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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 줄이고 자본확충…허리띠 죄는 LCC

입력 2021/07/23 17:27
수정 2021/07/23 18:09
코로나 델타변이 확산 초비상
휴가철 국내선 경쟁 치열하고
국제유가 올라 비용 부담 커져

제주항공 진에어 항공기 반납
유상증자·회사채 발행 안간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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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저비용항공사(LCC)의 시름이 다시 깊어지고 있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국내선 경쟁이 가열되고 있는 데다 코로나19 델타 변이까지 빠르게 확산하면서 국제선 운항 재개에 대한 기대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LCC업계는 1년 넘게 이어진 적자에 잇달아 리스 항공기를 반납하는 등 각종 비용을 줄이고, 운영자금 마련을 위한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다.

2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LCC인 제주항공의 보유 항공기 수는 지난해 3월 45대에서 현재 41대로 4대 줄었다.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이후 리스 계약이 만료된 항공기 일부를 반납한 것이다. 앞서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는 올해 초 운영 효율을 높이기 위한 항공기 축소 계획을 발표한 바 있어, 추후 제주항공의 항공기 보유 대수는 더 줄어들 전망이다.


제주항공은 항공기 일부 반납과 함께 다음달 액면가 5000원의 보통주를 1000원으로 감액하는 5대1 무상감자를 실시한다. 이 안건은 다음달 13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오는 9월 1일에는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단행한다. 자본잠식과 관리종목 지정 등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제주항공의 부채비율은 700%(올 1분기 기준)까지 늘어 현재는 부분 자본잠식 상태다.

비용 절감과 자본 확충을 함께 진행 중이지만 업계 우려는 여전하다. 2018년 미국 보잉과 체결한 구매 계약에 따라 내년부터 B737맥스 기종 50대를 순차적으로 들여와야 하는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 이러한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최근 이 기종에 대한 안전성 문제도 다시 불거지고 있어 추후 도입 시점 등에 대한 재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진에어도 28대이던 보유 항공기 수를 23대까지 줄였다. 최근에는 자본 확충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진에어는 지난 4월 운영자금 마련 차원에서 158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발행하기도 했다. 올 1분기 기준 진에어의 부채비율은 1800%에 달한다.


에어부산도 올 10월 2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이 자금은 채무 상환과 운영자금에 쓸 예정이다. 이로써 회사 측은 올 1분기 기준 1750%까지 치솟은 부채비율을 대폭 낮추고 자본잠식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티웨이항공도 지난 4월 8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사모펀드인 JKL파트너스로부터 자금을 조달했다.

신생 LCC들도 운영자금 마련에 나서고 있다. 2019년 3월 국토교통부로부터 신규 항공운송사업자 면허를 취득한 뒤 취항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점 공항을 중심으로 국내선에 주력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공급 과잉 탓에 고객을 유치하는 일조차 쉽지 않다. 양양공항을 거점으로 한 플라이강원은 오는 9월 무상감자를 실시하고 2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할 계획이다. 청주공항이 거점인 에어로케이는 2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16일 국토부로부터 운항증명(AOC)을 받아 신규 취항을 준비 중인 에어프레미아도 추가 자금 조달이 불가피하다.

한 LCC 관계자는 "'트래블버블(여행안전권역)' 시행 등으로 국제선 운항이 조만간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최근 델타 변이 확산으로 여행 심리가 다시 얼어붙게 됐다"고 말했다. 고공행진 중인 국제유가도 상당한 부담이다. 지난해 말 배럴당 40달러 선이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현재 배럴당 70달러 선을 돌파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러한 추세면 매 분기 수백억 원씩 적자를 내고 있는 LCC들은 머지않아 운영자금이 바닥날 것"이라며 "특히 자금력을 갖춘 대기업 계열이 아닌 LCC들은 재무적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송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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