을 빨리 끝내려 하면 '그러다간 우리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말하곤 한다"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메신저를 하거나 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내면서, 왜 굳이 회사에 남아 있으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D씨는 "일하다 보면 기분 전환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 점심시간인데, 그 시간에도 단체로 밥을 먹는 건 외국인 입장에선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라며 "점심 먹으면서 일 이야기를 하면 업무의 연장 같은 기분이 들 것 같은데, 한국 직원은 점심때도 '원팀'을 강조하는 것 같다"고 의문을 표했다.

성과 보상체계와 관련해서도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많았다. 모바일게임 회사에서 5년째 근무 중인 미국인 E씨는 게임 언어 번역 및 기타 영어 관련 업무를 모두 맡고 있다. E씨는 "나를 포함한 어떤 동료도 추가 업무에 대한 보상을 받아본 적이 없는 것 같다"며 "임금은 근무 기간에 연동해 1년에 한 번 인상될 뿐이다. 그럼 정말 일할 의욕이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성세대 임원급들이 '해보기나 했어?'라며 실무 직원들을 야단치는 것을 보면 황당할 때가 많다"고 덧붙였다.

그 밖에 윗사람만 이야기하고 아랫사람은 침묵하는 회의 분위기, 업무 중 실수해도 이를 최대한 숨기려는 경향 등이 외국인들이 꼽은 한국 직장 문화에서 개선해야 할 부분이었다. 게임사 직원 E씨는 "한국 회사에서 일하다 보니 나까지 덩달아 소극적으로 돼가는 모습"이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 특혜 안 줘도 되니 업무 배제 안 시켰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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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외국인으로 한국 회사에서 일하는 데는 어떤 장점과 어려움이 있을까. 외국계 무역회사에서 근무하는 A씨는 "여러 외국어를 할 줄 알면 한국에서 직업을 구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보다 전문적인 커리어 관리를 하거나, 임원급 등 고위직까지 올라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독일인 C씨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그는 "한국 직장에만 존재하는 일종의 암묵적인 법칙이 내겐 적용이 안 되고, 내가 소수 의견을 낼 땐 전체 의견과 다르더라도 꾸지람을 듣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지 못하는 내게 1차적인 책임이 있겠지만, 능력과 상관없이 주요 업무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 기회의 평등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문화 차이를 이해하려 하지 않고 무조건 '외국인 직원은 일을 열심히 안 한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임금 수준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었다. 게임회사 직원 E씨는 "많은 외국인 회사원 인력이 '영어로만 업무를 할 수 있는 회사였다면, 연봉을 지금보다 1.5배는 더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을 한다"며 "특혜 받는 부분도 분명 있지만, 믿음을 못 받고 있다는 느낌도 종종 받는다. 최소한 기회 정도는 공평하게 주어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국 회사에서 만난 우리나라 MZ세대 직장인에 대한 생각도 들을 수 있었다. 인도인 D씨는 "새로운 일하는 방식을 계속 시도하고, 일·생활 균형의 중요성을 안다는 점에서 조직 문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호주인 B씨는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데 있어 주저함이 없고, 영어 닉네임을 쓰는 등 기성세대보다 열린 사고를 한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면서 "궁극적으로는 이들이 한국 기업의 세계화를 이끌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한 플랫폼 기업에 근무 중인 영국인 F씨는 "열린 사고를 가졌다는 IT 업계에서조차 직원의 경험이나 잠재력보단 나이를 따지는 걸 보고 놀랐다"며 "한국에선 MZ세대 의견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성세대에 대한 올바른 태도와 예의가 한국의 전통적 가치임을 존중하지만, MZ세대 직원들에게도 회사 경영 등에 참여할 기회를 줘야 한다. 해외에선 20대 후반이면 경험 많은 젊은 전문가로 인정받는 나이"라고 강조했다.

'네 일' '내 일' 나누는 외국인 동료 덕분에 수평적 문화 스며들기도

한국인이 본 외국인 동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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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직장인 10명 중 6명은 외국인 동료와 일해 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사에 다양성을 가져오고, 업무를 하면서 외국어 실력도 함께 쌓을 수 있다는 게 외국인 동료가 있음으로 해서 생기는 장점으로 꼽혔다. 반면 언어 장벽에 따른 의사소통의 어려움, 문화적 차이로 인해 자칫 조직 분위기가 흐려질 수 있다는 것은 단점으로 지목됐다.

매일경제 '어쩌다 회사원' 팀이 취업포털 사람인에 의뢰해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2223명 중 1380명(62.1%)이 외국인 동료와 업무를 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외국인과 일할 때 장점으로는 다양성과 외국어 외에 '수평적 조직 분위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와 '적극적이고 활발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의견이 여럿 있었다. 한 직장인은 "외국 기업과 협업할 때 언어·문화적인 부분에서 큰 도움이 된다"며 "소통을 통해 다른 나라와 기업 문화를 이해할 기회가 생기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단점으로는 의사소통과 조직 분위기 저해 외에도 '개인주의가 강해 업무상 영역을 철저히 구분한다'와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낮다'는 점이 꼽혔다. 한국인 직원이 역차별당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설문 응답자는 "우리나라 문화에 대한 이해 없이, 본인 사정만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고 토로했다.

외국인 채용 시 직급과 관련해선 최고경영자(CEO) 등 고위급보다는 실무급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모든 직급에서 골고루 필요하다'는 응답이 가장 많긴 했으나 △사원·대리 등 실무급 △팀장 등 중간관리자급 △임원 및 고위관리자급 순으로 비중이 컸다.

이와 관련해 한 직장인은 "글로벌한 이미지를 강조하는 회사 방침 때문에 외국인을 채용하는 게 아니라, 능력주의가 반영된 조직에 필요한 참된 인재로서 유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그 밖에 우수 외국인 인재 유치를 위해 회사가 해야 할 일과 관련해선 '오픈마인드·수평적 조직문화 확산'이 첫 번째로 꼽혔다. 이어 외국인 직원에 대한 한국어 및 한국 문화 교육, 한국인 직원에 대한 외국어 및 글로벌 매너 교육 등이 뒤를 이었다.

[이유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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