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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1만3787대 팔릴 때 국산 한대도 안 팔렸다…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장 무슨 일?

입력 2021/09/24 17:40
수정 2021/09/25 07:49
보조금 혜택 끝나자 판매 0대

가격 할인에 고급화 내세운
수입차가 PHEV시장 싹쓸이
올 8월까지 1만3787대 팔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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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프 브랜드의 첫 PHEV인 `랭글러 4xe`.

0대 vs 1만3787대.

전자는 올해 1~8월 국산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의 국내 판매량인 반면 후자는 같은 기간 수입산 PHEV의 국내 실적이다. 국내 완성차 업계가 PHEV와 관련해 오로지 외국 시장만 바라보는 사이 그 틈을 타 수입산이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24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8월 수입산 PHEV의 국내 실적인 1만3787대는 지난해 같은 기간 3900대보다 무려 253.5%나 증가한 규모다. 벌써 지난해 연간 판매량(1만467대)도 훌쩍 넘어섰다. 반면 현대자동차·기아의 경우 국내에서 아이오닉, 싼타페, K5, 니로, 쏘렌토 PHEV를 간간이 출시해왔지만 올해는 이를 중단했다.


그 대신 올 1~7월 유럽을 중심으로 외국에서 판매한 현대차그룹 PHEV는 총 925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5315대보다 75% 가까이 늘었다. 국내로 눈을 돌리면 2015년 128대 판매로 시작된 국산 전체 PHEV는 지난해에도 235대가 팔렸지만 올해는 아예 '제로'다. 일반 하이브리드차(HEV)와 PHEV 모두 가솔린을 연료로 쓴다. 여기에 전기모터도 활용한다. 다만 하이브리드차는 별도의 전기 충전 없이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를 동시에 사용한다. 반면 PHEV는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를 다 사용해 일반 하이브리드차와 비슷해 보여도 충전 방식이 크게 다르다. 아예 순수 전기차처럼 전기콘센트를 꽂아 충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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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통해 일단 전기에너지를 먼저 쓴 다음 그게 소진될 때 가솔린을 태워 엔진을 돌린다. 전기모터로만 달릴 수 있는 주행거리는 수십 ㎞ 정도에 그친다. 따라서 도심과 집 사이 단거리만 주로 이동하는 운전자는 전기모터로만 차를 주행하고 퇴근 후 아파트 등 자택에서 다음날 아침까지 충전해 다시 사용하면 가솔린을 쓸 일이 거의 없게 된다. 주유비보다는 충전비가 훨씬 싸기 때문에 유지비가 저렴한 셈이다.


국내 완성차 업계가 PHEV 국내 출시를 포기한 가장 큰 이유는 지난해까지 PHEV 구입자에게 주어지던 구매보조금 혜택이 올해부터 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PHEV 판매가격도 다른 동급 내연기관차보다 최고 1000만원가량 비싸기 때문에 1대당 500만원 정도의 보조금만으로는 소비자들을 유혹하기 힘들었다. 수입 PHEV에도 보조금 혜택이 없는 건 마찬가지이지만 수입차 특유의 '고급화' 전략과 가격 할인 마케팅 등이 적중했다. BMW의 PHEV인 530e 모델의 경우 가격을 종전보다 낮춘 8000만원대로 책정하자 소비자들이 몰려 올해 1~7월에만 3000대 이상 팔렸다. 이로써 내연기관차를 포함한 전체 수입차 개별 모델 중에서도 BMW 530e 판매량은 벤츠 E250, BMW 520, 벤츠 E350 4매틱 등에 이어 5위로 뛰어올랐다. 특히 올해 BMW 중에서는 PHEV 총판매량이 5946대로 일반 하이브리드차(4776대)를 앞질렀다. 신차 출시도 늘고 있다. 스텔란티스코리아는 지프 브랜드의 첫 PHEV인 '랭글러 4xe'를 이달 초 국내 시장에 정식 출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곧장 순수 전기차로 옮겨 타기를 꺼리는 일부 소비자들이 고급화 이미지와 저렴한 유지비로 무장한 수입산 PHEV에 몰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다만 이 과정에서 국산 PHEV 시장은 아예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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