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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심리학] 타인의 성과에 묻어가려는 무임승차자는 '포장' 좋아해…과잉의전 없애야 막을수있다

입력 2021/09/09 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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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과잉 의전과 관련된 논란이 이슈가 됐다. 누구 탓인가를 떠나 이러한 허례허식 등 실제 본질과는 무관한 사항에 대한 시각차가 또 다른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와 관련해 '아, 이분은 꽤 괜찮은 리더다'라는 느낌이 들게 하는 이들이 필자에게 곧잘 건네는 질문 섞인 이야기가 있다. 요약하자면 이렇다. "참 신기하죠? 취임하고 이러저러한 허례허식이나 의전을 없애고 간소화하면 대부분은 일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아합니다. 그런데 그중 일부는 싫어하거나 불만을 가지더군요. 도대체 왜 그런 건가요?" 꽤 여러 리더에게서 이런 사연을 듣다 보니 심리학자로서 자연스럽게 한번 추리를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여러 명의 다른 심리학자와도 의견을 나눠보았다. 오늘은 그 결론에 관한 이야기다.


일반적으로 의전이나 격식은 그 자체로서 사람들을 지치게 만든다. 여러 가지 자질구레한 일에도 모두 신경을 써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꼼꼼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잘 맞지 않는 것이 상식적이다.

그렇다면 역으로 일의 본질에 집중하고 이로 인해 주변의 사소한 것을 잘 챙기지 못하는 사람 중 대표적인 타입에는 무엇이 있을까. 별로 고민하지 않아도 쉽게 떠오르는 것이 바로 성취 지향적인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러한 성취 지향자들을 이용하여 무언가 자신에게 유리한 것을 취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누굴까.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일종의 무임승차자다.

하지만 무임승차자들을 그저 게으르고 묻어가려는 성향의 소유자라고만 생각한다면 이건 큰 착각이다. 성취 지향적인 사람들이 일의 본질에 집중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 성과로 인해 다양한 형태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런데 이 만남의 장에서 가장 전면에 나서 의전과 허례허식을 만들고 성취 지향적인 사람들이 긴 시간 동안 땀 흘려 일궈낸 성과의 공을 자기 쪽으로 돌리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굉장히 적극적이면서도 교활한 무임승차자다.


그리고 과잉된 의전이나 허례허식은 이들이 굉장히 좋아하는 수단이다. 이들을 어떤 심리학자들은 권력 지향적인 사람이라고 부르며 또 다른 심리학자들은 남의 공을 자기 것으로 가로채는 특징이 강한 나르시시스트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렇다면 결론은 꽤 명확해진다. 과잉된 의전이나 허례허식을 없애는 것이 단순히 일의 능률을 올리는 데에만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런 것을 없애는 과정에서 강하게 저항하거나 불만을 나타내는 사람들을 잘 기억해 놓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들 중 상당수는 일의 본질에 집중하는 성취 지향적인 사람들이 잘 마련해 놓은 밥상에 자신이 주인공인 양 숟가락을 얹으면서 그 당위성을 불필요한 예절과 의식을 통해 마련하고자 하는 자들이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은 조직의 역량에 대해 리더가 정확한 판단을 하지 못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필자는 분식회계(粉飾會計)라는 말을 기업의 회계에만 국한시키지 말라고 조언한다. 여기서 '분식'이라는 말은 '일종의 화장을 통해 자산과 역량을 미화한다'는 의미다. 영어식 표현인 'window dressing settlement'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화되고 부풀려진 만큼의 이익, 즉 공은 결국 권력 지향적인 일부에게만 돌아간다. 얼마 전 모 기관장이 필자에게 얘기한 경험담을 마지막으로 들려드리고 싶다. "과잉된 허례허식을 없앴더니 다들 좋아하는데 몇몇 사람이 유난히 섭섭해하고 싫어하더군요. 그런데 그 사람들이 바로 전임자가 슬쩍 알려줬던 승진이나 서열 상승에만 유난히 관심 있는 내부 구성원들과 자신의 숟가락을 얹으려고 하는 외부인들이었습니다."

[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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