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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눠 팔수도 없고"...200억 스팸 참치 명절세트 재고는 어디로 [알쓸소비]

입력 2021/09/18 21:01
수정 2021/09/18 22:53
명절 선물세트 반품률 5% 불과
바코드 없어 낱개 판매 어려워
결국 기업에 '폭탄 세일' 납품
사내 행사품, 고객 증정용 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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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마련된 추석 선물세트 판매 부스에 상품들이 진열돼 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신미진의 알쓸소비-19] 명절의 주인공은 단연코 '스팸'과 '동원참치'다. 스팸과 동원참치는 각각 연 매출 4500억원의 스테디셀러 상품이다. 이 중 스팸은 매출의 60%, 동원참치는 25%를 설과 추석에 올린다. "명절에 일년치 먹을 스팸과 참치를 쟁여둔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만큼 재고도 적다. 약 5% 남짓한 재고는 대부분 일반 기업에 행사 증정용으로 납품되고 있다.

◆ "낱개 못판다" 손사래 왜?

유통업계에 따르면 명절 선물세트 시장 규모는 약 1조5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 중 가공식품을 필두로 한 식품이 80%를, 샴푸·비누 등 생활용품이 20%를 차지하고 있다. 명절 선물세트는 다양화되고 있는 추세지만, 여전히 가성비가 높은 가공식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CJ제일제당에 따르면 지난해 설 스팸 선물세트 매출은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이상 증가했다.

보통 스팸과 참치 등 명절 선물세트의 반품률은 10%에 미치지 못한다. 10개 중 9개는 제값에 대형마트에서 팔리고 있는 것이다. 연휴 기간 내 팔지 못한 선물세트는 제조사로 반품이 된다. 통상 설 선물세트 반품률은 평균 6~7%로 추석(4%)보다 높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추석에서 설까지 기간이 4개월밖에 되지 않는다"며 "설 명절에는 아직 추석 때 받은 스팸과 참치 선물세트가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아 구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명절 선물세트에 들어 있는 스팸과 참치캔에는 바코드가 없다. 이 때문에 설과 추석 명절이 지나도 낱개로 판매하기가 어렵다. 일부 소형마트는 바코드를 별도로 인쇄해 붙여 판매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경우 '유통기한 역전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 현상은 제조일자가 3~4개월 더 빠른 세트 속 낱개 상품이 늦게 입고돼 맨 뒤에 진열되는 것을 뜻한다. 즉 '선입선출' 원칙에 위배돼 대형마트나 편의점 측에서 판매를 꺼린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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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마켓에 올라온 명절 선물세트. [사진 출처=당근마켓]



◆ 직장인들 당근마켓 몰려

보통 캔햄의 유통기한은 3년이다. 참치캔은 5~7년에 달한다.


CJ제일제당과 동원&B 등은 대형마트로부터 반품받은 5%의 선물세트 물량을 일반 기업에 원가 수준으로 팔고 있다. 기업은 이를 주로 사내 행사상품이나 고객 증정용으로 소진한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상품성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재고"라며 "일반 소비자들에게 판매하기에는 물량이 적어 음식물 낭비를 줄이자는 차원에서 B2B 사업부를 통해 기업에 납품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명절 선물세트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곳으로 온라인 중고거래 사이트가 입소문을 타고 있다. 대부분 회사나 거래처 등으로부터 받은 선물세트를 저렴한 가격에 내놓은 것이다. 정가 3만2800원 '스팸 12호'의 경우 40~55% 저렴한 1만5000~2만원에 팔리고 있다. 생활용품 선물세트도 7000~8000원에 거래된다. 한 모씨(28)는 "1인 가구라 스팸 한 박스에서 절반만 먹고 나머지는 중고거래로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명절 선물세트가 대부분 식품인 만큼 중고거래 시 유통기한과 환불 가능 여부 확인도 필수다. 당근마켓에 따르면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은 저렴한 가격이라도 판매할 수 없다. 발견 시 삭제 조치된다. 단순한 변심이나 구매 후 한 달이 지났다면 환불 요청이 거부될 수 있다.

[신미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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