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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배터리'에 한걸음 더…LG엔솔, 상온충전 전고체 기술개발

입력 2021/09/24 17:41
수정 2021/09/24 19:29
60도 이상 고온 충전만 가능했던 한계 뛰어넘어

마이크로 실리콘 음극재로
배터리용량 10배 높여
500회 넘게 급속 충전해도
80%이상 잔존용량 유지 성과
차세대 배터리 상용화 앞당겨

고대에 대학원 과정도 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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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이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를 가로막았던 난제를 해결하며 상용화 단계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 샌디에이고대(UCSD) 공동 연구진은 기존 60도 이상에서만 충전이 가능했던 전고체 배터리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어 상온에서도 급속 충전이 가능한 기술을 개발했다고 24일 밝혔다. 특히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 과학저널 '사이언스' 23일자(현지시간)에 게재되며 성과를 인정받았다.


LG에너지솔루션과 UCSD 연구진은 전고체 배터리 음극에서 도전재(전자의 이동을 돕는 미세 분말 탄소)와 바인더(전극을 안정화해주는 소재)를 제거하고 5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 크기의 입자를 가진 '마이크로 실리콘 음극재'를 적용했다.

실리콘 음극재는 기존 흑연 음극재에 비해 10배 용량을 갖고 있지만 충·방전 중 부피 변화가 커 적용하기 까다로운 소재였다. 이에 실리콘을 작게 만들어 음극재에 적용하자 상온에서도 충전이 가능했을 뿐만 아니라 500회 이상 충·방전해도 80% 이상의 잔존 용량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실리콘을 적용한 전고체 배터리 중 상온에서 충·방전 수명이 500회 이상인 건 처음"이라며 "현재 상용화된 리튬이온 배터리에 비해 에너지 밀도도 약 40% 높였다"고 설명했다.

전기차에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음극과 양극에서 발생하는 '전자'의 이동을 통해 '전기'를 만들어 낸다. 전자가 음극과 양극을 이동하는 통로인 '전해질'은 액체를 사용한다.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다 보니 온도 변화에 따라 팽창하기도 하고 외부 충격 발생 시 누액 등이 나타나 배터리 손상 위험이 존재했다. 음극과 양극이 만나 단락이 발생하면 화재로 이어지기도 한다.


전해질을 고체로 바꾸면 폭발 위험은 줄고 안전성과 관련된 부품을 줄이는 대신 배터리셀을 더 채워 용량을 극대화할 수 있다. 전고체 배터리를 '꿈의 배터리' '차세대 배터리'라고 부르는 이유다.

하지만 아직 전고체 배터리를 상용화하기에는 기술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전고체 배터리 부문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 도요타는 지난 7월 세계 최초로 전고체 배터리가 탑재된 시제품 차량을 공개했지만 상용화는 2025년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상용화 역시 순수 전기차가 아닌 내연기관차를 돕는 '하이브리드 차량'에 우선 탑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막는 대표적 장애물이 고온 충전이다. 리튬을 음극으로 적용한 기존 전고체 배터리의 경우 온도에 민감해 60도 이상 고온 환경에서만 충전이 가능했다. 충전 속도 또한 느린 것이 한계로 지적돼 왔다.

이번 연구는 LG에너지솔루션이 오픈 이노베이션 차원에서 매해 개최하는 '배터리 이노베이션 콘테스트'의 지원 과제였다.


2017년 UCSD와 LG에너지솔루션 연구진이 제안한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을 사용하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 과제의 일환으로 현재 4년 차 연구가 진행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현재도 지원이 계속 이뤄지고 있다"며 "앞으로도 꾸준한 성과가 배출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실험실에서 구현된 성과인 만큼 상용화로 곧바로 연결 짓기는 어렵다. 업계는 여전히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까지는 5~10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를 이끈 멍잉 UCSD 교수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이 있지만 이번 연구는 실리콘 양극 문제에 대한 유망한 해결책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했다. UCSD 연구진은 '유니그리드 배터리'라는 벤처기업을 만들어 관련 기술 상용화에 나서고 있다. 상용화에 성공하면 LG에너지솔루션 또한 해당 기술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은 고려대와 차세대 배터리 부문 인력 양성을 위한 계약학과를 설립하고 대학원 신입생 모집을 시작했다. 박사과정과 석·박사 통합 과정으로 운영되는 과정을 마치면 학위 취득과 함께 LG에너지솔루션에 입사하는 구조다. 기업과 대학이 배터리학과를 개설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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