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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0 꼰대보다 더 싫다…3040 젊꼰에 질려 이직한다"

입력 2021/08/18 17:03
수정 2021/08/19 09:30
"형 때는" "언니 때는"…3040 그들은 어쩌다 꼰대가 되었나
◆ 어쩌다 회사원 / 직장인 A to Z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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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꼰대'의 문제는 본인이 젊기 때문에 자신이 꼰대라는 인식을 전혀 못 한다는 점이죠. 후배와 비슷한 과정을 겪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텐데 이미 그 시절이 미화됐고 '나 때는, 형 때는, 언니 때는'이라는 말을 달고 삽니다."

젊은 나이에도 '내 말이 맞고 너는 틀렸다'는 사고방식으로 동료를 대하는 젊은 꼰대가 직장 내 기피 1순위가 되고 있다.

저연차 직장인일수록 임원·부장급보다 팀장급 중간관리자나 직속 선배의 '꼰대스러움'에 몸서리치는 모습이 감지된다. 당사자들은 직장에서 후배들이 기본적인 업무를 잘해내길 바라는 자신이 왜 젊은 꼰대냐고 반문한다. 그러면서 아무런 기여 없이 바라는 것만 많은 '월급루팡(월급만 축내는 직원)' 후배들이 더 큰 문제라고 항변한다.


전문가들은 젊은 꼰대는 조직의 미래를 이끄는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경고한다. 새로운 피가 돌지 않는 조직은 점점 사회 변화에서 뒤처지게 되고, 결국에는 산소가 통하지 않아 썩게 된다는 것이다. 젊은 꼰대를 둘러싼 직장 내 이야기를 매일경제 '어쩌다 회사원'팀이 집중 탐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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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배 탓하고 가치관 강요…"임원보다 더해"

금융 업계에 종사하는 직장인 A씨(28)는 같은 팀 저연차 선배와 일하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기본 인수인계도 받지 못한 상황에서 선배가 저지른 실수까지 뒤집어써야 했다. 그는 최근 기존 업무에 더해 직원 두 명이 하던 업무를 몰아서 맡게 돼 상사에게 업무 분장을 요청했다. 그때 '젊꼰' 선배가 나서서 "나도 예전에 다 해봤던 업무니 도와주면서 하겠다"며 끼어들어 함께 일하게 됐다. 하지만 실제 업무를 할 때 업무 규정을 물어보면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고 한다.

상사 앞에서 자신의 '이미지 메이킹'을 위해 후배를 깎아내리는 일도 빈번했다. A씨는 "선배에게 받은 업무 자료는 A4 용지 한 장이 되지 않는 무성의한 것이었는데, 부장 앞에선 엄청나게 많은 도움을 준 척했다"고 토로했다. 저연차 직장인들은 부장급 상사보다 접촉이나 교류가 잦은 가까운 선배들에게서 '꼰대스러움'을 더 많이 발견한다. A씨는 "오히려 부장급 선배들은 꼰대가 되지 않으려고 상당히 노력한다"며 "최근까지 함께 근무했던 부장님은 MZ세대에 대해 알기 위해 노력하고 회식을 할 때면 술보다는 맛있는 음식을 택했다.


간혹 술을 마셔도 오후 9시 이전에 모임을 끝냈다"고 말했다.

특히 젊은 임원들의 영향력이 세거나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에서는 '젊꼰'에 질려 회사를 관두거나 이직하는 사례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헤드헌팅 업체에 다니는 직장인 B씨는 업무 외에 책을 읽고 의견을 나누길 강요하는 30대 임원에게 매일 시달리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에도 재택근무가 아닌 회사 출근을 강요하고, 회의 때마다 자신이 언급한 책을 읽었는지 물어보거나 자신의 생각을 강요한다고 한다. B씨는 "책 내용을 숙지하지 못했거나 자기 가치관에 반대하는 경우 대놓고 면박을 주진 않지만 농담처럼 웃으며 은근히 압박을 준다"면서 "50·60대 리더들보다 더 '꼰대스러움'이 느껴지는데 자기는 그들과 전혀 다르다고 생각하는 게 우습다"고 말했다.

대기업에서 근무하다 쇼핑 플랫폼 스타트업에 이끌려 이직을 결심한 C씨는 젊은 대표와 임원들의 '정치질'에 질려 대기업으로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 직급별 호칭을 없애는 등 나름의 수평적 문화가 있긴 했지만, 40대 초반 젊은 대표는 누구보다도 왕 노릇 하는 것을 즐겼다. C씨는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능력 없이 말로만 사내정치를 즐기는 젊은 중간관리자들 위세가 정말 대단했다"며 "겉으로라도 서로 존중하려는 모습도 없고 겉과 속이 다른 모습에 질려버렸다"고 토로했다.

◆ 업무 조언해준 건데 꼰대라니

'젊꼰'으로 불리는 이들 입장에선 젊은 후배들의 행동이 달갑지 않을 때가 많다. 11년 차 개발자 D씨는 1990년대생 신입사원들의 자유분방함에 당황스러울 때가 많다. 기본적인 인사를 잘하지 않거나 "회사가 저를 평가하는 것처럼 저도 회사를 평가한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신입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자신이 젊은 꼰대가 된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D씨는 "최근에는 신입사원이 출근하자마자 코로나19 확진자와 동선이 겹친다며 2시간 만에 퇴근하거나, 셔츠 사이로 문신이 보이는 직원도 있었다"면서 "입사 초기엔 조심해서 행동했으면 좋겠는데 본인들 위주로만 행동해 '이들만을 위한 회사인가' 싶을 때도 많다"고 하소연했다.

일을 경험해본 선배 입장에서 당연한 업무 원칙을 알려줘도 꼰대로 비칠까 두렵다고 한다. 30대 직장인 E씨는 "고객과 통화가 주요 업무인 직종인데 후배들이 전화를 받을 때 소속이나 이름을 밝히지 않고 '여보세요' 또는 '네'라고 받아 당황했다"며 "이걸 지적했더니 회사 방침이나 매뉴얼에도 없는데 상관없지 않으냐며 오히려 꼰대 취급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1990년대생 젊은 직장인 사이에서도 업무에는 소홀한 채 회사에 대한 비판을 일삼거나 능력 이상의 대우를 바라는 동료들이 불편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바이오 업계에서 일하는 직장인 F씨(27)는 "자신이 해야 되는 일을 충분히 하지 않고 회사에 이익을 가져다주지도 않으면서 연봉이나 복지는 좋아지길 바라는 '월급루팡'이 많아지는 것 같다"며 "일을 내팽개쳐둔 채 인간관계만으로 승진하는 것이 아니라 능력 위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무엇이 젊은 꼰대를 만들었나

어느 나이대나 자신과 가치관이 다른 사람을 인정하지 못하고 일방적인 조언만을 일삼는다면 꼰대가 될 수 있다. "내가 이러이러한 노력을 해서 회사에서 인정받고 승진도 했다" "이렇게 재테크를 해서 집을 사고 차도 바꿨다" "그러니 너희도 나처럼 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 흔한 젊은 꼰대의 사고방식이다.

전문가들은 30·40대의 가치관 특성에 주목한다. '이기적 직원들이 만드는 최고의 회사' 저자인 유호현 옥소폴리틱스 대표는 "30대 중반부터 40대 중반 나이 X세대와 일부 Y세대는 기성세대와 다른 가치관을 가졌다"며 "'우리는 기성세대와는 달라'라는 생각이 매우 강하다"고 분석했다.

또 "하지만 그들처럼 성공이 아니라 자아실현과 일·생활 간 균형(워라밸)을 중시하는 MZ세대의 가치관을 이해하지 못하면 젊은 꼰대가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젊은 꼰대를 만든 것은 다름 아닌 기성세대란 분석도 나온다. 인적자원관리(HR) 전문가인 최두옥 베타랩 대표는 "젊은 세대에겐 그들만의 진실이 있지만, 조직에서 힘을 가진 기성세대가 그걸 인정하지 않는다는 확신이 들 때 그들은 기성세대를 모방하며 조직에 적응하게 된다"면서 "조직에서 새로운 가치관이 절대 기성세대의 가치관을 이길 수 없다는 걸 알아채고, 이런 환경에서 최선의 선택은 기득권을 가진 기성세대 문화에 편승하는 것이란 사실을 깨달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의 MZ세대 역시 어떤 리더와 일하는지에 따라 '꼰망주(꼰대+유망주)'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최 대표는 "새로운 생각과 가치관이 인정받을 수 있는 조직에 있거나 새로운 가치관을 수용할 수 있는 리더와 일하고 있다면 Z세대가 꼰대가 될 가능성은 낮아질 것이고, 그 반대라면 나이와 상관없이 꼰대의 싹이 자라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오대석 기자 / 김금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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