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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제품이 20초에 한대씩 팔리다니"…50년의 기다림 끝에 대세됐다

입력 2021/08/01 06:26
수정 2021/08/01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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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가 1968년 국내 가전업계에서 처음 선보인 창문형 에어컨 `GA-111`. [사진 제공 = LG전자]

창문형 에어컨이 대세다. 실외기가 내부에 탑재돼 있어 설치가 간편하고 빠르다. 전문 설치 기사를 부를 필요 없어 혼자 설치할 수 있을 정도다. 가격 역시 50만~70만원대로 저렴하다.

창문형 에어컨은 공간이나 가격 측면에서 기존 에어컨에 부담되는 이들에게 제격인 제품이다. '열돔'이 만든 최악의 폭염이 계속되는 가운데 방방냉방(방마다 별도 에어컨으로 냉방)에도 적합한 제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 "에어컨보다 싸고 빠르네"…21초에 1대씩 팔렸다


최근 에어컨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폭염뿐 아니라 코로나19로 재택근무, 원격 수업 등 실내 거주 시간이 늘어나며서 에어컨 수요가 늘어나면서다.

이 중에서도 집 구조상 실외기를 연결하기 어려운 경우 창문형·이동식 등 일체형 에어컨이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메인 에어컨 외 여러대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간편하면서도 설치가 쉬운 제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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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세코 창문형 에어컨. [사진 제공 = 파세코]

특히 창문형 에어컨이 큰 인기다.


창문형 에어컨 수요가 높은 1인 가구가 늘어난 것도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지마켓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한 달간 창문형 에어컨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97% 증가했다.

창문형 에어컨 전문기업인 파세코는 지난 16~18일 사흘간 창문형 에어컨 총 1만2000대를 팔았다. 단순 계산하면 21초에 1대씩 판매한 셈이다. 이 기간 매출만 91억원에 달한다.

파세코는 폭발적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 라인을 풀가동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일일 생산량을 1500~2000대 수준으로 약 30% 이상 늘렸다. 앞서 파세코는 지난해 공장 증설 작업을 통해 전년 대비 50%까지 일일 생산 물량을 늘린 바 있다.

위니아딤채의 '위니아 창문형 에어컨'도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위니아 창문형 에어컨의 최근 일주일 판매량은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 7월 첫째 주 대비 258%를 증가했다.


위니아딤채 관계자는 "전문 설치기사의 도움 없이도 원하는 공간에 손쉽게 설치할 수 있는 장점이 소비자 구매로 이어졌다"며 "자가 증발 시스템으로 별도의 배관 설치가 필요 없으며, 자동 크린 건조 기능을 적용해 위생적인 사용환경을 제공한 것도 구매요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 이제는 '대세'로...관련 시장 올해 2배 성장


사실 국내에서 창문형 에어컨의 원조는 1968년 3월 금성사(LG전자의 전신)가 출시한 'GA-111' 모델이다. 크기가 작고 가격이 저렴해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스탠드·벽걸이형 에어컨에 비해 냉방 성능이 떨어지고 소음이 크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후 시장에서 급격하게 외면받기 시작했다. 저가형으로 주로 여관·모텔 등에 설치되면서 '여관방 에어컨'이라는 취급을 받기도 했다. 결국 삼성전자는 2006년, LG전자는 2012년에 국내 시장에서 철수했다.

하지만 최근 2~3년 사이에 에어컨의 핵심 부품인 고효율·저소음 인버터 컴프레서(공기 압축기)가 대중화되자 냉방 성능이 강화되고 소음은 크게 줄어든 제품들이 출시되며 완전히 부활했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코로나19로 집에서 가족이 각자 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진 것도 창문형 에어컨의 인기를 더욱 부채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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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윈도우핏. [사진 제공 = 삼성전자]

대표적인 업체가 파세코다. 파세코는 세로 형태의 창문형 에어컨을 선보이며 틈새시장을 개척했다. 이어 신일전자, 한일, 쿠쿠 등도 시장에 뛰어들며 저변이 넓어졌다

최근에는 삼성전자, 위니아딤채 등 대기업도 창문형 에어컨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4월 창문형 에어컨 '윈도우핏'을 선보였다. 윈도우핏은 저소음 모드로 사용 시 40dB 수준으로 소음이 적고 '2중 바람날개'으로 강력한 바람을 제공한다.

삼성전자 측은 창문형 에어컨 도입 배경에 대해 "재택근무와 온라인 수업 등으로 집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각 방마다 에어컨을 설치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니즈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위니아딤채도 지난 5월 창문형 에어컨을 출시했다. 이 제품역시 저소음 모드 이용시 39dB로 조용한 환경을 제공하며 전력소모를 최소화해 요금 부담을 덜고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줄였다.

창문형 에어컨 시장은 올해 폭발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박찬솔 SK증권 연구원은 "국내 창문형 에어컨 판매량은 2019년 3만8000대에서 지난해 14만3000대 수준으로 늘었다"며 "이 중 파세코가 약 6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올해 창문형 에어컨의 국내 판매량을 30만대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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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니아 창문형 에어컨. [사진 제공 = 위니아딤채]

이에 비해 LG전자는 창문형 대신 이동식 에어컨으로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창문형과 이동식 모두 실외기를 설치하지 않아도 되는 제품이지만 창문형은 창문과 창틀 사이에 고정하는 방식인 데 비해, 이동식은 기기를 실내에 두고 배기관만 창문 사이로 빼는 형태다.

창문형은 공간 활용도가 높다는 점이, 이동식은 다양한 환경에서 설치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다. LG전자의 이동식 에어컨은 올해 미국 유력 소비자 매체 컨슈머리포트가 발표한 '홈·오피스를 위한 최고의 이동식 에어컨'에 선정됐다.

이마트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에어컨 전체 매출 1년 전보다 261% 뛸 때 창문형·이동식 에어컨은 1008%나 성장했다. 같은 기간 롯데온에서도 전체 에어컨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2배 증가할 때 이동식 제품은 100배 늘었다. 최근 두달 간(6~7월) 전체 에어컨 매출에서 창문형과 이동식이 차지하는 비중도 약 30%에 달했다.

[김승한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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